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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꺼내보는 옛날 베스트 판

ㅇㅇ0 |2026.03.13 13:32
조회 73 |추천 1

오랫만에 메일함 정리하다가 발견한 옛날 베스트 판.

라떼는 말이야, 폰도 없던 시절이라 메모장 어플 같은 것도 없어서
나한테 메일 쓰기에 복붙해 두곤 했던 것 같은데 ㅋㅋ
다시 읽어봐도 괜히 베스트가 아니네.

메일쓴 일자 보내까 2012년도 이렇게 담담하게 이별을 적어 내려가던 그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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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질색팔색하던, 언니들의 명언

'똥차가면 벤츠온다'

웬걸..정말이었다.

언니들과 함께 축배라도 들어야할 "pann"이다 !


넌 나에게 정식적인 이별을 건내기도 전에,

다른 여자한테 고백을 했고

나는 그 것 또한 내 탓이려니 담담히 받아드리기로 했다.

물론, 중간중간 깊은 빡침이 몰려와

술도 퍼마셨고, 자다 깨어 이불킥도 원없이 했으며.

나는 왜 사나 나는 똥인가 친구들에게 한탄도 꽤 했고

그러다가 주일이 되면 교회에 나가

못난 어린양의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한 것 같다.


절실히 깨달은! 변하지 않은 사실 두 가지를 고백하마.

니가 떠났지만 / 나는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다.

니가 날 원망했지만 / 나는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꽤나 가치있는 사람이다.


곰 만한 딸이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눈물찍고 술 퍼마시고 자정이 넘어 네발로 기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우리 엄마아빠가 차라리 화를 냈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마음아파하기에 그날 새벽 문득 정신을 훅! 차렸다.


각설하고 똥차가면 벤츠 온다더니,

벌써 이렇게 새로운 사람이 오는 것 같다.

친구랑, 그 애 남친이랑 셋이서 술 한 잔 하고 있는데

친구 남친이 자기 친구도 여기 근처 지나가고 있다는데 같이 한잔하재서

그러자고 불렀다.


사실 나는, 너랑 헤어지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여자라 생각했다.

10년을 알았고 그 가운데 6년을 만났는데, 헤어짐이 그리 쉽게 찾아올 줄 몰랐거든.

누가 온들, 두근거리고 뭐고 없고

그냥 신나게 놀겠거니 생각했다.

근데 왠 걸.

키도 큰데 잘생겼어. 근데 쌍커풀도 찐-해. 머리도 쪼끄매

옷도 잘 입는 거 같애. 심지어 말랐어.

ㅋㅋㅋㅋ.... 근데 뭐.. 내 남자 아니니 상관없을 것 같애.

그래서 그냥 준내 놀았어

야 니 잘생겼네~ 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날 이미 좀 취했거든.

2차를 갔고, 그 자리에서 그 벤츠남이 얘길해.

사실 별 생각없이 온 건 아니고, 그 전에 내 얘길 좀 들었는데

호감이 생겨서 계속 조른거라고.

오마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 얘길 들었는진 몰라.

다만 내 친구랑, 친구 남친에게 고마울 뿐이야.

너도 알겠지만 걔네 평소 하는 걸로 봐선 6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호되게 당한 호구년이라고 소개했을 것 같애. 그러고도 남을 커플이잖아. 근데 안 그랬나봐. ㅋㅋㅋㅋㅋㅋ얏호


얘기하다보니, 그 사람 눈에서 나를 향한 호감이 보여.

문득 웃겨. 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보며 웃는게 낯설어.

넌 사실 술 한잔도 못했잖아.

같이 술 마시면, 내가 널 데려다줘야 했고.

혹은 한 잔도 안 마시면서 니가 날 굳이 기다렸다가 데려다줘야했지.

근데 벤츠남이 주량이 3병이래.

난 소주2병인데.

물론 어케 두병이라고 고백하겠니.

한병이라고 얘기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정말 웃기지 않니?

너한테는 우주극강의 곰같은 여자친구였는데 어느새 여우짓도 한다.

 

그 날 술을 그렇게 마시고, 그 사람과 좀 걸었어.

너랑 벚꽃 구경을 하던, 그 산책로를 걸었어

난 잔디 밟는게 좋아요,

잔디보호 들어가지마세요 라고 써져있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라며 실없는 소리도 했다.

슬펐어.

그건 너랑 헤어지던 날, 내가 너한테 했던 말이거든.


뭐 아무튼.

그 날 후로도 사실 몇 번 데이트를 했어.

