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상북도에 살고, 훈련소 입소를 30일 남겨둔 21살 건장하지 않은(공익) 청년입니다.
두달 전에 갔었던 정말 불친절한 음식점 이야기를 좀 해보려구요.
작은 아버지께서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가 되셔서
지금 인천에 있는 산재병원에 입원해계신데
내년 6월까지는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으셔야됩니다.
저희 아버지가 장남이시고 작은 아버지께서 차남이신데
7살 차이가 나고 그 사이에 다른 형제가 없어서
아버지께서 작은 아버님을 각별히 아끼셨어요.
건강하던 작은 아버님이 그렇게 되시고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때
춘천에서 학교를 다니던 저도 사고로 왼손을 잃을 뻔해서 휴학을 하게 됬습니다.
엎진데 덮친격이죠. 부모님이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다행히도 수술이 잘 되어서 고향집에 내려와 지내고 있던 차에
아버지께서 작은아버님 면회를 가자고 하시더군요.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10시쯤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그렇게 건강하던 작은아버지의 다리가 앙상한걸 보니까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이런 저런 얘기도 좀 하고, 저도 대학가고 나서 많이 못뵜거든요.
마침 그날 인천에 계시는 고모할머니께서도 고모와 면회를 오셔서
다함께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간병하시는 분께서 근처 군부대 (17 사단 번개부대에요) 앞에 식당이 있다고 하셔서
멀리 가기도 불편하고 그 식당으로 갔구요. (병원옆의 육교 하나만 건너면 있더라구요)
본론은 여기서 부터 시작이에요.
식당에 들어가니 손님은 한테이블밖에 없었구요.
예약이 있었는지 12테이블 정도가 미리 세팅이 되어 있더라구요.
(밑반찬하고 불까지 다 들어와있고 사람만 앉지 않은 테이블이었어요.)
저희는 작은 아버지가 휠채어를 타셨으니까 그냥 테이블에서 먹기로 했고
일행도 많으니까 식사메뉴를 통일하기로 했어요.
그편이 일하시는 분들도 편하고, 나오는데 시간도 적게 걸리고, 서로 좋잖아요.
어머님께서 아구찜을 먹자하셔서 아구찜을 中자로 세개 주문했는데
주문받는 아주머니가 '제주도 오겹살' 이 맛있다고 계속 권하시는겁니다.
고기! 좋지요~ 근데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무려 일인분에 만원입니다 ㅎㄷㄷ
우리 집앞에 축협가면 일인분에 3500원이면 떡을 치고도 남는데... 좀 그렇더라구요.
일행도 12명인데 일인당 1.5인분씩만 먹어도 돈이 얼만가요.
다른 메뉴는 시중가였어요. 설렁탕이나 된장국이 6000원정도?
제가 시골에서만 살아서 도시 시세를 잘 모르는데요. (저 완전 촌놈이에요 진짜)
여기에 비하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적당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아주머니, 저희 아구찜으로 그냥 먹을께요." 하니까
세번, 네번을 "고기는 준비도 빨리되고, 맛있어요 드세요" 이러시는 거에요.
장사하시는 분들이야 당연히 팔려면 그 정도 말은 하시니까
"그냥 아구찜할께요~" 했죠.
근데 준비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구요.
들어올 때 있던 테이블 손님들은 다 나갔고,
예약손님들도 들어와서 식사하고 있는데 저희만 30분이 걸리도록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아주머니~ 여기 아구찜 준비 덜 됬어요?"
하니까 그분이 또 오셔서 "오겹살 드세요. 지금 바로 내오면 아구찜 차리는 것보다
더 빨리 나오구요. 양 많이 드릴께요." 이러시는거에요.
황당하죠. 그러면 이제껏 머한거라고...
지금 메뉴 바꿔도 바로 나올 정도면 준비 하나도 안됬다는 거잖아요.
주문들어가고 음식준비하는데 오히려 파는 사람들이 주문 변경 안된다고, 힘들다하죠.
그놈의 오겹살이 머라고.. 저는 또다시 "아구찜 주세요~^^;;" 했죠.
