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 이야기
이곳은 대의물산이라는 회사이다.
회사 구석탱이에서 식은 땀 뻘뻘 흘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녀석이 있다.
그의 이름은 김무능(金舞綾). 이곳 대의물산의 대리이다.
(김무능이란 이름은 춤출 무에 비단 능. 즉 춤추는 비단?-_-;;)
그는 너덜너덜 구질구질한 양복을 입고 버거운 작업에 안절부절못하는 중인 듯 싶다.
이 때,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김대리!!! 뭐하고 있어? 아직 멀었어? 빨리 끝내서 갖고 오라고!"
"네!!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됩니다. 좀만 기다려주세요 ㅠ.ㅠ"
그는 언제나 일처리가 늦다. 마감을 제대로 지킨 적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는 말하자면 무능한 인간. 무능함 탓에 매일 직장에서 갈_굼을 당하는 전형적인 샐러리맨인 것이다.
아니, 보통 평범한 샐러리맨보다 훨씬 무능할지도 모른다.
"김무능 대리. 지금 바쁜 것 같지만 잠시 나 좀 보세. 할 이야기가 있네."
지금 이 목소리의 주인은 사장. 이곳 대의물산의 경영자이다.
갑자기 사장에게 불릴 줄이야. 게다가 무능함의 대명사인 김대리가. 이것은 필시 좋지 않은 이야기임에 틀림 없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어쩌면 해고일지도….
3분 후.
"자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불렀네. 자, 앉게."
"예? 이야기요?"
사장실의 공기가 착 가라앉는다. 김대리의 표정도 어둡다.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해고라는 것이겠죠."
사장은 아무 말도 않고 잠자코 있었다. 그런 상태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렇지 않네. 해고는 하지 않아.
나는 이제까지 회사경영을 해오면서 정말로 구제불능이 아닌 한은 단 한명의 사원도 내 손으로
해고한 적이 없네. 나는 지금까지 자네를 지켜봐와서 알아.
자네는 업무의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괜찮은 남자다.
나는 자네야말로 군자라고 생각하고 있네."
"하하하! 사장님도 참! ㅋㅋ 군자라니요. 좀 오버십니다. ㅎㅎ 무슨 사극 찍는 것도 아니고요.ㅋㅋ"
"어쨌거나 자네를 해고할 생각은 없네. 단, 승진이나 승급은 당분간은 없다고 생각해주게.
유감이지만 회사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내게 있어서는 어쩔 수가 없네. 미안하지만, 이 점은 나쁘게
생각지 말아주게.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네를 지방으로 발령을 내게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이것만큼은 약속하네. 자네가 인간으로서 해야할 도리를 어기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나는 자네를
버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사장님은 훌륭한 경영자시군요. 경영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훌륭합니다.
사장님. 부디 지방발령을 내시더라도 딱 3개월만 기다렸다가 내주시기 바랍니다.
3개월간, 기적을 보게 되실 겁니다."
"기적? 무슨 뜻인가,"
"그것은 지금 말씀드리면 재미가 없지요. 후후"
사장과의 면담은 이것으로 끝났다.
이 날의 근무시간도 종료. 김대리는 집에 돌아왔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 명의 남자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지쳤다. 피곤하네. 이번 임무 말야. 재미가 없어.
이 대의물산이라는 회사 사장 말야..그냥 사람 좋은 아저씨야. 전혀 악인이 아니라고 ㅠ.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악인이 아니면 좋은 거 아닙니까. 이 세상, 착한 사람이 많은게 좋잖아요."
"그게 말야. 나쁜 놈이 아니면 죽일 수가 없잖아. 난 말야. 이 일을 좋아하지만 말야. 나쁜 놈을 잔인하게
죽여서 피냄새를 맡는 걸 좋아하는 거라고. ㅠ.ㅠ"
"하지만, 내일부터 즐거울 겁니다. 후후. 선배님도 내일부터의 새로운 전개 내심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후후. 확실히 그건 그렇지.ㅋㅋ"
영문 모를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대화지?
김무능 대리라는 인물은 사실은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둘은 사실은 인간이 아니다.
창조주의 명령에 의해 인간세상을 방랑하는 사신(死神)이다.