술먹은 다음 날엔, 잠깐 만나 커피를 마셨고,

그 다음엔 우리 동네에서 밥을 먹었고,

그 다음엔 맥주마시면서 야구를 봤고..

한 네 다섯 번은 봤나보다.


이젠 말이야..

내가 취업이 된 걸, 직장인이 된 걸 자랑 할 수 있어.

페이스북에 직장을 추가 할 수가 있고, 미니홈피에, 취업이 된 후 학교에 걸린 현수막을 찍은 사진은 비공개였지만 지금은 공개로 올릴 수도 있어.

넌 학생이고, 먼저 직장인이 된 나를 너무도 원망했기 때문에 난 표 낼 수 없었거든.

상황이 달라진 건 없다고, 위치 또한 변한 게 없다고..다만 아침에 일어나 향해 가는 목적지가 다를 뿐이라고 얘기했지만, 너는 날 부담스러워했지.

그런 너를 두고 내가, 나 취업했어요 뿌잉뿌잉 할 수 없었어.

매일 학교 생활, 반복되고 지겨운 8학기 만랩찍으면 그 후에 오는게 똥일지 된장일지 모르는데 일단은 뭐라도 해야 덜 불안하니까 꾸역꾸역 산다는 너한테 .... 내가 어떻게 그랬겠냐.

니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나도 다 했던 일인데

그걸 알리없는 너는, 내가 무슨 슈퍼패스 라도 받은 마냥 시기했지.

정말 누가 듣는다면 우리 엄마아빠가 대단히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인 줄 알겠지만ㅋ 글쎄 내 인생에서, 슈퍼패스 와 같은 경험은 단언컨데, 단 한차례도 없었다.

요행을 바란 적은 많으나 .......................... 하..................없더군. 그게 줫! 같지만 현실이야.


그리고, 몇 가지 더.

널 만나면, 신을 수 없던 힐도 신을 수 있어.

작은 너를 배려해서 나는 6년 내내 단화를 신었어.

넌 내가 힐을 못신는다 생각했겠지만, 나 사실 힐 좋아해.

믿기지 않겠지만 힐 신고 뛰어도 다녀...

여자는 9cm 힐을 신고 있어도 수업 지각할 거 같음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거든.

소녀시대도 포미닛도 힐 신고 춤을 추잖니?

일반인 여자라고 다를 바 없단다.

몰골이 흉할 뿐.

친구 만날 떄나 가끔 신던 힐을 신을 수 있고,

니가 그리 싫어하던 워커도 신을 수 있어. 좋아. 자유로워진 것 같애.


새로 만난다는 벤츠남이 나더러 귀엽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나한테 10년 만나면서 귀엽다고 한 적 없잖아

사실 우리 엄빠도 나보고 귀엽다곤 안해

167cm에귀엽다는 말 듣는건 좀 욕같이 들리기도 해 사실.


나는 그 사람한테 미리 고백했어.

나는 감정기복도 심하고, 불면증도 심한데, 그럴 때면 다음날 몹시 예민하고 까칠해진다고.

회사에서 업무 볼 땐 하루 진종일 연락 안 하는 사람이라고.

물론, 점심 땐 전화하지.

가끔 술 마시면 미쳐서 연락도 잘 안 하고, 오는 전화도 잘 안 받노라고.

믿기지 않겠지만 이 와중에, 화분 키우는 거 좋아하고 쓸모없지만 꽃 선물을 좋아하고.

남자친구랑 손 잡고 교회가는 게 최고의 로망이라고도 얘길 했어.

이런 저런 내 얘기 참 많이했는데 사실 기억이 다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도 말을 많이 했더니 가물가물해.


무튼 생각나는대로 적었고, 내 말에 그 사람이 했던 말을 대입해서 보면

지난 사람을 만나는 동안, 내가 어땠는진 관심없대.

자기가 하기에 따라 또 다른 내가 있을 거라 생각한대.

물론 자기는 좋은 사람이 될 거고, 나도 좋은 사람인 것 같대.

솔직하고 유쾌한 모습이 좋았는데

화분을 좋아하는 걸 보면 왠지 여성스러운 것 같아서 더 반한대

자기 비하하는 척, 꼬시는 걸 보니 상 고수라며 막 웃더라.

전화도 못 받을 정도로 술 마시고 재미있게 놀면 질투는 날 것 같대

근데 자기집안은 독실한 불교집안이니 예배는 잘 모르겠대.

싫거나 못 가겠다는 건 아닌데 가본 적이 없으니 그건 차차 해보재.

뭐 대충?

이런느낌.

 

자.

여기서 제일 웃긴거 말해줄게

그 사람이, 이렇게 어필을 하는데ㅋㅋㅋ 내가 그 사람을 거절했다는 사실.


