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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4인방-눈물겨운 십대들(2)

까미유 |2004.05.11 11:49
조회 598 |추천 0

 

제 2 부 - 눈물겨운 십대들




젖은 머리를 말릴 새도 없이, 20분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아침 여덟시 십분...삼십분이 지나면 꼼짝없이 지각인 셈이다.

젖은 머리끝에선 물이 뚝뚝 떨어져 어깨를 흠뻑 적신다.

이런 날은 꼭 머피의 법칙처럼 버스도 놓치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다.

제기랄...뛰다가 움푹 파인 인도에 발을 헛디뎌 앞으로 몸이 기운다.

죽었구나...그 순간 내 앞에서 내 몸을 받치는 남자가 있었으니...

쪽팔리게도 나는 그 남자에게 안기는 꼴이 되고 만다. 만원 버스가

신호에 걸려 정차되어 있는 가운데에 버스안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죄다 내쪽으로 쏠리며 야유를 보낸다.


-아이씨....쪽팔려.


나는 고개를 숙인채 남자를 피해 달아나려다 남자의 손에 가방을 잡힌다.


-야, 고맙단 말은 하고 가야지.


그제서야 나는 뒤를 돌아본다. 교복을 보니 Y남고 학생이다.


-고마워...가도 되지?


나는 건성으로 인사를 건네고 우선 이 자리부터 모면하고 보자는 식으로

돌아서 가려는데 다시 내 가방을 잡는다.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


돌아본다. 아이씨..짜증나...생긴 건 멀쩡하게 잘생겼다. 잘생겨서 봐준다..


-나 지금 바쁘거든,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 정식으로 보답할게...됐지?


나는 잽싸게 그 녀석의 손에서 벗어나 뛰기 시작한다. 시계를 본다.

여덟시 이십분이다...아이씨...학교 앞 50미터...여덟시 이십오분...

볼살이 파도처럼 밀려 양쪽 날개를 단 듯 부르르 떨릴 만큼

초스피드로 뛴다. 아슬아슬 하게 학교 정문에 발을 내딪는 순간

멋지게 가랑이가 찢어지며 땅바닥에 주저 앉는다.


-아악....


뻣뻣하다 못해 부러질 것 같은 나의 유연성이 마치 뼈가 없는

문어다리처럼 늘어진다. 눈물이 찔끔난다. 숨이 턱 막히고,

하체는 마치 찢겨져 나간 기분이다. 정문앞에 여우같은 선도부가

내 꼴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곤 손목시계를

보더니 혀를 차며 말한다.


-너도 참 시간 맞게 오느라 고생한다...그런데, 아침부터 무슨 운동을

그렇게 심하게 하냐? 일어나 잽싸게 안 튀어?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저 인간은 하여튼 목청도 좋아...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똥 싼 것처럼 엉기적 엉기적 안으로

들어간다. 교문이 닫히고 뒤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던 학생들이 거의

울부짖는다. 나는 유유히 운동장을 가로질러 뒤뚱 거리며 교실로

들어간다.


2학년 5반 교실은 늘 그렇듯이 아침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에 이건 완전히

여학교가 아니라 남학교보다 더 험악하다. 책상 위를 뛰어 다니질 않나,

뒤에서 씨름한다고 지랄을 떨지 않나, 침 흘리며 자는 인간은 보통이고

아침부터 반찬 냄새 풀풀 풍기며 도시락을 까 먹질 않나...

자리에 앉자 마자 행자와 정희, 난영이 우르르 몰려 온다.


-담팅이 호출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나는 눈앞이 캄캄해는 걸 느낀다. 우리 넷은

상담실로 간다. 담팅이 서슬 퍼런 눈으로 우리를 노려 보고 섰다.

그리곤 출석부로 다짜고짜 내 머릿통을 날리고, 행자 머리통을 날린다.

다시 정희 머리통을 날리고는 난영의 머리통을 날리려다 관둔다.


-이 새끼들이 말야, 정신이 있어 없어?...너, 배정희....반장이 돼가지고

애들 앞세워서 땡땡이를 쳐?...너, 내가 공부 좀 한다고 눈 감아 줬더니

아주 날 물 먹일려고 작정했냐?


담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출석부로 다시 정희 머리를 강타한다.


-아이 시팔...


