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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ROR제 8장

레모네이드 |2004.04.01 13:54
조회 1,110 |추천 0

 

 

8장 - (1)


 

 

있을 턱이 없는 입맛이지만, 단지 육체에 살아갈 영양을 주려 입에 밀어 넣던 가진은 결국 간단한 치즈샌드위치 조차 끝까지 먹을 수가 없어 식사를 포기하고는 샤워를 하기로 했다.
머리 위의 정면과 가슴높이의 양옆에서 강한 수압을 자랑하면 쏟아지는 뜨거운 샤워줄기아래에서 가진은 무심한 손길로 몸에 샤워 젤을 거품을 내 마사지를 시작했다.
코끝에 맴도는 라즈베리향이 오늘은 기분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정말 필요도 없는 눈물이 과거의 허상과 함께 흘러 나왔다.
언제인가 태민이 샤워를 마치고 드라이를 하는 그녀에게 다가와 좋은 향기라며 그 과일향을 물었을 때 자신이 기뻐하며 라즈베리향이라고 답했던 것이, 지금에는 이 남편이라는 남자가 그 샤워 젤을 다른 여자에게 선물을 한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에 치가 떨리고 아직도 지나간 기억 때문에 병신처럼 눈물이나 짜는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넌....... 그 남자에게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해! 주는 것에만 만족하는 애완견 같은 여자가 바로 너라고. 최소한 들개는 사는 것이 고달파도 자유는 있는데 말이지.]
가진은 샤워부스의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는 부스 밖으로 물이 뛰어 바닥이 젖는 것도 무시하며 부스 안 선반에 놓여져 있는 그녀의 라즈베리향의 샤워 젤과 마사지타월을 욕실 문을 행해 힘껏 던졌다.
[다시는.....내 서러움에 흘리는 눈물 따위는 없을 거야. 다시는!]

 

 

 

 

 

8장 -(2)

 

 

 

바닥을 어지럽게 뒹굴고 있는 물건들에 눈길조차 주는 것을 거부한 가진은 욕실에 있는 작은 캐비닛에서 타월지로 만든 샤워가운을 걸친 후 욕실을 나와 거울이 유난히도 커다란 화장대 앞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이 화장대의 거울을 유난히 좋아했던 사람이 태민이었다는 생각에 이 거울을 산산조각을 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용기는 없었다.
'용기도 없으면서....... 네 남편이라는 남자가 주는 권리라는 것에 목을 매고 살아야하는 불쌍한 여자가 바로 너야. 사람들은 내 앞에서 웃지만 뒤에서 얼마나 비웃을 까? '
가진은 거울 속에 반사된 자신의 비겁한 얼굴이 너무나 싫어 두 손을 올려 얼굴을 감싸버렸다.
' 그래도 죽고 싶은 생각은 나지 않으니 다행이구나. 아직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삶인가 보지? 그런 거야? 현 가진? '
다시 올라오는 서러움을 억지로 삼켜버린 가진은 천천히 손을 얼굴에서 내리다 그만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당신!!]

 

[당신 아직도 뭐하고 있는 거야? 오늘 저녁에 부부동반 모임이 있잖아. 어서 갈 준비해야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소리도 없이 들어 왔는지에 대한 의문점은 잊어버린 채, 가진은 자신의 뒤에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태민이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하여 미소를 지어 보이자 저절로 짜증이 치밀었다.
[혼자 가기로 했잖아요. 게다가 부부동반이라고 한 적이 없었잖아요?]

 

[그렇지...... 그 남자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지.]

 

[대체 무슨 말이에요? 그 남자는 또 누구냐고요?]
가진은 화장대에 딸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남편에게 돌아서고는 그를 노려보았다.

 

[ 그 남자는 바로 당신의 남편인 태민이고 나는 현 가진, 당신의 또 다른 남편이지.]

 

[지금 나랑 농담해요?]
'나를 미치게 만들어 정신병원에 낳을 작정이라면 방법치고는 유치하군. 강 태민!'

 

[그렇다면 가지고 나가지도 않은 열쇠가 저기 화장대 위에 있는 데 내가 어떻게 소리도 없이 들어 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분명 이 남자는 자신이 속으로 비웃어주며 경멸하는 남편이 맞는다 치더라도 그의 열쇠가 바로 화장대 위에 조용히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가진 역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떻게 들어 왔는 지 내가 알 바가 아니에요 . 어차피 병풍주제에 주인이 드나드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겠어요? 그러니 당신의 병풍이 먼지나 털게 저리 비켜주시겠어요?]
'미쳤군. 저 남자에게 빈정거리고.'

 

[뭐 누군들 쉽게 이해할 상황은 아니지. 하지만 난 당신의 남편은 아니야. 나는 현 가진 당신을 위한 완.벽.한 남자라구.]

 

[그만해요. 좀!!!]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무엇이던지 저 얼굴에 던져 찢어 버리고 싶었던 가진은 고개를 돌려 무엇이 있는 지 살폈다.

 

'아, 역시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
자신을 만든 존재들이 예상한 대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가진을 향해 서글픈 미소를 짓던 또 다른 태민은 화장대 위에 놓여져 있는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누르고는 신호가 가자 스피커를 열어 놓았다.

/유정?/

순간 가진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분명 그녀도 이 번호를 알고있다 소리였기에 그는 가슴이 아팠다.

 

/태민씨, 방금 전에 도착한다고 전화하고는 30초도 못 견디고 다시 전화예요?/

가진은 스피커폰에서 흘러나오는 간드러지는 유정의 목소리에 몸서리를 쳤다.
'자존심도 없이 다시 그 남자를 만나는 너도 한심한 인생이구나'

 

/지금 도착했어./

 

/어머 누가 왔나? 아이~ 당신 온다고 다 벗고 있었는데. 잠깐만 /

 

멀리서 현관 벨이 울리는 것이 가진의 귀에서 들리고 곧이어 유정의 즐거운 목소리와 분명 자신의 남편인 태민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크게 들려왔다.
'내가 미쳤나'
자신의 얼굴에서 피가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유정의 집에  있는 것이 태민이라면 지금 내 앞에 있는 태민은 누구?'
전화 반대편에서 들리는 남녀의 목소리가 점차 잦아들면서 짐승들이 내는 듯한 교성으로 들리기 시작하자 가진의 앞에서 지켜보던 남자가 스피커폰을 꺼버리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가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당신.... 당신 누구 에요? 누구냐고요?]
심장이 공포로 죄어들어 호흡조차 어려워 손을 가슴께에 얹은 가진은 자신의 남편이면서도 동시에 남편이 아닌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남자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는, 나는 현 가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지.]

 

[오, 맙소사...]
가진은 그 자신 또한 태민이라는 남자의 말에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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