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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동거> [1] - 내 인생의 999번, 우지훈 기자

김현정 |2004.04.04 16:32
조회 8,054 |추천 0

<달콤동거> [1] - 내 인생의 999번, 우지훈 기자


“잘 했다, 이 기자!”

 

“오오, 그래, 칭찬해주니 고마워, 우 기자!”

 

“당연히 칭찬해줘야지! 이 기자가 그렇게 수고를 하셨는데!”

 

“아, 그래! 알아주니 더욱 고맙네, 우 기자!”

 

지금 우 기자와 나는 ‘장기기증국민재단’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박 목사를 취재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박 목사는 우리나라에 아직 장기 기증이라는 말조차 낯설 때부터 이 운동의 필요성을 여러 매체를 통해 주장했던 인물이었다. 결국 그의 주장은 국민적인 캠페인으로 승화되어, 이제 장기 기증이라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조금씩 정착되고 있었다.

 

“난 가끔 이 기자의 그 엄청난 의협심에 정말 놀란다니까?”

 

“어어, 그랬구나! 그런데 왜 가끔씩만 놀랄까? 나의 의협심은 항상 불타고 있는데 말이야!”

 

그러나 박 목사는 알고 보니 목사 자격 조차 없는 사이비 목사인 데다, 기증 받은 장기를 가지고 거액에 팔아 넘기기까지 하는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래서 우 기자와 내가 비밀리에 취재하러 박 목사가 기거하고 있다는 기도원으로 온 것이었다. 원래는 우 기자 혼자 취재를 하려고 했지만, 사안이 워낙 크고 충격적인 만큼 특별히 우 기자와 나, 두 사람이 공동으로 취재를 해보라는 것이 데스크의 지시였다.

 

“어쩜 그렇게 분위기 파악을 잘 해서 상대방이 꼭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할까?

 

“그럼, 그럼. 내가 그런 거 이제야 알았어? 한 팀으로 일한 지가 벌써 1년인데. 그동안 몰랐다니 조금 서운하려고 하네.”

 

사실, 나는 박 목사와 이야기를 하던 중 너무 화가 나서, 취재를 해야 한다는 본분을 그만 잊어버린 채, 대판 싸움을 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그러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가볍게 비꼬아주기만 하려던 게 나의 의도였다.

 

하지만 순번제에 의해 장기를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돈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장기를 팔아넘기면서 자기 욕심만 채우고도 취재진 앞에서 너무나 당당한 박 목사의 뻔뻔스러움을 견디다 못해 점점 감정이 격해졌고, 아예 나중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워버린 것이었다.

 

우 기자는 어떻게든 박 목사에게 한 마디라도 더 따내기 위해서 나를 자제시키고자 애썼지만 나는 그런 우 기자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원래 우리 계획 대로라면, 박 목사가 목사 자격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갔다는 것도 일단은 숨긴 채로, 목사 자격증과 안수 받는 기념 사진을 촬영했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잡지 기사에서 밝히려고 했지만, 싸우다 보니 그 말도 엉겁결에 해버렸다. 결국 우리는 제대로 취재도 못한 채로 쫓겨났고, 당연히 가짜 목사 자격증과 안수 받는 사진도 촬영하지 못했다.

 

“정말 잘 했어! 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국민으로서 취재원을 대하는 그 자세, 정말 훌륭하다, 훌륭해! 너무 훌륭해, 이 기자!”

 

“칭찬도 반복해서 들으니 조금 역겨울 참이야. 칭찬하고 싶은 우 기자 마음은 알겠지만 이 쯤에서 접어주시는 게 어때?”

 

나도 내가 잘못했다는 건 알고 있다. 박 목사에게 대놓고 화내면서도 내심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번 기사가 실패한다면, 모든 비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 목사를 제대로 요리하여 취재하지 못한 나의 실수가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 기자는 저렇게 옆에서 나의 실수를 비꼬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너 잘 났다, 우지훈 기자!

 

“왜애? 위대한 이소영 기자의 의협심은 칭찬 받아 마땅하거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싶은 마음 뿐인 걸.”

 

“그 입 틀어막기 전에 조용히 해주셨으면 하는데?”

