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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뒤에,종이학,행복합니다<단편>

공포소설 |2009.07.20 16:16
조회 45,602 |추천 6

헐...또 톡이네......감사합니다...

운영자님이 요새 공포물에 관심이 있으신가봐요..

어쨉든 감사해요^^톡이란게..기분은 참좋네요 ^^

출처 당연히 밝혀야죠 ~~ 요새는 계속 밝히고 있습니다 !!

(이건 올린지 몇일되서...)

 

출처 - 웃대,웃대,웃대 ^^;

 

그럼 수고하시고 재밌게 읽으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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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한가해진 틈을타 바로 올립니다^^

내일은 또 뭘 올려야 재밌게 보실까요...ㅠㅠ

아ㅠㅠ 벌써부터 걱정...

 단편 3개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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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뒤에

 

 





가끔씩 자의로든 타의로든 뒤를 돌아볼 때면 녀석이 끔찍한 몰골을  한 채 멀뚱히 서있다.

녀석은 내 뒤에 서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벌써 수년째,  익숙할 때도 됐지만 뒤를 돌아볼

때마다 놀란다. 그렇다고 녀석이 내게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한 적은 없다.  그저 내 뒤에 서서 겁을 줄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바로 뒤를 돌아볼 때마다 녀석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는 미칠 지경이다.  예전에는 못 느꼈지만 요즘은

온몸으로 절실히 느낀다. 내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조금씩 가까워지는 녀석을.  저 멀리 점으로 보이던 녀석은 어느새,  언제든지 내 목을 노릴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두렵다. 뒤를 돌아보는 게 두렵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녀석이  나를 어떻게 할 것만 같다.








비극, 거창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의 첫 번째 비극도 그랬다.

나의 첫 비극은 할머니 댁에서 키우던 개의 죽음이다.  할머니 댁에 놀러갈 때마다 반갑다고

뛰쳐나와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떨던 개.


“할부지, 개 어디 갔어요?”


“개? 죽어삤다.”


할아버지의 그 한마디에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어렸던 나에게 똥강아지 한 마리의 죽음은 그만큼

큰 비극이었다. 내 기억으로 그 날 배가고파서 쓰러질 때까지 울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그 날 점심메뉴로 할머니가 해준 보신탕을 맛있게 먹었으니까.

두 번째 비극 역시 사소한 장난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사소한 장난의 대가는 그 어떤 것보다도

끔찍하고 참혹했다. 친구의 죽음.





내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도 나를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해 했다.

그 친구와 나는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고,  언제 친해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서로에게 둘도 없는 친한 친구로 우리는 단짝이었다.

초등학교도 같은 곳을 다녔고, 중학교도 같은 곳을 갔다.  우리는 늘 그렇게 붙어 다녔다.

하지만 어느 날 등굣길, 나의 사소한 장난이 불러온 비극 때문에 우리는 끝났다.


“헤, 이거 뭐야? 누구주려고 선물을 가져온 거냐?”


난 친구 녀석이 가지고 있던 선물상자를 들고 냅다 뛰었다.


“야, 너!!!”


뒤를 보자 녀석이 필사적으로 쫓아오는 게 보였다.


“누구 줄 건데?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쫓아와?”


나는 그저 친구를 골려주려고 선물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 도망쳤고,

친구는 선물을 찾기 위해 내 뒤를 쫓아왔다.


“끼이이익- 쾅!!!”


굉음에 놀라 뒤를 돌아봤을 때, 내 뒤를 바짝 쫓아오던 친구는 없었다. 뒤에는 급브레이크를 밟는

트럭이 있을 뿐이었다. 친구는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세 번째 비극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비극의 충격이 오래가지 않은 반면에  세 번째 비극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자꾸 내 뒤에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

내 죽은 친구의 모습을 한 녀석.

내가 녀석의 몰골을 처음 인식했을 때는 너무 놀라서 거품을 물었던 걸로 기억한다.

