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4(금) 이때쯤 아이들의 낙서
이때쯤 아이들이 볼펜과 네임펜으로 벽지에 낙서를 하는 일이 잦아져, 나는 볼펜과 네임펜이 보일때마다 높은 곳에 숨겼다. 그리고 아내에게 볼펜과 네임펜을 아이들이 쓰지 못하게 숨겨놓으라고 했다. 아내는 “벽지에 낙서 못하게 가르치면 되지”라며 반대했다. 그동안 잘 가르쳤으면 평소 이런일이 없었겠지 라는 생각에 아내에게 “지금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숨겨놓아야 한다”고 했지만, 아내는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데 왜 우리 집에서 못 쓰게 하냐”고 맞섰다. 결국 볼펜과 네임펜은 집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벽지와 시트지에 낙서를 했다. 이후 주말마다 나는 락스로 낙서를 지우고, 아내는 냄새가 난다며 내게 짜증을 냈다.
2020-08-23(일) 이혼 선언
과거 2015년 첫째가 태어날 즈음 나는 육아휴직을 했고, 2016년 둘째 출산 후 복귀했다가 2018년 셋째 출산 때 다시 육아휴직을 썼다. 아내는 그 기간 동안 구청 보육반장, 육아종합지원센터 블로그 기자단, 서울남부교육청 회의, 취미 활동, 환경순찰모니터 요원 등 여러 활동으로 프리랜서처럼 일하며 수입을 올렸다. 그 돈은 모두 자기 용돈으로 썼고, 생활비는 내 카드로 결제했다.아내는 자기가 번 돈은 자기 것이라 생각했고, 내가 번 돈은 모두 가족의 돈으로 여겼다.
나는 아쿠아로빅과 수영 강습비로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을 이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아내는 갑자기 “그래, 이혼해”라며 집을 나갔다가 두 시간 뒤인 저녁 9시 20분경 돌아왔다. 이 일로 인해 아내와의 사이에 감정은 더 깊게 틀어졌다.
2020-08-27(목) 자금 합치기
첫째부터 셋째까지 이어졌던 육아휴직급여가 종료될 즈음, 아내가 나에게 자금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아내가 결혼 전에 저축해둔 돈과 보험, 펀드 내역을 알게 되었다. 그 후부터 모든 결제는 내 카드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재정적인 부분에서 아내와 나 사이의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2020-09-09(수) 둘째가 화장실에서
둘째가 화장실에서 유아변기에 똥을 눈다음 샤워기로 뿌리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둘째를 심하게 때렸다. 아이를 향한 아내의 분노는 점점 거세져만 갔다.
2020-09-19(토) 아내의 쌍욕
오후 4시경, 아내가 나에게 “씨발인간”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날의 말투와 감정은 집안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2020-10-25(일) 무선청소기 고장
아내가 무선청소기가 고장 난 것 같다며 “어제까진 잘 썼는데 오늘 보니 안 돌아가고, 충전기를 연결해도 불도 안 들어온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후 아내가 이것저것 만져서 청소기는 작동되긴 했지만 소리가 영 좋지 않았다. 사실 아내는 먼지통에 쌓인 먼지만 제거하고, 청소기 낀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은 전혀 청소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쯤 지나 무선청소기는 결국 고장이 났다.
2020-11-07(토) 아이들과의 관계, 아내의 태도
아내는 아이들이 뭔가를 해달라고 말할 때 바로 들어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짜증내고 때를 써야 그게 듣기 싫어 그제야 아내는 요구를 들어주었다. 아내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짜증 소리가 듣기 싫었기에 해준 것이지만, 아이들은 이 패턴을 익혀 ‘짜증내야 원하는 걸 얻는다’고 배웠다. 이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었고, 내가 여러 차례 지적해도 아내는 내 말을 비난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기쯤부터 아내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너희 감정 쓰레기통이야, 짜증 다 받아줘야 해”라며 짜증을 냈다.