 

“난 아까 박 목사 만났을 때 이 기자 입 틀어막고 싶은 거 참았으니까, 이 기자도 지금 내 입 틀어막고 싶은 것 좀 참아주지 그래?”

 

내가 말을 말지! 그래, 떠들어라, 떠들어.
주차해둔 차에 오르기까지 우 기자는 계속 나한테 아주 잘했다며 비아냥거렸고, 나는 줄곧 참아야했다. 저것 가지고 언제까지 또 나를 괴롭힐지, 생각만 해도 아득하다.

 

“부장님한테는 이 기자가 말해. 오늘 취재의 놀라운 성과에 대해서.”

 

나는 우 기자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잠을 청했다. 잠이 올 리가 없지만, 그래도 두 눈 뜨고 멀쩡히 앞을 보며 우 기자가 하는 말을 다 들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가 잠을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우 기자는 2분에 한번 씩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 하며 나의 비위를 상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취재를 해놓고 잠을 주무시다니, 정말 이 기자의 평정심은 놀라울 정도라니까? 놀라운 의협심에 놀라운 평정심. 이 기자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쾅! 벌써 세 번째 창에 머리를 박았다. 우 기자가 일부러 거칠게 운전을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두 번까지는 참았지만, 세 번째는 너무 아파서 할 수 없이 머리를 어루만지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우 기자를 보았다.


“뭐 하는 거야, 지금?”


“뭐 하긴. 보람찬 취재를 마치고, 우리 잡지사로 돌아가기 위해 운전을 하는 중이지.”


“운전 좀 조심해서 할 수 없어?”


“내가 운전 실력이 좀 부족해서 말이야. 내 운전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면 이 기자가 운전하지 그래?”


나는 눈이 찢어져라 우 기자를 노려보았다. 내가 운전 면허가 없다는 것은 우 기자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미워죽겠네, 저 인간. 어떤 사람이 너무 미워서 죽은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없다면, 내가 그 첫 번째 사람이 될 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운전을 못 하면 그냥 적응하고 주무시던가,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내려야지 어떡하겠어.”


아,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짝이다!
우리 잡지사는 다른 데에는 없는 특이한 제도가 있었으니, 바로 커버스토리를 맡은 팀에 한해서는 두 명의 기자를 한 팀으로 묶어서 취재를 하는 것이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두 명의 기자가 같이 기사거리를 잡고 아이디어를 내라는 것이었다. 다양성과 우수성을 위해서라나.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와 한 팀이 된 우지훈 기자는 천성적으로 나와 절대 맞지 않는 인간형이었다. 붙기만 하면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던 것이다. 우 기자의 특기는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우기기. 우기기가 특기인 우 기자와 한 팀이라니!


지난 1월, 처음 그와 한 팀이 되었을 때부터 나는 그가 탐탁치 않았다. 그는 바람둥이처럼 아무 여자하고나 진한 농담을 주고 받거나 윙크를 해댔다. 그러나 유독 내게 만은 예외였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아마 우 기자도 우 기자 나름대로 내게 불만이 있는 모양이었다. 내게만은 다른 여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하지 않고 독설을 퍼부어대곤 했으니.


그러나 물론 전혀 아쉽지 않다. 우 기자 같은 인간의 윙크 따위야 전혀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별로 좋지도 않은 사람과 친한 척 하며 지내는 것보다는 으르렁거리며 지내는 것이 차라리 내 마음도 편하다. 그렇게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간은 짝이 바뀌게 될 7월만 기다리며 아주 고역을 치렀다.


그런데 이게 웬 일, 7월부터는 당연히 바뀔 거라고 생각하며 팀 편성을 봤더니 또다시 그와 한 팀이 된 것이었다. 물론 7월에 새롭게 한 팀이 된 이후로도 그와 나는 변함 없이 자존심 긁어가며 싸웠다. 하루라도 험악한 말이 오가지 않는 날이 없을 지경이었다.


“내가 운전하는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내려줄까?”