이들은 악한 인간을 벌하고 선한 인간에게는 상을 베푸는 일을 하고 있다.
다음날, 평소대로 김대리는 대의물산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오늘의 그는 어쩐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옷부터 단정하고, 왠지 의기양양한 것 같다.
평소와 다른 것은 외모뿐이 아니었다.
그는 여느때의 무능한 대리가 아닌 굉장히 유능한 대리가 되어 있었다.
언제나 마감을 지키지 못해서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던 그가 오늘은 마감시간보다 훨씬 일찍 자료를 제출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래처와의 교섭, 영업실적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불과 3개월만에 그는
대의물산 최고의 유능한 사원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사장은 너무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자네! 대단하지 않은가!"
"사장님. 약속했던 3개월이 지났습니다. 저는 이제 이것으로 회사를 그만두겠습니다. 승진도 승급도
필요 없습니다. 돈은 회사의 경영과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써주십시오."
"아니, 뭐라고? 이 사람아! 왜 이런 때에 그만둔다는 것인가! 앞으로 앞날이 유망한 자네가"
"후후. 더 이상 미련은 없습니다. 사장님. 당신은 훌륭한 경영자입니다. 앞으로 번창하시길.~~"
이것을 끝으로 김대리는 대의물산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3개월간 보여준 실적과 능력은
가히 대의물산의 역사에 기리기리 남을만한 것이었다.
"선배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대의물산 관련 임무는 이제 끝이군요! 축하드립니다!"
"음…뭐..그럭저럭..근데 이제부터는 나쁜 놈이 있는 회사로 부탁한다!"
"후후후후. 다음 임무의 장소는 정말 나쁜 놈이 있습니다. 그럼, 선배님. 2주간 휴식하시고 새로운
임무지로 출발해주십시오.!! ^^"
엄청 나쁜 놈이 있다는 이야기에 김대리의 귀가 솔깃하다.
김대리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게 사실이냐!!! 다음 회사에는 엄청 나쁜 놈이 있다는 게! 그렇다면 휴가 따위 필요 없다고!
나 말야. 피 냄새를 맡고 싶어! 휴가 필요 없으니 바로 투입시켜줘!!!"
"선배님도 참 못말립니다..ㅋㅋ 선배님 생각이 정히 그러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후후
그럼, 다음 회사에 대해서 설명 드리도록 하죠."
다음 회사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다.
회사의 이름은 '일류상사'.
이번에 주목해야 할 인물은 박부장이란 놈이다.
연령은 48세.
한국 최고의 명문대학이라는 소울대학 출신으로 두뇌 명석하고 업무 능력도 발군.
말그대로 엘리트 코스만을 걸어온 자.
가족관계는 아내와 1남1녀.
상사에게는 아부를 잘 떨고 실력이 좀 떨어지는 부하에게는 온갖 욕설과 비난을 서슴지 않는 성격.
이상이 다음 임무에 대한 설명이다.
며칠이 지났을까. 성급한 김대리는 다음 전장에 출전하게 되었다.
이곳은 일류상사 사무실.
머리가 살짝 벗겨진 중년의 남자가 김대리를 데리고 와서는 직원들에게 소개를 하였다.
"음음..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근무하게 될 김무능 대리입니다. 김대리,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여러분. 김무능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쩐지 미덥지 못한 인상을 주는 김대리는 모두의 눈에도 별볼일 없이 비추어졌다.
특히 박부장의 김대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살벌했다. 그는 부하가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되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는 성격이다.
"김대리. 잠시 와봐."
첫출근하자마자 박부장은 김대리를 불렀다.
"이거, 엑셀 작업 좀 해. 시간 별로 없으니깐 빨리 서둘러서."
"예..예.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대리는 박부장으로부터 엑셀 작업 지시를 받아서 작업을 시작했다.
1시간….2시간…..3시간…
간단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자 참을 수 없었던 박부장은 출근 첫날인 김대리에게 화를 냈다.
"임마! 뭐하고 있어! 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고 있냐. 여기 놀러왔냐. 이런 도움 안되는 놈!
이러니까 40이 넘도록 대리지! 병신같은 자식!"
