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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 남편과 살기..

이글루 |2009.02.23 15:55
조회 3,922 |추천 0
 

2년 전, 그러니까 24살 때 지금의 남편과 결혼 했습니다.


남편은.. 저와 결혼 전엔 늘 혼자 였어요.


가정사가 복잡하고..


5살 때 어머님이 집을 나가신 후 계모한테 구박 받으며 고등학교까지 마쳤구요


20살이 되자마자 계모는 물론 아버지와도 인연을 끊고 산 지 10년 째입니다.


누나, 동생 다 연락을 끊고


지금 연락 하는 사람은 아주버님 한 분 밖에 없어요 (이것도 계속 제가 졸라서


아주버님 댁에 계속 가요..)


이런 저런 이유로 친구들과도 연락을 다 끊은 탓에 친구도 하나 없고..


연애할 땐.. 정말 세상에 저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절 정말 예뻐해주고.. 없으면 못 살 것 처럼 사랑해 주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고.. 지금은 결혼 한 지 2년이 되었네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10개월박이 아들도 있구요..







결혼하고 나서.. 문제는 조금씩 생겼습니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못 받은 탓인 지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남들과 좀 다르더군요


왠만하면 싫은소리 해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면 네네 할텐데


그 사람은 절대 그렇게 못 합니다.


자기 눈에 나이값 못 한다.. 싶으면 가차없이 한소리 해 버리죠


결혼해서 지금껏 회사를 2번 그만 뒀는데요


한 번은 아버지뻘 되는 현장 인부들이 농땡이 피운다는 이유로


"당신들 일 할 거 가져왔으니까 하라고!! "


했다가 싸움이 나서 관뒀고..


또 한 번은.. 경리가 자기를 공금 횡령했다고 의심했답니다


(제가 듣기론 신랑이 오해한 것 같은데..)


생각이.. 정말 부정적이예요


주위에 조언도 구해보고..


비슷한 경우가 있나 검색도 해 보고..


저 나름대로 신랑의 생각을 바꿔 보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습니다.


제가 받은 사랑도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었구요




날 화나게 해도 모르니까..


모르니까.. 이 사람은 몰라서 그런 거니까..


너무 화가나서 저 혼자 이불 뒤집어 쓰고 울지언정


신랑한테는 웃으면서 차근차근 예의라는 것을 하나하나 가르쳤습니다.


제 친구가 집에 놀러왔었을 때 별 것 아닌 일로 친구앞에서 저한테 소리 쳤을 때도


꾹 참고.. 친구한테는 내가 좀 심하게 했다고 그래서 우리 오빠가 화난거라고 말하면서


신랑한텐 친구가 가고 나서 내 친구 앞에서 나한테 그렇게 하면 내가 뭐가 되느냐


다음부턴 나한테 화나는 일 있어도 손님이 가고 난 뒤에 화내라 하고 말 했구요


제 치과 치료 때문에 울 아기 친정에 맡겼다가 다시 데려 왔을 때


엄마도 같이 올라오셨거든요 애기 갑자기 떼 놓으면 안 된다고..


제가 솔직히 살림을 잘 못 해서  ㅎㅎ 엄마가 구석구석 청소 다 해 주고..


가스렌지, 화장실, 집 구조도 바꾸고.. 서랍장까지 사 주셨어요


끼니 때 마다 사위 밥, 반찬 신경써서 챙겨주셨구요


그래도 울 신랑.. 고맙다고 말하는 게 아부같다고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안 하고


퇴근하고 들어오면 다녀왔음다~ 한마디 하고 작은 방 쏙 들어가서 컴퓨터만 해도


화 한 번 안 냈습니다.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요..


완전 세, 네살짜리 아기한테 하듯이.. 둘만 있을 때


여보..오늘 엄마가 고생하셨는데 고생하셨다고 한말씀 드려 착하지~ 하고..