트럭에 치였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녀석은 내 뒤에 서있었다.

뭉개져서 알아보기 힘든 얼굴, 제멋대로 놀고 있는 팔다리.

내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녀석은 차츰차츰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과의 거리가 더욱 빠르게 좁 혀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뒤를 안보고 살수는 없었다.  정신병원에 수없이 가봤지만

모두 특정사고에 의한 스트레스라고 개소리만 지껄일 뿐이었다.  약물치료도 상담도 소용없었다.















오늘은 술김에 용기를 내어 뒤에 있는 녀석을 똑바로 보며 소리 질렀다.



“친구끼리 이럴 수 있어? 그래, 나 때문에 네가 죽은 거 알아, 죽을 만큼 미안해, 그래서 내가 죽어줬으면 좋겠어? 혼자 죽어서 심심해? 그렇게 나를 데려가고 싶어?”



뒤를 돌아봄으로써 녀석이 더욱 가까워졌을 것이다. 이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정도?  무섭다.

사실 내 뒤에 있는 녀석도 무섭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친구가 죽어서 변해버린 마음이다.

나도 친구도 서로를 이렇게 증오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으니까.


‘내가 어디를 가든지 너는 나의 뒤를 노리겠지’


비틀거리며 걸었다. 길이 구불구불 구부러지며 내게 다가왔다.


“빠~~~~~~앙”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옆을 보자 환한 불빛을 내뿜으며 트럭이 다가왔다.


‘네가 원하던 게 이거였냐?’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트럭이 내 뒤를 스쳐지나갔다.  간담이 서늘했다.

나는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뒤를 봤다. 그리고는 흐느끼며 울었다.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녀석은 뒤에서 두 팔을 쭉 뻗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녀석이 죽은 그 날, 그날도 녀석은 내 뒤에 있었다.       (두번째) 종이학   



“자기야, 내가 연애할 때 선물한 종이학 어디 있어? 왜, 유리병에 담아서 준 거 있잖아.”


짐정리를 하던 지영의 말에 가슴 한구석이 뜨끔했다.


“어, 뭐라고? 뭐 말하는 거야?”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 위해 괜히 못들은 척했다.


“종이학, 내가 선물해준 거 모르겠어? 내가 유리병에 담아서 준 거”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지영이는 친절히 설명을 해가며 내게 말했다.


“그거? 그 거는”


“어디 있냐고”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웃고 있던 지영의 눈이 심각해졌다.


“미안해”


사실 지영이에게 말을 하지는 못했는데, 선물 받았던 종이학은 꽤 오래전에 버렸다.

물론 내가 버리고 싶어서 버린 건 아니었다. 자취방에서 혼자 살 때, 친구가 애완견을 데리고 놀러온

적이 있는데, 그 애완견이 방안에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종이학이 담긴 유리병이 깨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널브러진 종이학들을 마땅히 담을 곳이 없어서 박스에 담아뒀었다. 근데 하필이면 그 박스를 둔

창고에 물이차서 종이학이 모두 젖어서 찢어졌다. 그래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

꽤 오래전 일이라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느닷없이 종이학의 행방을 묻는

지영에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이라니? 어디 있냐고?!”


재차 묻는 지영이의 떨리는 목소리에 불안해졌다. 화난 거 풀어준 지 얼마 안됐는데 또 싸우게 생겼다.

나는 무조건 사과를 했다.


“정말 미안해, 그거 옛날에 우리 집 창고에 물이 찼을 때 기억나? 그 때 젖어서 버렸어.”


결혼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괜히 거짓말해서 들킬 바에야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사실대로 말했다.


“버렸다고?”


나는 울먹이는 지영이의 얼굴을 보고 내가 실수했음을 알아차렸다.


“정말 미안해, 그게”


“버렸다고?! 어떻게 그걸 버려?”


