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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귀거래사 (新歸去來辭) 64 못 말리는 우리 처고모

김명수 |2004.05.02 21:43
조회 309 |추천 0

 신귀거래사 (新歸去來辭)

 

 64

 

 

못 말리는 우리 처고모


 

<모니카 고모> 우리 처고모의 이름이다.

독실한 카톨릭이신 이분은 연세가 환갑을 넘었지만 젊은 시절부터 봉사활동에 항상 바쁘셨던 분이었고 지금도 거동 불편한 독거노인들의 대소변을 받아주며 지극 정성으로 봉사활동 하시는 정력 대단한 분이다.


이 양반의 부지런함은 천성으로 타고났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비록 할머니로 불리시지만 아직도 어엿한 처녀는 처녀다.

처녀할머니 우리 모니카 처고모의 그 부지런함 때문에 지난주에 나는 큰 낭패를 당했다.


집을 자주 비우다 보니 우리 집 관리는 처고모가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에 살고 계시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우리 집으로 오신다.

당신이 우리보다 이 시골집을 더 좋아하신다.


집에 도착하면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옷부터 갈아입고 텃밭에 나서면 허리 한번 펴지 않고 온종일 밭에 매달리신다.

금년에도 고추·상칟근대·아욱·가지·얼갈이 열무에다 청경채·쑥갓·더덕에다 오이와 호박까지 골고루도 심었다.


이렇게 흙을 좋아하다 보니 우리 집은 아예 처고모의 주말농장이 되었다.

과수나무 그늘에 머위가 지천으로 올라오는데 머위는 처고모에게는 대단히 인기 좋은 나물이다.

고모님은 머위를 따면 항상 여러 단으로 나누어 묶는다.

“고모님 한꺼번에 묶지 왜 여러 단으로 나누어 묶나요?”

나는 처고모의 속뜻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넌짓 물어본다.

이 집 저 집 나누어주기 위한 것인 줄 알면서도 나는 딴청 부리며 장난삼아 물어보는 거다.

“머구 때문에 우리 동네에서 내가 스타아이갚 하며 환하게 웃으신다.


지난번에 머위를 가져가서 이웃들에 나누어주니 그렇게 좋아 하더라며 그 재미에 머위는 처고모의 선물용 일 순위 인기나물이 되었다.

머위 쌈이야 밥맛없을 때 그 쌉싸래한 맛으로 인해 입맛 돋우어 주는데는 최고다.

나도 심심하면 한 줌 뜯어서 팔팔 끓는 물에 데쳐 된장발라 쌈 싸기를 즐긴다.

사실 머위의 번식 속도는 대단하고, 자라는 속도도 무척이나 빠르기 때문에 뜯어내어도 새순은 하염없이 올라온다.

너무 빠른 번식으로 넘쳐나기 때문에 나는 보이는 족족 뽑아버리지만 처고모가 저리도 좋아하니 이제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지난주에 진주에 일주일가량 머물고 있는데 처고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 서방 마당에 잡초 다 뽑았다. 뱀 나올까 겁나더라.”

아뿔싸!

나는 처고모의 전화를 받는 순간 애써 군락으로 만들어 놓은 야생초들이 몽땅 뽑혀 나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뱀딸기(솜양지꽃)를 군락으로 만들었고 인동초도 펜스를 타고 오르도록 무수히 심었다.

초롱처럼 매달려 하얗게 꽃피는 매력 덩어리 둥글래와 하얀 민들레 노란 민들레, 두 가지 색깔의 제비꽃, 여러 종류의 나리꽃과 원추리들, 씀바귀와 익모초, 며느리 밑씻개, 피나물, 매 발톱, 두메양귀비, 천남성 이외에도 산길 들길에서 보이는 여러 종의 꽃과 풀들을 나름대로 양지와 음지 반음지등에 단위별로 몇 평 식 군락지로 조성하여 골고루 심었더니 금년에는 완전한 세력이 붙어 있었지만 처고모의 눈에는 분명 쓸모없는 잡초로만 보였으리라.


그러나 처고모의 그 부지런함이 그만 애써 꾸며 놓은 내 야생초 꽃밭을 망쳐 놓은 것이다.

너른 마당이라 풀을 뽑아내기도 수월찮았겠지만 하루일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그 풀의 양도 리어카로 두어 대 분은 족했을 것이다.


애써 몇 년을 키워 이제 제법 군락을 이루며 세력이 붙은 정겨운 야생초가 없는 말간 마당이 되어버렸으니 때로는 부지런함도 화가 되나 보다.

보너스로 잡초도 뽑지 않는 게으른 김 서방이란 벼슬도 함께 받았다.


 

                                                                                              2004, 5, 2


                                                                                                  김 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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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곡-'알비노니/오보에협주곡D단조OP9-2/2악장/아디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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