제가 하나하나 가르쳐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길 다니거나 TV 같이 보면서 싫다, 쟤 왜 저러냐, 병신아니냐 이런 말 달고 살 때도


긍정적이게 남편 바꿔 보려고 그러면 안 된다 그 때 그 때 말 해줬구요..


정말 다행히도 울 신랑 존심 상해 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 눈에 보이더군요


그래도 가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는 말실수들은 어쩔 수 없는지라..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면 무조건 반말 하구요 ㅎㅎ


가까운 데 사는 사촌언니네 집 가면서


나한테 사촌언니면 오빠한텐 처형이니 손윗사람이다 예의 갖춰서 행동해라고  분명


당부를 하고 갔는데..


가자마자 반말 써서 사촌 언니와 오빠를 놀래켰죠 ㅎㅎ


그래도..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 큰 화 한 번 안 내고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말만 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한 번에 다 고치려고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고쳐나가면


언젠간 나아지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겠지.. 하구요






그래도 저와 아기를 너무 사랑해 주는 사람이라..


2년 동안 제 결혼 생활은 행복했다고 말 할 수 있죠.






가끔은.. 제가 하는 충고들이 기분나쁠 때가 있는지..


화를 낼 때도 있습니다.


이번 구정에 저희 큰 집으로 갔는데


저희 결혼하고 밥 한 번 해 준 적 없다고


둘째 큰아버지, 큰어머니께서 힘들게 음식 준비 다 하시고


저희를 위한 상이라고 다 같이 식사한 적이 있습니다.


밥을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길래 작게 오빠 큰어머니께 감사드려요 하고 말씀 드리고 먹어


했더니.. 눈칫밥 먹게 한다고 화내더군요


다른 친지들도 다 있는 앞이라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하고 밥 먹었는데


반공기도 안 먹는 울 신랑..


어른들 눈치 못 채게 그 밥 제가 다 먹느라 배 터지는 줄 알았음다.. =_=


그리고 오늘..


친구 언니 결혼식 갔다오는 길에 친구 두 명을 같이 태워서 집에 가는데


제 친구들한테 자꾸 반말을 쓰는 겁니다.


신랑한테 작게 내 친구들한테 존댓말 써야 한다고 얘기했죠.


그게 기분 나빴나 봅니다.


출발 하기 전 아기를 카시트에 앉히고 친구들 두명 뒤에 타고 제가 앞좌석에 타고 가는데


친구들이 카시트 매는 법을 몰라서 제가 그냥 놔두고 잡아만 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가다가 차가 급정거를 했는데 아기가 앞으로 쏠려서 큰일날 뻔 했죠..


아기 그냥 놔두라고 한 제 잘못이죠..


신랑도 놀랬던지 소리 지르면서 내가 카시트 매라고 했지!!!!!!!!!


제가 친구들한테 왜 소리를 질러? 그리고 반말 하지 말랬잖아 했더니 아기 큰일 날 뻔 했잖아!!


이 상황에서 체면 치례 차리게 생겼어?


여기까진 신랑 잘못 없는데요.. 제가 잘못한 거니까요


중간에 친구들 휴게소 가고 제가 아까는 내가 잘못한 거라고 말하곤


반말 쓰지 말라는 게 기분 나빴냐고 했더니


존대를 왜 써야 하는데? 하고 되묻는겁니다.


이 때 제가 안 되는건데.. 너무 화가 나서 와이프 친구한텐 존댓말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그런 당연한 것도 모르냐고 소리를 질렀고 남편은 자기가 못 배워서 그렇다고 소리 지르며


씩씩 대더군요.


곧 친구들이 와서 차에 탔고 저도 화가 잔뜩 난 상황에서

안전 벨트를 메라는 남편의 말을 5번 정도 무시했습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저한테 그러더군요


“ 반말 한 게 그렇게 잘못이냐 이 씨X년아!! 사람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씨X년이 장난하나 지금 ”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심한 욕에 전 순간 멍했죠


온 몸에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고 뒤에 있는 친구들 앞에서 발가 벗겨진 채로 내동댕이 쳐 진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잖아요..