지영이는 화가 많이 났는지 내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더 소리치려고 하다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답답했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혼초기에는 사소한 걸로 많이

싸운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몇 주 전부터 사소한 것으로 다툼이 있었는데 오늘은 크게 한 방 터졌다.

물론, 지영이가 손수 접어준 소중한 종이학을 버린 건 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말도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 가버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대화가 안 통하는 지영의 그러한 행동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지영이는 방안에 틀어박혀서, 자정이 지나도록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며 사과도

해보고, 열어달라고 타이르려고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물론 서랍 속에 있는 열쇠로 문을 열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지영이가 더 화를 낼 거 같아 그만두었다.


‘결혼 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부터 소파신세라니’


순간 어머니 몰래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나 회사 나간다?”


“쿵!”


뭔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지영이가 뭔가를 문에 던진 거 같았다. 아침까지 이어지는

지영이의 그러한 태도에 나 또한 머리까지 화가 났지만, 꾹 참고 아무런 말도 안했다.

괜히 화내봤자 골만 더 깊어진다는 걸 잘 알기에 행한, 나름 최선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는 집을 떠나 회사에서도 계속되었다. 업무 중 실수도 많이 하고,

지영이 걱정에 멍을 때리고 있어서 부장님한테 혼도 많이 났다.


“박 대리 또 싸웠어? 요즘 자주 싸우네. 이번엔 무슨 일이야?”


김 과장님이 커피를 홀짝이며 내게 다가왔다. 모든 걸 알겠다는 눈치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김 과장님의 조언은 항상 효과가 있었기에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이 사람아, 그건 자네가 100% 잘못한 거야”


김 과장님이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당연하지! 마누라가 연애할 때 준 선물을 버리는 남편이 어디 있냐? 정신 나간거지”


김 과장님은 나를 크게 나무라며 종이컵을 구겼다.


“그럼 어떡하죠? 딱히 풀어줄 방이 없는데, 단단히 삐져서 대화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쯧쯧쯧, 앞으로 마누라한테 잡혀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훤해!”


김 과장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쓰레기통에 나뒹구는 구겨진 종이컵의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소파에서 쪼그리고 자던 나처럼.

사실 나와 지영이는 결혼까지 꽤나 큰 트러블이 있었다. 물론 서로의 애정전선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어머니께서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자란 지영이를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셔서 결혼을

심하게 반대하셨다. 뭐, 결국에는 1년 동안 어머니를 설득함으로서, 결혼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로의 사이는 냉랭하다.










“지영아, 나왔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며 외쳐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집안에서 뭔가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눈앞에 펼쳐진 집안 모습에 나는 집안이 싸늘한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가구들과 물건들이 사라져서 휑해진 거실의 모습.

꽤나 간 큰 도둑이 왔다갔는지, 집안에는 잡동사니부터 시작해서 텔레비전, 컴퓨터 할 것 없이

웬만한 물건들이 모두 없어져 있었다.


‘뭐지? 지영이는 어디 간 거야?’


혹시나 지영이가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닌가 하고 걱정되었다.


“철컥”


순간 문이 열리더니,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는 지영이가 들어왔다.

왠지 수상한 느낌도 들었지만, 무사한 지영이의 모습에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집이 어떻게 된 거야?”


나는 휑한 거실을 손으로 두루 가리키며 지영이에게 물었다.


“버렸어”


지영이는 평소와는 다르게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니, 평소와 달랐다. 초점이 흐린 눈빛이며, 칙칙한 얼굴.

확실히 이상했다. 나는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지영이의 어깨를 움켜잡고 말했다.


“지영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물건들 버렸어, 전부. 당신이 버리기 전에 내가 버린 거야.”


그런 얼굴을 한 지영이는 처음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런 얼굴을 하지는 않았는데,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었다.


“왜 버려? 전부 쓰는 물건인데”


“말했잖아, 당신이 버리기 전에 버린 거라고”


“내가 뭘 버린다고?”


