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기말고사 끝나고 바로 겨울방학이다. 너무 방학동안 놀지 말고 공부 좀 해라. 특히 우리반에 반평균 까먹는 놈 이상민, 김행국이 제발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주나"
반친구 시선이 상민이랑 행국이한테 집중되었다. 하루라도 이름이 안나오면 입에 가시가 돋는 친구들이다.
"선생님 너무 차별하지마세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는데요. 선생님은 왜 우리만 미워하시는데요"
억울하다는 듯이 행국이가 한마디했다. 그 말에 반 친구들은 낄낄거리고 가만히나 있으면 이등이나 하지 하는 표정들이었다.
"어디서 문자쓰노. 선생님한테는 마비된 손가락이있다. 행국이 손가락이랑 상민이 손가락이다. 망치로 쳐봐라 아픈가! 앞으로 잘해라 이 놈들아. 이상"
선생님이 나가신 교실은 또 다시 아수라장이었다. 행국이는 아직도 억울한지 계속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그 언니야가 아무짓도 안하는게 진짜 이상하데이. 무슨 냄새가 나"
"무슨 냄새"
진옥이 설록홈즈처럼 인상을 쓰면서 사뭇 진지하게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난 진옥의 행동에 눈이 아팠지만 참았다
"내 직감은 틀린적이 없다아이가, 이렇게 조용한게 더 이상하데이. 니는 안 이상하나"
"포기한거겠지"
"포기. 그 언니야가, 어림반품어치도 없다. 눈밖에 난 가시나치고 멀쩡한 가시나 하나도 없었다. 이상하데이... 뭔가 구린내가 났다."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마"
"충고하는데... 니 조심해라"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마"
진옥이 내 옆에 있어 힘이났다. 뭐 좀 엉둥한 구석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친구들처럼 날 피하거나 재수없어 하지는 않았다.
반에서도 나에게 말걸어주는 남자는 없었다. 오직 우진밖에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는 없었다. 비오는 날 행국이가 나에게 우산을 주고 도망간 적은 있었다. 행국이를 보면 참 재미있다. 조폭처럼 생겼지만 하는 짓은 정말 애같았다. 행국이를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왔다.
기말고사 시험 날짜가 잡히고 또 다시 난 스트레스를 받아야했다. 10일도 남지 않았다.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기로 했다. 진옥이 도서실에 가자는 걸 난 남아서 한다고 하고 진옥을 먼저 보냈다. 텅빈교실. 썰렁하기까지 했다. 전체적인 요점정리를 하면서 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계를 보니 세시간을 똑같은 자세로 있었다. 허리가 쑤시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독하다 박혜진. 세상을 좀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니"
난 아무도 없는 교실에 앉아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내가 참 한심해 보였다. 대충 책상을 정리하고 경비아저씨에게 열쇠를 넘기고 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 날 가로막는 언니들이 있었다. 진옥의 예감이 순간 맞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진옥은 신내린 애가 아닐까? 언뜻 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박혜진 그 동안 잘 지냈니?"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은주선배였다.
"날 그렇게 망신시켜놓고 네가 무사할 줄 알았어"
그 선배옆에 세명의 언니들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좀 덩치가 있는 언니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면 나를 바라보면 한마디 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니 은주가 누군지 모르나. 우진이는 옛날부터 은주가 찜한 머슴아다. 이게 어디서 꼬리치고 지랄이고..."
"이쁜장하게 생겨가지고 싸가지가 바가지네.어디 하늘 같은 선배한테 눈에 힘을 주고 보노. 우리가 손 좀봐줘야겠다. 이런 가시나는 된장맛을 봐야안다"
"눈 안 까나"
어두워서 자세히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 언니의 첫 인상은 기억에 남았다. 어딜 가나 불량 써클은 있고 불량학생은 있는 법이다. 은주선배의 행동이 유치하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런 치사한 방법을 쓸줄 미쳐 몰랐다. 지금은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나에게 이 싸움이 승산이 있는지 아님 적어도 빠져나갈 수 있는지 난 머리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이 가시나 쫄았나. 상대도 안되는 가시나가 왜 덤비노. 맞제 은주야"
그러면서 키가 큰 언니가 나의 어깨를 쳤다. 3 대 1이다. 은주 선배는 싸우지 않을 것이다. 자신은 힘도 없으면서 밑에 있는 친구들을 시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은주선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분류의 사람일뿐이다.
"눈 깔아라 이게 어디서 노려보노"
"경고하는데요 저 건드리지 마세요"
"이게 웃기네, 은주야 어떻게 해줄까?"
"다시는 우진이 앞에 얼정거리지 못하게 해"
"은주언니는 나설 용기도 없는거에요,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이런 방법은 패배자나 쓰는 방법이에요"
"좀 있다가도 그런 소리하는지 두고보자"
세명의 언니가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나는 약간의 시간을 벌기 위해 뒤로 조금씩 걸어갔다. 그런 나의 모습에 언니들은 실실 웃으면 거리를 좁혀 왔다.
"이제 우리가 쬐메 무서운갑네. 그러나 늦었다. 방방 뛸때부터 알아봤다아이가. 니 유명하더라 학교에서 남자한테 인기도 좋고, 우리는 또 그런 꼴 못본다. 니 이쁜 얼굴 오늘 성형수술하는 날이다."
