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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그 (완결)

솔잎 |2004.05.25 17:23
조회 612 |추천 0
 

세아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그녀는 혼자였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밀려드는 두려움과 막막한 외로움에 그녀는 팔로 자신을 감싸안았다.



혼자라는 느낌...

꿈속에서라도 느끼고 싶지 않은 그 느낌에 세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었고, 그 어둠의 끝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세아는 방향감각도 상실한채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한없이 끝없이....



저기 멀리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반가움이랄까? 세아는 무작정 그 누군가를 향해 달려갔고, 그 누군가가 보일때 즈음 익숙한 천장 무늬에 막혔던 숨이 타악 쉬어졌다.



“휴우”



깊은 숨이 였다. 꿈속에서 긴장을 해서였는지 몸은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익숙한 벽지색상을 보고서도 한참동안을 그렇게 가위눌린 듯 누워있었다.



요 몇일 매일 반복되는 꿈이였다. 하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그 꿈...


낯선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그렇게 몸부림 치다보면 어느새 아침이 다가왔다.



꿈에서와 마찬가지로 작은 월세방엔 세아 혼자였다.

혼자 맞는 아침....

오늘로써 10일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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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귀어요....”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세아에게 그의 까만 눈동자가 와서 박혔다. 누구든 집어삼킬듯한 눈동자... 세아는 그의 까만 눈동자를 대할때면 가슴 깊은곳에서 밀려오는 묘한 두근거림에 심장이 멎어버릴듯한 느낌이였다.


그 느낌은 그를 처음본 그날부터 계속 되었다. 마치 심장병에 걸린 마냥..그를 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며 제멋대로 뛰기 시작하는 심장 때문에 병이 아닐까 의심했던 적도 있던 세아였다.



사귀자는 세아의 말에 그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뿐 좋다 싫다 말이 없었다.

그가 말을 아낀다는 것 쯤은 알고 있던 세아였다. 1년동안 바라보기만 하던 짝사랑이였다.

누군가를 이렇게 가지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지금 세아는 그 무엇보다 그의 마음이 가지고 싶었고, 용기를 내 그에게 고백을 하고 있는 중이였다. 하지만 그는 세아의 말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얘기를 꺼냈다.



“무소유라는 책 아니?....”



무소유....

그 책을 세아가 모를리 없었다. 항상 벤치에 앉아 읽는 그의 책이 무소유이며, 그가 무소유 책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 쯤은 1년여 동안 짝사랑하면서 얻어낸 결과물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를 따라 그 책의 구절이라도 외울만큼 읽고 다녔던 세아였다.



“난 이 책이 참 좋아... 무소유라는 말도....무엇이든 자기가 가지려고 하면 언젠간 가짐을 당하는 거니깐....”



싫다는 말인가?....

하지만 세아는 그를 소유하고 싶었다. 물론 자기보다 훨씬 잘나고 괜찮은 사람인 것은 안다. 그에 비해 자기가 부족한 것도 안다. 하지만 사람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는 걸...세아도 몇 번이고 그를 마음속으로 포기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돌아오는건 세아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그 였다.


그의 미소가 비록 세아를 향한 것은 아니였지만, 다른이를 향해 미소 짓는 그는 꼭 세아 자신에게 미소를 보이는 것 같아 세아는 그를 포기 할수 없었다.



“솔잎향기 좋아하니?!......”



또다시 뜬금없이 물어보는 그의 질문에 세아는 손에 땀이 잡힐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마치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 처럼....

아무 대답없는 세아를 그는 또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세아는 움직일수 없을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 긴장감은 그가 일어나 그녀의 머리카락 내음을 맡을때까지 계속되었다.



“당신이 지나가면 항상 솔잎향기가 났었어.....”



그의 말에 긴장감이 탁 풀어져 쓰러질 듯 근육들이 제멋대로 움직였지만, 솔잎향기가 난다는 그의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지는 세아였다. 그도 자신을 알고있었다는 뜻이니깐....



처음 솔잎향기나는 이 향수를 친구로부터 전해 받았을때 그가 떠올랐다.

왠지 솔잎향기를 그가 좋아할 것 같아...향수 제조사인 친구에게 선물받은 향수를 다시 부탁했던 세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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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가득 향기가 퍼졌다.

그가 좋아하는 솔잎향기.....


세아는 향을 더 느끼려 방위쪽으로 향수를 더 뿌려 대었다. 알싸하게 퍼지는 솔잎향기에 몸을 샤워하듯 그렇게 그렇게 향에 쌓여 움직일 줄을 몰랐다.