김대리는 일단 이번 임무에 있어서는 40대 초반의 연령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물론 얼굴도 40대의 얼굴로 변신시켰다.
그러나 이 사신의 진짜 나이는 이미 500살을 훨씬 넘었다.-_-;
어쨌든 이것은 명백한 인신공격이었다.
부하의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게다가 출근첫날인 부하에게 이런 인격적인 모욕을
주다니 도대체 이놈 머리속이 궁금하다;;-_-;
첫날부터 박부장에게 미움받게 된 김대리.
과연 이제부터 어찌 될 것인가.
새로운 회사 '일류상사'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어언 2개월이 지났다.
매일 박부장은 김대리의 무능함을 이유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심한 처우에 대한 반응은 사람들마다 달랐다.
양심 있는 자는 박부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당당하게 나서서 그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차라리 나은 편이다. 비겁한 놈들은 오히려 김대리를 비난하면서 박부장의 환심을
사려고까지 하였다.
정말 구역질이 나도록 역겨운 놈들이다.
어느날, 박부장은 엄청난 양의 업무를 김대리에게 떠넘겼다.
"김대리, 이거 반드시 오늘 중에 끝내도록. 그렇지 않으면 어찌 되는지는 자네 스스로가 누구보다 더 잘 알거야."
"예. 알겠습니다. 잔업을 해서라도 오늘 중에 끝내보겠습니다."
마지못해 하면서 김대리는 그 일을 떠맡았다.
근무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퇴근하였을 즈음, 사무실은 고요해졌다. 그러나 김대리만은 집에가지 않고 아직도 남아 있었다.
"오늘도 혼자서 남았구나. 자, 해볼까."
이 때, 덜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창문이 열렸다.
!!!
이곳은 무려 25층인데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김대리의 후배 사신(死神)이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저 왔어요. ㅋㅋ"
"뭐야. 너였냐. 한가한 녀석."
"한가하다니요. 뭡니까 기껏 선배님이랑 놀려고 와준 사람한테. 아, 그런데 어떻게 일은 순조롭게 되갑니까? 재미는 있나요?"
갑자기 김대리는 묵묵부답이었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입을 다무시고"
"그게 말야. 인간이란 녀석들 말이지…..후…
어째서 이런걸까?
이번 타겟인 박부장이란 놈 말야. 나한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연기하고 있는 이 김대리라는 인물에게
엄청난 양의 작업을 떠넘겼어. 이게 말야….김대리의 능력으로는 5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지.
만일 아주 능력 좋은 인간이 한다고 해도….글쎄 최소한 2시간은 걸릴걸. 고작해봐야 3시간의 차이야.
우리 사신들에게 있어서 이런 작업 따위 솔직히 10분이면 충분하잖아. 그렇지 않아?
그런데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경멸하기까지 한다고. 뭐 물론 모든 인간이 그런건 아니지만 말야.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 자만하고 우쭐대고..ㅋㅋ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어. 정말 우스워. 그렇지 않냐?
우리 사신들도 물론 확실히 같은 사신이라도 능력의 차는 존재하지. 그러나 우린 그런 것 신경 안쓰잖아. 어차피 우리도
위대하신 창조주 앞에 서면 벌레만도 못한 존재들이니까."
"그건….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틀리네요. 후후
이 컴퓨터 작업 말이죠. 전 이거 10분 필요 없습니다. 30초면 충분해요..ㅋㅋ"
"엥? 그거 사실이냐! 너, 농담이지? 30초에 끝낼 정도의 스피드로 키보드를 두들기면 키보드가 박살나버릴 거다. 분명히.
흠…한번 보여줘 봐. 정말 30초에 가능한지를."
"후후후후. 놀라지 마세요."
후배 사신은 갑자기 자세를 취하더니 머리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입에서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RVN#$@^&@#$!RY#*@#$」
그러자 그의 눈이 일순간 번쩍 빛나고 컴퓨터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에 직접
전파신호를 보내서 조작을 하는 것이었다.
약 25초만에 작업이 완료되었다.
