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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동거> [27]편 "그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2)" 보셨나요?
우 기자의 이사를 저지하기 위해 이 기자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죠?
그래서 이렇게 단둘이, 한밤중에, 나란히 눕게 되었는데요..
아직 못 보셨거나, 다시 보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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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연재한 부분은 제가 아주 사랑하는 부분이랍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지금 나오고 있는 노래는 Roy Orbison의 <In dreams> 입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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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동거> [28] - 정든 오늘밤 더디 새었으면(1)
우 기자가 코트를 가져다 내게 건넸다. 나는 엉거주춤 받아서 몸 위에 덮었다.
"따뜻하지?"
"으응…. 고마워. 근데 나 혼자 덮어?"
"그럼? 둘이 같이 덮을까?"
"아, 아니야."
아우, 민망해라. 우 기자도 추울 텐데. 나 혼자만 덮기는 미안한데.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뭐. 그렇게 둘 다 누워서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우 기자가 또 불쑥 물었다.
"불 끌까?"
"그러든지."
우 기자가 일어나서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아아,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이 소리가 저쪽에 들리면 안 되는데.
"이 기자."
"응?"
"잠 안 오지?"
"아니, 졸려."
나는 점점 거짓말의 대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난 안 졸린데…."
"피곤할 텐데, 왜 잠이 안 와?"
"난 이 기자가 참 이상하다?"
"뭐가?"
"어떻게 잠이 오냐?"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지만 우 기자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다. 추워서 그렇다는 말일까? 아니면, 이사를 못 가서 속상해서? 내일 11시에 있는 공식 인터뷰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것도 아니면, 설마 내가 옆에 있어서?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나는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다. 우 기자한테 바보처럼 보이긴 싫은데….
"바닥이 너무 불편하지."
고민 끝에 겨우 내뱉은 말이 겨우 이 말이라니! 왜 나는 이렇게 바보 같은 말만 하게 되는 것일까. 머리가 완전히 굳어버렸나 보다. 우 기자의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웃어?"
"아니, 그냥 웃어. 좋아서."
우 기자의 말에 대답하는 것이 점점 어렵고 조심스러워진다. 그가 말을 해도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기가 힘들고, 그래서 대꾸도 못 하겠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다 이렇게 바보가 되나? 한참동안 침묵이 계속 되다가 불쑥 우 기자가 말했다.
"열두 번에 열한 번!"
"응?"
"그게 뭘까요?"
"글쎄…."
내가 알 턱이 있나.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완전히 굳어버린 것 같은데, 저건 또 무슨 말이람. 아아, 정말 바보가 되었나 보다. 난 왜 이 사람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걸까?
"내가 열두 번 숨 쉴 때 이 기자는 열한 번 쉰다? 재미있지?"
"그, 그걸 세어 봤어?"
"나이 서른 하나 되고 나서야 처음 알았네. 사람 숨소리가 이렇게 예쁜 거."
"…."
"난 나중에 숨소리 예쁜 여자하고 결혼해야지. 매일 밤마다 불 끄고 이렇게 나란히 누워서 자야 하는데, 숨소리가 안 예쁘면 어떻게 평생 동안 그 여자를 사랑하겠어?"
"사람 숨소리가 다 똑같지, 뭐. 우 기자, 또 말도 안 되는 거 가지고 우긴다."
"그래, 나 우긴다. 그래도 난 꼭 숨소리 들어보고 결혼할 거야."
다시 고요해지고 나니 우 기자의 숨소리가 들렸다. 사람 숨소리라…. 그게 다를 게 있나, 뭐?
그러나….
계속 듣다 보니 그의 숨소리가 정말 애틋했다. 그가, 저쪽 바로 옆에서 저렇게 숨을 쉬고 누워있구나. 나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50cm 쯤 되나? 지금 그와 나의 거리가. 내가 등을 돌리고 누운다면 그와의 거리는 조금 더 벌어지겠지. 이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와 나의 사이는 변함 없을 거고. 하지만 그의 쪽을 향해 눕는다면 조금 더 가까워질 테지. 나는 지금 어떡해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다시 우 기자가 벌떡 일어났다.
"왜?"
"잠깐만!"
그가 더듬더듬 욕실로 가더니 주섬주섬 뭔가를 챙겼다.
"뭐하는 거야?"
그가 챙긴 것을 가지고 와서 내게 내밀었다. 잘 접혀진 수건이었다.