벌써 몇끼를 굶은 탓인가?! 잠깐 서있었지만 머리는 금세 어질거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했지만 솔잎향기에 취해 그런 것 쯤은 어찌돼든 괜찮았다.



적어도 솔잎향기에 쌓여있으면 그와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니깐......


고요하던 방안에 요란스레 핸드폰이 울렸다.

그가 좋아하던 노랫소리.. 그와 함께 바꾸던 음악이 생각나 눈물이 덜컥 흘러버렸다.


울지 않기로 다짐했던 세아였는데.... 자신을 좀 봐달라 요란스레 울리는 핸드폰과는 상관없다는 듯 세아는 다시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가 잠을 청했다.


적어도 잠을 자는 그 순간 만큼은 아픔도 슬픔도 미움도 없으니깐....





“아팠어.... 많이 아팠어....널보면 말이지... 그 아픔이 나한테로 밀려와...많이 아팠어....”



그사람과 처음으로 술을 마셨던 날... 몸을 주체할수 없을정도로 많이 마신 그는 비틀거리는걸음을 애써 똑바로 걸으려 하며 정말 가슴아팠다는 듯 자신의 한쪽 가슴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대며 말했다.


그의 눈에서 뚝 떨어진 눈물을 애써 못본척 하며 세아는 그의가방과 무소유라는 책을 가슴에 안고 그의 서너발자국 뒤에서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많이 아팠다는 그의 말....


사실 처음부터 세아가 이렇게 된건 아니였다.

누구보다 밝았던 아이였던 세아....



처음 잘못된 만남은 그 후로 오랫동안 세아를 괴롭혀 왔고 그건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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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만나봐! 만나보고 싫으면 그냥 와도돼!!응??!”


세아는 엄마의 애원하는 목소를 못들은 척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고, 세아가 가는 걸음 걸음마다 엄마는 세아 옆에서 애원아닌 애원을 하고 있었다.



“글쎄!! 싫대도!!!! 나 이제 졸업한지 몇일 되지도 않았어... 엄마! 나 이제 고등학교 3학년 막 마친 아이라고!! 근데 결혼이라니....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빠가 힘들어서 그런다잖니...응?! 그 집안에서도 널 마음에 두고 계셨다고 하시고 .. 또 아빠가 설마 너 잘못되라고 그런 자리를 주선하시겠니?! 좋은사람이니깐 한번 만나라도 봐..응?!”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하는 엄마를 세아는 그때 딱 잘라 안된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는 절대 제대로 끼워질리 없으니깐....

그렇게 나간 선 자리에서 그 사람을 처음 만났다.


“반갑네?! 많이 컸다.... 꼬맹이때는 몇 번 봤는데 말야??!”


“네.....”


세아는 앞에 놓인 오렌지 쥬스만 빨아댔다. 호텔의 커피숍은 한가하고 조용했으며, 솔직히 아직 어린 세아에게는 어울리는 곳이 아니였다.

한참 말이 없이 음료수만 마시던 세아에게 그는 말했다.



“너희 아버지가 얼마나 힘든상황인줄은 알고 있니?!”


“아니요..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어요..집에 와도 말씀 안하시니깐....”



그런 세아를 그 남자는 철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 남자 나이 28이라고 했고 28살이라고 하기엔 그 남자는 너무 나이들어보였다.

어린 나이 또래아이에겐 외모가 가장 중요한 시기니깐...집안이라든지 재력이라든지 그건 어찌됐든 상관이 없었다.

다만 그 시간만 빨리 벗어나길 바랄 뿐이였다.



“이만 가지.... 너도 지루해 하는 눈치니깐....”



하며 일어나는 그 사람을 따라 일어나는 세아를 그는 한동안 바라보았다. 남자치고는 큰 눈...부리부리하여 무섭다는 인상마저 드는 그 큰 눈이 세아를 아래 위로 훝어보고 있었다.

집에 조심히 들어가라며 호텔앞에서 모범택시를 잡아준 그 사람은 택시문을 닫으며 한마디 했다.



“만약에 말야...정말 돈이 급하거나... 그러면 말이지...나에게로 와....”



그땐 그게 무슨 소린지 몰랐다. 아니 알고싶지도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세아는 그의 말에 대꾸도 안한채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몇일 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일이 일어났다.