아, 진짜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구나! 나는 속으로 열을 세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바로 말을 했다간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 기자와 똑 같은 인간이 되기는 싫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거기까지 셌을 때, 우 기자가 할 필요도 없는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내 몸이 심하게 앞으로 쏠렸다. 하마터면 앞 유리에 머리를 부딪힐 뻔 했다. 우 기자를 밉게 노려보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투로, 아주 심드렁하게 우 기자가 결정타를 날렸다.


“왜 안 내려? 그래도 얻어타고는 싶은가 보지?”


“야! 우지훈!”


“내 이름은 또 왜 그렇게 불러? 내 본명을 기억해주시는 건 고마운데 말이야, 지금 이 기자는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를 때가 아닐 걸? 부장님한테 우리가 취재한 내용을 어떻게 보고할 건지 생각해야 할 타이밍일 걸? 나야, 뭐 워낙 덜 떨어진 기자니까 베테랑 이 기자가 부장님께 오늘 취재 내용은 보고하도록 해. 나, 우 기사는 운전에 집중할 테니, 이 기자님은 기사를 쓰시죠?”


그래, 맞다. 내가 지금 하찮은 우 기자 따위나 신경쓸 때가 아니다. 내 인생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우 기자 따위에 내 신경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기사를 생각해야지. 오늘 취재가 잘 안 된 게 치명적인 약점이긴 하겠지만, 만회할 방법이 있을 거야. 힘 내라, 이소영!

 

잡지사에 몇 년을 근무하면서 터득한 진리가 하나 있다. ‘그래도 잡지는 나온다’ 라는 것이다. 기사의 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취재가 잘 진행되지 않아 마감을 1초 앞두고 기사를 넘겨야 하는, 시쳇말로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잡지는 나온다’.


이번에도 잡지는 나왔다. 비록 박 목사 부분에서 본인의 직접적인 해명의 글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 재단에 근무하는 다른 사람을 취재한 것으로 어느 정도 모양새는 갖추었다.


나는 사실 김병대 부장에게 잔뜩 혼날 각오를 하고 있었다. 박 목사를 만나고, 아니 박 목사와 싸우고 돌아온 그 날의 ‘무용담’을 말 많은 우 기자가 분명히 퍼뜨리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말 없이 그냥 며칠이 지났고, 잡지까지 나왔다. 우 기자가 떠들고 다니지 않은 것이 좀 의외이긴 했지만, 뭐, 그런 얘길 하면 나만 욕 먹는 게 아니라, 한 팀인 자신에게도 불리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꼬르륵.’


다들 취재를 나가서 오후의 사무실은 썰렁하다. 나는 지난 주 특집 아이템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 주는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다음 호에 취재할 내용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자료 조사를 하고 있는데, 자꾸만 배에서 민망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 참, 시끄럽구만!”


귀는 어쩜 그렇게 밝을까.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우 기자도 한가하긴 마찬가지다. 나와 같이 지난 주 특별취재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나는 우 기자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모니터만 쳐다보았다.


‘꼬르르륵.’


민망하게 아까보다 더 크게 소리가 났다.


“어허! 그 소리, 심각하네. 그러게 아까 밥 먹자니깐. 아, 나는 배가 안 꺼져서 큰 일이네. 흠흠.”


아우, 얄미워! 그래, 넌 배 안 고프다, 이거지?
점심 시간에 우 기자가 점심을 먹으러 가겠느냐고 물었지만, 우 기자와 나는 계속 냉전 중이었다. 어차피 잡지가 나오는 수요일이라서 늦게 출근을 해도 되기 때문에 실컷 늦잠을 자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터라 밥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뱃속의 평화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꿀럭! 꾸르르륵!’


이제는 별별 소리가 다 나는군. 왜 하필 우 기자가 옆에 있을 때 이렇게 크게 소리가 난담.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터라, 내 배에서 나는 소리인지 다 알 것 같은데.


“소음 공해 때문에 일을 못 하겠네.”


하! 진짜 어이 없구만.


“그렇게 집중력이 없어서야 어떻게 기자 생활을 하나 몰라?”


나도 지지 않고 우 기자에게 응수했다. 우 기자는 내 쪽을 밉게 쳐다보더니 금세 자기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하! 내가 이겼다. 잘 했다, 이 기자! 훌륭하다, 이 기자! 그런데 슬그머니 웃음이 떠오르려고 하다가, 너무 배가 고파서 다시금 웃음이 쏙 들어갔다.


