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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점점 “연애만 해야 할 사람” 같아집니다

연애와결혼... |2026.05.27 01:54
조회 303 |추천 0

10대 때부터 가끔 네이트판을 보면서 “세상엔 이런 일도 있구나, 저런 일도 있구나” 하며 살아왔던 3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 남자입니다.
저는 이런 글을 판에 직접 쓰게 될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런 날이 오네요.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혼자 계속 생각만 하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적어봅니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와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 적는 글이다 보니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연애라는 게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는 다 알 수 없는 거니까요. 다만 지금은 그걸 같이 적을 상황은 아니다 보니, 제가 여자친구와 부딪히고 힘들었던 행동 방식들 위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T 성향이고 여자친구는 F 성향입니다.

저는 서울, 여자친구는 지방에 살아서 기차로 3시간 정도 거리입니다.
문제는 둘 다 직장을 옮기기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도 서울-지방 장거리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서로 중간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여자친구는 저한테 자주 “너는 안정감 있고 인풋과 아웃풋이 확실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 저는 감정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이나 책임감, 계획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여자친구는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감성적인 스타일입니다.


다만 저는 MBTI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냥 사람 성향 참고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MBTI 이야기를 정말 자주 합니다. 거의 말끝마다 MBTI를 붙여서 사람을 해석하려고 하고 비교하는 걸 좋아합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대부분 저와 본인이라는 겁니다.
“역시 T는 이래”, “F라서 그렇다”, “너 완전 T식 사고다” 같은 말을 자주 하는데 꼭 저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합니다. 처음엔 장난처럼 넘겼는데 반복되다 보니까 점점 피곤해집니다. 갈등 상황이나 감정 문제도 MBTI로 연결해서 설명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라기보다는 “원래 T는 그렇다”, “F는 원래 이렇다” 같은 식으로 흘러가는 느낌도 듭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점이 오히려 끌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치는 부분들이 생깁니다.

첫 번째는 술과 담배 문제입니다.
여자친구는 평소에는 담배를 안 피우는데 술만 마시면 담배를 핍니다. 저는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고요. 같이 있을 때 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제가 없을 때 술 마시면 혼자 연초를 사서 피웁니다.


저는 솔직히 여자친구가 담배를 안 피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습니다. 다만 저 역시 흡연자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뭐라고 하는 건 스스로도 내로남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피우는데 상대방만 뭐라 할 수는 없지” 하고 스스로 인정하고 납득하면서 넘어가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으로는 계속 신경 쓰이고, 특히 술만 마시면 담배를 찾는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는 성관계 관련 가치관 차이입니다.

저는 피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콘돔 착용을 원합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콘돔을 끼면 아프다고 너무 싫어합니다. 저는 늘 불안하고 조마조마합니다. 그래서 점점 관계 자체를 피하게 되고, 질내삽입보다는 다른 방식 위주가 되는데 여자친구는 삽입 관계를 원합니다. 이 부분이 점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는 술 마셨을 때의 행동입니다.
평소에는 얌전한 편인데 술만 마시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엄청 적극적이고 야한 말도 많이 하고 행동도 과감해집니다. 처음엔 그냥 둘 사이의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혹시 다른 사람들이랑 술 마실 때도 저럴까?” 하는 불안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술을 마시면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성관계를 했던 것도 기억 못한 적이 있고, 저한테 욕을 하거나 갑자기 울거나 토하기도 합니다. 술 취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느낌입니다. 본인 주량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꼭 한계를 넘길 때까지 마시는 걸 보면 점점 정이 떨어지고 불안해집니다.


네 번째는 애정표현 방식입니다.
장거리다 보니 쉬는 날에는 보통 2~4일 정도 같이 붙어 지냅니다. 그런데 헤어져서 각자 출근하는 순간부터 계속 “보고 싶다”, “좋아한다” 같은 말을 정말 자주 합니다. 저는 표현을 아예 안 하는 사람은 아닌데, 솔직히 너무 반복적으로 들으면 숨이 막힙니다.
4일 내내 같이 있었고 며칠 뒤면 또 보는데도 계속 그런 말을 들으면, 마치 저도 똑같이 계속 표현해줘야 하는 압박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표현을 덜 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도 들고요.


다섯 번째는 말투나 애교입니다.
연인 사이 애교 정도는 이해합니다. 근데 30대 중반인데도 “옴뇸뇸”, “푸잉”, “뀽” 같은 유아적인 표현을 실제 말로 자주 합니다. 텍스트가 아니라 진짜 입으로 냅니다.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 들을 때마다 솔직히 좀 오글거리고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저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서 티는 안 내는데, 가끔은 너무 버티기 힘듭니다.


마지막은 감정 표현 방식입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말을 안 합니다. 예전에 몇 시간 운전하는 내내 한마디도 안 하고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적도 있습니다. 며칠 동안 티를 팍팍 내면서도 이유는 말을 안 합니다. 저는 계속 분위기 풀어보려고 노력하는데 결국 술 마셔야 본인 속마음을 꺼냅니다. 그리고 그러다 또 울고 취하고 주량 넘기고 반복입니다.


물론 저도 여자친구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 모습들을 다 봐왔음에도 계속 타이르고, 좋게 이야기하고, 대화하면서 맞춰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결혼 상대라고 생각하고 만났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모습들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요즘은 결혼 상대로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점점 커집니다.
좋아하는 감정은 분명 있는데, 결혼까지 가기보다는 그냥 연애 정도로 끝나는 관계가 되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던 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관계를 극복하고 잘 이어간 경우도 있는지, 아니면 제가 지금 느끼는 불안감과 거리감이 결국 맞는 방향인 건지 객관적인 의견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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