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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들국화 |2004.04.23 14:26
조회 1,071 |추천 0


 


좋은 세상


시조 / 전현구

아이처럼 만나 산지 엊그제 만 같은데 세월 한번 빠르다 耳順이 가깝구나 그래도 젊다하시는 당신 있어 좋은 세상 나랑 같이 사는 동안 천천히 늙으오 속절없는 눈물에 묻어나는 그리움 백발이 흰눈 같아도 보기 좋은 우리 님 구름 속 달 가듯 세월 한번 빠릅니다 세월 탓해 무엇하리 순리로 살자꾸나 늙어도 젊게 사는 법 깨치며 살고지고


   

 

 

지난 토요일 아침 야근을 하고 퇴근한 남편..

 

야~~오늘 날씨 좋으니 나 한숨 자고나서 얘들 데리고

인천대공원 가자...라고말합니다.

 

 

저번주 일요일에 애들 데리고 나들이 가려다가 두 녀석이

안간다고 해서 실패한 그이...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학교에서

돌아 온 녀석들도 다 찬성을 합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난 그이...

 

 

우리에게는 한마디 귀뜸도 안해주고 혼자서  머리감고 후다다닥~~

 

옷입고 준비하고는 자~~~~~~~~가자~~~! 합니다.

 

 

참내.......우리한테 미리 준비하라고 귀뜸해 줘야지...

자기는 금방 준비하면서...라고 나는 한마디 말하고는

저번에 실망을 안겨 주었으니  빨리 준비하고 따라 나서자..싶었습니다.

 

 

두 녀석들도  부지런히 준비 시키고 배낭에 시원한 물 조금 담고

배드민턴 채와 돗자리  챙겨서 성질급한 그이한테 맞춰주려

부랴부랴 따라 나섰습니다.

 

 

 

사람도 참 많고 날씨도 참 좋았습니다.

인천이 기후 조건상 벚꽃이 제일 늦게 핀다지만 여기저기 꽃이지고

그래도 아쉬우나마 어느곳은 벚꽃이  다행이도 남아있었지요.

 

 

 

인천 대공원..

너무나 넓은 곳이라서 사람이 많아도 북적대 보일질 않고

넉넉하고  좋은 곳...

 

 

집에서 깨어 나자마자   무조건 공원으로 향한 그이....

공원에 오니 배가 고프다며 매점에서 간단히 컵라면으로

그이는 늦은 점심을 먹고

 

 

두 녀석들은 아빠 덕분에 떡복이와 닭꼬치   음료수까지 얻어 먹고..

 

 

밤토리 녀석이 호수에 있는 큰 잉어들 먹이 준다기에

비스켓 두 개를 사고 그이는 번데기를 한 컵 산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지만 속 마음은 따로 있으리라...

 

 

난 두 녀석과 함께 비스켓을 부스러뜨려 호수에 던져주었다.

팔뚝만한 잉어들은 커다란 입을 벌리며 물위로 떠 올라 비스켓 두 봉지는

입속으로 들어가 보질 못한 채  다 사라졌다.

 

 

그이는 저만치에서 오리떼를 몰고 다녔다.

번데기로 오리들을 끌고 다니는 것이다.

 

오리들은 과자는 거들떠도 안 보지만 번데기는 참 좋아하더군요.

열 두어마리나 되는  오리들한테 그이는 번데기를 다 빼앗겨 버렸습니다.

 

두 녀석들과 배트민턴도 치고  농구대를 보고 아쉬워하는 큰 녀석에게

삼천원짜리 고무공 한 개 사서 안겨주니 아빠와 몸싸움까지 해가며

땀을 흘리며 열심히 농구를 했습니다.

 

 

두 녀석들도 나도 또 그이도 모두 만족한 나들이....

해가 긴 것을 느끼며 일곱시가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와

그이는 주차를 시키고 온다며 먼저 올라 가라고 하면서

끝에 덧붙이는 말이 "오늘은 일찍 자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부담없는 토요일인데....그렇게 말하는게 이해가 안가 아리송하게

 느끼며 빨리 저녁밥을 지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에 급히 두 녀석들과 집으로 들어가 옷도 벗기전에

쌀부터 씻어 앉혔습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그이가 올 시간이 넘었는데도 오질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막 해 보려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 오면서 대뜸 화난 목소리로

오늘 외식하자고 내가 올라가서 기다라고 있으라는 말 못 들었어?라고  

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합니다.