“내가 준 거는 전부 버릴 거잖아”


지영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차가웠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설마 종이학 때문이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그래, 종이학처럼 버릴 거잖아. 결국엔 나도 버릴 거지? 내가 버림당하기만 할 거라면 큰 오산이야, 내가 먼저 버려주겠어.”


내게 소리치는 지영이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영이는 어깨에 얹은 내 손을 뿌리치고는

방에 있는 옷장으로 다가섰다.


“이건 너무 큰 걸?”


지영이가 옷장을 위아래로 살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너 왜 이래? 미쳤어?”


하지만 내 소리는 안중에도 없는지 지영이는 나를 무시하고 공구함을 꺼냈다.

그리고는 쇠망치를 꺼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거 위험해, 저리 치워!”


나는 지영이에게 다가가서 망치를 빼앗으려 했다.


“크면 쪼개서 버리면 돼”


하지만 내가 채, 다가서기도 전에 지영이의 망치가 옷장을 내리쳤다. 옷장은 싸구려라 그런지,

망치질 한방에 나무가 쪼개져 나왔다. 나는 황급히 뒤로 다가가 망치를 쥔 손을 제압했다.

그리고는 망치를 빼앗아냈다.


“너 미쳤어? 이게 무슨 짓이야?”


“버릴 거야, 버릴 거라고!!!”










“흠, 꽤나 심각하군요.”


의사선생님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네?”


“남편 분께서 보셔도 아시겠지만, 상황이 꽤나 심각합니다. 환자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뭔가를 버려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요. 우선은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겠군요. 뭔가 짚이시는 게 있습니까?”


“원인이라면”


순간 머릿속에 종이학이 떠올랐다. 혹시 그것이 원인이 될 수 있을까하고, 의사선생님께 말하려 했지만,

차마 입술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환자분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죠?”


내가 머뭇거리자 의사선생님은 화제를 돌렸다.


“가족은 갑자기 왜 물어보시는 거죠?”


왠지 지영이의 가족사는 말을 꺼내기가 좀 그래서 되물었다.


“모두는 아니지만 정신질환의 경우 가족적인 성향이 있기도 하거든요. 현재까지 연구결과로만 봐도 정신질환자의 가족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답니다. 그래서 물어보는 겁니다.”


“지영이는 어렸을 때 가족 없이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내 대답에 의사선생님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알아냈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말했다.


“버려지기 전에 버리겠다는 환자의 행동을 봤을 때, 그게 원인일 수도 있겠군요. 어렸을 때 부모한테 버려진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일종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다가, 최근에 표출되었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군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영이가 가끔씩 말해주는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영이는 확실히 버려졌다. 그것이 생계 때문인지, 복잡한 가족관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영이는

확실히 부모의 손에 의해 버려졌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아직 확실하게 원인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만약 환자분께서 어렸을 때, 버려진 기억으로 저런 행동을 한다면 부모를 찾아내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치료가 되겠군요.”


의사선생님이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다른 방법은 없나요?”


솔직히 그녀의 부모를 찾아낼 자신이 없었다.


“물론 진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모르죠, 아직 최근에 그녀의 정신질환을 악화시킨 동기도 모르고요”


최근에 정신질환을 악화시킨 동기라는 소리에 또 다시 종이학이 떠올라버렸다.


‘결국은 내 잘못인가?’










그녀가 살았던 고아원부터 찾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내던 고아원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더구나 그곳에 있는 원장님이 지영이를 기억하고 있어서 왠지 일이 쉽게 풀렸다.


“흠, 지영이가 딱하게 됐군요.”


원장님께서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어떻게 부모님을 찾아볼 수 없나요?”


“사실 지영이는 본인의 어머니 손에 버려졌어요. 그날 지영이는 어머니의 차를 타고 이곳에 왔어요. 지영이의 어머니는 딱히 어려워 보이지 않는 가정환경인데도 지영이를 버렸죠. 아마도 가족문제 때문 같았어요. 재혼이라던가.”


