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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절한 남자(13)

리드미온 |2004.04.29 11:22
조회 6,642 |추천 0

내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은 '현수'였다.

지지난 주에 나와 맞선을 봤고, 그 날 나에게 집을 세 놓고 지난 주 토요일에 미국으로 떠났던 이현수라는 남자 말이다. 만약 그 남자가 아니라면 그 남자와 닮은 쌍동이던가 아니면 내가 잘못 본 허깨비던가...

이 상황에서 나타난 사람이 유령이라 하더라도 고마울 따름이지만, 어떻게 현수가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진우의 말대로 이중계약을 하고 떠나버린 현수가 어떻게 버젓이 이렇게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이상한 상황을 들켜버린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수가 본 우리의 모습이 내가 곤란한건지 아니면 서로가 즐기고 있는 모습인지는 알 수 없지 않을까...

 

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박진우씨...당신이 왜 여기에?"

 

눈이 마주친 셋 중에 가장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현수였다.

 

"아...그게...."

 

박진우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쩐 일인지?

현수에게 따져야 할 사람은 박진우가 아닌가...

 

"왜 여기에 있냐고요?"

 

현수는 다시 한번 다그쳐 물었다.

 

"그냥 우연히....."

 

우연히...라니?

 

"혹시 강민아씨하고 애인사이에요?"

 

현수는 아마도 아까 본 광경을 오해하는 듯 했다.

 

"네..그렇다고도..."

 

"아니에요!"

 

진우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이 상황으로 본다면 진우는 이중계약을 해서 억울한 사람이 아니다.

더 이상 나도 지켜볼 수 없었다.

 

"현수씨! 당신이 지금 큰 소리 칠 때가 아닙니다. 당신이 이중계약을 하고 가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박진우씨랑 함께 있었던 거라고요."

 

"네?"

 

현수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민아씨....그건 오해에요. 제가 그냥 이과장이 미국 간 거 모르고 들렀다가 당신이랑 친해진 거지요..헤헤...이중계약은 농담이었어요..."

 

그럼 여태까지 진우란 남자에게 내가 속았단 말인가?

이대로 당할 수 만은 없었다.

 

"웃기지 마세요. 계약서까지 보여줬잖아요? 거기 집주인에 이현수란 이름이 써 있었고, 세입자에 박진우란 이름이 써 있었다고요. 저랑 똑같은 거에..."

 

"그건...복사기로 제가 장난친 거에요..."

 

진우는 수습하려고 그런 말까지 꺼낸 것 같은데 이로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진우는 현수의 계약서를 빼돌려 문서위조를 해서 이 집에 당당한 권리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진우씨 그만 얘기하시고, 강민아씨 얘기 좀 들어봅시다."

 

나는 진우란 남자가 나를 속였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거기다 방금 전에 날 겁탈하려고 했던 것도 이제서 공포감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았다. 진실을 얘기했다가 진우가 어떤 해꼬지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그 동안 마음 고생했던 것을 한꺼번에 얘기할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이사 온 첫 날이었어요. 제가 누워 있는데 박진우씨 이 사람이 들어 와서 자기가 현수씨랑 계약을 했다는 거에요. 이중 계약이 되었으니 해결이 날 때까지는 동거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두분이 사귀게 된 건가요?"

 

나는 기가 막혔다.

 

"아니에요. 진우씨가 억지로....."

 

이럴 땐 순박하고 청순한 영화배우처럼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진다면 아주 불쌍한 여자로 동정을 받을 수 있을텐데...빌어먹을...눈물은 나오지 않고 분한 마음에 진우를 죽도록 패주고 싶은 분노만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란 여잔 이런 상황에서도 남자 둘은 때려 눕히고 이 집을 차지할 만큼 강한 여자가 아닐까 싶었다.

 

"진우씨, 저랑 잠시 나가시죠. 민아씨는 여기서 기다리세요. 민아씨 집이 맞으니까요."

 

현수는 내 얘기를 듣더니 진우를 데리고 나갔다.

나는 일단 상황 파악은 제대로 되지 않지만 내 집이란 사실에 기뻤다. 그러면 그렇지...이렇게 어렵게 독립한 것이 물거품이 될리는 없다...

그런데 현수는 왜 갑자기 온 것일까?

미국에 간지 일주일 만에...

그것 또한 나에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1-2시간쯤 흘렀을까...

현수가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일단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진우씨는 동료 맞고요. 집이 멀다고 제 집에 자주 묵곤 했는데 아마도 그때 계약서를 빼돌려 자기 이름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자 문제도 질이 좀 안좋죠...근데 여자들이 매달리는 걸 보고 민아씨도 그런 상황인가 물어본 거고요."

 

그럼 진우란 남잔 이제 완전히 퇴장이란 말인가? 내 집에서...또 내 인생에서...

 

"그럼 제 집이 되는 거죠?"

 

"원래부터 민아씨 집 맞고요. 일단 제가 나가달라고 했고 짐은 낼 낮에 찾아가던지 하라고 했습니다."

 

몇 번 만난 적은 없지만 오늘은 정말 현수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시기적절하게 나타난 것이 아닌가..?

 

"고마워요. 아깐 정말 그 남자한테 당하는 줄 알고..."

 

"네...많이 놀라신 것 같던데..그래도 차분하게...잘 얘기하시던데요. 민아씨 말 안들어도 그 놈의 과거 행적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지만요."

 

일단 하나의 상황은 종료되었는데 현수는 앞으로 어쩔 셈인지...

 

"그런데...제가 또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그렇게 말을 꺼내는 현수의 표정은 심각했다.

 

"네? 무슨 문제라도?"

 

"저 완전 귀국한 겁니다."

 

"네?"

 

완전 귀국이라니? 미국에 가면 영원히 안 올 것 같이 말하던 사람이....

 

"동업자한테 속았습니다. 미국 가기 전에 보낸 이 집 전세금을 다 날렸습니다...."

 

-----------클릭, 시기적절한 남자 14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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