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7(토) 매형의 중재
아내와의 잦은 언쟁을 피하려고 집을 떠나 밖에서 생활하던 시기, 마침 매형네 가족과 본가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 되었다. 아버지와 매형네 가족, 그리고 우리 가족이 본가에 모여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식사를 마친 뒤 다른 가족들은 본가로 돌아갔지만, 매형과 아내, 그리고 나는 삼겹살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에서 매형은 아내가 사용하던 에센셜 오일 문제를 두고 중재에 나섰다. “몸에 바르는 건 괜찮지만, 가습기에 뿌리는 건 그만하자.” 매형의 제안에 아내와 나는 동의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아내는 가습기에 에센셜 오일을 넣고 사용하지 않았다. 매형의 중재 덕분에 한동안은 집안의 공기가 조금 더 차분해지고, 갈등의 불씨도 잠시 잠잠해진 듯했다.
2022-09-19(월) 필라테스복
과거(2017년) 아내가 필라테스복이 필요하다고해 사주었지만, 그 옷은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한켠에만 쌓여있었다. 결국 작년(2021년)에 아내에게 말하고 버려졌는다.
오늘, 아내가 다시 필라테스복을 사달라고 요청했다. “전에 필라테스복 안 버렸으면, 지금 줌바댄스할 때 입고 갔을 텐데…”라며 아내는 그렇게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과거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면서까지 수영을 배우겠다고 해서 허락했어 평생 운동으로 삼겠다며 주 2~3일 다니더니, 나중엔 주 5일도 다니고… 수영할 때 가장 행복하다 했잖아.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 시설에 맡기고 수영도다니고 줌바댄스도 다닐라고 하는군"
아내는 오히려 필라테스복을 왜 버렸냐고 따졌다. 그리고 “앞으로 내 물건에 손대지 말라”고 못 박았다. 심지어 연애 시절 사주었던 스노클링 마스크가 결혼 후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아 고무가 낡아서 버린일까지 내 탓으로 돌렸다.
이후 아내는 내 카드로 새 필라테스복을 결제했고 아내에게 “필라테스 하려고 산 거야?”라고 물었지만, 아내는 거듭 아니라고하며 거짓말로 부인했다. 필라테스복을 입고 필라테스하러 나가는 아내에게 다시 물었을 때는, 대답 대신 턱을 내밀며 화난 표정만 지어 보였다. 그렇게 아내와 사소해 보이는 거짓말 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내 마음 한켠엔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차곡차곡 자리 잡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2022-09-20(화) 아내의 거짓말
어제의 일때문인지 아내가 느닷없이 말했다. “2017년에 수영복을 사달라고 했었는데, 당신이 필라테스복을 사줬잖아.” 그 순간, 나는 기억을 되짚었다. 당시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나는 아내가 수영을 다니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그 사실을 부인하며,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작은 말 한마디일지라도 진실을 왜곡하는 듯한 태도는 내 마음에 깊은 파문을 남겼다. 사소한 거짓말들이 쌓여가면서, 우리 사이의 신뢰도 조금씩 흔들리는 듯한 불안이 밀려왔다.
2022-09-19(월) 아로마 디퓨저로 인한 아내의 쌍욕
첫째는 잠자리에서 엄마보다 나를 더 찾곤 해서 주로 내가 재웠고, 둘째와 셋째는 아내가 재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날 밤 10시쯤, 셋째가 늦게 잠드는 와중에 아내가 갑자기 나를 향해 쌍욕을 했다. “씨발, 좆같아서 씨발… 앞으로 니가 애들 재워.”
그 말 속에는, 내가 디퓨저 가습기에 에센셜 오일을 쓰지 못하게 한 탓에 셋째가 잠을 못 잔다는 원망이 섞여 있는 듯했다. 아내의 분노는 곧장 나를 향했고, 그 순간 집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걸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아내는 셋째의 잠투정을 녹음해 시어머니에게 보냈다. 그리고는 “남편이 아로마 디퓨저를 못 쓰게 해서 셋째가 잠을 못 잔다”라며 모든 원인을 내 탓으로 돌렸다.
