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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의 향기

누렁이 |2006.11.16 16:18
조회 34 |추천 0

나이테의 향기

김수목

벌목꾼인 그의 집에는 나이테가 많았다 벌목을 하고 남은 나무토막을 집에 가져와 여기저기 세워 두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나이테의 무늬와 눈길이 마주친다 나이테로 남겨진 나무들의 무늬에서는 숲 속 버섯 향기가 난다 소나무에서는 느타리버섯, 박달나무에서는 영지버섯, 참나무에서는 표고버섯의 향기가 난다

그의 집에 들어서면 나이테들이 파문을 일으키는 게 보인다 무수한 파장으로 그의 가족들을 감싸고 있는 것이 보인다 숙제를 하는 아들 녀석의 가마꼭지에서 나이테 무늬가 어른거리고 학원에 다녀오는 딸아이의 손가락 끝에도 나이테 무늬가 보인다

그의 귀가가 늦어진 날이면 나이테의 향기가 집안을 진동한다 느타리, 영지, 표고버섯의 향기가 집안을 푹 감싼다 가장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나이테의 안쓰러운 무늬까지 겹쳐 집안에 가득 숲이 들어와 있다.


<시작 노트>

무엇이든 처음이라는 낱말은 황홀하다.
첫사랑, 첫눈, 첫, 처음의 여운은 마지막까지 남는다.
아직도 처음의 설레는 마음은 여전하다.
도로공사로 파헤쳐진 절개지, 갓 베어낸 나무 밑둥의 선명한 나이테, 바닷물이 밀려나간 물결자국만 남은 갯벌, 소나기 내린 후의 말간 하늘 같이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은 자연의 내밀한 속살을 엿보는 기분으로, 처음의 떨리는 손으로 나는 시를 쓴다.

거실 벽에 나무토막 몇이 기대어 서있다. 나이테도 뚜렷한 소나무, 감나무, 속이 뻥 뚫린 오동나무, 목수들이 켜다 버린 것들.
그들에게서는 향기가 났다. 목재의 순수한 향기는 오래도록 코끝에 남아 있다.
한때 공공근로사업으로 태화산에서 숲가꾸기에 참여했던 지인에게서 받은 구름버섯, 영지버섯도 함께 나무토막 곁에 있다.
그들을 보면 숲이 다가온다.

첫시집의 표제시도 '나이테의 향기'가 되어 버린 까닭도 시의 완성도보다는 시의 분위기를 택했다. 가장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시를 고르다보니 자선 대표시도 '나이테의 향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김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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