원장님의 말을 듣고, 가슴이 울컥했다. 어린 나이에 크게 상처받았을 지영이가 너무나 가여웠다.

그런 지영이를 위해서라도, 꼭 지영이의 부모를 찾아내고 싶었다.










지영이의 증상은 날로 악화되었다. 모든 물건을 버리려하는 행동 때문에 입원을 시켰지만,

병원에서도 그녀의 행동은 계속되었다. 더구나 점점 폭력성을 띄는 바람에 가까이 마주하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그 동안 지영이 어머니의 주소를 알아내고, 종이학도 많이 접었다. 종이학은 지영이에 대한

나의 애정을 듬뿍 담아서 정성껏 접었다. 그녀가 내게 줬던 것처럼.










주소를 따라 간 곳은 집이라고 칭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매우 허름했다.

나는 다 부서질 것 같은 문짝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시죠?”


안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혜숙 씨, 계시나요?”


삐그덕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초췌한 모습의 아주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


“전데요?”


나는 집으로 들어가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지영이 어머니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내가 들었던 것과 달리 가정형편도 어려웠고, 가족도 없이 혼자 살고 계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나와 지영이의 관계와 최근의 일까지 모두 말씀드렸다. 어머니 역시 지영이를 기억하고 계셨다.

어머니는 내가 지영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말라버린 눈가에 조금씩 눈물이 맺히셨다. 나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병원에 같이 가자고 설득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조금 망설이다가 자신의 탓이 크다며

흔쾌히 가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병실 앞에 선 어머니는 상당히 초조해 보였다.


“어떡하죠?”


“괜찮아요, 제가 아는 지영이라면 어머니를 용서해 줄 겁니다.”


병실 문을 열자 지영이가 보였다. 역시나 방안에는 물건하나 없이 깨끗했다.

휑한 방을 가로질러 그곳에 홀로 누워있는 지영이를 향해 다가갔다.


“지영이 맞니?”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지영이가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나 역시 지영이를 위해 고이 접은 종이학을 꺼내 보였다. 그러자 지영이가 활짝 웃었다.

순간 지영이의 어머니가 품에서 칼을 꺼내 누워있던 지영이의 배에 쑤셔 넣었다.


“버렸는데, 돌아왔어!! 이번엔 완벽하게 버려야해!!”


지영이의 어머니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지영이의 복부에 칼을 찔러댔다.

그럴 때마다 몸뚱이가 움찔거렸다. 순간 의사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모두는 아니지만 정신질환의 경우 가족적인 성향이 있기도 하거든요.”





손에 들고 있던 유리병이 떨어져 깨져버렸다.

그리고 수 많은 종이학들은 나를 떠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세번째) 행복합니다.    







“내일이 우리 영호 생일인데, 뭐하고 싶니?”


재식은 자신의 9살 된 아들, 영호에게 물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아빠 돈이 없잖아”


영호는 꽤나 암울한 이야기를 초롱초롱한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재식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들을 보고 가슴이 울컥했다. 외간남자와 바람이 나서 돈을 몽땅 가지고 도망간 마누라와

보증을 서달라고 애원하던 친구들 덕에 남은 거라고는 산더미처럼 쌓인 빚밖에 없는 재식으로서는

비참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유일한 핏줄인 아들, 영호에게 만큼은 멋진 아빠이고 싶었던 재식은 끝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빠 울어?”


“아니야, 피곤해서 그래. 근데 영호야, 아빠 돈 있으니까 뭐하고 싶은지 말해도 돼. 아빠가 뭐든 해줄게”


재식은 붉어진 눈시울을 닦아내며 말했다.


“사실은 놀이동산 가고 싶어. 친구들은 다 갔는데 나만 못 가봤거든”


영호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내일 아빠랑 놀이공원 가자”


재식은 영호를 꼭 끌어안았다.


