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독일산 스포츠카를
가장 멋있게 타는 법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려온 포르쉐 911에도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드는 낭만이 숨어있었다. 레이스에서의 감동적인 도전기와 치열한 승리만이 ‘911표 낭만’의 전부는 아니었다
포르쉐는 이 세상 수퍼 스포츠카의 대표 중 하나다. 근육질 보디에 거친 사운드, 무지막지한 가속력에 찰고무 같은 코너링 실력까지 갖춘 수퍼 스포츠카라 하면 으레 야성미 넘치는 남성에 비견되곤 하는데, 포르쉐 911은 그 가운데서도 유독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911의 보디라인은 다른 수퍼 스포츠카들처럼 ‘마치 조각작품처럼 아름다운’ 미적감각을 탐하지 않는다. 오직 가장 능률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형태를 갖추는데 모든 집중력을 동원하는, 독일식 메커니즘이 또렷하게 살아있을 뿐이다. 어디 그 뿐이랴. 단 하나의 모델명으로 이토록 오랫동안 지배적 이미지를 유지해온 차도 911뿐일 것이다. 지난 1963년 세상에 태어난 이래 45년간 지켜온 것은 비단 모델명만이 아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아들 페리 포르쉐가 처음 다듬어냈던 그 형태 역시 기본틀을 전혀 흔들지 않은 채 그 오랜 세월을 버텨오고 있다. 포르쉐는 911 하나만으로 세계 최정상의 스포츠카 브랜드가 되었지만, 동시에 911로 인해 다른 시도에서는 도통 재미를 볼 수가 없었다. 911은 포르쉐에게, ‘인간의 힘으로 어찌하기에는 너무나 압도적인 이미지’인 것이다.
밸런스가 생명인 고성능 스포츠카에게 911의 뒤 엔진-뒷바퀴굴림 구동계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약점이었다. 무게중심이 온통 차체 뒤쪽으로 집중돼있으니 안정적인 성능을 이끌어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런데 포르쉐는, 매번 모델 체인지를 행할 때마다 기술적으로든 디자인 측면에서든 911의 밸런스를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911을 두고 “아직 미완성이며,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지구상 유일의 스포츠카”라는 레토릭이 등장하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게다.
포르쉐를 그렇게 고집불통에다 엔지니어링으로 가득한 브랜드로만 알아온 이들에게, 타르가는 무척 뜻밖이며 신선한 자극제다. 그 자체로도 밸런스 조율이 쉽지 않은 구조인데 거기에다 개폐식 초대형 글라스 루프를 올릴 생각을 하다니, 허를 찔린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타르가는 실상, 미국 시장의 온갖 안전 관련 규제를 빠져나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지난 1965년 등장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데뷔 이후 기대에 못 미친 완성도와 태생적 한계로 인해 늘 시장의 질타를 들어야만 했지만, 포르쉐는 타르가를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는커녕, 오히려 슬라이딩 글라스 루프를 올리고 보디 강성을 더하는 등 911 배지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조금씩 나아갔다. 정통주의자들은 ‘쿠페와 엇비슷하나 유리지붕을 덮어쓴 911’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지만, 포르쉐는 고집불통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997 버전에 이르러 타르가의 안정화에 성공을 거둔다.
언뜻 보면 타르가라고 해서 쿠페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뒤쪽으로 흘러내린 루프의 커브가 좀더 가파르고, 리어 윈도가 더 넓을 뿐이다. 하지만, 쿠페와 꼭 닮은 보디에서 반짝이는 ‘유리지붕’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보다 더 매혹적이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아름다운 대신 잘 벗겨지는 단점이 있었다면, 타르가의 유리지붕은 한여름 뙤약볕에 약하다. 타르가를 절대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포르쉐는, 그래서 버튼 하나로 여닫히는 망 스크린을 마련했다.
쿠페와 똑 같은 디자인의 운전석에 앉으면 포르쉐가 왜 그토록 타르가를 고집해왔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머리 위로 보이는 선명하면서도 차가운 겨울 하늘은 여간 멋진 게 아니다. ‘베이비 시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는 뒷좌석도 탁 트인 유리지붕 덕에 시각적으로나마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유리지붕 뒤쪽은 마치 테라스 해치백의 그것처럼 활짝 열리기도 하고(포르쉐는 이를 타르가 플랩 게이트라 부른다), 운전석 머리 위는 대형 선루프처럼 개방되기도 한다. 평범한 차에서도 비범할 이런 기능들을, 초고성능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다는 예기치 못한 사실이 묘한 흥분을 자아낸다. 고성능 스포츠카에 이런 기능들을 일일이 챙겨넣은 주인공이 포르쉐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독일 엔지니어링의 전형으로만 생각했던 포르쉐에 이런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니 말이다.