행자가 나지막히 욕설을 내뱉자 담팅이 듣지 못했는지 나를 본다.


-채수현, 넌 아주 포기했냐?...그 성적으로 대학엔 어떻게 갈 거냐?...

대가리에 똥만 찼지?...머리가 장식이냐 이놈아...정신 좀 차려라,

늬 엄마 고생 고생하면서 너 뒷바라지 하느라 허리가 휜다...그거

아는 놈이 이러고 다니냐?....어?


출석부가 다시 내 머리통을 날리고 행자로 넘어간다. 행자의 머리통을

내리치던 담팅이 한심한 듯 본다.


-너는 너 맘대로 하고 살아라...공부하면 뭐하냐, 너 같은 새끼들은

그저 출석이나 제때하고 졸업장이나 따면 잘 하는 거지...쯧쯧.

그리고...강난영, 너 한 번만 더 이 새끼들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허튼 짓하면 그땐 안 봐준다...알았어?...니들 오늘 반성문 써서

제출해...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우리 넷은 똥 씹은 얼굴로 상담실을 나온다. 행자의 표정이 무섭다.

나는 괜히 행자의 눈치를 본다. 정희가 한숨을 내쉰다. 난영이 아무말도

못하고 섰다. 행자가 돌아본다.


-시팔...너는 좋겠다, 돈 많고, 빽 많아서...


행자가 난영이한테 쏘아 붙이고는 화가 난 듯 성큼성큼 걸어간다.

난영이 울상을 짓는다. 나는 난영의 어깨를 두들겨 준다.


-너한테 화나서 저러는 거 아냐, 행자가 지금 기분이 얼마나 드럽겠냐...

  니가 이해해라.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들은 우울한 하루를 시작한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우리들은 반쯤 까 먹은 도시락을 들고 매점으로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눈썹을 휘날리며 뛰어 간다. 이미 우리들보다

발빠른 애들로 매점은 북새통을 이루고, 우리는 그 많은 인파속을

헤엄치듯 휘휘 저으며 파고 들어간다.


-아줌마, 라면 네 개요....아이 시팔, 밀지 좀 마라.


행자가 눈을 부라리며 돌아보면 애들은 거의 쥐죽은 듯 조용하다.

우리는 행자가 라면을 가지고 올 때까지 탁자 앞에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고, 난영이 사 온 곰보빵과 소보루빵을 뜯어 먹고 있다.


-야, 채수현.


낯익은 목소리가 내 등뒤에서 들려온다. 마주 앉아 있던 정희의

표정이 벌레 씹은 듯하다. 아마도 3학년 선배인 명보인가 보다.

우리는 명보란 특이한 이름을 부르는 대신 갈보라고 부르곤 했다.


-니네 어제 S여고 년들하고 한 판 붙었다며?...시팔, 쪽팔리게

얻어터지고 다니냐 이제?...니들이 동네 북이냐, 뭐냐?


명보가 곰보빵을 빼앗아 뜯어 먹으며 건들건들 말한다. 정말 선배만

아니면 죽을만큼 패주고 싶다.


-배정희, 눈 깔아라...선배 보면, 인사할 줄도 모르냐 니들?...싸가지

밥 말아 처먹었지?


명보가 정희의 머리통을 툭툭 치며 말한다. 행자가 라면을 담은 쟁반을

들고 오다 명보를 본다. 쟁반을 내려 놓고 행자가 명보를 째려 본다.


-정희 머리통이 선배 샌드백인 줄 알아요?


행자가 그래도 존댓말로 나오는 걸 보면 많이 대접해주고 있음을

느낀다. 명보의 눈이 찢어진다. 어이없다는 듯 씨익 웃어주고는

바로 행자의 머리통을 한대 친다.


-이 년이 눈에 뵈는 게 없나, 죽고 싶냐?


행자의 표정이 구겨지고 침을 뱉더니 노려본다.

-아이 시팔...오늘 머리통 심하게 건드리네, 시팔...니가 선배면 다냐?

나 교복 벗으면 그만이야, 야...갈보, 오늘 나랑 한 판 붙을래?


행자의 험악한 말이 시작되고 명보의 표정이 하얗게 질린다. 애들이

나서서 구경은 못하고 힐끔힐끔 이쪽을 쳐다본다.