 

 

미안해~~난 못 들었는데...너희들은 들었냐? 라고 

두 녀석들에게 물었지만녀석들도 전혀 못 들었다고 합니다.

 

 

그이는 내게 "오늘은  외식하자"라고 했었는데 난

그말을 오늘은 일찍자자.. 라고 

 잘못 들었나 봅니다...그이는 단단히 삐져서 말을

부쳐도 저리가~~ 라며 말도못 부치게합니다.

 

 

난  쳇~~~뭐 남자가 그래...외식 한번 안한다고 삐지다니....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밥통에선  밥 냄새가 나며 김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그이의 소원을

들어 주어 기분을 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자기야~~그래 외식하자~~어디 맛있는데 있어? 라고 말하니

그이는 금방 얼굴색이 환하게 바뀌며...응~~저기 교회옆에 갈비집이

새로 생겼더라..

거기로 가자~~라며  힘차게 일어 납니다.

 

 

 

나와 우리집 두 녀석들은 외식보다는 집에서 먹는 밥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늘 남편의 외식하자는 말에 환영하는 사람이 아쉽게도 없지요

 

 

다른집은  아빠가 외식을 안해서 불만이라는데,

왜 우리 집은 남들 집과는 정 반대인지 모르겠다며 그이는 투덜거립니다. 

 

 

하지만 오늘은 남편의 기분을 끝까지 맞춰 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녀석들을  살살 구슬려서   그이를 따라 갈비집으로 가서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다행이 지금껏 먹어본 갈비 중에서 제일 맛있어서 녀석들도 나도

맛나게 먹었지요.

 

물론 그이는 애주가인 만큼  이슬이를 옆에 두고 말이죠...

그이 덕분으로 가족 모두가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그이는 야근후에 낮에 잠을 자서 그런지 외식 후  

집에 와서도 잠을 안 자더군요.

애들도 나도 피곤해서 쓰러져 잤는데...

 

 

그이는 그 행복한 기분을 혼자 더 즐겼나 봅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슈퍼도 문 닫았는데 24시간  편의점에가서 

요즘 새로나 온 맥주(피쳐)를 한 병 사서는 혼자서  tv를 보면서 마시며

날을 샜다고 하면서 일요일 아침 6시에  목욕을 간다고 하면서

두 녀석들을깨우더군요.

 

 

 

아직 술이 덜 깼는데 ...

난 그런 그이에게  한 숨 자고 술 좀 깨면 오후에나 가라고

서너번이나 말렸지만 그이의 성격을  말릴수가 없었습니다.

 

 

 

두 녀석들은 아빠와  대중 목욕탕 가는걸 좋아하기에

잠결에도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는 아빠를 따라 나섰습니다.

 

 

그이는 현관문을 나서며 " 나 거기서 한 숨 자고 올지도 몰라"

라고 말하더군요.

 

 

 3시간이 넘어서 들어서는 그이 얼굴은 우거지 상으로 잔뜩 찡그려져

있었습니다.

 

대중탕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발을 헛딪는 바람에 주저앉아 오른쪽 등을

세게 대리석 계단 가장자리에 찧었다며  그 상황에서도 애들을 데리고

목욕탕을 들어 갔다니 황당했지요.

 

 

늘 두 녀석들을  얼굴에서 반들반들 하도록 깨끗하게 때를 밀어서

목욕탕의 그 싸구려 독한 스킨 냄새 팍팍 풍기면서 데리고 왔는데...  

 

녀석들이 좋아하는 구운 계란과 음료수 사 주는것도 잊지 않고 사주고..

 

 

다치는 바람에 때 미는 건  엄두도 못내고 내내 누워있었고

녀석들은 대충 둘이서 때를 밀고 머리도 감지않고

그렇게 목욕탕을 다녀왔더군요.

 

 

 

그렇게 나중에 가라고 말렸건만......

파스를 붙여 주어도 안되고.. 끙끙 앓는 그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더니

5장 찍어 본 엑스레이 사진 결과....

 

다른 사진에서는 전혀 안보이는데..한 장의 사진에서 11번,12번 오른쪽 등

갈비뼈에 아주 잘 보이지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금이 간 것이 보였습니다.

