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
jude
http://www.cyworld.com/jude_queen
어디든 가보자는 생각으로 기차를 탄 지 80시간정도 되었다. 목적지까진 80시간정도를 더 가야한다. 뭔가를 보고 느끼자는 여행. 내 상상에서 기차가 여행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하지만 그게 실수라는 것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창의 아름다운 풍경은 이제 무미건조한 일상만큼이나 흥미 없는 것으로 변한지 오래다. 차라리 TV에서 아무렇게나 흘러나오는 광고들이 더 재밌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 가방은 가볍게 하라고. 이 말을 한 사람은 분명 여러 친구들과 여행했거나 비행기를 타고 다녔을 것이다. 아니면 정말 잠꾸러기였거나.
너무 지루하다.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아도 이젠 뇌가 잠을 거부하고 있다. 눈을 뜨고 창을 바라본다. 산과 나무가 스쳐지나간다. 지루함을 달래줄 어떤 것도 없는지 알면서 가방을 뒤진다. 벌써 몇 번짼지 모르겠다. 당연한 결과에 가방을 추스르고 멍하니 창을 본다. 내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후회된다. 돈만 있으면 그냥 내려서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다.
나의 일상도 그리 나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맥주 한 잔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농구도 하고, 여자를 꼬드기려 작전도 짜는.
아니야, 아니야, 또 돌아가면 분명 지루한 일상이 되고 말거야. 기차를 탄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무의미한 생활에 지쳤던 거였잖아. 근데 왜 그런 생활이 무의미하다고 느꼈을까? 음.......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았지. 때론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할 정도로 즐겁기도 했으니깐. 반대로 생각해볼까. 의미 있는 삶은 뭘까? 동기부여가들 책에서 너도 나도 말하는 꿈이라는 선물을 받는 인생일까? 꿈이라.......그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면 성공한 인생이라 할 만하지. 뭐를 해볼까? 음....... 영화감독도 괜찮고,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작가도 괜찮겠는 걸? 변호사나 교수도 괜찮네. 이런 생각을 하다 창을 바라보니 아까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다.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고 맑아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래엔 청바지처럼 짙은 바다가 나왔다.
아니야. 교수고 변호사가 괜찮고 할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점을 빼먹고 있었네. 지루하지 않는 삶을 원하는 거잖아. 열정을 다하는 삶이 바로 그것이겠지. 정말 내가 좋아하고 바라던 일. 현실에서 원하는 일 말고 내가 원하는 일. 그래 바로 그거야. 무의미한 삶이라고 느낀 것은 바로 이런 것 때문이었어. 열정의 열을 현실이란 냉기에 빼앗기고 있었던 거야.
생각처럼 쉬울까? 만약 실패하면 어쩌지? 안전한 길로 가면서 취미생활로 하면 어떨까?
비행기다. 나도 탔으면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겠지. 비행기? 비행기는 확률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하던데. 그런데도 한 번씩 사고가 나기도하지. 비행기보다 덜 안전한 다른 교통수단들은 어떨까? 사람들은 왜 그걸 타고 다니는 거지? 확률적으로 누군가는 사고를 당하게 되어있는데 말이야. 왜 자기들은 아니라고 생각할까? 음.......안전한 길? 내가 생각한 안전한 길이 정말 안전을 보장받은 길인가? 앗 내 꿈은 정말 험악한 비포장도로일까? 아니야, 분명 아니야. 그렇다면 당연히 꿈을 길을 걸어야지. 무의미한 삶을 탈출하기 위해서 여행을 나선 거잖아. 무의미함과 뜻있는 삶은 누가 느끼고 판단하는 거지? 바로 나잖아. 맞아. 만족스러운 삶은 내가 느껴야 하는 거지. 그래 맞아. 기차와 비행기는 다른 삶의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 바로 그거야.
비행기를 타고 갔다면 빨리 도착했겠지? 근데 내게 필요한 건 빨리 도착하는 건 아니잖아?
맞아 바로 그거야. 기차와 비행기는 달라. 아 이래서 기차여행을 해라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