론, 낭만을 즐기자면 희생해야 할 부분도 있게 마련이다. 타르가의 시동을 걸고 달리다 보면 유리지붕 쪽에서 미세하게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추운 날씨 탓인가 했는데, 어느 정도 열을 받고 난 뒤에도 코너를 돌거나 급히 방향을 바꿀 때는 여전히 그런 소리가 들린다. 넓디 넓은 지붕 전체를 유리로 덮는 일은 결코 수월한 게 아니다.
이번에 마이너체인지를 거쳐 새로 선보인 타르가는 쿠페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달리 한 테일램프에 출력을 좀더 끌어올린 수평대향 엔진, 그리고 변화의 핵심이라 할 7단 PDK 더블 클러치 기어를 갖추고 있다. 3.8리터 수평대향 6기통 직분사 엔진의 최고출력은 이전보다 30마력 올라간 385마력. 최대토크도 42.8kg·m로 한층 보강했다.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 포르쉐 노트는 여전하다. 시동음은 미국산 대배기량 엔진보다 오히려 얌전하고, 저속주행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을 정도로 매끈하게 돌아가는데, 일단 가속 페달을 꾹 눌러 밟기만 하면 어김없이 그르렁대는 바리톤 사운드가 귓전을 때린다. 높은 옥타브의 굉음이 아니라서 편안하면서도 박력 있고, 신뢰감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속도계는 시속 200km 언저리를 마치 식은 죽 먹기처럼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린다. 언제 어디서든 득달처럼 달려나가는 순발력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세계 최강 육상 계주팀의 바통 터치가 이럴까. 물 흐르듯 이어지는 7단 PDK의 변속감은 직접 겪어보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차의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5초, 최고시속은 295km에 이른다. 그러나 타르가는 운전자에게 극한의 운전경험을 강요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에도 슬라이딩 루프를 열어놓은 채 ‘낭만’을 즐길 수 있게끔 열선 내장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준비했는가 하면, 풍성한 사운드의 보스 사운드 시스템도 빠뜨리지 않았다. 컨버터블보다는 훨씬 좋다 해도, 쿠페에 비하면 고속주행 안정감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게 사실. 하지만, 실제 시속 200km를 내 집 드나들 듯 들락거리는 운전자가 흔치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타르가는 쿠페가 갖고 있지 못한 비범한 개성을 갖고 있으니 눈 감아줄 만하다. 핸들링은 여전히 날카로우나, 돌덩이 같은 쿠페에 비해 서스펜션은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차체 강성이나 유리지붕의 특성을 고려한 세팅 아닐까 싶다. 시원한 유리지붕의 면적은 1.54평방미터. 고성능 스포츠카에 이 정도 크기의 유리를 덮자면 챙길 게 많을 것이다.
타르가는 컨버터블보다 더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구석을 갖고 있다. 도심지 한복판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홀딱 까발리지 않고도 오픈 드라이브를 만끽할 수 있다. 한 겨울, 열선 시트를 켜고 유리지붕을 열어놓은 채 타르가의 운전석에 앉아있으면 마치 나만을 위한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앉아있는 기분이 든다. 컨버터블의 지붕을 열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도심 한복판을 달리기가 망설여지는, 그렇지만 한번씩 시원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은 포르쉐 마니아들에게 타르가는 ‘받아들이기 힘든 변종’이 아니라 ‘기꺼이 끌어안아줄 이란성 쌍둥이’가 되어줄 것이다.
에디터 | 김우성·사진 | 최대일
Targa 4S
We say : 정통은 언제나 중요하다. 하지만 설령 전통에는 맞지 않더라도 빼어난 변종이 등장 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럴 때 전통 운운하며 애써 외면한다면, 그건 아집에 지나지 않는다
Price : 15,218만 원
Performance : 0→시속 100km 가속 4.5초,
최고시속 295km, 연비 8.0km/ℓ
Tech : 6기통 3800cc, 385마력,
4WD, CO2 배출량 294g/km
츨차:오토씨스토리(http://autocstor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