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 필리핀 마닐라 시티에서 연수 중에 있는 고3학생입니다. 뜬금없이 이런 글 올려서 죄송하고요. 그냥 톡을 자주 들러보다가 소설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길래 제 마음이 절로 움직이네요. 하하;; 사실 1년전까지만해도 판타지 소설가가 꿈이었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공부 때문에 포기해버렸네요... 아니요. 아직 확실히 포기한건 아니고 잠시 중단한? 상태이겠죠? 이 블러드 에덴 분량만 2권 분량을 썼는데 포기하긴 너무 아쉽네요. ㅎㅎ;; 그래서 그저 심심하기도 하고 여기다 한 번 올려봅니다. 어떤지 혹독한 평가 부탁드려요. 반응 좋으면 다음 편도 꾸준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www.cyworld.com/01029583037 제 홈피에요. 그냥 올려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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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부터 시작.
“후우.. 후우..”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오는 것은 왜일까. 손에 들린 엄지 손톱만한 스위치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게 끝이 나거늘, 왜 이리도 미친 듯이 떨려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
커다란 비행기 한 대가 육중한 소음을 내며 공항에 당도하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 없다. 꽤 많은 희생양이 생긴다지만 그보다 더 많은 희생양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체 안에는 무수히 많은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그 모두가 오로지 한 가지 공통 된 것을 폭파하기 위해!
부순다. 깨뜨린다. 파멸한다!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이 세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덜덜 떨려오는 손은 어느새 스위치 버튼을 꾹 눌렀다. 이제 그 엄지손가락을 때면 모든 것이 끝이 나고, 이 저주스런 세상에서 해방될 것이다. 때어라!
쾅-!
“컥?!”
그것도 잠시 곧 사내의 귓가로 마치 천둥을 내리치는 듯한, 한 발의 총 성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스위치를 눌렀던 엄지손가락이 자연스레 때어진 것은 물론이요. 사내의 몸이 허물어지듯 무너지는 것 또 한 물론이렷다.
콰앙-!
커다란 창틀 밖에 비친 비행기가 갑작스레 폭음을 내더니, 기체 밖으로 연신 검은 연기와 불을 내 뿜기 시작했다.
‘아, 안돼..!’
기체 안엔 분명 이유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무수히 존재할 것이다. 가족들과 화목하게 여행을 즐기다, 귀환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사업상 외국에 나갔다 피로에 지쳐 돌아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한데 그런 그들을 가차 없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만들었다.
검은 연기가 파란 하늘을 일순 뒤덮으며 많은 사람들을 탑승한 비행기가 광 소리를 내며 지면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허나 막을 수 없었다. 그저 더욱 많은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들을 피신시키는 것과 비행기의 추락 즉시, 소방부대를 투입시키는 것 밖에는.
“쿨럭, 쿨럭!”
멍한 눈길로 그런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던 사내의 입가로부터 검붉은 혈을 토해낸다. 그렇다. 조금 전의 총 성은 자신을 노린 것이다. 바닥은 이미 복부에서부터 뿜어진 피로 젖혀 내려갔다.
핏발 선 눈길로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긴 금발의 사내가 검은 리볼버를 쥐고 서 있었다.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에도 검은 정장과 긴 금발이 무척이나 조화롭다는 생각이 든 그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소음방지용이라지만 역시 리볼버를 잠재우기엔 심히 부족한 듯 하군.”
총 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그마한 구를 바닥에 내팽개치듯 버린 금발의 사내가 곧 귀티 있는 걸음걸이로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마지막 장식치곤 약간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아 있군.”
꾸욱!
“크윽..!”
어느새 사내의 앞까지 당도한 금발의 사내가 자신의 발을 들어 보이며 바닥에 쓰러진 사내의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이에 사내가 고통에 찬 신음을 터뜨렸다. 정말 아쉽기 그지없었다. 이 일만 성공한다면 자신은 평생 동안 놀고먹고 할 수 있는 엄청난 부를 손아귀에 쥘 수 있었다. 한데 분명한건 성공은 했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금발의 사내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지어보인 사내를 한 편의 화를 감상하는 듯 한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리볼버의 총구를 사내의 머리를 향해 겨냥했다.
“과거의 정을 삼아 고통 없이 죽여주마. 지저스가 정말 존재한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봐.”
쾅-!
그 말로 끝이었다. 검은 리볼버에서 불똥이 튀기며 조금 전 보다 더한 광 소리가 울렸고, 사내의 머리가 쉽사리 부서지며, 그 사이로 검붉은 피와 뇌수가 터져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발끝에 뭍은 사내의 머리에서부터 쏟아진 분비물을 지그시 바라보던 금발 사내의 시선이 곧 커다란 창틀을 향했다.