‘꼬륵! 꼬르륵! 꼬르르륵!’


아무리 내가 이겼다고 해도, 이 소리는 정말 민망하다. 아니, 민망한 건 둘째 치고 진짜 배가 고프다. 나는 별 수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나왔다.


“어디 가? 취재 가?”


밥 먹으러 가는 거 다 알면서 꼭 그러지.


“내가 어딜 가든!”


“어어? 그러다 치겠다.”


나는 돌아서서 우 기자를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알면 조용히 좀 하시지?”


우 기자의 어이 없다는 표정을 뒤로 하고 유유히 사무실에서 나왔다. 하하. 내가 또 이겼다. 잘 했다, 이 기자! 장하다, 이 기자! 이기자, 이 기자!

 

그리하여 햇살이 너무도 좋은 가을의 오후 3시, 나는 가을의 낭만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회사 근처 중국집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게 왠지 쑥스럽고 청승 맞은 거 같아서 차라리 굶고 말았는데 이젠 아니다. 배가 고프면 혼자서 아무데서나 잘도 먹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 두꺼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쌍쌍으로 다니는 연인들이 보였다. 대학 다닐 때 같은 과에 있었던 친구는 연인들이 얄밉게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늙기 시작하는 때라고 말했는데. 내 나이 스물하고도 아홉. 늙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한참 진행 중이다. 배가 많이 고픈데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것까지 화가 났다.


“아저씨, 언제 나와요?”


“이제 곧 나와요.”


중국집은 스피드가 생명인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김병대 부장이었다. 이제 막 자장면이 나왔는데.


“부장님.”


“이 기자야? 지금 어디 있어? 벌써 취재 나갔어?”


“아뇨, 그냥 잠깐 나왔는데요.”


“그래? 그럼 들어와서 나 좀 봐.”


“네?”


“잠깐 얘기 좀 하자고. 사무실 들어오면 바로 들러.”


먼저 전화가 끊겼다.


어? 무슨 일이지? 기사가 뭐 잘못된 거라도 있나? 아니면, 우 기자 이 인간이 좀 한가해진 틈을 타서 부장한테 내가 박 목사하고 싸웠다고 일렀나? 괜히 심장이 쫄아서, 망설이다 핸드폰을 열고 우 기자 단축 번호인 999번을 꾸욱 눌렀다. 우 기자는 내 인생의 맨 마지막에 있는 존재라는 뜻으로 저장해 놓은 번호였다. 그런데 내 인생의 999번 우 기자는 두 번이나 연속해서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으이구, 이 밉상! 내 전화는 안 받겠다, 이거지? 누가 이기나 보자. 나는 자장면을 꾸역꾸역 밀어넣으면서 우 기자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


“왜!”


세 번쯤 더 했을 때 드디어 우 기자가 전화를 받았다. 하하하. 내가 이겼다.


“사무실에 무슨 일 있어?”


“이 기자가 없으니 아주 평화로워.”


그래, 그렇겠지! 나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물었다.


“부장님 거기 계셔?”


“그럴 걸? 왜 그러는데?”


“부장님이 우 기자 보자고 안 하셔?”


“이 기자, 뭐 사고 쳤어? 하긴, 찔리는 게 한두가지겠어.”


“됐어! 끊어!”


밉상, 밉상, 저렇게 밉상일 수가 없다. 정말 부장한테 일렀나 보군. 그럼 그렇지, 저 인간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내 약점을 잡았는데, 어째 조용하다 했다. 기사 쓸 때는 바빠서 아무 말 안 하더니, 한가해지자마자 일렀겠다? 우 기자와 같이 부르지 않은 걸 보면 분명히 나만 불러다 혼내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자장면은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도저히 그냥 일어날 수가 없네. 다른 사람들은 걱정이 있으면 음식도 안 넘어간다고 하더구만, 내 위장은 웬만한 걱정 정도는 끄떡없을 만큼 아주 튼튼하다. 나는 기어이 자장면 한 그릇은 깨끗이 비우고, 나의 위장은 가득 채우고서야 중국집에서 나왔다.