나는.

날 버리고 떠났는데도 아직도 널 못 잊어서 헤맬까.

회색추리닝을 입고 머리도 만지기 귀찮아

모자 대충 쓰고 나오는.. 편한 니가 좋았다.

분식 먹을 땐 우리가 다녔던 중학교 앞,

치킨 먹을 땐 고등학교 앞, 한식이 땡길 땐 어디, 스시가 땡길 땐 어디, 말안해도 우리만의 코스가 있고.

꿀꿀하고 돈없을 땐

만화방가서 기대 앉아 낄낄 거리는 것도 좋았고.

동네에서 제일 후진 당구장에서 사구치는 재미도 있었고.

피시방에서 하는 게임도 재미있었던 것 같애.

 

불면증이 왜 심해요? 그렇게 못 자서 어떡해요? 라고 묻는 사람이 아니라

잘 때 까지 기다려주는 니가 좋았고.

자는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마라고 단 한번도 타박 않는 니가 고마웠다.

남들이 뭐라 말하든.

너에게 내가 가장 나 다울 수 있었고.

내가 너한테 가장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너 라는 존재 자체가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천천히 느리게 곱씹으면서 잊어보려 한다.

아직도 내가 너를 사랑해서 가 아니라

니를 사랑했던 내 자신을 사랑해서 라고 말하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잘 모르겠다.

내가 아직도 널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뭐..

내 스스로에게도 확신이 안 서는데

그 사람이 벤츠라고해서 받아주는 것도 아니잖아.

너가 아니라서 그 사람이라는 논리는 좀 아니니까

그래서 거절했을 뿐이야.


더운 여름,

30분을 보려고 왕복한시간의 거리를.

차도 없는 니가 ... 사무실 앞에 와주는 정성이 고마웠다.

편지에 꾸부렁거리는 니 필적도 몹시 좋았던 것 같다.

세상 끝날 듯이 미워하지 말자라는 니 말은.

아직도 마음에 새긴다.

몹시 나쁘게 헤어졌지만,

그 누구에게도 험담을 할 수가 없다.

 

남들은 예수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기도 한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이잖니.

난 항상 제멋대로였고

넌 항상 그런 나를 존중해주느라 바빴고

이런 나를 사랑해줘 라고 강요하는 나를

견디다 못해 나가떨어진 너를

감히 욕할 사람은 없다.

 

학원 다닐 때마다, 그 지루한 시간 기다려준 너한테 고맙고.

내가 이 것 저것 벌여놓은 일들에 대해 스스로 지칠 때

단 한 번이라도, 지나가는 말이라도

그럴거면 때려쳐 가 아닌, 다독여주는 말로 지지해줘서 고마워.

 

지금 내 성공의 8할은 니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의 성공이지

사실 회사가면 내가 울트라 조무래기야 ㅜㅜㅜㅜㅜ


잊을래야 잊을 수 없고,

더 잘 해주지 못한 사람이 감당해내야 할 몫이, 후회라면 내가 다 하려 한다.

 

그저께 만난 니 친구가 그러더라.

좀 힘들어했지만 이제 내 생각은 안 한다고.

섭섭하기도

다행이기도 하다.

내가 이리 엉망진창인데

너까지 이러면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 최악이잖아.

다시 만날 것도 아닌데 . 그치?


니가 잘 지내길 바란다.

대학생은 시험기간이라는데.

주말엔 알바도 하는 놈이라, 공부 할 시간 엄청 뺏겼을 것 같네.

언제나 그랬듯, 스트레스 이찌방 받고 담배 내내 물고 지낼 것 같아서

걱정이다.

니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렵고

F 받고 담에 재수강하면 끝이겠지만 -,=

지금 하는 그 과목이 선행되야 다음학기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할 때, 해야 할 때,

충실하게 하는 원칙은 꼭 지키길. 바래

 

ㅋㅋㅋㅋ내가뭔데 끝까지 잔소리냐마는.

니가 그리 부러워하던 그 회사 신입사원정도면

훈수는 어째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니.


10월이다.

너랑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해온 중

가장 잔인했던 9월이 끝났고

가장 아팠던 10월도 반이나 흘렀다.

시간

참 빠르다.


일교차큰데 아프지마라

감기 걸리면 너만 고생이다.

특히 코감기 자주걸리는데

훌쩍이며 도서관에 있는 공대남자 최악이다.

개꼴불견이다.

그러니 건강 미리 챙기길 바란다.


오늘도

이번에도

니가 이걸 볼리 없겠지만.

 

나는 오늘도 널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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