리볼버의 소리는 이미 비행기의 추락으로 인해 묻혔다. 그럼으로 사람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릴 이유조차 없었다. 비행기는 어느 한 자리에 추락해 연신 폭발음을 울려대었고, 검은 연기가 공기를 타고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만 갔다. 그 사이로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많은 소방차들이 달려와 비행 기체에 붙은 타오르는 불길을 끄기에 여념이 없었다.
스윽-
금발의 사내는 아무런 말없이 리볼버를 자신의 품속에다 집어넣었다. 느긋한 걸음걸이로 출구 쪽을 향해 걷던 금발의 사내가 다시금 발걸음을 멈춰, 이젠 머리 터진 시체 꼴이 돼 버린 사내를 향해 조용히 읊조렸다.
“망설이다 죽는 것이지. 네 녀석처럼.”
그 말의 끝으로 그는 출구 쪽을 향해 아무런 미련 없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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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붉은 그믐달이 떠 오른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들이 마시니 정신이 한 층 더 맑아지는 듯 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서빈은 새벽 공기를 하염없이 들이마셨다. 잠이란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몽롱한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젠장..’
또 그 꿈이었다. 정체불명의 금발의 사내가 뒤에서 검은 리볼버로 자신을 저격하는 꿈.
그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꿈이면서까지 두 손에 식은땀이 흥건히 베이고, 총탄에 맞으면 그 또 한 실제로 맞은 것과 같은 고통스러움을 느낀다.
단 하루만 그 꿈을 꾼다면 그런대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 갈 수 있다. 문제는 단 하루도 아니고, 연속 된 꿈을 일주일에 꼭 네 번 씩은 금발의 사내와 마주대하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새벽 5시 경쯤 되었을까. 어둠 속에서 서서히 새벽 형 인간들이 운동복을 입고, 하나 둘 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날씨가 몹시 추운 것은 물론이고, 두꺼운 옷을 두 세 겹 씩 껴입어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런데도 싸늘한 새벽 대에 등장한 이 인간들은 무엇인가.
서빈으로써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벤치에 앉아 있는 자신을 지나쳐 하나 둘 씩 조깅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신기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대부분이 중년인이었고, 그 다음이 노파들이 줄을 섰다. 역시나 서빈과 같은 또래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학교 가는 것조차 귀찮아하는데 어느 누가 이런 새벽 대에 나와 중년인과 노파들에게 뒤섞여 운동을 하겠는가.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체육 쪽에 관련 된 사람들이라면.
서빈 또 한 또래들과 별 반 다를 게 없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이제 갓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그가, 아침 일찍 일어나기조차 힘들어하던 그가! 이런 새벽 형 인간들과 함께 어울려 시원한 공기를 하염없이 만끽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잠을 청할 때 마다 정체불명의 금발머리 사내에게 시달려 이젠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 일주일째는 그런 대로 버틸 만 했지만, 그것이 한 달이 가고 두 달 연속으로 지속되자, 이젠 잠이 물밀듯이 쏟아져도 그자의 면상이 보기 싫어서라도 꾹 참는다.
“하-!”
서린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정말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고등학생이란 신분으로 정신병원에 가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 왠지 꺼림칙해 아직까지 들리지 않았지만, 꼭 그 금발머리 사내를 다시금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꼭 가 봐야했다. 가서 약이라도 타든지, 치료를 받는다든지 하기 위해.
“인마, 오랜만에 편한 잠이 들었는데 왜 깨우고 지랄이야?”
알 수 없는 한숨을 내 뱉은 서빈의 옆으로 지나가던 행인들 중 하나가 서빈을 보자마자 인상을 확 구기며 욕지 겁부터 퍼부었다.
이에 서빈은 풀린 듯 한 두 눈을 들어보였다. 눈앞엔 훤칠한 키에 반삭이 어울리는 그런 대로 잘생겼다 생각되는 사내가 인상을 확 구기며 서 있었다.
검은 색 마의 안에 회색 줄기가 있는 하얀 셔츠와 그와 어울리는 검은 색 바지가 더욱이 사내의 모습에 빛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대성공고의 교복을 입은 사내는 대뜸 서빈의 옆 자리에 엉덩이를 털썩 깔고 앉았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냐? 요즘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이잖아.”
“네가 알 필요 없어, 그냥 이런저런 일로 잠시 머리가 어지러울 뿐이야.”