명보가 아니, 갈보가 행자의 뺨을 내리치자, 철퍼덕하고 소리가

크게 울린다. 순간 정희가 벌떡 일어난다.


-이런 시팔...


행자가 덤벼 들자, 정희가 중간에 나서서 행자를 잡고 나는 명보 앞을

가로 막는다. 난영이 겁 먹은 듯한 표정으로 보고 섰다.


-행자야, 니가 참어...이러지마, 너 오늘 걸리면 정말 정학이야.


정희가 행자의 허리춤을 두 팔로 껴안는다.


-시팔, 놔 봐...선배고 지랄이고 다 필요없어...선배면 선배답게 굴어

이년아..애들 돈이나 삥치고, 후배들 샌드백처럼 두들겨 패지나 말고..

그러고도 니가 선배냐?

-저 년이 오늘 죽을려구 환장했나...


명보가 나를 밀치고 앞으로 나가려 하자 나는 필사적으로 명보를

막고 선다.


-언니, 참으세요...오늘 행자가 기분이 그래서 그래요...죄송해요.

언니가 한 번만 그냥 참아 주세요...죄송합니다.


마음과는 달리 이럴 수 밖에 없는 나로써도 참 비참하고, 쪽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행자를 위한 길인걸.


-시팔년, 너 앞으로 내가 두고 볼거다...학교 제대로 다니고 싶으면

알아서 기어 이년아.


명보가 분을 삭히지 못하고 나가자 그때서야 탈진한 듯 나는 자리에

주저 앉는다. 정희가 행자를 달래 자리에 앉히고 행자는 기분이 영

아니올시다 표정을 짓고 앉아 있다.


-성질 좀 죽여라, 선배한테 눈 밖에 나면 일 년이 고달프다는 거 몰라?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드러워서 피하지.


정희가 한마디 한다.


-이 놈의 학교 시팔...다 때려 치워버리고 싶다.


행자가 화가 나 앞에 있던 소보루 빵을 집어 들고 바닥에 던져 버린다.

퉁퉁 불은 라면앞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앉아만 있다.


교실로 돌아온 우리들은 책상에 엎드려 방송반에서 틀어 주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가끔 우리들의 학교는 자유는 존재하지 않고, 복종만

존재하는 사육장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가끔 이탈을

꿈꾸곤 한다. 박혜성의 경아란 노래가 흘러 나오자 애들은 호들갑을

떨며 브로마이드를 꺼내 든다.


-야, 박혜성보다 솔직히 김승진이 낫지...얼마나 멋있냐?

-야 이년아 김승진이 어디 얼굴이냐, 박혜성이 훨 낫지..


뒤에선 소방차의 춤을 흉내내며 난리 법석을 떤다. 우리들은 그런 것에

흥미가 없다. 행자는 아까부터 말없이 책상위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눈을 감고 있다. 난영인 여전히 거울을 들여다 보며 얼굴에 여드름이

있나 없나 살피고 있고, 정희는 수학 책을 펴고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나는....책상위에 팔을 올리고 창 밖을 본다. 우리 학교 맞은 편엔

Y남고가 있다. 가끔 창 문을 열고 남학생들은 미스터코리아 대회라도

연 것 마냥 윗통을 벗고 서서 체조를 하거나, 벗은 옷을 들고 흔들기도

한다. 그러면 교실 창문에 들러 붙어 여학생들은 환호를 내지르거나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하며 킬킬거리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Y남고에선 미스터코리아 대회가 열린 것이다. 우르르 반 애들이 창가로

몰려 간다. 난영이가 궁금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붙어 구경한다.


-난리 났다 난리 났어...


행자가 실눈을 뜨고 보며 혀를 찬다.


-미친년들...


행자가 다리를 내려 놓고 내 앞에 와서 앉는다. 그때 옆반에 있는 수정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야...이번 주 토요일에 미팅 안할래?

-뜬금없이 무슨 미팅이냐, 쪽팔리게.


정희가 돌아보며 말한다. 수정이 행자 옆에 앉으며 말한다.


-Y남고 애들인데, 죽여 준다니까...하자, 엉?

-재미 없어..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야, 맨날 쭉장에서 죽치고 있어봤자, 제대로 된 놈 하나 건질 거

있었냐? 후회 안한다...내 말 믿고 한 번만 하자.

