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랑 나이차가 띠동갑이 넘습니다. 그래서 제가 초등학교 갓 입학했을 때 아버지는 환갑에 가까우셨고, 어머니도 50대 초중반 정도셨어요. 아버지는 초등학생 때 돌아가시고, 언니는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쭉 기숙사 생활을 해서 함께한 기억이 잘 없습니다. 절 키워준 건 어머니와 같은 지역에 사셨던 이모들이에요.
아무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어린 시절에는 그 나이에도 가난이 뭔지 깨달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어요. 어머니의 노고에 비하면 우습지만, 뭐 하나 제가 원하는 걸 해본적이 없네요.
언니가 지금 40대 중반이고 조카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 조카도 아직 어리고, 엄청 노력해서 얻은 아이예요. 언니와 형부는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싶어하는데 뜻대로 잘 안 되고 언니 몸도 너무 힘드니까 제게 하소연을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다독여줬지만, 장학금 하나하나가 다 절박한 제게 시험기간이든 공모전 기간이든 다짜고짜 자취방 찾아와서 엉엉 울고 가는데 미치겠더라구요.
3년 차 되니, 제가 돌려 말해서 다짜고짜 찾아오는 건 줄었고 얼마 전에 전화가 와서 받으니, 자신이 생각해도 둘째에 집착하는 게 미련한 것 같다고 제3자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얘기해달래요. 그래서 솔직히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둘째 가져도 애가 대학 들어가기도 전에 언니랑 형부가 정년퇴직할 나인데, 아이가 홀로 설 준비가 안 되었음에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케어해주지 못할 만큼 나이가 많은 건 죄라고요.
언니네가 모아둔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둘이 맞벌이 하는 40대 중반 부부인데도 합쳐도 연봉이 높은 편이 아니라, 지금부터 차차 모아도 첫째와 둘째가 홀로 설 때까지 케어가 가능한 금액까진 불가능하다. 심지어 지금 조카도 아직 너무 어려서 언니와 형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시 조카까지 큰 일 나는 거다. 언니랑 나랑 나이차가 이렇게나 많이 나는데도 언니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혼자 먹고 살기 바빴는데 나이차 적은 형제자매들은 얼마나 각자 힘들겠냐, 라고요.
언니가 별 반응 없이 그렇냐고 한 다음 전화 끊었는데, 엄마한테 얘기했는지 엄마가 절 한참을 혼내셨어요. 언니한테 주제 넘게 굴지 마라, 라는 내용이 주였습니다.
제 말이 부드럽지 않았다는 거, 예민한 부분이 있다는 거 압니다. 그런데 전 괜히 조카 볼 때마다 제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일부러 맛난 거 더 사주고 더 놀아주고 그래요. 또래 어른만이 채워줄 수 있는 활기가 따로 있거든요. 근데 부부 욕심으로 감당 안 되는 둘째까지 굳이 가져야 하나 싶어요. 이미 나이가 둘 다 40대 중반인데...
저희집이나 형부네 집이나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올 거 없어서 맨땅부터 시작하는 와중에 뒤늦게 조카 하나 얻어, 이 아이도 그렇게 넉넉히 키우지 못하는데 왜 그리 자신의 몸이 망가지면서까지 시험관하고, 돈쓰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나 주제 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