서빈의 옆자리를 꿰차고 앉은 사내의 이름은 이 태성. 서빈의 소꿉놀이 친구이자 베스트 프렌드로 통하는 이였다. 그 정도로 아주 친밀한 사이였고, 서로 거리낌이 없는 사이였다.
한데 요즘 들어 서빈이 뭔가를 혼자서 꽁꽁 숨기는 것 같아 보이고, 몹시 지쳐 보이는 듯하다. 실제로 그는 홀로이 고통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서빈은 태성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조차 일절 꺼내지 않았으며, 그 꿈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 역시 겉으로 티내지 않았다.
태성이 자신 때문에 걱정스러워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니라.
“근대 웬 새벽부터 교복이냐?”
태성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 본 서빈의 물음이었다. 꼴통 실업계였기에 9시 안까지 등교 만해도 자잘한 벌을 받는 것 이 외엔 점수가 깎인다거나, 학교생활에서도 별 다른 피해가 가하지 않았다. 한데 아직 해도 뜨지 않았는데 웬 교복이라니.
올해 기말고사를 잘 치루기 위해 아침 일찍 준비를 마치고, 학교를 향하는 모범생들과 비교 자체를 할 수 없는 태성이었음으로 좋은 쪽으로는 생각할 리 만무했다.
태성은 노골적으로 자신을 이상하리만치 바라보는 서빈의 시선이 못 마땅한 듯 두어 번 헛기침을 해보였다.
“흠흠! 이게 다 네 녀석 때문이잖아. 혹시나 조금 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질까 봐 이렇게 미리미리 학교 갈 채비를 다 갖춰 온 거지.”
“웬일이냐 네가? 학교 갈 채비도 다 할 줄 알고 말이야. 큭큭!”
“뭐, 뭐야?”
서빈의 장난 섞인 말투에 태성 또 한 오버하는 식으로 소리쳤다. 한참을 그렇게 장난스럽게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던 그 둘은 돌연 웃음을 멈추었다.
서빈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 태성을 모른 체 하며 붉은 그믐달로 시선을 돌렸다. 태성은 그런 서빈을 향해 진지한 어조로 물어나갔다.
“너...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거지?”
“.....”
태성의 물음에 서빈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붉은 그믐달만을 계속해서 주시 할 뿐이었다. 오늘 만큼은 붉은 그믐달이 무척이나 유혹적이다. 처음으로 새벽 대에 들어서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는 특유의 감정 때문일까. 손을 뻗어 그 손아귀 속에 저 붉은 그믐달을 가두고 싶은 알 수 없는 욕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을 느낀 서빈은 문득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요즘 들어 지속된 꿈을 계속 꾸어 와서 그런지 감수성까지 예민해졌나보다.
태성은 자신의 말에 대답 없이 쓴웃음을 지어보인 서빈의 모습에 양 미간이 살며시 찌푸려지는 것을 느꼈다. 늘 거리낌 없이 모든 걸 털어놓던 서빈이 어느 순간부터 홀로이 어둠속을 거닐고 있는 듯 한 느낌을 계속해서 받아왔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은 알아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듯, 지금 그의 쓴웃음이 마치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여만 왔다.
“정말.. 아무 일도 없어. 그러니 걱정 하지 마.”
“너...! 아니 됐다.”
서빈의 쓸쓸한 말투에 태성은 입을 열었다, 닫았다, 번복 하다, 결국은 입을 닫아 보이며 벤치에서 스르르 몸을 일으켰다.
스윽-
벤치에서 일어난 태성은 대뜸 호주머니에서 꺼낸 따끈한 캔 커피를 서빈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 서빈은 그런 그를 향해 씩 미소지어주고는 캔 커피를 두 말 없이 건네받았다.
“짜식, 고맙다는 소리도 안 하네.”
“고맙다.”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입을 열어 보인 서빈의 모습에 태성 또 한 이내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양 호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나, 간다. 감기 조심해라. 조금 있다, 학교에서 보자.”
호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은 채로 태성은 노란 빛을 띤 가로등 불 빛 아래로 터덜터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감상하는 듯 한 눈길로 바라보던 서빈은 이내 픽 웃음을 쳐보였다.
‘넌 뒷 태까지 양아치다.’
가로등 불 빛 아래 모습을 감춘 태성을 쫒는 듯 한 시선으로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던 서빈은 문득 두 손 고이 모아 감싸듯 쥐고 있던 캔 커피로 초점을 맞췄다.
딸칵!