빨간 딱지들... 밀려오는 사람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그 사람들을 붙잡고 엄마는 울고 있었다. 한평생 예쁘고 곱게만 자라오던 엄마.... 외동딸로 오냐 오냐 하며 키워져 세상 무서운것이라고는 없는 엄마.... 그런 엄마가 난생 처음 낯선 사람들 발밑에서 빌고 있었다.




“엄마!!!!!!! 그만해!!!!!!!!!!!! 이제 그만하라구!!!!!!!!!!!”




세아의 악다구니 속에서도 그 사람들은 여전히 빨간 딱지들을 붙이고 다녔고, 그들이 지나간 집안은 폐허였다.


그날 저녁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온 아빠는 다른 사람같았다. 적어도 세아의 기억속에 남아있던 자상하고 다정한 아빠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나가서 돈벌어와!! 이만큼 키워줬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는거야!!!”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세아의 말에 아빠는 손에 들고 있던 소주병을 세아를 향해 던져버렸고, 그대로 그 유리병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깨어진 유리병을 보고 있자니 꼭 자기의 인생같아 우울해 진 세아였다.


더 이상 세아 기억속의 아버지는 없었다.


손에 물이라고는 뭍히고 살지 않았던 엄마는 남의 집 주방일을 거들며 매일 손에 대일밴드를 붙이고 다니기 예사였고, 아버지는 술에 취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때... 그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돈이 필요하면 오라던....


아무리 급해도, 아무리 세상물정을 몰라도... 그 사람의 제안을 떠올리면 안됐었는데....


세아는 주머니 속에 짤랑대는 동전을 넣고 그 남자의 번호를 애써 기억하며 꾸욱 꾸욱 번호를 눌러갔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예요...”


“누구??!”


“세아요...”


“아!! 세아??!!”



그는 세아의 전화를 기다린양 전화를 받았고, 세아는 만나자는 그의 말에 쉬이 응했다.

차비 조차 없다는 세아의 말에 그는 차를 이끌고 세아가 앉아있던 공중전화 부스 앞으로 왔다.


그를 만난건 정확히 3개월 만이였다.


차에 탄 세아를 보며 그 남자는 말했다.



“돈이 필요한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세아를 보며 그는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그리곤 차를 몰고 처음 우리가 만났던 호텔로 향했다.



어느정도 이런일은 예상하고 있었다.

이런일일 거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부들부들 몸이 떨려 한걸음도 움직일수 없었다.



“왜이래?!! 호텔까지 와선.... ”



들어가기 싫다며 방앞에서 머뭇거리는 세아를 그는 힘으로 간단히 끌고 들어갔다.

그 뒤 벌어진 행위들...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세상에 하느님이 있어 지우고 싶은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세아는 당장이라도 그날의 기억이라고 말하고 싶을만큼 정말 끔찍함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그는 악마 같았다. 마치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싶어 안달난 짐승마냥 그렇게 약한 세아를 짓밟았고, 약육강생이라고 했던가??! 세아는 그렇게 강한 그에게 밟혀 아무소리 못하는 연악한 소녀였을 뿐이다.


실컷 자신의 욕구를 채운 그는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오라는 말과 함께 100만원짜리 수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갑에서 꺼내어 침대위에 올려놓고는 그대로 나가 버렸다.


그와의 행위에서 키스라든지 애무라든지 그런건 없었다.


그는 다만 세아의 몸이 필요했을 뿐이고 세아는 돈이 필요했을 뿐이니깐...서로 이율타산적으로만난 관계에 그런 준비과정 따위는 무시해도 좋은것이였다. 적어도 그에겐 말이다.


열리지 않는 세아의 몸을 억지로 열어 자신의 것을 밀어넣고는 욕구를 채웠다고 그대로 나가버리는 그의 행동들.....



그가 나가는 문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세아는 그제서야 밀려왔던 서러움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흐르는 눈물들..


그것이 끔찍이도 싫었지만 돈.... 돈만 있으면 자신의 인생에서 한줄기 서광이라도 비춰질것만 같았다. 그 돈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학마저 포기하면 저 밑바닥 시궁창으로 자신의 인생이 떨어져 버릴것만 같아서...


그와의 만남은 일주일에 한번정도로 꾸준히 이어졌다.


점점 익숙해져가서였을까?! 처음엔 죽기보다 싫었던 그와의 행위는 어느새 아무생각이 없음으로 바뀌어져있었다. 적어도 그 한순간만 참으면 자신의 학비이며 엄마가 남의집 구정물에 손을 담그는 일 따위는 없어질테니깐...