(저도 서빙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봐서 주문할때는 항상 웃으면서 하려구 노력합니다.)
손님이 웃으면 파는 사람도 기분좋잖아요.
그리고 15분정도 지났나 다른 손님들이 또 들어오더라구요.
여전히 저희 아구찜은 나올 생각도 안하는 상태...
그 아주머니 옆테이블에서 또 오겹살얘기를 하고 계시고
아버지께서 슬슬 기다리기가 지치셨는지
원래 성격이 불같은 아버님이시지만 일가 친척들이 다 모인자리라
말을 길게 안하시고 그냥 고기를 먹자고 하시더군요.
결국 오겹살... 그놈의 오겹살 8인분 시켰습니다.
정말 빠르게 주.문.만 받으시더라구요. 식당에 도착한지 45분경과
그렇게 빨리 나온다고 장담을 했으니 일찍 나오겠지 했는데
또 20분을 잡아드시더라구요... 한시간 넘었네요,
여기서 제가 폭발을 해버렸습니다.
"고기 시킨지가 언젠데 하도 고기,고기 해서 시켜뜨마 와 이리 늦습니껴?
무슨 돼지를 뒷마당에서 잡아서 옵니까?"
식당이 떠나가라 소리 한번 지르니... (물론 예의에 어긋난거라는 건 알지만 화가ㅜㅜ)
쏜살같이 나오더라구요. 하.. 릴렉스 릴렉스
평소에 혼자서도 3-4인분의 고기에 너끈히 공기밥을 두그릇 먹어치우는
이제 클때도 다 지났것만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저지만
그날은 완전히 입맛이 싹~ 떨어지더라구요.
고기도 머 최상급 오겹살이니 해도 그닥 특별한것도 없고
사촌동생들 그냥 고기구워주고 멕이고.
이제 연타가 들어갑니다.
옆테이블에서 설렁탕을 먹어서 깍두기가 나왔는데
저희는 고기를 시켜서 그런가 밑반찬에 깍두기가 없더라구요.
아버지가 깍두기가 드시고 싶으셨는지 깍두기 한접시만 달라고 했는데
그걸 또 가볍게 무시하시더라구요. "밥메뉴에만 깍두기나가요."
웃지요... 그저 웃지요... ^^
어이가 없어서 이젠 머라하기도 싫고 고기 굽는데 버섯이 없더라구요.
깍두기야 메뉴에 포함안된거겠지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버섯은 어딜가도 고기 주문하면 항상 같이 나오잖아요.
3탄... 버섯안내줘요? 하니까 "요즘은 버섯값이 비싸서 버섯을 안내요."
뭥미... 뭥미... 뭥미... 고깃값 일인분에 만원받으면서
버섯 얼마나 비싸다고 그거 살 마진도 안나오나요. ㄲㄲㄲ
우리집 뒷산에 가면 널린게 버섯이고 친척들이 심심하면
한박스씩 주는데, 심지어 그 비싸다는 송이도 한박스씩 우리 집에 들어오는데
새송이버섯이 그렇게 비쌋나요?
그러고 보니 상추도 안나왔네요?
상추는 그냥 좋게좋게 말하고 받았는데
한장 딱 손위에 펴보니 흙이... 덜 씻겨나간 벌레도...
내가 손질해도 이것보단 잘 하겠더라구요.
결국 얌전하신 우리 여사님께서도 아들의 뒤를 따라 폭발하셨습니다.
어머니 입에 달고 사시는 말이 늙어서 교양있게 살아야된다던건데
이젠 저희도 참을 만큼 참았지요.
우여곡절끝에 식사 다하고 나오는데 계산하는데 따지려고 했던거
꾹꾹 눌러참고 나왔습니다.
아버지께서 "그 깍두기 한접시만 주지..." 하셨는데 아무 말도 없더라구요.
군부대 앞에 꼴랑 하나 있는 가게라 그런가 그렇게 불친절한 곳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
인천 17사단 번개부대 앞에 있는 그 식당! 절대가지마세요!!!
친구나 가족이 있어서 면회가도 그냥 피자나 치킨 시켜드세요
이상 저의 스크롤압박 쩌는 한풀이였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