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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탁후 일기...

오타쿠의 생활에 접어든지 몇년이 흘렀을까..

(물론 당시에 인터넷이 없던시기니 오타쿠란 단어조차 모를때였다.)

 

아마도 Seal의 Kills from a Rose를 미친듯이 워크맨에서

듣고 다닐때니까...  중학교때로 생각든다.

 

당시,나와 비슷했던 찌질한 인생들과 함께

Table Role Playing Game (이하 TRPG)계의 플레티넘 실버와 같은 존재였던

Dungeons & Dragons (이하 D&D)를 하고 놀았다.

 

쉬는시간과 점심시간만 되면 누가 먼저라 할것 없이 여러개의 책상을 하나로 모아

큰 테이블을 만들고 주변에 모여 앉아 주사위를 굴리며 역활극에 빠져들었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D&D TRPG는

미쿸물 좀 먹은 찌질한 새퀴들은 죄다 한다는 그 게임이었다.(정확히 하자면 역활극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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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 (던전 마스터) : 두두둥~!(효과음) 너희들 앞에 갑자기 희뿌연 연기와 피어올랐어. 그 연기가 사라지고 나니 알수 없는 덩치큰 형체가?!?!?!?!? 이런 ! 오우거(Ogre)야!

 

대가리 : ㅆㅂ 이런상황에서 오우거라니! 마법사들은 내 뒤에 서서 진형을 갖춰!

 

펭귄 : 어떻게 하지? 캐스팅 할수 있는 힐링계열의 마법이 더이상 존재치 않아!

 

번 : 파티를 버리고 도망가겠어. ( 이기적인 모럴리티의 도적....)

 

똥수건 : 제길! 나의 매직미사일로 시간을 끌테니 어서 살궁리를 찾아봐! 자 간닷!!!!!

             매직 미사일 !!!!!!!!!

 

(20면체 주사위를 굴린다....)

 

DM : 성공이야! 18이 나왔어! 똥수건의 손에서 희뿌연 물체가 발생하더니 오우거의

       몸을 향해 돌진했어! 엄청난 굉음과 함께 오우거가 3m 정도 튕겨져 나갔어!

 

모두들 : 끼얏호! 성공이야!

 

번 : 좋아. 섹시댄스를 춰서 정신없는 오우거를 현혹하겠어. 민첩을 포기한대신

올려놓은 +3패널티의 매력지수가 여기서 빛을 발하는거야!  6면체 주사위를 줘!!!!!!!!!

나의 섹시지수를 파악해주라고 DM !!!!!!!!

 

DM : 꺼져.

 

.

.

.

.

 

그랬다. 이게 바로 TPRG의 진행방식이었다.

전체적인 시나리오 진행과 관리 역할을 수행하는 DM과 그 시나리오를 즐기는

유저들이 모여 각자의 직업을 연기하는 고차원적인 놀이었다.

오직 대화와 주사위 굴림만이 게임을 진행하는 모든 것이었고

모르는 영어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찾아가며 그렇게 웃고 즐겼다.

 

이 짓을 쉬는시간 10분... 점심까먹고 40분... 학교 끝나고 두~세시간....

우리는 상상의 나래에 빠져 수많은 레드 드래곤과 오우거를 유린하고

그 시체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4면체, 6면체, 10면체, 12면체, 20면체, 100면체.....

그 조그마한 다이스에 깃든 신들의 작은 숨결 하나하나에

우리 모두는 미친듯 울고

소리지르며 외치고

배꼽을 잡고 땅을 구르며 웃었다...

 

요즘  친구들과 가끔하는 포커에서조차

그때 내 손아귀를 벗어나던 다이스의 손맛에 비할만한 긴장감을 느낄수가 없다.

 

 

근데...

우리 중학교는 남녀 합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타자 치고 있는 손가락이 오그라들어 버릴것만 같은 이 게임을

난 중학교 2년동안 미친듯이 즐겼다.

 

그리고 12~13년이 지난 지금...

난 단한명의 여자동창과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몇달전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동창이 반가워 아는척하고 싶었지만...

난 숨어버렸다....

 

내 중학시절은...그랬다...

 

 

그렇다고 지금 돌이켜봐서 후회스럽다는 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의 오덕스러움에 비한다면 이건 조족지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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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종일 회사에서 연필로 제안서를 수정하다

마치 육면체 주사위처럼 생긴 지우개를 보고 어린시절의 나의 찌질함을 회상했다.

하루 하나씩 아무도 없는 이곳에 내글을 채워가며

혹시나 모를 나의 소중한 옛친구들을 기다려본다.

 

보고싶다. 동창들아.

우리 다시 한번더 예전처럼 찌질하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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