 

휴우. 부장실로 가려니 새삼 떨렸다. 배가 부르니까 그래도 낫지, 배까지 고팠으면 더 떨렸을 것이다. 저쪽,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우 기자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흥. 남의 약점을 찔러다 바치니까 기분이 좋냐? 나는 우 기자를 한번 쏘아본 다음, 부장실 문을 노크했다.


“부장님!”


“어, 그래, 들어와.”


김병대 부장은 막 나온 잡지를 훑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펼쳐진 페이지를 보니, 내가 쓴 기사여서 다시금 겁이 더럭 났다.


“저…, 부장님…, 무슨 일이신지….”


“이 기자, 이번 기사 말이야….”


“네….”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재미있네? 하하하.”


“네?”


“나름대로 선방했어. 칭찬하는 건 아니지만, 뭐. 시간도 부족하고 했는데, 선방했어. 수고했고….”


에잉? 이건 또 무슨 말이람? 지금 나 혼내려고 부른 거 아니었나? 아니면 우 기자 주특기처럼 나를 비꼬고 있는 건가? 내가 멍한 표정으로 부장을 보는데, 유쾌한 표정으로 김병대 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이 기자 아끼는 거 알지? 그래서 부탁을 좀 하나 하려고 하는데 말이야.”


“무슨…, 부탁이요?”


“신문사 쪽에 미국 특파원으로 있는 김영준 선배 있잖아, 어머님 때문에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 들었어? 많이 위독하신가 보더라구. 대신 거기에 내가 가게 됐거든. 가족들 때문에 좀 망설였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야, 가족들하고 같이 갈 거거든? 그동안 집 좀 봐줄 수 있나 해서. 아파트인데 말이야, 관리비만 내고 있으면 되는데. 이 기자, 혼자 자취한다며? 부담스러우면 안 그래도 되고. 바로 다음 주에 출국하는데, 그 사이에 집에 빠질까 싶네.”


아니, 집을? 게다가 아파트를 관리비만 내고? 나는 이 반가운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지금 사는 자취방 계약 문제도 걸려있고 하니, 먼저 주인 아줌마와 얘기를 해야 했다.


“부장님, 감사한데요,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그래, 그래. 그래도 빨리 결정해줘. 그래야 나도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 일단 짐은 이번 주 주말에 다 빼놓을 거야. 필요하면 식탁 같은 건 놓고 갈 테니까 쓰라구. 이사는 이번 주말 지나고 나서 아무 때나 해도 될 거야.”


김병대 부장이 사람 좋게 웃는 것을 보며 막 나오려는 참이었다. 우 기자가 상기된 얼굴로 들어오다 나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찡그리며 우 기자를 보는데, 우 기자는 내가 안중에도 없었다.


“저기, 집 때문에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조용히 처리하려구 했더니.”


나는 당황해서 우 기자를 쳐다보았다. 이 막 나가는 인간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밖에서 엿듣기라도 했나?


“그거 부장님이 나한테 말씀하신 거야.”


내가 말했지만, 우 기자는 나를 상관도 하지 않고, 부장을 똑바로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저, 인천에서 출퇴근하는 거 아시죠? 집도 너무 멀고 좀 나와서 살고 싶기도 했고…. 어쨌든 부장님, 이 기자는 지금 사는 집도 있지 않습니까?”


“안 돼요, 부장님! 저한테 먼저 얘기하셨잖아요.”


“먼저 확실한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 맡겨야하는 거 아닙니까?”


“나는 누가 오든 좋으니까 나가서 상의해보라구. 여기서들 이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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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현정입니다^^

이 게시판에 처음 글을 올리려니 떨리네요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겪을 것 같은, 혹은 내가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미 짝이 있으신 분이라면 내가 했던,

바로 그런 현실감 묻어나는 사랑 이야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겨야 하는 여자 이 기자, 우기기 좋아하는 남자 우 기자,

그 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다른 사이트에서 이 글을 보신 분도 계시죠?

그쪽하고 좀 다르게 고친 부분들이 꽤 있고요,

게시판 활동을 이곳에서 새롭게 해볼까 했던 건데, 양해를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현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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