2020-12-05(토) 아내와 겨울옷 쇼핑
아내는 옷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 할머니 스타일이고 거의 입지 않는 옷들이었다. 나는 따뜻한 패딩을 사주고 싶어, 집에 안 입는 겨울옷 1~2개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했다. 아내 옷걸이에서 옷이 줄어든 걸 확인한 후, 함께 쇼핑을 가면서 “가격 생각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옷을 사라”고 했다. 아내는 매장 직원에게 “여기서 가장 비싼 거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아내가 얼마나 창피했던지...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괜히 아내에게 가격 생각하지 말라고 한 말이 아내를 그렇게 만든건 아닐까 란 생각을하게되었다. 이후부터 아내에게 말할때는 더욱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아내는 처분하라던 옷들을 처가로 옮겨 놓았고, 패딩을 산 뒤 다시 집으로 가져왔다. 나는 입지도 않는 옷이 자리만 차지하는 게 싫었지만, 괜히 말 꺼내면 비난으로만 듣을 아내라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갔다.
2021-01-01(금) 위내경, 대장내시경 검사
아내가 “내 입냄새가 나서 위가 썩었나 봐. 방귀 냄새도 지독해서 장이 썩었나 봐”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내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아마 병원이나 주변 지인들이 내시경 검사를 추천해줘서 진행한 것 같다. 그리고 검사결과는 위내시경에서 역류성 식도염이였고 대장내시경에서 용종 몇개를 제거했다고 한다.
2021-01-03(일) 물구나무서기
이때부터 아내가 혈액순환에 좋다며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를 서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따라해 위험하다고 몇 번 말했지만 아내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이후 아이들도 자랑하듯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를 하게 되었고, 아내는 그런 아이들에게 ‘혈액순환에 좋은 거야’라며 가르쳤다. 내 눈에는 위험해 보였지만, 아내와 싸우기 싫어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 어느밤, 안방에서 셋째가 물구나무서다 실수로 다리로 아내를 밟았고, 아내는 셋째를 때렸다. 또 어느 휴일 저녁, 셋째가 밥을 먹고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하다 토했을 때, 아내는 나를 보며 마치 그 일이 다 내 탓인 것처럼 막내에게 화를 내면서 나에게 짜증을 냈다.
2021-01월 어느날 면역력 강화를 위한 코딱지 먹기
아내는 면역력 좋다며 코를 파서 그 손가락을 그대로 입에 넣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있는 나에게 "면역력에 좋은거야. 면역력에 좋다고하는건 뭐든 해볼 거야." 아내는 단호했고, 진지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권유했다. “이거, 면역력에 좋아. 너희도 해봐.” 나도 과거에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었다. 과학적으로 완전히 부정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아이들 앞에서 보여줄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더 안전하고 위생적인 방법도 많은데, 굳이 그런 방식이어야 했을까.
과거부터 아내는 자기가 하고 싶은건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하는사람이란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피해라고 생각하지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스레 말했다. “하고 싶으면... 아이들 안 볼 때 해. 굳이 애들까지 따라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그러나 내 말은 그녀의 귀에 닿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도 그녀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 아픈 건, 막내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운 막내는 현재도 습관처럼 코를 파서 입에 넣고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당혹스러움, 무력감, 그리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그것들이 뒤섞여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했다.
2021-02-01(월) 아내 손목과 목 검사로 입원
오래전 부터 아내가 손목과 목 통증을 호소했었다. 그리고 오늘 나에게 "당일 검사를 하면 실손보험금이 적게 나오니 입원해서 검사를 한다"고 했다. 검사 후 아내는 “웨건 때문에 손목과 목이 아프다”며 내 탓으로 돌렸고 나는 “그 웨건 네가 사달라고 해서 내가 산 거 아니냐”고 하니, 아내는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손목 검사결과는 아내가 아무말 없는걸보니 정상으로 나온듯했다.