"야! 너, 이거는 반칙이야! 비겁해!-_-;"
"당치 않으신 말씀! 이것은 저의 특수 능력입니다. ㅋㅋㅋ"
작업도 이미 끝났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며 5시간을 보내고 나서 이 둘은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후후. 뭐, 오늘밤도 말야. 악질적인 박부장의 지시에 5시간이나 잔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하면 되겠군. 자, 돌아가자!"
이리하여 또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며칠 후…
후배 사신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박부장에 대해서는 전부 파악되었습니다. 오늘 밤, 제가 박부장에게 경고를 하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선배님은
작전 투입하시면 됩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작전에 투입하게 되는 것이다.
김대리는 참을 수 없는 흥분에 온몸이 떨려왔다. 드디어 피의 축제가 시작되려고 하는 것이다.
저녁, 박부장은 평소처럼 자신의 승용차로 퇴근 중이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일까, 꽤나 비싸보이는 고급승용차를 운전하고 있다.
집 근처의 골목길을 차로 지나가는 중, 갑자기 나타난 한 사람이 그의 차 앞을 가로막았다.
깜짝 놀라 박부장은 브레이크를 밟았다.
"뭐야! 넌 뭐냐! 죽고 싶어 환장했냐!"
박부장은 고함을 질렀지만 차를 가로막은 남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사나이는 유유히 박부장 쪽으로 걸어왔다.
"일류물산의 박부장님이시군요."
"당신, 뭐야! 어째서 나에 대해 알고 있지?"
"그런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였습니다.
당신은 소울대학 출신에 사회적으로도 능력을 인정받아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죠. 필시 수입도 꽤 많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의 오만한 마음이 언젠가는 반드시 당신을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분명히 후회할 날이 올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회개하고 다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꺼져! 내 능력이 뛰어나서 내 맘대로 살겠다는데 니가 뭔데 참견이야! 억울하면 니들도 출세하면 될 거 아냐!"
"잘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나는 분명히 경고를 하였습니다. 그럼 이만."
사나이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나 박부장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하였다.
다음날, 오후 5시경의 일이었다.
한통의 전화가 박부장에게로 걸려왔다.
"여보세요. 예? 그게 사실입니까!"
어디에서 온 전화일까. 박부장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완전히 아연실색한 모습이다.
그것은 병원으로부터 온 전화로 박부장의 아내와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것이었다.
박부장은 회사를 조퇴하고 서둘러 병원을 향했다.
그러나…..
그가 병원에 도착하였을 무렵에는 이미 그의 아내와 아들은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다.
그는 오열하였다.
이제와서 울어봐야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돌 리는 없지만……
박부장은 아내와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서 기운이 없었다. 그것에 비해서 김대리는 어찌 된 일인지
마치 다른 사람같은 변모를 보였다.
마치 박부장의 불행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갑자기 근무 성적이 급상승하였다.
굉장한 스피드로 업무를 처리하였고, 어려운 일도 간단히 해치워버렸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박부장은 일시적으로 기가 죽어지냇으나 재난도 조금씩 잊혀졌던 것일까, 또다시 원래 성격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화풀이 대상은 이미 김대리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김대리는 이제 눈부신 영업실적을 올려
박부장도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박부장은 왠지 초조해졌다. 김대리가 괜히 미웠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김대리가 아닌 다른 무능한 사원을 타겟으로 삼아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천성은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재앙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박부장의 딸이 불행을 당하게 되었다.
박부장의 딸은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 강도를 만났다.
그리하여 강_간을 당하고 또한 살해까지 당하였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하였던가.
박부장은 이제 쇼크로 인해서 미치광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박부장의 평소의 악행이 원인이 되어 내린 천벌이라고 수근댔다.
그러나…정작 박부장 자신은 아무런 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오만하고, 아니 이전보다 더 오만불손해졌다.
오히려 부하들에 대한 처우는 예전보다 더욱 심해졌다.
여기는 어느 술집.
무능한 사원을 연기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다시 유능한 사원을 연기하고 있는 김무능 대리와 그의 후배 사신
(둘 다 사신이지만)이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배님. 상부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내일이 이번 일류물산 작전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 그 힘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어? 정말로? 오!!!!! 이거 흥분되는 걸! 드디어 최종단계란 말이지! 그 박부장 놈! 내일이 제삿날이다 하하하하!"
