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남편은 거의 새벽 3시가 다 되어 귀가 했다.
이젠 이력되어 그 시간이면 잠을 자지만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는다.
결혼 3년차, 우린 신혼때부터 결혼과 동시에 남편이 12시 이전에 들어온 적이 없다. 매일 1시에서 2시.
물론 아기는 없다. 이게 결혼생활인가 회의가 느끼기 시작한다.
독신의 연장이지. 남편은 들어와 잠깐 잠자고 아침일찍일어나 밥 먹고 바로 출근한다.
우리가 유일하게 얼굴을 마주대하는 시간. 그 아침 짧은 시간이다.
난 이제 점점 지쳐가는 것 같다. 그동안 어학이며 취미며 이것저것, 때론 직장도 다녀봤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목적없는 시간 떼우기 식이 날 힘들게 한다.
남편은 퇴근 후 술자리가 의례 행사가 되어 버렸다. 처음엔 낮에 전화도 해 오더니 이젠 전화조차 없다. 남편 일 자체가 섬유계통이라 아마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저렇게 잘도 잘까? 내가 무슨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난 요즘 흔들리기 시작한다.
남편은 34살, 난 38. 남들은 젊은 신랑만나 좋겠다 하지만 뭐가 좋은지.
일요일도 출근, 퇴근도 그 시각
난 뭐지?
남편은 날 믿는다 한다. 뭘 믿는데, 밖에 나가면 내 나이보다 10년은 어리게 보고 다른 남성들에게 눈길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런데 왜 우리집 하숙생 만은 날 여자로 보지 않은 걸까? 여자이기전에 연상인 누나 쯤으로 생각하나보다. 나도 여잔데. 남편의 사랑속에 살고 싶은 여자.
월례행사인 우리의 거사는 내가 리드해서 치룬다. 남편은 얌전히 누워있고 그 위에 올라가 욕구를 충족한 후, 그것이 불과 5분이면 길다고 할까?
이게 결혼생활인가 묻고 싶다. 이것이 성생활인지 묻고 싶다.
난 간음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가벼운 스킨쉽을 할때 이 사람이 나의 옛 애인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카페에 홀로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내게 한 외국인이 다가 왔다. 독일인이다. 독일인치고 유창하게 영어를 잘했다. 그는 이것 저것 나에게서 묻고 계속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난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 밝혔지만 믿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남편에게 말했다. 난 남편의 질투심을 유도했지만 남편은 시큰둥하게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난 자존심이 상했다. 다른 남편들 같으면 왠 여자가 청승맞게 혼자 찻집은 무슨 찻집이냐고 핀잔을 주련만 어찌된 이 인간은 별 반응이 없는지. 난 따져 물었다. 내가 그렇게 여자로서 매력이 없냐고.... 하숙생은 그게 아니고 날 믿는다 했다. 뭘 믿는데. 나도 여자라 했다. 날 너무 믿지 말라 경고 했다. 하숙생의 말이 진심인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건지 분간하기 어렵다. 내가 너무 유치한 건가? 이제는 점점 생활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내가 견뎌낼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내 마음은 다른 남자에게로 가고 있는 듯 하다.
매일 혼자 먹는 저녁 만찬, 나만을 위한 만찬이다. 간단한 김치와 아침에 해둔 찬밥. 검소한 식탁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주부들은 오늘 무슨 반찬을 할까 고민하지만 난 이 고민이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들이 부럽다. 정성껏 음식을 해서 맛있게 먹어줄 누군가가 있으니까.
우리는 아기를 못낳는다. 입양을 생각하고 있다. 아기가 생긴다고 달라질 것 같지가 않다. 왜냐면 지금까지 이렇게 흘러왔으니까...
하숙생은 말한다. 자긴 "먹고살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닌다고"(이것이 하숙생의 유일한 변명) 그런데 왜 이렇게 외롭고 허전할까? 누구는 이 글을 읽고 이 어려운 시기에 배부른 소리한다고 하겠지만, 배부른 만큼의 여유로운 생활도 아니다. 남에게 돈 꾸지 않을 정도.
모든게 무의미 해지고 희망도 사라졌다. 나의 목표도 사라졌다. 하고싶은 것도 없어졌다. 이렇게 살다 죽어야 하는건지.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흐른다. 왜 이러지? 몽둥이로 실컷 패주고 싶은 심정이다.
결혼생활 오래하신 선배님들께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에게 이혼을 권하실 건가요. 전 그러기엔 이 하숙생을 좋아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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