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판남과의 사랑2
요즘 하루 시작이 바뀌었다.
원래는 눈 뜨면 바로 판부터 켰는데
이젠 아니다.
눈 뜨자마자 카톡부터 본다.
읽음인지
아닌지
그거 하나로 기분이 갈린다.
아침 8시.
눈 뜨자마자 폰을 들었다.
카톡.
읽음 1.
답장은 없었다.
괜히 채팅창 들어갔다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나왔다.
뭐 하는 건지.
씻고 나오고, 밥 먹는 척 하면서도
계속 폰을 봤다.
알림은 없었다.
근데 계속 확인했다.
학교 가는 길.
이어폰 끼고 음악 틀어놨는데
뭐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손은 계속 폰 위에 있었다.
혹시라도
지금 답 오면 바로 보려고.
그 정도였다.
수업 시간.
앞에서 뭐 설명하는데
하나도 안 들렸다.
노트 펴놓고 펜 들고 있는데
계속 채팅창만 보고 있었다.
그때
톡 하나 왔다.
심장이 확 뛰었다.
바로 눌렀다.
“일어났냐”
짧았다.
근데
그거 하나에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나는 바로 썼다.
“응 방금”
보내고 나서
조금 고민하다가
한 줄 더 썼다.
“너는”
읽음.
조금 있다가 답 왔다.
“나도 이제 일어남”
그게 끝인데
그게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계속 연락했다.
별 얘기 안 했다.
뭐 먹었는지
수업 뭐였는지
지금 뭐 하는지
진짜 아무 의미 없는 것들.
근데
이상하게 그게 제일 중요했다.
밤.
침대에 누워서
폰을 얼굴 위로 들고 있었다.
불은 이미 껐다.
방은 어두웠고
폰 화면만 밝았다.
톡이 왔다.
“너 오늘 뭐함”
나는 바로 썼다.
“그냥 집”
잠깐 멈췄다가
“너는”
읽음.
답이 바로 왔다.
“나도”
또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조금 있다가
걔가 보냈다.
“너 맨날 집에만 있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썼다.
“거의”
“나갈 일 없어서”
읽음.
그리고
조금 있다가 온 답.
“그럼 나랑은 계속 얘기할 수 있겠네”
손이 멈췄다.
…뭐지 이거.
장난 같은데
장난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짧게 썼다.
“그럴 수도”
답이 왔다.
“다행이다”
그 두 글자 보고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문 밖에서 엄마가 불렀다.
이제 자라
나는 대답 안 했다.
대신
폰을 더 가까이 들었다.
톡이 하나 더 왔다.
“잘 자”
나는 한참을 보고 있다가
천천히 썼다.
“너도”
그리고
폰을 끄지 않았다.
화면이 꺼질 때까지
그 채팅창을 계속 보고 있었다.
이상했다.
판보다
이 사람이 더 먼저 생각났다.
진짜로
이상한 거 같았다.
근데
싫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