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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오는 남자 ! 치료해 주는 여자/15편

나다 |2004.06.16 00:43
조회 1,446 |추천 0

혜진과 우진의 사랑 많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이런 사랑하고 싶어요

 

 

 

"강기상이라고.. 어른스럽고, 예의도 바르고, 부모님이 좋아하겠어"

"고맙습니다."

 

우리 부모님과 있을때랑  나랑 있을때와 180도 틀린 모습이다. 어~~휴 이중인격자. 아부하는 모습이 수준급이다. 우리 엄마는 칭찬에 약하다.


"어머니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어. 어쩜 복스럽게도 먹는지... 음식 가리는것도 없고, 여자한테 사랑받겠어"

 

엄마는 기상오빠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기 바빴다.

 

"박혜진 너 엄마한테 혼날 각오해야해. 그 동안 우리를 속이고... 여보 난 애가 할머니 볼때 다른 사람인줄 알았어요."

"왜 의대 갈 생각이었니. 넌 의사 되고 싶다고 한번도 말한적 없다."

"죄송해요 아빠. 그냥 어느날 갑자기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정말이에요"

 

아빠가 걱정스럽게 날 쳐다보았다. 그 동안 난 파리에서의 일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부모님은 놀라고, 당혹스러워하고, 그래도 이해해주셨다. 날 믿어주셨다.

 

"언제부터 출근이냐"

"다음주부터요.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빠"

"아빠는 늘 우리 딸을 믿는다"

 

난 아빠를 안아주었다. 그 동안 이런 따뜻함이 그리웠다. 가족의 품이 너무나 그리웠다. 날 믿어주고 내 힘이  되어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했다.

 

"집으로 돌아왔으니까 아마 하고 싶은 일이 많을거야. 우진은 할머니 병원에 아직도 있나봐. 우진이 얼마나 힘들어할까? 우리도 가야봐하지 않을까요 여보"

"오후에 같이 가지"

"그래요"

 

엄마도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우진이을 아들처럼,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가족처럼, 그렇게 지냈는데 엄마도 많이 속상하신 것 같았다.

 

"혜진은 집에 있을거야"

"뭐 별로 할일이 없네"

"기상군과 같이 동네 구경이라도 시켜줘. 공기도 맑고, 경치도 좋지"

"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오빠 . 미스코리아 대회라도 나갈려는건지...

 

"엄마, 아빠 먼저 나가볼게요"

 

눈짓으로 기상오빠에게 신호를 보냈다. 오빠도 나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우진이한테 전화했어. 9시에 약속 잡아거든.. 잘해 오빠 파이팅!"
"파이팅"

 

울상인 기상오빠를 뒤로하고 난 친구 진옥과의 약속장소로 갔다.  5년동안 진옥은 성숙한 여자가 되어있었다.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머리는 셋팅하고 약간의 화장술로 얼굴 전체 이미지가 화사하게 보였다. 많은 곳이 변해 있었다. 안보이던 건물도 보였고, 예전에 없던 간판도 보였다. 거리도 좀 넓어졌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5년이라는 세월이 참 크다는걸 느꼈다.

 

"가시나 그 동안  뭐했노. 어딘지 모르지만 많이 변했데이"

" 응, 유학생활하다보니까 성격이 많이 변했어"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예전에 도도하고 공주같은 박혜진은 어디가고 머슴아 같은 거지꼴이고"

"너무해"

 

이렇게 마음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았다.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외모는 좀 달라져도 마음은 하나도 변화지 않았다. 진옥은 한결 같았다.  그럼 나만 변한걸까?  

 

"니 우진이 뭐하는 줄 아나"

"뭐하는데..."

"서로 연락안하나"

 

진옥은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줄 아는듯 했다. 그래서인지 좀 의아하게 날 쳐다보았다.  

 

"내가 좀 바빴어. 의대 들어가서 하루도 쉰적이 없거든. 5년동안  죽을라고 공부만  했거든"

"의사. 패션이 아니라"

 

진옥이 깜짝 놀라면 되물었다. 진옥도 모르는 일이었다.

