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싸늘한 수술실에서 실려나온
아내의 창백한 얼굴 위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수선스런 간호사의 발걸음과
낮으막한 의사의 목소리는
먼 울림으로 귓전에 스치고
한떨기 꽃이 바람에 흔들려
아쉬운 작별을 고하려 한다
떨리는 손으로 아내의 뺨을 더듬어
사라질 듯한 체온을 움켜쥔다
멀어져가는 의식에 나를 부르며
구원의 손길을 찾고 찾았지만
화석처럼 굳어진 내 손을 잡고는
가늘은 미소속에 눈물을 흘리며
밥은 먹었는가... 마지막 안부를 전한다
낙엽은 창가에 날리는데
우뚝 홀로 남겨진 외로움에
아내의 품에 얼굴을 묻고는
입을 다물어 오늘의 이별은
이별이 아닐 것이라...
올해도 가을은 어김없이 오고
아내가 나를 기다리던 길에도
푸라타나스 나뭇잎이 떨어져
마른 모습으로 날리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망각을 찾아서
새로운 삶을 살아 가고 있으나
아직도 내 가슴에 살아있는
아내의 따듯한 모습은
어두운 바다의 등대처럼
오늘도 그 길에서 나를 부른다 .................
[위 글은 옴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