그리고 그는 두 말 없이 캔 커피를 손으로 따보였다. 조그마한 구멍 사이로 뜨거운 김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공기 중에 사라져갔다. 잠옷에 코트를 걸치고 나와 새벽 추위를 한껏 만끽하고 있던 중 다행이랄까. 잠을 깨기 위해 추위에 몸을 던졌지만, 잠이 깨자 점차 추위에 몸이 떨려왔었는데, 태성이 건네 준 조그만 캔 커피 하나만으로도 이곳에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후루룹-
뜨끈한 커피가 목을 타고 얼어붙은 속을 녹여나간다. 그럴 때 마다 얼굴은 더욱이 붉게 홍조가 띄고, 덜덜 떨리는 손 또 한 조금 씩 안정감을 되찾아 나갔다. 물론 이 또 한 일시적일 뿐이지만 그런 데로 추위에 견뎌나갈 수 있었다.
한 모금 들이키고 다시금 두 손에 꼭 쥐어 보이며, 차가운 얼굴에 가져다 대기를 번복하던 서빈은 또 다시 가로등 불 빛 아래 사라져 버리고 없는 태성을 쫒는 듯 한 시선으로 직시했다. 곧 그의 입가에 고운 호선이 그려졌다.
“고맙다,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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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륵.
검은 리볼버에 달린 실린더가 연속 적으로 독사의 소리를 내며 회전해나간다. 그럴 때 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공포에 젖어 웅크리고 있던 사내의 어깨가 들썩여왔다.
철컥-
리볼버의 장탄 수는 총 6발. 그리고 실린더가 회전한 소리 또 한 6번이다. 그 의미는 곧 총탄을 모두 장착했다는 소리가 된다.
“으, 으으..”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사내가 곧 공포에 미친 신음성을 터뜨렸다. 검은 리볼버를 한 손에 쥔 채 자유자재로 회전시키는 금발의 사내는 천천히 어둠 속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의 발걸음에서부터 ‘패자’의 기강이 바닥을 통해 구석진 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사내의 감각에 까지 전달되었다.
이에 들썩이던 사내가 곧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마치 한 마리의 맹수처럼 으르렁 거렸다. 조금이라도 더 다가왔다간 날카롭게 날이 선 송곳니로 금방이라도 달려 나가 목을 물어 뜯어버릴 것 같은 심상이었다.
“냄새나는 주둥이 다물어라.”
쾅-!
“크, 크아아아악!”
검은 빛을 띠며 회전하던 리볼버가 갑작스레 멈춰서 불똥을 튀겼다. 그러자 곧 천둥 같은 광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바닥에 웅크린 채 맹수처럼 으르렁 거리던 사내의 복부에 축구공만 한 구멍이 나며 일순 돌 벽과 충돌했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사내의 복부가 축구공만한 크기로 관통 당하고, 거기다 모자라 벽에 부딪쳐 나가 떨어져버렸다.
그것이 고작 리볼버의 화력에서만 나온 것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크, 크으으으..!”
복부에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렸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독기 어린 눈길로 금발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리볼버의 화력으로 내장과 다른 장기들이 모조리 녹아버린 듯, 커다란 구멍 사이로 검붉은 피만이 연신 뿜어져 나왔다.
“곧 바로 현세와 정을 때지 않아 놀랐나, 더러운 종자여.”
“키아아아악!”
무심한 어조로 말을 내 뱉은 금발머리 사내가 곧 괴성을 지르는 사내를 향해 천천히 다가섰다.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음에 사내는 손 끝 하나 움직일 수가 없어보였다. 아니 더러 죽지 않고, 아직까지 살아서 두 눈에 독기를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어느새 사내의 코앞에 멈춰 선 금발의 사내가 리볼버의 총구를 바닥에 쓰러진 야수 같은 사내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네놈들 같은 쓰레기들에게 그 비싼 은 탄을 사용할 수는 없지.”
“크으으...!”
총구가 자신의 머리에 겨누어졌음에 아무리 야수 같은 사내라 한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온 몸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만 갔다. 하지만 금발의 사내는 그런 것에 여념 없이 마지막 말을 이었다.
“네놈 같은 쓰레기에게 이런 영광을 주는 것만으로도 행운으로 여기 거라.”
쾅-!
리볼버의 총구에서 또 다시 불똥이 튀었고, 사내의 머리가 일순 수박이 산산조각 나듯 쪼개지며 터져나가, 그 안에 있던 분비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물론 금발의 사내 또 한 그 분비물에게서 벗어 날 수 없었다.
스윽.
안주머니에서 하얀 십자가가 수놓아진 검은 수건을 끄집어 낸 금발머리 사내가 곧 자신의 얼굴에 묻은 분비물을 닦아냈다.
