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노숙자와 악수를 했습니다.

학생 |2009.02.28 20:18
조회 41,113 |추천 41

사진을 올렸었는데, 제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죄송합니다..;;

 

------------------------------------------------------------------------

 

안녕하세요

올해 21살이 되는 군입대를 앞둔 학생입니다.

 

조금 전에 한 할머니에게 두유를 드렸다는 톡을 읽다가, 작년에 있던 일이 생각나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때는 작년 한 9월 쯤이었습니다.

 

저는 한 지인의 추천으로 초등학생 과외를 마치고 귀가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엠피를 귀에 꽂고 흥얼거리며 걷는데

이렇게 표현하기 죄송하지만 후줄근한 차림에 한 아저씨가 저에게 다가오시더라구요

저는 속으로

'뭐하는 사람이지? 나한테 말 안걸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며 그 아저씨를 지나치는데 그 분이 저를 붙잡으시더니 근처에 큰교회가 어디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근처 교회를 알려드리며, 무슨일이시냐고 물었더니 그 동네에 있던 이유부터 왜 교회를 찾는지까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화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그 분은 중학생 시절, 사고로 두 부모님을 잃으셨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후 3일 정도 공원에서 노숙생활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친인척도 없고 전과자라 취업도 어렵다고 하시면서, 3일 동안 먹은 음식이 조금 전에 부동산가서 얻어마신 물 한 잔 뿐이라고 시더라구요.

 저와 만났을 때는 수감생활 중에 만난 목사님으로부터 신앙심을 갖게 되었고, 출소 후 새 삶을 찾고자 큰교회를 찾아 봉사하며, 신앙심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교회를 찾던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이런 말 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크지만 제가 당시 있던 동네가 '의xx'였고, 근처에 '의xx 교도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괜히 저의 신앙 + 그 분에 대한 동정심으로 인해 그 분에게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미련이 남더라구요.(제가 착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며칠 굶으신게 힘드실테니 요기라도 하게 도와드리려고 지갑을 열어봤더니 만 원짜리 딱 한 장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또 많은 갈등이 되더군요.

2,3천원이면 요기는 할텐데.. 만 원을 드리기엔 너무 많고, 사실 조금 아까웠습니다. 그래도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넉넉하게 드시라면서 만 원을 모두 드렸죠.

 

그 때 그 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눈물을 글썽거리시며 제게 거듭 고맙다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악수를 청하시더라구요. 선뜻 도와드린것도 아니고 많은 망설임 끝에 도와드린건데 그렇게 고마워하시는 모습을보니 뭔가 부끄럽더군요.. ;; 그래도 내미신 손을 안잡기에는 무안한 상황이라 머쓱하게 잡아드렸습니다.

 

그렇게 잡은 손인데 참 많이 딱딱하시고, 까칠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그 까칠한 두 손으로 제 손을 놓지 않고 계속 잡고 계시는데, 손이 참 따뜻하더라구요;;

그렇게 5분여간 악수한 채로 서로 말없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급한 볼일이 생겨, 인사 드리고 집으로 향하다 문득 뒤돌아봤는데 그 분이 아직도 그 자리에서 저에게 손을 흔들어 주시더라구요..

 

그 날 집에 가면서 나름 훈훈하다는 생각에 말없이 제 손을 계속 쳐다봤습니다. 사실 노숙자라고 낙인찍힌 분들과 길거리에서 악수하며 긴 시간 대화 나누는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닌데, 어찌보면 이것도 인연인듯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지금도 핸드폰 메모장에 보면 그 분의 성함과, 그 때 제게 부탁했던 기도 제목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네요..

한동안 날도 춥고, 경제도 어려워서 많이 고생하셨을 텐데...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 ^^;

 

추천수41
반대수0
베플Motal Sin|2009.03.01 12:50
전 몇일전에 용산역에서 한 노숙자같이 보이시는 분이 휴지통에서 담배꽁초를 찾고 있는걸 봤죠. 그순간 그분에게 위로가 될수있는건 담배한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담배를 한대 드렸습니다. 그때 그분의 표정 잊을수가 없네요.

이미지확대보기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