2021-05-05(수) 어린이날
아침 10시경, 평소처럼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공원 놀이터에 갔다. 나는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았고, 아내는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있었다. 그리고 아내는 지루하고 짜증이 난다며 나와 첫째, 셋째를 남겨두고 둘째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그리고 오후 6시경 아내와 둘째가 집으로 돌아왔다.
2021-06-13(일) 아내가 하고 싶은 것들
아내가 갑자기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을 쏟아냈다. “피아노 치고 싶고, 키보드도 치면서 노래 부르고 싶고, 번지점프도 하고, 낙하산도 타고, 하늘을 날고 싶고, 수영과 물놀이, 바다 수영, 스킨스쿠버, 스노쿨링,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많은 걸들을 하고싶으면서 왜 결혼을 왜 했는지?, 그리고 왜 아이들은 낳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 대답은 하지않고 짜증만 냈다.
2021-07-12(월) 샤워기
그 당시 화장실은 아이들에게 작은 놀이터였다. 목욕 시간이 되면 둘째와 셋째는 샤워기를 들고 여기저기 물을 뿌리며 깔깔 웃었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내 눈엔 위험한 장면이 겹쳐 보였다. 그럴때면 샤워기를 높은 곳에 올려두고 위험하니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위험하니 샤워기 안보이게 올려놔."
그날도 아이들은 샤워기를 장난감처럼 휘두르다 결국 칫솔건조기에 물을 뿌렸고 그로 인해 합선이 일어나 고장 나버렸다. 그저 장난이었을 아이들의 행동 뒤에, 이미 예견된 사고가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예견은, 여러 번 반복해온 내 경고 속에 이미 담겨 있었다.
2021-10-14(목) 아내의 쌍욕
밤 10시 무렵, 평소 나와 첫째가 같이자고 옆방에 아내와 둘째, 셋째가 잤었다. 그날은 둘째와 셋째가 잠들지 못한 채 뒤척이고 있었고, 아내는 핸드폰을 보다말고 이내 분노를 터뜨렸다. "씨발." 그날 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우리가 만드는 이 현실은 과연 누구에게 안식처가 되고 있는가. 지친 감정들이 분노로 흘러넘치는 이 현실, 그 안에서 가장 상처받는 건 결국 말 못 하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쓰라렸다. 그리고 가족 안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현실이 씁쓸했다.
2021-10-15(금) 변기커버
작은 일에서 시작된 다툼은 늘 그렇듯 감정을 건드렸다. 아내는 변기커버 밑면에 묻어 있는 소변 자국을 보더니, 아무런 확인도 없이 나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당신이 그랬잖아.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써?" 그 말은 단지 불쾌감을 넘어, 나에 대한 짜증과 불만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나는 차분히 말했다. "그 위치는 내가 볼 수 있는 방향이 아니야. 앉아서 소변을 보지 않는 이상, 그렇게 묻을 수 없어." 순간 아내의 얼굴에 잠시 정적이 흘렀고, 아내는 인정을 했는지 모르지만 아무말 없이 지나갔다. 얼마 후 당신도 여자들처럼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말을 했다 마치 이전의 다툼이 내 탓이라는 전제를 그대로 둔 채,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 말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말을 보태는 순간, 대화는 또 다른 논쟁으로 번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나는 이해보다 침묵을 선택했고, 침묵 속에서 관계는 천천히 굳어갔다.
2021-10-24(일) 버거킹에서
일요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들른 버거킹 매장은 예기치 못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소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였다.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주변을 빠르게 살피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나는 주문을 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야할 상황이였다. 아내는 아이들 곁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고 휴대폰만 응시한 채, 천천히 코로나19 전자출입명부를 체크하고 있었다. 그녀의 무심한 모습은 소란보다도 더 크게 내 안에 분노를 일으켰다. 위기 앞에서 가족의 안전보다 일상의 습관이 먼저인 그녀의 태도에, 나는 낯선 거리감을 느꼈다. 그날의 소동은 몇 분 안에 정리되었지만, 내 마음속엔 조용한 불씨 하나가 남아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