짝 짝 짝!
“역시, 혼 실린 리볼버의 화력과 차가운 사내가 만나니, 그 화력이 배에 달하는구먼! 그래. 자네는 그리 생각하지 않은가, 드래고니안?”
갑작스런 박수소리에도 전혀 움찔함 조차 없었던 금발의 사내는 곧 얼굴에 묻은 분비물을 모조리 제거 한 뒤, 두 말 없이 뒤 돌아 서며, 손에 쥐고 있던 검은 리볼버를 겨눴다.
그의 시야에 들어 온 어둠 속엔 아무도 존재 치 않았다. 그럼에도 금발의 사내는 어둠 속을 향해 겨눈 리볼버의 총구를 거두어들이지 않았다.
“오오, 저런, 난 자네와 싸울 마음이 없다는 것쯤은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을 텐데?”
“네놈이야 그렇겠지만, 난 네놈의 냄새나는 주둥이를 터져버리고 싶어 안달이나 미칠 지경이라서 말이다.”
휘익-
쾅!
한 치 공기의 흐트러짐에도 신경을 곤두세운 그가 즉각 반응하며 리볼버의 총구에서 불똥이 튀었다. 허나 정작 파괴된 것은 아무런 생명이 붙지도 않은 커다란 벽에 불과했다.
“이런, 이런! 인부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 낸 벽을 이리 간단하게 부숴버려도 되는 겐가?”
쾅!
금발머리 사내의 바로 옆쪽에서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이에 즉각 반응한 그가 연속 적으로 리볼버를 발동했다. 총구에서 다시금 불똥이 튀며 죄 없는 벽들만이 먼지를 일으키며 허물어지기를 반복했다.
보통 이들이었다면 한 번 쏜 것만으로도 손이 저려 올 터인데, 이 금발머리 사내는 그런 콤플렉스 따윈 존재 치 않은 듯, 연신 리볼버의 총구에 불똥이 튀게 만들었다.
한 순간 남은 네 발 모두를 소진해버렸다. 허나 금발머리 사내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곧 어두운 벽에 기대어 존재감조차 없었던 커다란 검은 케이스 쪽을 향해 다가섰다.
적이 눈앞에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금발의 사내는 전혀 당황하거나, 긴장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에 그를 높게 살만 했다.
“이봐, 그만 하는 게 어때? 난 그저 자네 얼굴이 갑작스레 보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 온 것뿐이라고.”
“그 냄새나는 주둥이 다물라 하였다.”
금발머리 사내는 커다란 검은 케이스에서 ‘MAR’ 을 꺼내들었다. MAR은 기관단총에 속한다. 이 총이 만들어진 계기는 기관단총은 너무 약하고 소총은 너무 크다는 비판에서 만들어졌으며, 크기는 기관단총만 하지만, 사용 탄은 소총탄을 사용한다. 허나 그만큼 여느 기관단총들과 비교해 파괴력 면 앞에서는 굉장한 화력을 자랑했다.
“이, 이봐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그런 거물급인 총은 사용 불가라고!”
어둠 속에서 MAR을 본 자가 당혹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허나 금발머리 사내는 가소로운 듯 입가에 호선을 그려나가며 말했다.
“총기 소유부터가 불가이다.”
콰가가가가강-!
역시나 마찬가지로 말의 끝맺음과 동시에 MAR에서 무시무시한 불똥이 연속적으로 튀어나갔다. 이에 리볼버의 배에 달하는 귀를 찌르는 듯 한 굉음이 어두운 사방을 메아리치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골고루 총 탄을 분사시키던 MAR의 총구에서 불똥이 일순 멈췄다. MAR의 총구에서 뜨거운 열기가 모락모락 솟아올랐다.
쿵-
주위를 두어 번 훑어 본 금발머리 사내는 곧 손에 쥔 MAR 을 바닥에 쿵 소리 내며 떨어뜨렸다. MAR의 불똥이 두려워 조금 전 자신의 귀를 괴롭히던 자의 목소리가 이제는 들려오지 않는다.
주위에 있는 것이라곤 얼굴조차 알아 볼 수 없는 복부에 큼지막한 구멍이 난 시신 한 구와 모조리 박살 나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는 돌 벽 들 밖에 존재 치 않았다.
“MAR은 내 냉기를 견뎌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금발머리 사내는 바닥에 내팽개치듯 던진 MAR을 바라보며 무심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어느새 바닥에 내팽개쳐진 MAR의 겉 표면부터가 서린 얼음에 투두둑 소리를 내며 굳어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