-몇 신데?


행자가 시큰둥하게 묻는다.


-사거리에 있는 잃어버린 시간 속에 알지? 거기서 네 시에.

-아이씨...왜 하필 거기냐?

-왜?


행자의 말에 정희가 쿡쿡 웃는다.


-왜긴, 거기서 예전에 한 판 떴잖냐 행자가....주인한테 쫓겨 났었지 아마.


정희의 말에 내가 킬킬대며 웃자 행자가 흘겨 본다.

수업 종이 울리고, 수정이 서둘러 다짐하고 교실을 빠져 나가면

애들은 창문에서 떨어져 나와 서둘러 각자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다시 수업이 시작되고, 날짜에 맞춰 번호순으로 지적하면 나가서

문제를 풀곤 한다. 그러다 문제를 못 풀거나, 틀릴 경우엔 가차 없이

회초리로 손등을 맞거나, 엉덩이를 맞아야 했다. 차라리 그 정도면

양반이다...불독 같은 놈한테 걸리는 날에는 안면 구타를 당하거나,

치욕적인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수업시간이 시작될 때마다 우리는

늘 긴장부터 하게 된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청소시간이면 밀대를 들고 우리들은 마치

말탄 기사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기도 하고, 칠판에 가득 찬

낙서 따위들로 장난을 치다 분필 가루가 묻은 칠판 지우개를

던져서 애들 등짝에 맞추는가 하면, 뒤로 다 밀어 놓은 책상위를

뛰어 다니며, 먼지를 폴폴 날리는 애들은 마치 자신들이 고2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하다.


행자와 나는 수돗가에 밀대를 들고 나와 섰다.


-집은...어떻게 됐어?


나의 물음에 행자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뾰족한 수가 뭐 있냐, 생각하기 싫다...머리만 아프지.


행자가 밀대를 야무지게 행궈낸다. 행자의 손은 농사꾼을 닮았다.

홀아버지에 동생 셋을 달고 있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집안에서

어머니이자, 큰 딸이자, 보호자 역할을 하니 행자의 손이 농사꾼을

닮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다. 그런 행자를 담팅이 관심을 가져줄 리가

없다. 그들은 하나같이 난영이 같은 애들에게만 스승일 뿐이다.

반 학생수가 58명이다, 그 중에 행자 같은 학생들이 반 이상 넘는다.

그런 불행은 우리들이 태어나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불행 속에 우리를 끌어 들인 것이다.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불행속에 어쩔 수 없이 갇힌 채 우리들이 말하는 고민들은

마치 다 타버린 연탄재보다도 보잘것없는 것으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가정방문이 뭐냐, 그건 아파트에서 사는지, 전세인가, 독채인가..

냉장고는 있나, 티브이는 몇인치인가..궁금해 하는 선생들의 호기심일

뿐이다. 말이 가정방문이지, 그것은 가정탐문이다. 혹가다 운이 좋으면

성격 좋고, 마음 좋은 선생 하나쯤은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역시 지쳐버리기 마련이다.


-반성문은 다 썼냐?


정희가 다가와 묻는다.


-니가 좀 대신 써주라, 난 영 글발이 없어서 그런 거 못하겠다.


행자가 투덜대며 말하자 정희가 웃는다.


-수현이 너두 안썼지?

-어...눈 앞이 깜깜하다, 반성문 쓰는 게 젤 싫어.

-내가 그럴 줄 알고 니들 꺼 다 써놨다.

-역시 우리 배정희다.

-당분간은 몸 조심들 하자, 담팅이 눈에 한 번 찍히면 며칠은 가잖냐.


행자가 그때 손에 물을 받아 정희 얼굴에 뿌리며 장난을 건다.


-어쭈...이게 해보자 이거지?


정희가 수돗물을 틀어 손으로 행자한테 물을 튕구면 행자는 밀대를 들고

설쳐 댄다. 나는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서 있다. 이럴 땐

아주 사소하기 그지 없는 일상이지만, 우리들의 십대가 눈물겹도록

아름답단 생각을 한다.

 

 

***대충 우리들의 십대는 그러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이제부터 슬슬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우리들의

이야기를 추억하면서 말입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오늘도 굿데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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