저는 현재 40대 직장인입니다.전 남편과 저는 N년간 연애를 하고, N년의 결혼 생활을 이어 갔습니다. 투닥거리기도 했지만 서로 유머 코드가 맞아 재미있게 지냈죠. 돌이켜 보면 그와 연애하고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이 저의 전 생애에 걸쳐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젊은 시절의 열정과 순수함으로 참 많이 사랑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날 저는 중대한 성병에 감염되었고, 원인은 단 한사람 이었습니다.그는 전체 혼인 기간에 걸쳐 수차례 여러 여성과 일회성의 관계를 가졌음을 시인하였습니다. 또한 그 나름의 사과를 하였지만 그게 제 성에 차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 한번에 매몰차게 돌아섰습니다. 뒤늦은 그의 절절한 사과는 이미 와닿지 않았고, 그를 단죄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이혼을 밀어부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유롭게 살겠다고 떠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는 저를 붙잡고자 했었죠. 그렇지만 그때 저는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그와 이혼하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저는 이제 그때의 제가 아니게 되었어요. 어느날 문득 그때를 돌이켜 보니 제가 참 어리석었다는 후회에 마음이 무너지고, 한 달 정도 괴로운 중입니다. 언제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지 모르겠어요. 매일밤이면 저의 시간은 이혼을 밀어부치던 그때로 돌아가서 고통스러웠던 저의 마음과 그 사람의 마음을 체험 하게 됩니다. 멈출수가 없어요.그때는 저의 고통만 보였다면 지금은 용서받으려고 애썻던 그가 얼마나 아팟을지....그게 너무 느껴져서 마음 아파요. 아마도 이별에 대한 뒤늦은 애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민거리는 이 반복되는 후회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내가 매몰차게 버린건 저를 기만하고 병을 옮긴 남편이기도 했지만, 내가 나라서 나를 사랑해준 유일한 사람이고, 나의 가족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닳았습니다. 분노에 불타 그를 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혼을 했지만, 그게 누구를 위한 벌이었나, 그 이혼으로 내가 얻은게 도대체 무엇인가 생각하면 허무하고 또 허무 합니다. 위자료 몇천을 받았지만 그 금액은 사실 제가 반년 일하면 충분히 벌고도 남습니다. 그까짓 돈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어요.그 이혼이라는 단죄는 오직 제 아픔만을 앞세워 소통을 거부하고 무참이 가정을 버린 오만한 저를 향한 칼날이자 도끼가 되어 저를 저미고 부수고 있네요. 이혼 후 저는 참 많이 외로웠고, 방황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러네요.그 만한 사람 다시 못만나고, 그런 사랑 다시는 못하겠다는 상실감에 마음이 무너져요. 처음에 그의 태도는 잘못을 엄중하게 받아 들이지 않는 것 같아 저는 크게 실망을 했고, 이 새끼는 다음에 또 할놈이다 라고 단정지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기준이었고, 그는 그가 할수 있는 선에서 노력을 했다는 것이 이제서야 보입니다.그와 좀더 대화하고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었더라면 우리의 미래는 달랐을 텐데요.깨진 그릇 붙일 수 없다지만 새로운 그릇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그런 부정은 안하는 사람은 안하지만 한번만 한놈은 없다는 말을 신봉했습니다. 저는 제 기준으로 그를 판단하고 냉정하게 돌아섰습니다. 그때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이 뼈에 사무치게 고통스럽네요.그가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다시 그런 잘못을 한다한들, 그건 그때 돌아서거나 다시 한번 용서를 할지 선택하면 됬을 일인데, 저는 그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순하고 어리숙한 면을 그토록 좋아하고 귀여워 했는데, 그때는 주도적으로 사과를 하고 일을 수습하려 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인데 그걸 받아 들이고 그래, 너 딴에는 사과하고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구나. 너그럽게 받아 주었더라면.... 그때 내가 한번만 참고, 가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했었더라면.... 이혼으로 내가 얻을게 무엇인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성찰했었더라면....돌아갈 수 있을 때 돌아갔었더라면.....분노에 가리워진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이었는지 내가 알았더라면.....그토록 미워 했던건 너무나 큰 사랑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정말 알지 못했어요.
부정을 인지하고 1년이라도 관계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 이별할 때 이별 하더라도 이토록 회한에 사무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저는 그때 이 관계는 더 이상 노력할 가치가 없다고 단정했었어요. 그게 손에 있었으니까 얼마나 소중한건지 몰랐던 거죠. 공기처럼.
분노에 타오른 충동적인 순간순간의 판단들로 우리는 끝이 났습니다. 적어도 분노가 가라 앉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방향을 정했더라면....
원인은 그가 만들었지만 이별을 만든건 결국 저였어요. 이혼 후 시간이 좀 지나자 그가 밉지 않았습니다. 항상 어디 선가 잘 지내길 바랬고 누군가에게 그에 대해 얘기 할 일이 있으면 착하고 귀여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혼의 과정에서 그와 그의 가족에게 큰 상처를 준게 너무 미안하더군요. 몇년을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배우자의 외도를 용서하고 사는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알게 되었습니다.그토록 사랑했으면서, 단 한번의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은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오랜만에 그에게 연락을 해보았는데, 반갑게 받아 주었습니다. 참 고맙더군요. 무엇보다 저와 헤어지고 일도 잘 풀리고 즐겁게 잘 지냈다는 소식이 정말 기뻣어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고, 네가 어디서든 잘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