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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더운 여름이였다.. 사방에는 온통 매미소리로 시끄럽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이며 강아지의 짖음까지 크고 작은 소음들이 한데 어울어져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소리였던 양 느끼게 되는 그런 여름 오후이였다.
여기는 경상북도 한 자그마한 시골 동네
앞 집에 누가 사는지, 옆 집에 쌀 가마니가 몇 개 있는지 까지 고스란히 알 정도로 이웃간 우애가 깊은 이 마을의 이름 역시 우애골이였다. 물론 시에서 정해준 감천면 포2리라는 이름이 있지만 우애골이라는 이름으로 예전부터 불려와서 인지 동네 사람들 조차 포2리 라는 지역 명칭에 낯선 그런 곳이였다.
마을 동네 어귀에 꼬마 계집애하나가 허리 뒤로 뒷짐을 턱 하니 지고는 어슬렁 어슬렁 양반다리 흉내를 내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7살이였고, 제법 나이답지 않게 또박 또박 동그란 눈을 뜨고 따져대는 통에 어른들 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그 아이는 까만 생머리에 동그란 눈이 초롱 하여 그닥 이쁜 얼굴은 아니였지만, 귀염성 있는 얼굴이였다.
꼬마 아이가 걸어오는 모양새를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시던 할아버지들이 보고는 한마디씩 말했다.
“조고 조고 밸써 조로코롬 색기가 넘치가지고서야.....”
“쪼막만한게 그래도 이쁘잖습니꺼?!”
“그래도 계집애가 저래 색기가 넘치면 못쓴다!!”
색기....
할아버지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아 들리지 않았을 리 없건만 호기심 많은 꼬마아이는 그냥 지나쳤다.
아니 사실 색기라는 그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었다. 엄마한테 물어도 보고 아버지한테도 물어봤지만 꼬마가 이해하기엔 그 단어가 무척이나 어려워 이젠 포기했던 참 이였다.
“달래야! 진달래!”
방금 달래가 지나온 동네 어귀에서 예쁘게 생긴 사내 아이 한명이 달래의 이름을 부르며 허겁지겁 뛰어왔다. 그냥 생긴 걸로 봐서는 계집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정말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왜부르는데?!”
달래는 뒤로 휙 돌아서면서 그 사내아이를 향해 소리쳤다. 뭔가 삐져도 단단히 삐진 모양새로 사내아이가 달래의 앞까지 서자 팔짱까지 끼면서 따지는 듯 말했다.
“화난거야?! 미안해...”
사내아이는 정말 미안한 듯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달래에게 말했다.
달래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몸을 바르르 떨면서 사내아이를 한껏 흘겨보고 있었다.
“니!! 내 이름이 그렇게 웃기더나?!”
“아냐...그런거 아냐....”
“근데 와 놀리는데?!!”
“그게.....”
사내아이는 달래의 추궁에 고개를 푸욱 숙였다. 달래는 사내아이를 한동안 흘겨보더니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향했다.
“엄마!”
달래는 부엌으로 들어가며 엄마를 불렀다. 부엌에서 나오는 엄마를 보자마자 달래는 그대로 가서 안겼다.
“와?! 무슨일 있었드나?”
달래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절래 절래 저어대더니 이내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엄마! 색기가 뭐야?!”
“엄마가 그런건 몰라도 된다고 했잖니....”
달래 엄마는 흐트러진 달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달래 엄마는 서울 사람이였다.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커서 그런지 여느 시골 엄마들이랑은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달래는 항상 그게 자랑스러웠다.
동네 다른 친구들 엄마들은 항상 몸빼바지에 뽀글뽀글거리는 파마머리인데 달래 엄마는 항상 세련되게 자신을 꾸밀 줄 알았다.
“엄마...엄마는 왜 내 이름 이렇게 지었어??!”
“왜?! 이름가지고 또 누가 놀리니?”
달래 엄마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달래를 바라보았다.
달래는 엄마가 그런 표정일 짓는 것이 싫었다. 항상 달래가 이름을 가지고 엄마에게 왜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냐고 물어보면 엄마의 표정은 한없이 슬퍼보였다.
언젠가 달래는 할머니에게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느그 아부지 기억나나? 느그 아부지는 말이다... 달래 꽃을 그리 좋아했다.... 와 그리 그 꽃을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 핵교 다닐적에 말이다. 항상 달래꽃 필 무렵이면 꽃을 한아름 꺾어와서 방안 한가득 달래꽃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이가... 느그 아부지는 그랬다....-
할머니는 달래를 무릎에 앉혀두고 넋두리 하듯 그런 말씀을 하셨다.
달래 아버지는 달래가 3살 때 돌아가셨다. 교통사고 였다고 한다.
달래 아버지의 교통사고 이후 달래 엄마는 막막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 어떻게 버텨야 할지....
하지만 뱃속엔 달래의 동생이 있었고, 한참 울고 있던 달래 엄마에게 달래는 엉금 엉금 기어와 눈물을 닦아 주었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동안은 달래 엄마도 달래 아버지 생각을 차츰 잊어갔으나 요즘엔 달래 아버지 생각이 간절했다.
달래 때문이였다.
색기....
달래가 태어나고 걸음마를 뗄때부터 어른들은 달래를 두고 색기가 흐른다는 말을 유독 많이했다.
달래 엄마는 그런 달래의 앞날이 고될까봐 항상 노심초사 걱정을 달고 살았다.
달래 엄마는 칭얼대는 달래를 씻기고 재우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달래 아빠... 어디선가 내 얘기를 듣고 있다면 우리 달래 좀 잘 보살펴 줘요.... 나처럼 되지 않게 ... 이쁜것만 보고 자랄수 있게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