난 담벽에 떨어져 있는 나무가지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시선은 언니들을 똑바로 보았다. 내가 겁먹은 표정을 하면 더 기고만장하게 덤빌 것이다.
"진짜 웃기네. 그 가지로 우리 패라고, 아직도 모르겠나. 우리가 누군이지"
"알고 싶지도 않아요"
난 더욱 나무가지를 잡았다. 지금 나의 공격 상대는 정해졌다. 여기서 내가 맞더라도 적어도 지는 싸움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이 언니들도 앞으로 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 난 만족했다.
내가 먼저 공격할 생각으로 나무가지를 드는데....
"그만둬요"
이렇게 우진이 소리치고 있었다. 내 옆으로 우진이 보였다.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우진의 등장이 은주선배에게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이게 무슨짓이에요. 비겁하게 3명에서 그것도 2학년 선배가 1학년 후배를.. 창피스럽지 않으세요"
"그래 나 유치하고 비겁해, 그래도 상관없어 널 사랑하니까? 네가 저애를 보호할수로 난 저애를 다치게 하고 싶어져"
은주선배가 악을 썼다. 눈이 싸늘하게 굳어지면서 우진 앞으로 다가왔다. 우진이 나를 구하기 위해 온게 은주선배의 자존심에 아마 큰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세명의 언니들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나를 때려야할지 아님 그냥 있어야할지 갈피를 잡기 못하고 있었다.
"우진 잘 들어. 네가 혜진이에게 다가갈수록 난 혜진을 가만두지 않을거야. 아무한테도 너 주지 않을거야. 처음부터 넌 내게 어울리는 사람이었어. 네가 날 구해줬을때부터..."
어느새 은주선배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정말 우진이 많이 사랑하는것 같았다. 표현이 다소 거친게 문제이지만... 우진만은 진심으로 사랑하는것 같았다.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다시 말하지만 혜진이 저에게..."
우진은 거기서 말을 더 하지 않았다. 뭔데... 날 뭐... 우진을 다그쳐 뒷말을 듣고 싶을 정도였다.
"혜진이 가만두지 않을거야"
"지금 저 얘기하는것 같은데... 우진이 빼고 정식으로 한판붙죠"
"우진이 너는 빠져"
은주선배의 눈짓에 세명의 언니들은 다시 행동을 개시했다. 우진이 날 보호하기 위해 나 어깨를 잡았다.
"우진아 좀 비켜줄래"
"너 죽고 싶어 환장했어"
"내 몸은 내가 지켜. 그리고 너 여자 못 때리잖아 때릴 수 있어"
"널 때리는 여자는 때릴 수 있어"
"아니 넌 못해"
"아니 할 수 있어"
바보같은 녀석. 세명의 언니들이 동시에 덤볐다. 우진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맞고만 있었다. 내가 봐도 참 한심한 녀석이다.
'"그만해요"
나의 분노도 이젠 한계를 넘었다. 나무가지를 들고 난 언니들을 공격했다. 약한 가지라서 크게 다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기습공격으로 언니들은 우왕좌왕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소리만 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볼 만했다. 1년동안 잠깐 검도를 배운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억지로 시킨 검도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공주는 자기 몸하나 시킬 수 있어야한다면 검도를 시켰다.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디가서 맞고 오는 일은 없었다.
"저 가시나 미쳤나"
많이 아픈지 키가 큰 언니가 죽는 소리를했다
"나 건드리지 말라고경고했죠"
난 언니들을 향해 가지를 똑바로 들었다. 언니들은 나무가지에 맞은 상처가 따가운지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우진아 일어나"
난 은주선배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우진에게 말했다. 상황판단이 아직 안된 우진은 내가 시키는대로 일어났다.
"박혜진 내가 하늘에 맹세코 가만두지 않을거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은주선배를 뒤로하고 난 우진과 바람처럼 사라졌다. 멋진 퇴장이라고 난 생각한다. 옆에서 따라오는 우진은 정말 바보다. 여자를 때리지도 못할거면서 날 위해 맞고만 있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다.
"언제 배웠어"
"초등학교때 엄마의 강요로 배웠어. 1년정도... 그러니까 날 보호할 생각하지 말고 너나 잘해. 아까보니까 정말 코믹영화가 따로 없더라. 여자한테나 맞고...."
우진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집에가서 치료해줄께. 오늘은 특별서비스다. 나때문에 다친거니까? 그런데 너 싸움 잘하는것 맞아 못해서 맞고오는거야"
"내가 그 정도로 맞고 오면 상대방은 병원신세야"
"여자한테 맞는것 보니까 좀 의심스러운데..."
"여자라서 안 때린거야"
"정말이야. 믿을 수가 없는데... 아무래도 주먹짱이 아닌것 같아"
"넌 양파같아"
우진의 말에 난 발끈했다. 무슨 양파라니.... 나의 이미지에 맞는 비유를 할것 같으면 카라, 후리지아, 수선화, 얼마든지 많은데... 왜 양파야
"널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그것도 아닌것 같더라구"
우진이 씩 웃었다. 그 웃음에 내 심장은 쿵하고 내려 앉았다. 우진아 네가 그렇게 웃을때마다 난 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진다. 나는 애써 우진의 얼굴을 외면했다. 붉어지는 내 얼굴이 오늘따라 슬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