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교대를 졸업하고, 미숙하지만 선생님을 하고 있는 한 처자입니다. ㅎㅎ
4월말부터 전교생이 31명밖에 안되는 쪼끄만 시골학교의 4학년담임이 되었는데요!
저희반은 울학교에서 가장 과밀학급이랍니다 (반학생 무려 8명) ㅋㅋㅋㅋ
엄청 많죠-_-ㅎㅎㅎㅎ (다른 학년은 1명, 5명 이런수준ㅋㅋ)
함께 지낸지 이제 막 2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도 많이 들고, 정말 제가 엄청 이뻐라하는 녀석들인데요,
이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살짝 적어볼까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번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에 시를 창작해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ㅎ
그런데 원래는 교과서에는 "비오는 날"을 주제로 시를 쓰게 되어있는데,
아이들이 "비오는 날"을 주제로 시를 쓰고 나서 시간이 좀 남자 다른 주제로 시를 쓰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떤 주제로 쓰고 싶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을 주제로 쓰고 싶다고 하는 겁니다.
저는 내심 두근 두근 거리면서 어서 써보라고, 발표시키겠다면서 열심히 쓸 것을 약간 강요했죠. ㅎㅎㅎㅎ
그리고 나온 시들.
1번타자는 울반 최장신(키 150) 예지의 시.
선생님
유예지
학교가서 선생님께
인사하네 학교에서 오늘 첫인사
웃으며 방긋방긋 인사하면
선생님과 우리는 기분 좋고
선생님의 웃는 얼굴은 하루의
상징이네
선생님과 교실에서 만나 인사하네
오늘 하루 공부
교실에서 기분 좋게 인사하며
공부하네
캬~~~ 솔직히 좀 감동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내(?) 웃는 얼굴이 하루의 상징이라니. . . 이런 멋진 글을 쓰다니 ㅠㅠ 난 바로 감동을 먹어버림 ㅠㅠ ㅋㅋㅋㅋ
그리고 또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 시를 정독했죠 ㅎㅎ
다음타자는 우리반 천사 영훈이^^
선생님
최영훈
키크고 좋은 우리
선생님
언제나 웃고 떠들고
하게 만드시는 우리 선생님
우리반 선생님과 하는
재미있는 수업
참 재미있네
ㅋㅋㅋㅋㅋ
제 키 163밖에 안되는데..
영훈이가 남자애들 중에서 키가 젤 작거든요 ㅡㅜ ㅋ(한 130 초반쯤?)
저랑 한 30cm차이나니,, 제가 키가 크게 느껴졌었나봐요 ㅎㅎㅎ
키크다는 말은 난생 처음들어봐서 너무 웃겼다는..ㅎㅎㅎ
그 다음 타자는 울반 모범생 민지~
선생님
최민지
나의 이쁜이선생님
언제나 활짝 웃으시는
눈 동그란 선생님
우리들에게 선물도 많이 나누어 주시는 산타클로스도 되지
우리에게는 선생님밖에 없지
솔직히 말하면 우리엄마 그 다음 이쁜 선생님
항상 웃기를 우리들은 바란다.
응?????
