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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랸의 밤, 불타 올랐던 소년의 이야기

포도씨당신 |2009.05.07 13:09
조회 996 |추천 1

옛날 옛적에. 한 때 10대의 끝자락을 잡고 질풍노도로 놀아제끼던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언제나 옥쇠처럼 그의 마음을 옥죄었지만,

그래서 독서실 까지 끊어서 다니고 있었건만,

 

 

독서실은 학습의 장이었다기 보다는

반 친구들끼리 방과후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이는 집합 장소였다는게 문제였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그 어느날, 웬일로 약간의 공부를 통해 약간의 죄책감을 덜어낸 소년은

자정이 되 다어서야 독서실을 빠져나왔더랬습니다.

그리고 집을 향하는 그의 이동수단은 언제나 처럼 자전거였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습니다.

 

 

계절은 바야흐로 가을,

시절의 밤 공기를 가르며 뺨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은,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었더랬습니다.

올라갈 땐 고역이라도 아무도 없는 내리막을

브레이크 따윈 이미 잊었다는 정신으로 가속해 내려올 때의 쾌감이란.

어쩌면 소년은 변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날은 유난히,

 

보름달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투명한 밤, 별들이 지저귀고, 새들이 반짝이는, 공기는 갖 구운듯 Fresh 했었달까요.

 

 

 

소년은 드디어 언덕의 정점에 섰습니다. 잠시나마 그를 괴롭혔던 오르막 코스에 대한 고통은 앞으로 펼쳐질, 그에게는. 그래요. 신세기 사이버 포물러에서 주인공이 부스터 온을 누르는 그 순간, 기체에서 터보 엔진이 튀어나오며 달려 아수라다~ 하고 외치는 그 때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충만감 앞에선 고통 따윈 눈 녹득이 녹아 아이스크림 처럼 녹아버렸습니다.

 

 

 

자 가잣. 내 애마여. 부스터어~ 오오온!

 

소년은 기어를 3x7로 시프트 체인지 하고 첫발은 무겁게, 그러나 곧 G-Force의 무한 마력으로 다운힐을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앞,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까지는 계속 직선 코스. 그야말로 다운힐러들에겐 꿈의 코스였었죠. 그 언덕은.

 

 

아. 그래 이 기분이야. 

 

검은 자위 너머로 신속 배달되는 주위 배경.

 

곧이어 시상하부 제약회사에서 조제한 각종 호르몬 제제가 소년의 뇌에 투약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 오는 법.

 

그런 폭주 와중에서도 소심했던 소년은 왕복 4차선 도로의 중앙이 아닌 

야밤을 틈타 불법을 펼쳐 세상을 구원하려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도로 가장자리로 달리고 있었던 바.

 

 

아아. 그랬습니다.

 

갑작스런 오프닝.

어떤 황당하신 분이 바깥 상황을 보지 않고 운전석 쪽 문짝으로 소년을 맞이해 주었던 것이죠.

 

 

하긴 그 분도, 자동차만 살폈겠지. 자전가가 저 하늘을 꿰뚫어 달리리라 라는 기세로 내려올 줄은 몰랐을 터.

자동차처럼 자전거에 전조등이 달린 것도 아니었고요.

 

 

아무튼 소년은 그렇게 일체 절명의 위기를 맞이 했습니다.

 

이대로 저 문짝의 환대에 얼씨구나 품에 안기면, 그대로 하나님의 품에 안길 수 있을테지요. 아아 무궁한 영광이로다.

가 아니고, 살아야 했습니다. 이대로 죽기엔, 카우방으로 한참 희망을 부풀리던 소서리스가 너무 불쌍한 것이었습니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그때 당시의 상황은 말 그대로 순간의 시간이 끈적끈적 늘어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내공이 10갑자가 쌓인 초절정 고수가 급소로 날아오는 상대의 예병을 바라보며 아, 이건 너무 느리구만 그려. 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야구 선수가

한 순간 공이 수박만해보이고 천천히 날라오더라고 했던 그 말과 일맥 상통하는 것일까요.

 

 

기적적으로.

 

소년은 헨들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순간 당황하는 불법 주차 1人의 모습 마저 옆으로 설핏 보였다고 합니다만.

