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유채에게 정후가 물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넌 어떻게 된 거지?”
“…”
그러나 그녀는 계속 흐느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더 이상 애기하고 싶지 않은 거야? 더 듣고 싶은데… 그 이후의 애기 말야…”
“…”
유채는 계속 침묵했다. 언니가 죽은 과거를 회상하며 깊은 침묵에 잠긴 그녀에게 정후는 더 이상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할 수 없군… 그 애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지…”
“…”
“협상은 아직 결렬 된 게 아니니… 마음이 바뀌면 말해…?
일어나 그만 자리를 떠나려는 정후에게 유채가 물었다.
“내용도 없는 협상인가…?”
“네가 마음이 열리면 내용을 말하지…”
“그래…?”
“그리고… M의 세상에 대해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 까지 더 알고 싶으면… Dr. 멀린에게 물어봐. 그리고. 그는 아직 젊어서… 혜성 침공 이전의 너에 대해서는 잘 모를 거야… 그러니까… 그의 애기를 듣고 싶으면… 너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애기 해야 할거야…”
“…”
“그럼 먼저 가지… 천천히 더 돌아 보라고…”
정후는 흐느끼며 떨고 있는 그녀를 그렇게 버려두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숨어서 멀린이 듣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앙통제실에서 방송을 통해 명령을 하달하고 있었다.
‘침입자다! 부대는 경계태세를 강화하라!’
건물이 갑자가 소란스러워 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채는 그러한 혼란을 뒤로하고 마냥 그렇게 주저 않아 있었다. 그리고 방송은 다급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침입자가 Zero구역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 소리에 유채는 갑자기 정신이 불현듯 들었다.
“Zero 구역?”
그녀는 다급히 Zero 구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구역은 M의 밀실이 있는 곳이었다.
M의 방.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가 다급히 M의 방에 들어서자. 시스템은 갑작스럽게 M의 방을 봉인해 버렸다. 그래서 밖에서 어떠한 군사도 침입할 수 없는 밀실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방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침입자는 놀랍게도 미토 였다.
“다… 당신…”
“안녕…”
그녀는 다리가 떨려서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떻게 이곳에…”
“시스템을 해킹 한 겁니다. 이제 이 방은 내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해킹…?”
“네… 최근에 알게 된 일이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M도 컴퓨터 시스템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더군… 그래서… 해킹을 통해 이곳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침입해서 이 방을 봉인한 겁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이곳의 컴퓨터는 대부분 고작 6살 어린아이 수준입니다. 더 성능이 좋은 컴퓨터와 프로그램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어떻게 그런 프로그램을 입수한 거죠?”
“…”
미토는 대답을 회피한 채 미소만 지었다. 그녀는 순간 정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머리가 쪼개질 정도로 복잡해 지고 있었다.
‘왜 이 사람을 들여보낸 거야… 너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잖아… 왜…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거야… 도대체…’
지금 미토는 M의 주변에 거대한 폭탄을 설치하고 있었다.
“무슨 짓이에요.”
“보는 그 대로 입니다. 이 녀석을 죽일 겁니다.”
“그 정도는 그도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요.”
“이거 왜 이래요. M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거동조차 할 수 없다는 것쯤은 이제 비밀도 아닙니다.”
그녀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지금 당장 미토를 말려야만 했다. M이 없는 그의 종족은 인간과 돌연변이 연합 앞에서 학살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한 사실 이었다.
“그게 폭발파면… M뿐만 아니라… 이 방에 있는 사람은 모두 죽어요.”
“알아요. 그래서 혼자 온 겁니다.”
“…”
“물론… 유채님은 계산에 없었지만…”
“당장. 그만둬요.”
“미안합니다. 이제는 멈출 수 없습니다.”
그때 힘겹게 M이 움직였다. 그러나 M은 그 움직임으로 미토를 막으려 들지 않고… 유채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M은 그녀에게 무엇인가를 전해 주었다.
“이… 이건…”
M이 그녀에게 전해준 것… 그것은 장전 된 총이었다.
“…”
그녀는 심히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M은 그녀에게 묻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M에게 한 말에 대한 진실성에 대해서… 그녀의 선택은 지금까지 M과의 신뢰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 것이었다.
“…”
결국,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총을 미토에게 겨누었다.
“그만… 둬요.”
“절… 쏠 겁니까?”
“제발… 그만 둬요…”
그녀는 애원하듯 미토에게 말했다. 그러나 미토는 폭탄 설치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한 그에게 유채가 소리를 질렀다.
“날 봐요!”
그러나 미토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 그러한 그를 향해 유채는 떨리는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꽝’
외마디 총성.
유채는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하듯 경고했다.
“이번에는 빗나가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미토는 여전히 유채를 외면하고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날 보라니까! 이자식아! 내 눈을 봐!”
그녀의 애절한 부르짖음에… 미토는 무심하게 등을 진 채 아무런 대꾸도 해 주지 않았다.
“미토…”
미토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유채에게 뒤 돌아 서서 말했다.
“제 눈을 보고도 절 쏠 수 있겠어요?”
“…헉…”
그녀는 눈에서는 또 다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어서… 쏴요… 폭약 설치가 끝나면 전 망설이지 않고… 폭발 시킬 겁니다.”
그녀는 선택해야만 했다. 미토는 자신의 의지대로 할 것이 분명했다. 그녀도 자신의 의지를 결정해야 할 절대절명의 순간이 임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폭약 설치가 다 끝나 가고 있었다.
결국…
“으아아악!”
유채는 그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꽝’
무심히 울리는 총성. 공이가 탄피를 때려 화약이 터지는 불쾌한 내음과 함께 미토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총을 버리고 미토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미토는 유채의 품에 안겨 힘겹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유채님…”
“왜!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야? 왜!”
“울지 말아요…”
“…”
“왜! 왜! 어째서…”
미토는 피뭍은 떨리는 손으로 유채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당신을 죽이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요.”
“미토…”
“나… 사실… 수명이 다 되었어요… 그래서… 자원한 거예요… 마지막으로 당신 얼굴을 보고 싶어서… 죽어야 한다면… 당신이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나를 받아준 것처럼… 나 너무 이기적이죠… 당신한테 이렇게 무거운 짐을 남기다니…”
“미안해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후회하지 않으려고…”
미토는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유채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미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