 

의사는 2주 동안 안정을 취하는게 좋다며 별 치료 방법은 없고

그냥 움직이지 말고   편히 쉬라면서 "보험 든 것 있으면 입원을 하시죠..

 이 정도면 한 4주는 나오는데..."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일은 아니지만 타박상에 근육이 더 아픈가 봅니다.

재채기 한 번 하고는 아파서 죽을 것 같다며 태어나서 재채기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처음 알았다는 그이...

 

 

기침도 하면 다친곳이 아프고.. 웃어도 아프고..

남들 회사 출근하는데 혼자 집에서 쉬는 건  못 견디는 사람...

집에서 노는게 답답한 사람..

월차 쓰는거 아까워 하는 사람..

일 욕심 많아 남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적게 벌고 적게 쓴다가 아니고..벌고 쓴다는 사람...

그이는 이런 사람이다.

 

 

 

 

빨리 나아 볼려고 월요일엔 한의원 간다기에 침맞고 어쩌고 시간 걸릴듯해서

혼자서 다녀 오라 했더니...그이는 단단히 삐졌다. 따라 간데도

그만 두라는 걸 보니..  

 

 

화요일...또 삐질까봐  그이한테 물었다.

내가 따라 갈까? 했더니 그이는 응~~~하고는 얼른 대답을 한다.

그래서 또 그이 기분 살려 줄려고 따라 나섰다.

 

 

혼자서도 갈 수 있으면서 왜 같이 가려는 건지...

 

집에 며칠 지내는 동안 우울증 걸릴 것 같은 그이..

그런 그이의 비위를 맞춰 주느라  많이 노력을 했는데..

어제는 도저히 못 참고 출근을 했다.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활기찬걸 보니 사람이 살아났다.

 

 

퇴근시간에 사람은 안오고 전화가 온다.

자기야~~나 술 한 잔 하고 갈게~~딱 한 잔 ~~~~알았지?

자기 사랑해~~~~일찍 갈게~~~(코맹맹이 소리)

 

 

에휴.....나한테 애교가 만점인  저 남자한테 난 또 넘어가서

그래~~적당히 마시고 일찍 들어와~~하고 맙니다.

 

 

하지만 며칠만에 만난 동료들과의 기쁨은  적당히는 또 넘어가서

술 냄새 푹푹 풍기며 11시가 넘어서

왠 아이스크림 콘을 세 개를 사들고 들어 와서는

 

잠을 자려는 두 녀석들 방으로 들어가서  녀석들에게  뭐라뭐라 

나한테는 안들리게 귀에대고 속닥거리더니

살찐다고 먹기 싫다는데도 먹으라며  콘을 한 개 씩 줍니다.

 

 

난 그런 그이를   어린애한테 야단치며  끌어 내며 밤에

그런 것 먹고 애들 더  살찌면 책임 질거야?

하면서 아이스크림은 내일 먹으라며 냉동실에 넣었다.

 

그이는  내가 다 책임질거야~~그게 한 개 먹어서 살 안찐다...하면서

난 아무래도 출근을 해야 해~~~ 하며 그봐 난 일하는게 체질에 맞아~~

하면서 기분을 내던 그이...

신바람이 났는데.....

 

잠시후...

밖에서 마신 술 때문에 딸꾹질이 난다.

갑자기 찾아 온 딸꾹질에 그이는 또 다친곳이 몹시 아프다며

어쩔줄을 모른다.

 

 

물을 먹어도 멈추질 않고..숨을 참아도 안되고..

그이는 딸꾹질과 니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하면서 오기로  10분을 넘게

버티다가 잠이 들더니..

 

오늘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려고 밥도 먹고  했지만  지켜보는 내 모습엔

영 아닌것 같아  그이한테 하루 쉬라고 말했더니 자기도 무리인가

싶었는지 그래..그래야겠다..하더니 다시  방으로 가서 잠에 빠져듭니다.

 

 

 

적당히라는 선을 지키지 못하는 술이 늘 장애물이 된다.

 

사람이 어디 장점만 갖춘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은...

그이한테 바램이 있다면  단 한가지...

나이 들면서 이젠 술 좀  줄였으면 싶다.

 

저 위의 아름다운  시처럼 

부부가 耳順(이순 :예순)을  바라보면서도 저렇게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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