전 그렇게 자기를 이해하면서 모든 걸 참았는데.. 안전벨트 메라는 말 무시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욕을 하다니..


충격이 너무 컸습니다. 아무 말도 못 하겠더군요.


친구들 내려주고 집에 가는 동안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집에 가서 문을 쾅 닫으며 작은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더군요


한참 뒤에 나오길래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자기도 나한테 정말 실망했다고.. 그래서 한 소리 한 거 가지고 그렇게 쉽게 이혼 소리가 나오냐고 하더군요.


그런 욕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고 했더니.. 자기는 살면서 자주 들었는데 왜 넌 못 듣냐고 하더군요


말 하기도 싫고 싸우기도 싫고.. 앞에 있는 내가 사랑하던 신랑이 그냥 무서웠습니다.


무섭기만 했습니다..


상처가 너무 커서 눈물이 그치질 않아 울고 있으니까..


자기가 호구로 보이냐고 하더군요


눈물만 글썽이고 앞에서 질질 짜기만 하면 무조건 자기가 용서 빌어야 하고 내가 나쁜놈 되는거냐고 하더군요.




자기가 수긍이 안 가는 이런 별 것 아닌 이유로 이혼 해 줄 수 없답니다.


나가려는 신랑 붙잡고 울면서 제발 나랑 이혼해 달라고 했더니 그제야 장난이 아닌 것 같았는지 진지하게 대화를 하더군요


자기가 몰라서 그런건데 참아주면 안되냐구요


용서해 달랍니다. 앞으로 잘 하겠다고..


그러면서 항상 하던 것 처럼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절 껴안으려 하더군요


너무 끔찍해서 뿌리치곤.. 오빠 입장에서의 오빠를 이해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전혀 이해가 안 된다.. 고 말했죠


생각 좀 해 보려고 작은방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데


저한테 한 욕만 머리에서 멤 돌뿐.. 답이 안 나옵니다..


충격이 너무 컸는지 머리가 깨질 것 처럼 아프더니 속도 울렁 거려서


결혼식장에서 먹은 음식 다 토하고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었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평생 상처로 남을 것 같고..


평소엔 100점짜리 남편이다가도 한 번 화나면 밥 먹다 숟가락 집어 던지고..


친구들 앞에서 욕하고.. 자기 자신도 자기가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답니다.


평생 이 사람하고 산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있을 걸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이혼하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너무 무서워요


남편은.. 제가 아파서 누워있으니까 청소하고.. 설거지도 하고.. 아기 이유식까지 만들어서


먹이고.. 잘 때도 자기가 아기 데리고 잤습니다.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 신랑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지금껏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상처받았던 것들.. 변화  시켜보려고 노력했던 것들..


연습장에 6장 정도 쓰고 마지막에 헤어져 달라고 했습니다.


다른 부부들처럼 지저분 하게 헤어지긴 싫다고.. 난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아기만 키울 수 있게 해달라고 썼습니다.


회사에서 편지를 읽었을 거예요.. 






너무 피곤해서 아까 1시간 정도 아기 안고 잠들었는데


꿈에 남편이 나와 욕 하면서 절 때리더군요..


꿈이지만 너무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제가 이 사람과 살면


이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죠..





왜 그렇게 남들보다 일찍 결혼했냐고 사람들이 그럴 때 마다..


난 남들보다 일찍 행복해 진거라고 말하던 저 였는데..


가장 나쁜 것이 혼자인 사람에게 사랑을 알게 해 놓고 끝까지 사랑해 주지 못 하고


중간에 버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자신이 없어요.. 제 사랑이 부족한 탓일까요..


절 보며 웃는 우리 아기를 보면 눈물만 나고.. 정말 너무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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