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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도와 주었는데... 사기였습니다.

송기찬 |2004.04.17 13:37
조회 1,812 |추천 0

처음 글 올려 봅니다.

 지지난달이었죠 막 추위가 풀려가던 어느날 저녁

퇴근하는 길에 회사 옆(합정동임) 골목길 구석에 빨간 헬맷을 아저씨가 쓰러지듯 앉아 있더군요.

무슨 신문사 로고인지 몰라고 동그라미 안에 십자가 있는 흰색 로고의 신문사 헬맷이었고요.

오토바이는 시동이 꺼진 채, 돌리다 만 듯한 신문도 함께...

 

저는 깜짝 놀라서(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넘어져 있는 줄 알고)

어디 다치셨느냐고 물어 보며 부축하려 했더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다친건 아니고, 자기가 몇달 전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 지나서 숨이 가빠져서 쉬고 있는 중이라고...

약을 가지고 오라고 사무실에 전화하면 되는데 사무실이 팩스로 돌려놔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정말 불쌍해 보였고 금방 무슨 일 날 것 처럼 보였습니다.

지금 기억해 보면 이가 성치 않아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위 아랫니가 많이 상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제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 줬습니다.

예의 전화번호로 또 전화를 하더군요. 팩스로 넘어가는 소리가 나데요.

혹시나 해서 저도 한 번 통화를 누르자 여지없이 팩스로 넘어가더군요.

왜 요즘엔 팩스에 스피커 있는것이 있어서 혹시나 사람이 있으면 들릴까 하고 '여보세요'를 외쳐 보았지만 역시나 반응이 없더군요.

 

저는 급한 마음에 그럼 약을 사면 안되느냐고(근처에 약국이 있었슴) 물어 보았더니

자기가 가지고 나온 돈이 없고, 또 아무 약국에서나 안 판다고... 돈을 빌려주면

자기가 사서 먹고 내일 아침에 전화해서 갚아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약값이 얼마냐길래 29,900원이라고 하더군요.

이때부터 약간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지갑을 열어 삼만원을 내 주니까

더 있어야 된다고 하데요. 자기가 59,900원 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이상한 걸 알아 차렸어야 했는데.. 바보 같죠?)

삼만원 밖에 없다고 했더니 그럼 급한대로 조금만 사면 되겠다고 하더니

손을 잡아달래서 일으켜줬죠. 그리곤 명함을 달래서 명함 주고,

급하게 안 갚아도 된다고 했더니, 내일 아침 8시 반에 정확히 갖다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말을 세번이나 하데요. 그리곤 오토바이타고 슝~~

이때 정말 아차 싶더군요. 뭐야 저거 아픈거 맞아? 이런 생각이 들면서...T_T

 

그래도 설마 설마 하면서 집에 와서 집사람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더니

" 당신 바보 아니세여? " ㅋㅋㅋ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라고 하대요. 참나...

특히 오만구천구백원 이야기 하니까 자지러지더군요. 무슨 홈쇼핑이냐고...

 

그래도 전 그 사람을 믿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기다려 보았죠. 당연히 안 오더군요.

그래서 어젯 밤에 핸드폰에 찍힌 번호로 사연을 대강 써서 팩스를 보냈더니 전화가 오더군요.

"아저씨 사기 당하신 거예요. 우리 가게에 이런 팩스 엄청 많이 와요.

 앞으로 그 사람 보시면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고 지내기로 했습니다만,

혹시나 저처럼 믿음을 저버리고 맘상하시는 일을 겪으실 분이

없는게 좋겠다 싶어서 글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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