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신세타령이 아니라, 내 딸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에 몇자 적습니다.
요즈음에는 아들이 없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란 딸들이 많습니다.
부모님의 바램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전문직에 종사하고, 알아주는 집안에 시집가고....이것이 제가 걸어온 길입니다.
제가 잘 나서가 아니라, 환경 덕분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나이 서른이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니 참으로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딸이라는 입장에서 -
명절 당일날 친정 한번 제대로 못가고, 시댁 식구들 눈치만 봅니다.
제가 힘들게 번 돈으로 시댁 식구들 선물 준비하고, 가정주부라는 컴프렉스가 있는 동서들 기분 맞추고, 그 잘난 집안 남자들 뒤치닥거리하면서 황금 같은 명절을 다 보냅니다.
자식도 손주도 없이 명절을 보내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며느리라는 입장에서 -
해외출장 한번 다녀오면 몇달을 죄인처럼 지내야하고, 출장 때문에 주말동안 식구들 못 챙긴 것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받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출장 다녀올 때마다 시댁 식구들 선물은 꼭 챙겨야하고, 여태껏 그렇게 주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출장이란 것은 여러사람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제가 조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을 비운 며느리로서 죄값을 꼭 치르게끔 합니다.
아내라는 입장에서 -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남편은 주말에 동료들과 골프를 즐깁니다.
안 나가면 소외된다며 열심히 모든 모임에 나가서인지 인기 만점입니다.
저는 그 시간에 주중에 다 못한 집안일을 합니다.
직장인의 입장에서 -
제가 종사하는 업종은 남자가 월등히 많으며, 몇 명 있는 여자들도 대부분 미혼입니다.
이들은 노처녀라는 열등감과 불평등한 현실속에서 오늘도 내일도 고민하며, 아웃사이더로 살아갑니다.
여자들은 일은 잘해도 어울리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급한 집안일로 일찍 퇴근하면 이기적이라는 말도 듣습니다.
나보다 능력은 없으나 술자리에서 상사들과 잘 어울리는 남자후배가 먼저 승진하는 모습도 봅니다.
외국인과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남자 직원들도 자신은 남자라서 당연히 여자보다 잘 될거라고 확신하는 모습도 봅니다.
여자 나오는 술집에 못가서 안달이 난 남자 직원들 눈치를 보며, 회식자리에서 돌아간 적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쉽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직장을 때려치면 되지 않냐고.
그러나 수십년간 저를 보고 살아오신 부모님과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이 아까워서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왜 저만 여자라는 이유로 제 일을 포기해야 합니까?
더이상 한국여자들은 수퍼우먼일 수 없습니다.
며느리를 종속물로 생각하는 시댁이나, 애는 알아서 키우라는 사회나, 집안일은 아내일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한번 주위를 돌아보세요.
그리고 느껴보세요.
당신의 편견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고문 속에서 오늘도 불행하게 살아가는 배운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한국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에 질려버린 한 여자가-
☞ 클릭, 오늘의 톡! 남친이 '양다리'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