그날, 아내가 고집한 에센셜 오일 디퓨저 문제가 단순한 생활용품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집안의 분위기와 관계 전반을 갉아먹는 심각한 균열로 번지고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2022-09-22(목) 화상채팅
아이들을 모두 재운 뒤, 밤 10시쯤 아내는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 후 약 두 시간 동안 노트북을 켜고 남자와 화상채팅을 했다. 그날 밤, 아내와의 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가슴 깊이 남았다.
2022-09-23(금) 화상채팅
아이들을 모두 재운 후, 밤 9시 30분경 아내는 다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노트북으로 여자들과 화상채팅을 하였다. 하루 전과는 다르게 상대가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었지만, 아내가 혼자 방에 틀어박혀 긴 시간 화상채팅을 하는 모습은 여전히 낯설었다.
2022-09-25(일) 아내의 폭력
낮잠을 자고 있던 아내가, 아이들이 잠들지 못하고 시끄럽게 논다며 갑자기 홈키파 통을 던졌다. 예고 없이 벌어진 행동에 나는 놀라고 당황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 집은 점점 무거운 긴장감 속에 휩싸였다. 이후 깨진 바닥 타일을 볼 때마다, 그날의 충격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2022-10-05(수) 영수증
가계부 기록을 위해 영수증을 달라고 요청하자, 아내는 영수증 종이가 몸에 안 좋다며 불평했다. 나는 “그러면 캐셔들은 다 몸이 안 좋겠네”라고 대답했다.
신용카드 사용 후 영수증을 챙기는걸 귀찮아해서 나에게 핑계를 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2022-10-07(금) 싸인펜 사용
아이들은 벽지에 볼펜, 매직, 싸인펜 등으로 끊임없이 낙서를 해왔고, 아내는 이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아내는 지우기 귀찮다며 그냥 두었고,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하나 지웠다.
그날, 셋째가 싸인펜으로 글자를 공부하고 있을 때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싸인펜으로 낙서한 건 당신이 지울 거 아니면, 싸이펜말고 연필을 줘.” 그러자 아내는 불평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린이집에서는 하는데, 우리 집에서 못 하게 하냐?” 사소한 문제였지만, 서로 다른 기준과 태도가 일상 속에서 작은 갈등을 쌓아가는 순간이었다.
2022-10-08(토) 아로마 디퓨저 사용
9월 17일, 매형의 중재로 아로마 디퓨저 사용에 대해 “몸에 바르는 것은 허용하되, 가습기에 뿌리는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아내와 합의했었다.
그 후 아내는 잠시 디퓨저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내가 보는 앞에서 자기와 아이들의 몸과 얼굴에 에센셜 오일을 발랐다. 마치 어디서 배운 듯, “이 향은 어디에 좋고, 저 향은 어디에 좋다”라며 아이들에게 설명도 곁들였다. 그리고 내가 출근하면 몰래 디퓨저를 사용했고, 내가 문제 삼으면 싸울까 봐 나는 모르는 척 넘어갔다.
그날 밤 9시 30분쯤, 아내는 약속을 어기고 다시 디퓨저를 켰다. 나는 냄새가 싫으니 사용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아내는 단호히 말했다. “이 집에서 당신만 이 냄새가 싫어한다며, 한 달간 나가서 살아라.”라고 했고 나는 싸움을 피하고 싶어, 결국 아내가 원하는 대로 집을 나왔다. 그날 밤,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내 마음에 깊은 피로감을 남겼다.
그리고 아내가 디퓨저를 사용한 그날 이후 부터 집안에 물품들을 하나둘 다단계 도테라의 상품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2022-10-09(일) 교회 첫 방문
내가 집을 비우자,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힘들었는지 아이들과 근처 교회에 처음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교회에서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들이 있고, 비용이 들지 않는 점이 아내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날, 아내가 선택한 새로운 공간은 잠시나마 숨쉴 틈을 제공해 주는 듯했다.