위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였습니다.

 

급작스런 헨들링 조작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라는 격언이 있듯이 정말 뭐 같이 빠른 스피드로 내려오던 소년의 아수라다는 그만 중심을 잃고 몰래 감쳐 두었던 성적표가 저녁 식사 시간 반찬 마냥 올라와있는 걸 알아챈 소년의 눈동자가 그랬던 것처럼, 심각하게 떨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짝의 일촌신청을 거절하고 엉덩이를 흔들거리는 요염한 아수라다의 암영에 올라탄 소년은 또 순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자전거랑 뒹군다면, 아마도 어릴적 순이와 언덕을 나뒹굴던 그때와는 뭔가 다를 거란건 자명한 사실.

 

소년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자전거를 버리자.

 

 

미안해. 아수라다. 너와의 추억은 아쉽지만, 넌 이젠 너무 느려졌어. 경기에 이기기 위해선 난 새로운 머신이 필요해.

가 아니고, 살아남기 위해 소년은 두 발로 기체를 박차고 비상 탈출을 감행. 몸은 밤 하늘을 수놓으며 저 멀리 안드로메다 성운으로

가 아니고, 체육시간에 배웠던 유도의 낙법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지면에 착지했습니다. 물론 말이 떠올렸단 거지

 

누가 봤으면 데굴데굴 굴려라 굴려 괴혼마냥 정신없이 뒹굴었겠지만요.

 

 

순간 정적이 흐르고.

 

 

문을 열던 운전사와, 길가의 주점의 야외 탁자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모두 벙쪄 있었다고 합니다.

흔들거리는 자전거를 박차고 날아올라 공중 일회전을 한후에 낙법 자세로 나뒹구는 진풍경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 했으니까요.

 

 

소년은 잠시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널부러져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나... 다친건가?'

 

 

다행히 소년은 특별히 아픈 곳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안도감과 함께 주섬주섬 일어난 그는 자전거 쪽으로 다가갔으나 자전거는 안타깝게도 장렬히 전사.

하지는 않고 몇 미터쯤 떨어진 곳에 불시착한 상태였죠.

 

미안하구나, 선장은 끝까지 모함과 함께 해야하는 법이거늘.

 

소년은 죄책감으로 아수라다호를 인양해 올렸습니다. 앞뒤로 가볍게 흔들어 보니 뒷바퀴가 살짝 휜 상태. 내일 전장으로의 진격이 걱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소년이 침울하게 수리 계획을 잡고 있는데,

 

사고의 원흉이 선장에게 성큼성큼 다가왔습니다. 선전포고라도 할 모양입니다.

 

 

"저기... 괜찮니?"

 

 

아아. 젠장. 괜찮겠냐고!

라는 외치는 소년의 머리 속 과는 다르게 그의 친절한 입술은

 

"괜찮은 거 같아요"

 

 

라며 헛소리를 나불거렸습니다.

 

 

"정말 괜찮니? 아까 심하게 구르던데"

 

 

그제서야 소년은 몇 사람분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걸 눈치채고야 말았습니다.

얼굴을 붉힌 소년은,

장렬히 아수라다 호와 운명을 함께 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

가 아니라, 사람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 당황스러운 것이었겠지요.

 

 

"괜, 괜찮아요"

 

 

괜찮다는 마지막 말만을 남기고 소년은 그렇게, 자전거를 이끌고 골목 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명함을 주려는 문짝의 목소리는 그 소년의 뒷 덜미를 붙잡지 못하고 허공속으로 흩어졌고, 고의든 아니든, 소년은 순식간에 문짝을 뺑소니 범으로 만들고 유유히 어둠동화 스킬을 발동해 사라졌으며. 그 날의 추억도 이젠 아련한 뇌리속으로.

 

 

소년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전해지는 바로는 그 후, 소년은 그 사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하는 군요.

 

 

 

그나저나 여러분. 여기서 질문 하나.

여러분은 여지껏 살아오시면서.

어떤 순간, 정말 내가 아닌 또다른 무언가가 튀어나오신 적이 있으신지.

전 저 추억만 떠올리면

아, 나에게도 뭔가 주인공의 피가 흐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ㅋ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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