"선배님, 마음껏 힘을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크하하하하!"
그리고 다음날, 드디어 일류물산 작전도 오늘로써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허무하기도 한 김대리였지만,
마지막 날이야말로 최고의 즐거운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음을 아는 그는 기뻤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싱글벙글 웃으며 인사를 했다.
김대리가 무능함을 연기하던 시절부터 상냥하게 대해주었던 여직원이 또한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박부장이 한 명의 부하직원의 무능을 비난하면서 회의실로 끌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회의실 밖에서도 박부장이 부하에게 화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단지 업무상의 질책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경시하는
모욕적인 언동이었다.
김대리는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리고 심하게 욕을 얻어먹고 있는 부하직원의 손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
그러자 박부장이 김대리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임마 뭐하는 짓이야!"
김대리는 회의실 문을 닫아버렸다.
"당신 말야. 내 후배를 통해서 내가 경고를 하엿을텐데. 이 세상은 말야…인간들의 세계는 말이지.
짐승들이 사는 정글과는 다른거라고. 분명히 약육강식은 존재하지만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것도 있는 거거든.
게다가 말야. 업무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해서 사람을 그렇게 모욕하고 어쩔 작정이지? 아저씨."
"뭐라고! 이 놈가!!! 무능한 놈들은 벌레나 마찬가지야! 다 없어져버려야 돼! 회사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야!
능력 있는 자가 무능한 놈들을 짓밟는게 뭐가 어떻단 말이냐!"
"구제불능이군..아내와 아들을 사고로 잃고 또 딸까지 비참한 꼴을 겪었으면서도 아직도 모르겠나. 이번엔 당신 차례야. 각오해."
김대리는 최후의 말을 남기고 등을 돌려 회의실을 나섰다.
박부장은 문득 생각났다. 분명 언제였던가 자신의 차 앞을 가로막고 묘한 말을 한 남자가 있었다. 김대리 놈과 한패거리였던가!
그렇다면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것은 모두가 김대리의 소행이란 것인가.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김대리를 향해 소리치려고 했으나………어째서인가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이때, 이미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그의 혀는 절단되어 있었던 것이다.
회의실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온 박부장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박부장을 향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그의 모습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아니.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설마 김대리가 박부장에게 무슨 짓을 한것인가라고도 생각해봤지만, 곧 그 추측은 빗나갔다.
계속해서 괴로워하고 있는 박부장에게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고통이 업습해 왔기 때문이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하여 갑자기 박부장의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은 또 하나의 팔과 양쪽 다리가 무언가에 잘려나가 듯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모두가 이 처참한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돌렸으나, 단 한사람 김대리만큼은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 좋아. 더욱 더 괴로워해라. 이것이 하이라이트거든. 후후. 이거야 말로 나의 진정한 파워다.'
김대리는 미소지으며 박부장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감상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박부장의 목숨이 완전히 끊어졌다.
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의 사건은 경찰의 수사대상이 되어 회사 전원이 취조를
받게 되었지만 끝끝내 밝혀내지 못하고 미궁에 빠져들었다.
김대리는 그 날을 기하여 일류상사에 사표를 제출하였다. 이제 그의 임무도 끝난 것이다.
집에 돌아온 김대리를 맞이한 것은 역시나 후배 사신이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이것으로 일류상사 작전 종료입니다."
"응. 너야말로 고생이 많았다."
"그럼, 이제부터 저는 일류상사 작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선배님은 2주간 휴가를 얻고
다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시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하하!! 2주의 휴가인가!! 이번 같은 신나는 일이라면 2주 필요 없어! 3일만 쉬어도 충분해!! 하하하"
================================================================================================================
직장인 여러분.
여러분은 어떤 직장인이십니까?
여러분의 회사에도 어쩌면 김대리가 다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회사는 분명 이윤 추구를 위해 생긴 영리단체입니다. 그러나…
돈과 업무…이런 것들도 좋지만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사람 나고 돈났고 사람나고 회사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이야기는 실화가 아님을 밝혀드리며 저에게 임신공격이나 악성댁글을 하시는 분께는
밴텀급 세계 챔피언 호세 멘도사가 구사하는 스크류 펀치로써 대응할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