솔직히까지 말해야 너희 엄마 다음으로 이쁜거니 민지야 ㅋㅋㅋㅋㅋㅋㅋ
보고 솔직히 약간 웃었다는 ㅋㅋㅋㅋㅋ
스타트는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이쁜이 선생님) ㅋㅋㅋㅋ
'솔직히'라는 말이 너무 투명한 애기들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 같지요?^^
(나만 그런가 ㅋㅋ)
어쨋든 너무 귀여웠다는...ㅎㅎㅎ
그 다음 타자는 우리반 얼짱녀 하나~
선생님
유하나
선생님은 너무 복잡해
하루종일 어려워
(으응?? 내가 뭘 ㅡㅜㅜ)
피곤한데 왜 그러실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피곤한데 내가 귀찮게 굴었냐 ㅋㅋㅋ)
하루 종일 학습지만 풀고
어려워 어려워
그리고 공부가 잘 돼
(원래 이정도면 역접이 와야되는거 아님?? 하지만; 정도로 ㅋㅋㅋㅋㅋ)
선생님은 나의 선생님
그리고 머리에 쏙쏙 들어가
그래서 기분이 좋아
나의 선생님은 좋은 분
(결론은 좋구나..고맙다..ㅋㅋ)
하나가 얼굴도 정말 이쁘고 춤같은건 잘 추는데~
약간 부진아거든요.. ㅎ
그래서 따로 남겨서 학습지도 많이 풀게 하고 했더니 어려웠었나봐요 ㅋㅋ
하루종일 어렵다는 시를 맨 첫줄부터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곤한데 왜 그러냐니 ㅋㅋㅋ 저 완전 빵 터졌다는..ㅎㅎㅎ
그 다음타자는~
이아이도 약간 부진아 끼가 있는 ㅠㅠ
우리반 8명 중에 7등 ㅠㅠ ㅎㅎ
선생님
고아라
나때문에 고생하시는 선생님
(니가 알긴 아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모님 반쪽 선생님 반쪽
이젠 학교가면 인사하는 선생님 인사하자
(응?? 너 나한테 인사 안했었니??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는 도와주시는 선생님
아이 공부하기 싫어하면 붙잡아주시는 선생님
공부하기 싫어 공부하기 싫어
부모님도 잔소리 선생님도 잔소리
아 질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막판에 와서 본심이 나오는구나 니가..ㅋㅋㅋ
공부하기 싫다는 말 완전 반복에 질린다고까지 ㅠㅠㅋㅋㅋ)
아라는 공부는 열심히하는데..
희한하게 성적이 안 좋은 아이에요 ㅠㅠ
숙제도 정말 열심히해오는데..
그래서 제가 가끔 잡아놓고 가르치기도 하는데 그때 좀 힘들었었나봐요-.-
저렇게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반복까지 ㅠㅠ 게다가 질린다고 ㅠㅠㅋㅋ
다음 타자는 울반 말썽꾸러기 인선이~
선생님
유인선
100살먹었다는
선생님
사실은 100살 안 먹었는데
우리에게 거짓말치는 선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선이는 저한테 매일 몇 살이나고 물어보는 애예요; ㅎㅎㅎㅎ
제가 워낙 나이가 어리니까 ㅠㅠ(24살)
차마 말하기가 좀 그래서 매일 100살이라고 하거든요.
그랬더니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시를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 마지막줄 거짓말"하"는도 아닌 거짓말"치"는 선생님이라고 ㅋㅋㅋㅋ
마지막 타자 완전 까불이 선규~
이 시는 다름이 아니라, 비가 오는 날 제가 창밖을 보면서 멍때리고 있으니까
선규가 와서 왜 그러고 있냐고 물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비가 오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하고 말했더니 이런 시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김선규
선생님 비오는 날 그 사람이 계속 머리속에 있네
선생님은 그 사람을 언제 볼 수 있을까?
선생님은 그 사람이 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고마워 선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고로 원래 "비오는 날"을 주제로 지었던 선규의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오는 날
김선규
비오는 날 선생님은 그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도 나를 생각할까?
선생님은 생각한다.
ㅋㅋㅋㅋㅋ 우리반 애기들 귀엽죠?????ㅎㅎ
마지막 사진 한방??ㅋㅋ
애기들 데리고 박물관갔을때 찍은 사진인데
내 얼굴만 블러처리 ㅋㅋㅋㅋㅋ(민망하니까 ㅠㅠ)
그 와중에 장난치고 있는 영훈이랑 인선이 ㅋㅋ 이 까불이들 ㅋㅋㅋ
이건 후레쉬를 너무 터뜨려서 ㅡㅜ ㅋㅋ
근데 하나 정말 이쁘게 생겼죠???ㅎㅎ
솔직히 제 눈엔 다들 똑같이 이쁘긴 하지만...ㅎㅎㅎㅎㅎ
어쨋든 다들 제 사랑스러운 제 첫 제자 랍니다 ![]()
다들 착하고 이쁘게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ㅎㅎ
재미없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냥 너무 애기들이 좋아서 자랑할려고 올린거에요~ ㅎㅎㅎㅎ
그럼 모두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