다음 날, 약속대로 재식은 영호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갔다. 재식의 지갑은 너무나도 얇았지만

아들의 행복한 생일을 위해서는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호 역시 아빠로 인해 생애 최고의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재식이 영호를 골목 구석에 데려가 숨기고는 영호에게 말했다.


“영호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아빠 금방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갑작스런 아빠의 행동에 놀란 영호는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 빨리 와야 돼?”


“응”


재식은 그렇게 영호를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행복하십니까?”


“행복합니다.”




























아직도 그날의 아버지가 떠나가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나이를 꽤 먹은 지금,

물론 아버지의 절박한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10살도 안된 어린아이를,

그것도 자기 자식을 버렸다는 점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용서를 할 수가 없다.

버려진 이후로 나는 아빠를 찾아 몇 날을 울면서 헤맸고, 먹고 살기 위해 뭐든지 했다.

그늘 하나 없는 세상에서 나는 철저히 짓밟히면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 그 때의 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

나는 나의 아버지가 나를 버린 그 저주스러운 날을 찾아가기 위해, 타임머신센터를 찾아갔다.

내가 평생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써야할 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날짜 2008년 5월 16일


매번 그 날의 악몽을 꾸다보니, 그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스르르 시간의 흐름이 뒤틀렸고, 타임머신센터에 있던 나는 어느새 2008년 5월 16일에 도착했다.

나는 당장 기억을 더듬어 내가 갔던 놀이공원을 찾아가서 기다렸다.

역시나 나는 행복한 모습으로 아빠의 손을 잡고, 놀이공원에 입장했다.

나는 놀이공원에 따라 들어가 어렸을 적의 나와 아버지를 미행했다.

그 둘을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렇게 행복해 하는 어린 아들을 버릴 수가 있는가?

아무리 살아가기 힘들어도 그렇지.

버리기 전에 아들을 달래주는 아버지가 악마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복수를 다짐했다.

어렸을 적의 나와 아버지가 돌아가는 길.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이제 곧 버리겠지?

역시나 아버지는 어린 나를 골목구석에 두고, 뛰쳐나왔다.

나는 서서히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행복하십니까?”


아버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행복합니다.”


‘행복하다고? 아들을 버려놓고?’


나는 품에서 칼을 꺼내 아버지를 사정없이 쑤셔댔다.




























놀이공원을 나오고부터 누군가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빚쟁이들인가? 하필이면 아들의 생일에.

집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 더욱 가깝게 쫓아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들을 우선 안전한 곳으로 숨겼다.

생일에 아빠가 빚쟁이들에게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영호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아빠 금방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빠 빨리 와야 돼?”


“응”


나는 재빨리 골목을 나와 빚쟁이들을 찾았다. 되도록 말로 해결하고 싶었다.

순간 뒤에서 빚쟁이가 나타나서 내게 말했다.


“행복하십니까?”


물론, 나는 오늘 하루 종일 행복했다. 아들의 웃는 모습도 보고 아들과 놀아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순간 지금 눈앞에 있는 빚쟁이에게 고맙기까지 했다. 아들이 없을 때 와줘서.


“행복합니다.”



   






 
 



출처 - 웃대



 

추천수6
반대수0
베플점점..|2009.07.22 11:02
빨라지는 스크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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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공포소설|2009.07.20 16:17
<단편>뒤에 혹시라도..이해안되시는 분들을 위해...간단히 설명해 드릴께요^^; 결론은 오늘 그리고 친구가 죽던 날, 모두 친구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이야기입니다. 뒤에 있던 게 죽이려고가 아닌 도와주려고... 다들 아시는데..괜히 이러는거 아닌거 몰라....ㅠㅠ; (마지막에 손을 쭉 뻗고 잇었던 것도 친구를 구해주기 위해 밀친거죠...)
베플아...........|2009.07.22 08:50
마우스휠 만든새낀 천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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