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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10)그 녀석 아버지와의 첫 만남

瓚禧 |2004.05.20 12:18
조회 3,872 |추천 0
 


(10)그 녀석 아버지와의 첫 만남





그 녀석의 부모님을 만난 것은 정확히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였다.


내가 그의 부모님을 만난것에 대해 여러분들은 그 녀석의 집이나 분위기 좋은 한식당을 생각하시겠지만...천만에....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그 녀석이 아니라 그 녀석의 탈을 쓴 또다른 악마였을것이다.


내가 그 녀석의 부모님을 만난 것은 호텔 수영장에서 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어이 ! 꼬맹이 ! 너 살좀 빼야 겠는걸?!! 고 3이라고 몸매에 너무 소홀한거 아냐?!”


“그러고 보니 살좀 붙은거같기도 해요.”


“어허! 꼬맹이! 다음말을 잊었다고!”


“달링!”


“그럼 오랜만에 살좀 빼보러 가볼까??! 수영장 어때?!!”


“난 수영 못한다구요!”


“배우면 그만이야 꼬맹이 아가씨! 가자구!”




라며 그날도 막무가내로 날 수영장으로 데리고 간 그 녀석은 처음부터 부모님과 나의 만남의 장소를 수영장으로 택한것이였다. 우연이 절대 아니였다. 우연이 일수도 없었다. 그 녀석은 지금까지도 우연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 녀석을 몰랐을 나였을때만 통하는 말이였다.


어찌됐든 그렇게 수영장에 도착한 나와 그 녀석 ! 수영복이 없다는 내 말에 낼름 백화점에서 수영복을 사준 그 녀석이 의심스러웠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가 잠시 그 녀석을 기다릴 때 즈음 그녀석과 흡사 비슷하게 생긴 중년 남성 등장!


난 뚫어지게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 그 녀석도 늙으면 저렇게 되겠지?! 근데 닮아도 너무 닮았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지나가는 그 녀석과 너무 닮은 그 중년의 남자는 나의 곁을 지나가며 중얼거렸다. 사실 그 중얼거림 따윈 듣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그러기엔 나의 귀는 너무 밝았다.



“나한테 반했나 보지?! 쿠쿡”



목소리 톤도 정말 재수없게 그 녀석이랑 똑같은 중년남자의 한마디는 날 굳어버리게 만들었다.


‘반했나보지’ ‘반했나보지’


라는 그 남자의 말이 귓가에 맴돌아 한동안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져있을 때 그 남자는 유유히 돌아 나에게 한번 싱긋 작업성 윙크를 걸더니 이내 자신의 곁으로 오는 한 여자의 허리에 팔을 감고 나가버렸다.



그 여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그 남자와 나이차이가 꽤나 나보였다. 난 ‘저건 원조야!’라며 경찰에 확 신고해 버릴까도 했지만 그놈의 정이 뭔지....왠지 그 녀석과 닮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날 주저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때 내가 전화를 걸었다면 난 신문에 대서 특필 됐을지도 모른다.



[미래 시아버님! 원조교제로 밀고!]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렇다!


이쯤되면 눈치가 영 없는 사람도 알아챘을 것이다. 그 중년의 남자는 바로 그 녀석의 아버지였다.

어느 누가! 미래의 시아버지를 수영장에서 대면하겠는가?! 비록 수영복을 입고 있긴 하지만 그런 민망한 차림에 또한 앞으로 볼록 솟아나온 나의 배를 애써 힘주어 누르고 있을때.... 수영장 바로 앞에 휴게실에서 그 녀석의 아버지와 대면했다.



“이 여자 입니다. 아버지!”



수영복을 입은 그 녀석의 몸매를 감상하기엔 난 이미 충분히 떨고 있었으니 그 녀석의 몸매에 관해선 나중에 말하기로 하자!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 상황이였다. 수영복 입은 그 녀석이 깍듯하게 인사하며 ‘이 여자 입니다. 아버지!’ 라고 말한 그 모습은 내가 평생가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그 녀석의 말에 의자에 앉아 나를 훑어보는 그의 눈빛


난 있는 힘껏 배에 힘을 주고 있던지라 정신이 없는 나에게 던진 미래 시아버지의 한마디!




“얘야! 배에 힘 빼거라!”


“쿠쿡....”




