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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의 이집트 헤메기 - 15. 왕들의 계곡에서.

투덜이 |2004.06.02 01:01
조회 652 |추천 0

15. 왕들의 계곡에서.

왕들의 계곡은 너무 넓고, 날씨도 너무 더워서 혼자 돌아다니기엔 부적합 하다고 해서 호텔의 organized tour를 신청했다.  차량과 영어 가이드가 붙는다고 하지만, 가이드는 사실 별로 기대 안 했다.  왜 ? 전날 가이드 땜에 충분히 실망 했으니까.

 

뭔노므 투어가 항상 꼭두 새벽에 출발인지... 8시 출발이란 소리에 맞춰 차에 오르니, 한국사람같이 생긴 여자가 하나 앉아 있다.  긴가 민가 싶어 일단 입 꾹 닥치고 출발 했는데, 중간에 같이 펠루카를 타고 온 런던 보이즈들 중 3명이 합류를 하는거다. 

 

모자 푹 눌러 쓰고 모른척 할려구 하는데, 주책바가지 마이크가 날 발견했다… 사실 나도 쫌 반갑긴 했지만 얘들과 같이 다니려면 내가 꼭 보모가 된 기분이라… 쩝..  하긴, 나이차이가 많이 나니까… 

 

암튼, 투어 버스를 타고 나일강을 건너 풀 한 포기 없이 바싹 타들어 간 돌산 골자기에 들어서니 거기가 왕가의 계곡 입구다.  입구에서 가이드에게 간단히 설명을 들으며 물어보니, 하필이면 내가 꼭 보고 싶었던 투트모스3세, 아멘호텝4세, 람세스2세의 묘지는 보수 관계로 모두 문을 열지 않아서 대신 다른 무덤을 두어 군데 돌고 나니 벌써 집합 시간이다.  흑흑흑…  슬프게도 무덤의 유물 중 값나가는 물건은 대부분 이미 다 도굴 당했고, 나머지 유물은 대부분 카이로 박물관에 있다고 하므로,  결국, 무덤 안쪽에 석관을 놓아 두었던 자리에서 떨어져 나온 돌맹이 하나 줏어 오는 걸로 만족 하기로 했다.

 

참, 왕가의 계곡 입구엔 투탄카멘의 묘를 발굴한 카터의 집이 있다.  내가 이집트에 대한 동경을 처음 갖게 해 준 하워드 카터는 투탕카멘의 묘지 발굴을 마친 16년 뒤, 내가 세상에 태어 나기도 휠씬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왕가의 계곡을 떠나 푸석한 돌산을 다시 돌아가니 왕비의 무덤이 나온다.  원래 이 투어가 오후 3시까지 끝나는 투어라 시간이 빡빡하다고 몰아치던 가이드 들이 난데 없데 중간에 알라바스타 토산품 파는 가게에 차를 세우고 한시간이나 질질 끈다.  명목은 전통 방법으로 알라바스타 만드는 방법을 보여 준다고 하는거 였고, 실제는 관광객들에게 물건 팔려는 것이다.  혹시 이것들, 한국 가이드들 한테 배웠나 살짝 의심 들었지만, 어떤 투어도 리베이트가 가이드의 부수입이기 때문에 꼭 이런 토산품 가게를 끌고 간다니 애휴… 어쩌겠나… 사라고 강요는 하지 않지만 공짜 음료수를 제공하므로, 되려 바쿠시(팁)로 비싼 음료수 값을 치뤘다. (치사하게 음료수만 먹고 간단 소리 뒤어서 할까봐 굳이 줄 필요는 없는데 기냥 줬다. 게다가 잔돈이 귀해서, 1파운드 짜리가 없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원치않아도 팁을 많이 주게 되기도 한다...)

 

알라바스타는 알라바스타 돌을 갈아 만든 단지나 그릇등을 지칭하는 말 인데, 마치 노르스름한 옥을 깍아 만든 것 처럼 아름답다.  알라바스타 돌을 얇게 갈아내어 그릇을 만든 뒤, 마치 우리가 그릇을 굽듯이 가마에 넣고 구우면, 이 돌이 무게가 마치 플라스틱 처럼 가벼워 지고 그 안에 초를 넣으면 불이 은은히 비쳐 나와 주로 램프로 사용 했다고 한다.  나도 램프로 쓰려고 나중에 작은거 하나 사긴 했는데, 공장 대량생산 제품인지 빛이 램프로 쓰기엔 좀 약해 실내 장식품으로나 써야 될거 같더군… ( 혹시 사진보고 실망할 까봐 하는 소린데, 정말 이쁜 알라바스타 jar 많지만, 내가 워낙 투박한 걸 좋아해서 내 알라바스타는 좀 투박한 걸로 샀다)

 

 

왕비의 계곡은 규모도 아주 적고 열려있는 묘도 2-3개 밖에 없었다.  참, 웃긴 건,  아주 작은 무덤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별로 안 중요한 왕비들과 왕자들의 미이라를 한꺼번에 모와 묻었던 곳 이라 한다. 그 맞은편에는 으리으리한 왕비의 무덤이 하나 있는데, 바로 네페르타리의 무덤이다.  그 많은 왕비들과 왕자들에겐 검소하고 쬐그만 무덤 하나 덜렁 만들어 주고, 네페르타리 한 사람을 위한 무덤은 으리으리하게 만들어 져서, 이 무덤은 지금도 하루에 150명 이상은 입장 시키지 않으며,  네페르타리의 무덤은 입장료를 따로 100파운드나 내야 입장이 가능 하다.  살아서도 엄청 대우 받더니 죽어서도 특별 대우군… 이러니 내가 이쁜것들 싫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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