“내가 왜 너와의 만남을 계속 원하는지 아니?!”



담배를 피며 하얀 연기를 내 뿜는 그에게서 세아는 담배를 빼앗아 깊게 숨을 들여마셨다.

그와 만나면서 배운 담배 한까치가 그 나마 자신의 삶에 위로가 되었기에....

아무말 없이 담배만 피워대는 세아를 그는 피식 웃으며 바라보더니 말했다.



“처음 널 봤을때부터 가지고 싶었어...그래서 그랬어...그렇게 하지 않으면 널 가질수 없었을 테니깐....”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다는 것쯤은...

하지만 그에 대한 미움도 실망도 소름끼치도록 밀려드는 배신감도 없었다. 아니 무시했다는편이 좋을 것이다. 지금와서 아등바등 거려봤자 이미 자신의 삶은 송두리째 변해있었고, 지금와서 분노한다고 해서 세아가 그의 밑에 깔려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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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는 푸른 바닷가 바람에 몸을 맞겼다. 짜디짠 소금냄새가 바람속에 어우러져 바람마저도 바다의 향기를 품고 있는 듯 했다.

세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바위 너머로 서있는 그 사람...


용기내 사귀자고 말했던 세아를 그 사람은 아무말 없이 지나쳐 갔고, 사귀는지 아닌지도 모를 그런 관계를 세아와 그 남자는 지속해 나갔다.

물론 세아의 데이트 신청등을 거절없이 항상 받아주는 그사람이기 때문에 세아는 솔직히 조금씩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더러운 과거들...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그 사람과의 관계들을....저사람을 만나면 모두 사죄받는 기분이였다.



“현채씨....”



세아의 말에 그가 다가왔다. 세아는 그런 현채의 손을 잡았다. 바람 때문에 차가워진 현채의 손을 호호 부는 세아. 그런 세아를 현채의 까만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현채의 까만 눈동자를 대할때면 세아는 가슴박동수가 점점 줄어들고 호흡이 곤란이 일어날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숨조차 쉬지 못할만큼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보였기에 더 그런지도 몰랐다.



현채는 말이 없었다. 말이 없기는 세아도 마찬가지 였다.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현채는 세아의 아픔은 느끼고 있었고, 세아 역시 그런 현채를 알고 있었기에 더 둘 사이에 대화란 필요 없어졌는지도 몰랐다.



다만 서로 느끼고 있을 뿐.....



세아는 주머니 속에 넣어둔 핸드폰 진동을 느끼며 살며시 손을 넣어 누군지 확인했다.

그사람이였다. 그사람은 자신의 전화를 바로 받지않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세아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 이순간 현채와 자신과의 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도 그이유가 있겠지만, 더 큰이유는 혹여 현채가 자신의 과거와 비밀을 알아버려 떠날까 겁이났던 것이다.


망설이고 있는 세아를 보던 현채는 그제서야 한마디 한다.


“나 알고 있었어....그러니 받아....”



알고 있었다라...어쩜 몰랐다는게 더 이상할 것이다.

지금까지 세아 자신이 생각해도 숨기기엔 너무 어눌했었으니깐....



연거푸 진동하던 핸드폰의 플립을 살짝 밀어올려 귓가에 대자 마자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야?!!”



화가난 그의 목소리...

그는 항상 화가나면 낮은 목소리 톤으로 꼭 필요한 말만 하고는 했다.



“밖이예요....”


“오늘도 거기서 보자구!”



일방적인 통보...

세아는 현채를 바라보았다. 현채는 아무말 없이 세아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빠져나갔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낸내 현채는 말이없었다. 다만 세아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어 보거나 그녀의 손을 한번 잡았다 놓거나 하는 일밖엔 .....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잡아주곤 택시기사에게 만원을 쥐어준 다음에야 현채는 ‘잘가’라는 한마디를 건냈다.


그 잘가라는 말이 꼭 마지막 말 같아 눈물이 그렁 그렁맻힌 세아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내려 현채를 따라가기엔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이제 곧 2학기 들어가면 당장 등록금이 필요했고, 이번달 집 생활비도 필요했기에...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



이런 세아에게 누군가가 그랬었다.


‘왜 하필 그런 일이냐고...땀흘려 돈 벌생각도 안하고 ...왜 하필 창녀 짓이냐고...’


그 말은 세아의 가장 친한친구에게서 나온 말이였고, 물론 친구도 세아도 많이 취해 있어서 그말이 그땐 아프지 않았지만 가슴깊이 ..... 몇십년이 지나도 박혀서 빠져 나올줄 모르는 말을 친구는 세아에게 했다.


