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며칠 후.
그녀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회에서 발표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발표 전날 그녀에게 하나의 메일이 도착했다. 그 메일 내용은 그녀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 이었다.
“뭐? 학회가 취소되었다고? 이건 말도 안돼! 젠장!”
그녀는 심하게 상심했다. 이미 그녀의 발제에 대해서 학회에서는 많은 이의를 제기해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트러블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오늘의 통보는 그녀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그녀는 지금 학회 자체가 취소된 것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발제가 문제라면 그녀만 발언권을 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불길해…”
그러한 생각에 도달하자 그녀는 즉시 전화를 통해서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주관기관에서는 학회가 취소되었다는 녹음된 메시지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젠장”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녀는 뜬 눈으로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웠다.
“피곤하군…”
그때 인터넷에서는 아침 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송의 내용은 그녀의 모든 피곤함을 날려버리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뉴스에서는 놀랍게도 어제의 학회에 대한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뭐?”
그녀는 놀라움에 그만 온 몸의 신경세포가 곧추서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 이건…”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 보았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이것은 현실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무력함에 휩싸였다.
“이… 이방은… 하루동안 밀실이었단 말인가?”
그녀는 즉시 온 몸이 저려왔다.
“이런 바보 같은… 왜 문 밖에 단 한 발작도 나가보려 하지 않은 거지? 이런 거짓된 밀실에서… 무슨 진리를 찾는다는 거야…”
그녀는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극도의 공포감 때문이었다.
“언니… 도와줘… 언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언니를 부르고 있었다. 두려움에 떨며… 생각해 보니 그녀는 이미 여러 달… 자신의 연구실을 한 발작도 나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58
충격적인 아침의 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채로 그녀는 언니의 유해를 뿌린 강가에 나와 있었다.
“언니… 나 너무 어리석지… 생물을 탐구하면서… 정작… 이 대자연에는 단 한번도 관심이 없었어… 밀실에서… 나 혼자만 발버둥 친 거라고…”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 보였다. 진실이 은폐된 밀실에서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언니… 나 어떡해…”
그렇게 하늘이 어두워지고 하나, 둘 흩어진 별들이 자신의 빛을 발할 무렵…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 했다. 바로 그때 그녀는 발 밑에서 신발의 밑창을 타고 발바닥에 전해져 오는 감촉을 중추신경을 통해 대뇌에서 순식간에 감지했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숨겨오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말을 내뱄었다.
“이런… 젠장, 신발이 더러워져 버렸…”
바로 그때… 자신이 무의식 중에 내 뱉던 말을 그녀는 멈추어 버렸다.
“…”
그녀의 발에 밟힌 곤충은 심한 경련에 떨고 있었다.
“…”
그녀는 그 광경을 목도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한참동안 서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자신에게 되물었다.
“그런 거였니…? 너… 지금까지…”
그녀는 자신에게 이 말을 하고는 다시 침묵했다. 그렇게 또 한참 시간이 지나자 알 수 없는 흥분이 그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젠장… 어쩌란 말이야 언니! 그러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런 하찮은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면, 모두 바보가 되거나 다 굶어 죽고 말 거란 말야…”
그녀는 혼자서 계속 반문했다.
“생존을 위해서…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존중해 주지 않는 게 아냐… 다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곧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