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전자오르간
박진성
비 오는 날 아버지는 전자오르간을 만지시네
벽돌 나르던 손으로 샤시를 하던 뭉툭한 손으로 아버지, 그것은 음악이
아니어도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지요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뽕짝이 나는 싫었네 영동대교에 밤비 내리던 날에
나는 휴학계를 쓰고 강원도 절에 갔었는데...... 아버지, 비 오는 날은 동생
이 수음하는 날이어요. 내가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시를 쓰는 날이어요.
왜 장마철에는 남동생이 야위어갈까요. 내 방에는 쓰다만 시들이 벽돌조각
처럼 구겨져 있을까요, 너는 내가 만든 창문이오 베란다요, 현관이요
동생을 데리고 나는 비 오는 오락실에서 테트리스를 하고 아아, 쓰다 만
건축자재처럼 떨어지는 블록들 끼워 맞추며 우리들의 집을 지었네 짓고 또
짓고 또 지어도 다시 지어야 하는 어두운 테트리스의 거리, 지나서
아버지 전자오르간이 멈춘 집에는 죽음보다 막막한 고요가 집안 구석구석
도배를 하네 오얏꽃 활짝 핀 벽으로 기어들어가 나, 옷걸이용 못이 되고 싶었네
아버지 작업복을 목에 걸고서 나, 아버지 오르간이 못 다다른 음역으로 가,
만년우萬年雨를 내리게 하는 음악이 되고 싶었네
-<시작> 2005년 겨울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