"이거라도 베면 좀 나을 거 같아서."
"우 기자 것도 있어?"
"그러엄! 베개에다, 배 위에 덮을 이불까지 생겼어."
"그거 하나로 괜찮겠어?"
"배 위에 덮을 수건 한 장만 있어도 행복하네. 난 내가 이렇게 쉽게 행복해지는 인간인지 몰랐는데…."
"…."
"이 기자."
"응?"
"우리가 만약에 사랑하는 사이였으면…,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 배웠던 만전춘(滿殿春), 기억나?"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만, 간신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대답을 했다.
"만전춘? 남녀상열지사라고 해서 금지되었다는?"
"응. 그거 내용 알아?"
"글쎄, 모르겠는데?"
"얼음 위에 댓잎 자리 깔고
님과 나와 얼어죽을 망정
얼음 위에 댓잎 자리 깔고
님과 나와 얼어죽을 망정
정든 오늘밤 더디 새었으면
더디 새었으면…."
아,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나는 그저 눈만 질끈 감고 있었다.
"만전춘이 뭐냐면, 가득찰 만(滿)에 궁전 전(殿), 봄 춘(春) 자거든? 궁전에 가득한 봄이라는 뜻이야, 제목이. 참 운치 있지? 얼어죽을 만큼 추운 곳에 나란히 누워있는 연인들 이야긴데 제목은 궁전에 가득한 봄이라니…."
"…."
"우리가 만약 사랑하는 사이였으면…, 이 춥고 불편한 밤도 참 짧을 거야, 그렇지?"
"…."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차마 움직이지도 못하고 우 기자 쪽을 곁눈으로 흘끔거리면서 보았다. 그랬더니, 맙소사! 우 기자는 내 쪽으로 돌아눕고 있었다. 이제 거리는 40cm. 그가 숨쉴 때마다 숨결이 내 귀에 닿는 듯 했다.
잠시 그나마 안정 상태에 들어갔던 심장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있을 뿐이었다. 우 기자는 내 쪽으로 돌아누운 뒤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고른 숨소리만 계속 되다 문득 우 기자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사람한테 만약 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마음에서 생각하는 대로 그냥 다 서로 들린다면. 이 기자가 지금 하는 생각들이 나한테 들리고, 내가 하는 생각이 이 기자한테 들린다면…."
"…."
"이 기자는 지금 무슨 생각해?"
"…."
"잠들었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이 기자한텐 드디어 1월 1일이 갔나보네. 내 1월 1일은 아직 안 끝났는데…."
그가 피식 웃었다.
"정말 겁 없는 여자네, 이 여자. 이렇게 그냥 잠이 들다니. 떨리지도 않나."
나처럼 잠이 잘 드는 사람이, 머리만 가져다 대면 곧바로 잠들기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사람이 이렇게 오랫동안 잠을 못 자고 있다. 지금은 몇 시쯤 되었을까. 바닥이 너무 딱딱해 몸을 움직이고 싶은데, 그러면 잠이 안 든 것처럼 보일까봐 움직이기도 힘들다. 코트를 덮어도 이렇게 추운데, 우 기자는 수건 한 장 달랑 배에 덮고 얼마나 추울까.
그래도 님과 나와 얼어죽을 망정, 정든 오늘밤은 더디 새었으면, 더디 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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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현정입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비교를 거부하는 완벽하고 멋진 조건을 가진 남자도,
동시다발적인 애정을 받는 매력적인 여자도 나오지 않는 평범한 글이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 속에 한자락 따뜻함, 조그만 아름다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음 글은 내일이나 모레, 밤쯤에 올리겠습니다^^
제게 소중한 글이니만큼, 읽는 님들도 소중하게 읽어주셨겠죠..^^
글이 괜찮았으면(*^^*) 가끔 격려도 해주시고요~~
답글 하나, 추천 한번이 제가 열심히 쓰는데에 엄청 큰 힘이 된다는 거 아시죠?
오늘도 시간 내서 제 글 보아주시고, 답글 남겨주시고, 추천해주신 님들
사랑합니다*^__^*
(참, "만전춘"에 나오는 "댓닢"이라는 단어는 "대나무잎"을 뜻한답니다.. 아마 아실테지만..^^)
이 기자와 우 기자의 아름다운 밤이 계속되길 바라며,
김현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