물론 세아도 그런생각 안한건 아니였다. 하지만 20여년을 곱게만 자란 우물안 개구리인 세아를 흔쾌히 많은돈을 주고 써줄만한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그런 말을 들을수록 자기가 그렇다고 느낄수록 세아는 이를 악 물고 공부를 했다.



현채에 관해 그가 알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항상 바쁜 그였고, 그가 자신의 사생활에 관해 관여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그가 갑작스레 현채에 관한 것을 물어봤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현채라는 그 사람 ..... 계속 만날꺼니?!”


“네....”


“그만 만나라. ”



그만 만나라는 그의 말에 세아는 당황했다. 물론 그가 지금 자신의 든든한 구원자이기는 하나(비록 그 방법이 불순하긴 하지만..)그에게서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의 명령을 내려온적은 없었기에 더욱 당황했었다.



아무말 없이 그냥 멍하니 앉아있던 세아를 보며 그 사람은 일어났고, 옷을 입고 나가기전 세아에게 ‘경고야’라고 말할 때 까지 세아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라고 다그치질 않는 것을 보니 처음부터 세아에게 대답 따위는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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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을 눈을 말똥 말똥 뜨고 천장을 바라봤다.


이렇게 잠에취해서 시간가는줄도 모른게 몇일째인지.... 너무 오래 누워있었던 탓일까?!머리가지끈거려 도저히 더 이상은 누워있을수가 없었다.


세아는 일어나 부엌에 있는 작은 냉장고를 열었다.

악취가 확 풍겼다. 모든 음식물에 허옇게 곰팡이가 쓸어있었다. 하얗게 쓸어있는 곰팡이를 보니 문득 그에게 기상해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는듯한 고통을 느꼈다.



한쪽구석에 놓여진 언제 사 놓았는지 조차 모를 생수를 집어 들어 뚜껑만 대충 딴채 그대로 들이켰다.


이젠 좀 숨이 틔이는거 같았다.


세아는 방으로 들어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얼마나 많이 전화가왔었던지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자그마한 탁자 옆 책더미 사이로 손을 쑤욱 집어넣어 더듬대었다. 분명 이 근방에 두었는데...


몇 번 더 더듬자 핸드폰 충전지가 충전기에 딸려나왔다.


방전된 충전지를 빼고 새 충전지를 끼워 넣었다.


최근 수신번호...


엄마, 엄마, 그리고 그....


정말 지독한 인연이였다. 끊을 때도 됐는데 그의 집착은 지독했고, 집요해 도저히 빠져나올수 없는 그물과 같았다.


세아는 다시 핸드폰을 꺼버리곤 이불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잠이 올리는 없었다. 계속 잠에빠져 살았던 세아였으니...하지만 잠이 도피처인마냥 그렇게 다시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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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를 만난다면 죽일수도 있어!”


“난 죽음따윈 무섭지 않아요!”


“훗..무섭지 않다라....난 널 말하는게아냐!”


그는 세아에게 다가와 세아의 머리카락을 거칠게잡아 올렸다. 악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는 세아를 그는 한 마리 벌레를 가지고놀 듯 그렇게 유린했다.


그때 그의 경고를 들었어야만 했다. 그럼 영채씨가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텐데....


꿈속에서 또다시 어둠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곤 그 사람을 볼 요량으로 이번엔 온 힘을 다해 그쪽을 향해 뛰었다.


그쪽엔..역시나 세아의 예상대로 영채가 있었다.


세아는 죽을 힘을 다해 영채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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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세아를 찾았을때는 세아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해있었다.


물론 그의 방법이 잘못된건 알고있었다. 하지만 누구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그는 알지 못했고, 그게 최선이며 최대의 방법인줄 알았다.


불타는 욕망과 질투심에 눈멀어 살인이라는 죄를 짓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그 였건만...세아의 시신을 잡고 통곡을 하고 있었다.


세아의 머리 맡에 놓여진 한 장의 종이...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잡아 읽었다.



‘그는 나에게 솔잎향기가 난다고 했어요...그리고 그는 항상 꿈속에서 날 보고 있었어요..오늘 그를 잡으러 갈꺼예요..물론 당신이 슬퍼하라리는 것 쯤은 알고 있지만... 나 역시 그를 가지고 싶은 욕망에 미친 여자이니깐...너무 슬퍼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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