2022-10-10(월) 본가 방문
정오쯤, 아버지께서 전화하셔서 며느리와 아이들이 집에 도착했다고 전해 주셨다. 이어 왜 집에 들어오지 않느냐고 물으셔서 나는 사실대로 상황을 설명했다.
아내는 내가 집을 나간 이유를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고, 단지 내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 아버지께 전했다. 그래서 남편 없이 아이들과 본가에 방문해 남편을 설득해달라고 했던것이다.
그리고 몇 분 후 어머니께서도 전화를 주시며, 무조건 집에 들어가라고 강하게 권하셨다. 그리고 오후 3시쯤 장모님께서 전화를 하시어, 아내에게 아로마 디퓨저를 사용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오후 5시경, 양가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간 청소하지 않아 집안이 지저분했다. 거실을 정리하고 첫째 아이를 씻겼다.
저녁 7시쯤 첫째가 친할아버지 동전을 훔친 사실을 알게 되어 회초리로 혼냈다. 아내는 그 모습을 보기 싫었던지, 첫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저녁 9시쯤 아내와 첫째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을 재운 뒤, 나는 다른 방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아내가 그 방으로 들어오자 나는 “너도 마실래?”라고 물었다. 그러나 아내는 안주 없이는 술을 못 마신다며 방을 나갔다. 예전에 내가 맥주를 마실려고할때 냉장고에 먹을게 없다고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가 “맥주에 무슨 안주가 필요해”라고 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후로도 아내는 내가 출근해 없거나 잠든 사이 몰래 아로마 디퓨저를 사용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남이 어떤 피해를 입든, 약속을 했든 안 했든 상관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사람임을 다시금 느꼈다.
2022-10-11(화) 집이 불편함
며칠 동안 집을 비우자, 집은 아내가 편한 대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새벽 수영을 다녀온 아내는 세면대에 수영복을 담가놓아, 아침에 씻으려면 그 수영복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또한, 아내와 함께 사용하는 책상 위에는 아내의 노트북과 옷가지, 종이 서류들이 쌓여 있어, 내가 노트북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작은 공간까지도 아내의 생활 방식에 맞게 바뀌면서, 나의 일상은 점점 불편해지고, 집은 더 이상 편안한 안식처가 아닌 듯한 느낌을 주었다.
2022-10-14(금) 5분빠른시계
내 시계는 5분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 이 습관은 꽤 오래된 것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습관이니, 어쩌면 나 자신과의 약속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세상보다 한 발 앞서 준비하고 싶은 마음, 혹은 늘 촉박하지 않게 살고 싶은 작은 지혜였을 수도 있었다.
결혼한 지 8년쯤 되었을 2022년 무렵, 아내가 문득 물었다. “우린 왜 5분 빨리 살아야 해?”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냥 내 습관이니, 5분 빠른 게 싫으면 자기가 정각으로 맞춰놓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는 시계를 맞추는 일은 하지 않았고, 대신 시계를 볼 때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5분 빠른 시간에 대해 불평을 반복했다. 어느 날은 아이들 앞에서도 말했다. “아빠가 시계를 빠르게 해놔서 우리는 남들보다 5분 빠르게 살아.” 그 말 속에는 무언가 씁쓸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아이들 눈에는 그 말이 특별한 일처럼 들렸을까, 아니면 혼란스러운 일처럼 보였을까. 나는 결국 시계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사소한 시비처럼 보였지만, 그 상황은 아내와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남았다. 아내는 불편한 일이 생기면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계속 언급하며 마음속 불편을 키웠고, 그러다 주변 가족이나 지인에게 이야기하며 해결의 열쇠를 타인에게 넘기곤 했다. 그때 나는, 아내와의 삶 속에서 ‘시간’조차도 이렇게 다르게 흐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