허무했다. 나의 적랄한 몸매를 보여주는것도 모자라.... 배에 힘을 준것까지 말하다니...모른척 해줄수도 있지 않은가?.... 허무 했다. 허무했다.


하지만 혼내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하지 않았던가?! 옆에서 대놓고 키득대는 그 녀석이 더 미웠다. 하지만 이어서 날라오는 결정타!!!



“기상아! 너는 내 아들인데 난 그래도 적어도 니가 몸매 쭉쭉 빵빵하게 빠진 여성을 데리고 올줄 알았더니...이런 애송이 꼬맹이라니...참나...황당하구나! 하긴..요즘 나이어린 애들이 좋긴 하다고 하더라만은... 어쨌든 능력은 있다. 내 아들!”



이라며 뿌듯해 하는 미래 시아버지를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였다. 사실 약간은 상상했었다. 닮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녀석의 아버지는 그 녀석보다 한수 위였으며, 그 녀석보다 강적이였고, 그 녀석보다 더 싸가지가 없었다.



그 미래 시아버지 옆에는 내가 아까 원조로 생각했던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자리에 앉은 그 녀석이 말했다.



“아버지?! 여자친구 또 바꾸신거예요?!”


“그럼! 여자는 다달이 한번씩 바꾸어 줘야 한다구!”



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그럼 다달이 여자친구가 바뀐다는 말인가??! 그럼 나는 다달이 다른 여자를 시어머니 대접해줘야 한다는 말인가??! 갑자기 두통이 밀려왔다.

그런 내 표정이 밖으로 들어났는지 그 녀석과 무지 닮은 미래 시아버지는 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어밀고선 무슨 큰 비밀인양 속삭였다.



“걱정말라고! 난 혼자가 좋은 솔로족이니깐!”



이라며 무슨 큰 비밀이라도 알려준 마냥 흐뭇해 하는 표정이라니...앞날이 심히 걱정되는 나였다.


그날 이후 우리의 결혼은 더욱 가속도를 붙였다. 그리고 그 엽기 시아버지를 두 번째로 만난건 우리 부모님과의 상견례여서 였다. 처음 그 녀석이 우리집에 와서 상견례를 하자고 했을때 나는 또 수영장에서 보는 것이 아닌가?! 라는 고민에 빠졌다.


다행히 아주 다행히 그건 나의 기우에 불과했다.

깨끗한 한정식집으로 간 나와 우리집 부모님!

다행히 그 녀석의 아버지는 아직이였다. 나는 가방속에 슬그머니 우황청심환을 확인한 뒤 손에 쥐었다.


우리 엄마는 심장이 약한 천상 여자이므로 그 녀석의 아버지와 조금만 대화를 하다보면 심장마비로 실려가는 불상사가 발생될 수도 있기에 나는 미리 119전화번호를 저장시킴과 동시에 우황청심환을 준비했다.



잠시후 방안으로 들어오는 한사람!


난 그 녀석인줄 알았다. 짙은 남색 면바지에 하얀 색 남방 그 안에 바쳐 입은 하얀색 티! 하지만....그 사람은 그녀석이 아닌 미래 시아버지 였다.



정장 입고 한껏 멋을 낸 우리 아빠....우리 아빠와 무려 10살이상 차이나야 하는 그 녀석의 아버지는 우리 아빠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당황한 우리 아빠 냅킨으로 이마를 닦는 것을 보니 포옥 한숨이 나오는 나였다.



자리에 앉고 대충 인사가 끝나자 마자 그 녀석의 아버지는 말했다.



“이 녀석 나이도 있고 , 이 녀석이 마음 잡았을 때에 빨리 결혼 시킬까 하는데...어떻습니까?! 사돈 어른!”



“예! 저희 딸이 부족한 점이 많긴 하지만 김서방이 저리 나오니...저희도 빨리 식을 준비할까 합니다. ”


“그럼 다음달은 어떠신지.....”


다음달이라...다음달이면 11월이고 난 고등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이다.

그 녀석의 성격 급한 것 까지 그 녀석의 아버지를 꼬옥 빼닮았나보다. 그 녀석의 아버지 말에 한참동안 조용히 있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결혼은 고등학교 졸업이후에 시키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어험...사부인이 정 그렇게 나오신다면 제가 양보하리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식은 다행히도 나의 졸업이후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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