 

"응, 나 의사됐어. 그 동안 연락못해서 미안해"

"가시나 사람 기절하게 만드네. 그럼 우진이 카레이싱 선수인지 모르고 있겠네. 그쪽에서 그래도 꽤 알아주는갑더라. 행국이가 그라는데.. 맞다. 행국이 자동차 기술자 됐다. 나는 은행에 다니고, 그 동안 몰랐제"

 

가슴 한구석이 뻥하고 터져버린 느낌이었다. 찬바람이 쏴~~~. 사막에 홀로 서 있는 듯했다. 그 동안 은주언니가 문제인지 알았다 . 그러나 문제는 은주언니가 아니라 우진과 나 사이에 그 동안 너무 많은  공백이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하노"

"아니야. 너 시집안가"

"무슨 시집이고.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그런데 왜 얼굴은 빨개져"

"무슨소리하노. 얼굴은 무신"

 

발끈하는 진옥이 우스웠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진옥은  속이 타는지 냉수를 마셨다.  우린 그 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그날 다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좀처럼 시원하지가 않았다. 우진이가 카레이싱선수라고한다. 그 얘기를 진옥에게 들었다.  웃겨 정말. 5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긴 시간이니 우리에게. 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너도 날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니? 오늘 우진을 만나서 그 동안 내가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 할 생각이다. 난 그렇게 결심했다.

아자!아자! 박혜진 여기서 기죽지말자. 힘내라 힘....

 

 

"기상오빠는 어디간거야. 은주언니 안 꼬셔도 되는데..."

 

그냥 우진이랑 얘기 할 생각이었다.  그 동안 내가 너무 무심한 것도 사실이다. 공부한다고 솔직히 자주 연락도 안했으니까?  난 우진에게 줄 선물을 챙겼다. 책상 어디에 둔것 같은데.. 한국에 온 첫날 주고 싶었는데 일이 많이도 꼬였다. 그리고 우진과 찍은 사진첩을 찾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사진첩 뒤에서 쪽지가 떨어졌다.

 

"이게 뭐지"

 

난 무심히 그 쪽지를 펴보았다.

 

- 혜진아 안녕.

니가 이 쪽지를 읽을때쯤은 아마 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때일거야. 마지막까지 그런 모습보여줘서 아마 네가 많이 속상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도 네가 가는게 싫더라. 네가 돌아오면 나도 아마  내 꿈을 찾아 네 옆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거야.  너는 패션디자이너가 되어 있겠지. 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너를 처음 봤을때가 생각났다. 가끔 그 여자아이가 내 꿈에 나타나서 날 치료해주고 간다. 그럴때면 난 너에게 가고 싶어져. 그래서 싸우나봐 너에게 치료 받고 싶어서... 너의 손길이 나에게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엄마의 손길같아... 쑥스럽지만... 널... 앞으로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 혜진아 보고 싶다.

 

 

"자식 날 울리고 있어"

 

편지를 다 읽은 나는 너무나 우진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8시 50분에 약속장소인 공터로 나갔다. 마을에 작은 공터가 있었다. 사람들이 쉴 수있는 공터인데 아담하고 분위기도 좋았다.  난 우진과의 약속시간보다 빨리나갔다. 아니 뛰어갔다. 내가 줄 선물을 들고...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러나 공터에는 이미 우진이 와 있었다. 자식 너도 나 빨리 보고 싶었구나.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한테 이러면안돼. 이러지마 우진아"

 

은주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난 더이상 우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선배 난..."

 

은주언니가 우진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  내 손에 있던 우진의 선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주위 사물이 흐리게 보였다.

 

 

"혜잔아"

 

기상오빠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는데..."

 

난 뛰어야만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기상오빠를 지나쳐 난 뛰기 시작했다.

 

"혜진아"

 

기상이 소리쳐 불렸지만 혜진은 그대로 뛰어가고 있었다.

 

"선배 제발 이러지마세요"

 

우진의 화내는 소리. 은주의 울음소리. 기상은 어리둥절했다.

 

"혜진아. 나 아직 너에게 할말 다 못했는데.. 그렇게 화나서 뛰어가면 안되는데... 작업에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전에 화내면 이 오빠 무서워. 아직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뛰어가는 혜진의 등에 데고 기상이 소리쳤다.

 

"혜진이 어디 갔어요"

 

우진이 기상에게 숨이 넘어 갈 듯 물었다. 다급해 보였다. 기상은 손가락까지 가르키면

 

"저쪽으로 갔는데.."

"고마워요"

 

우진이 혜진이 사라진 곳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단체 마라톤대회라도 하나"

"우진아"

 

따라가려는 은주의 손목을 기상이 잡았다.

 

"뭐예요. 이 손 놓아요"

"혜진의 수호천사요"

"지금 나랑 장난해요. 이 손 당장 놔"

 

날카롭게 기상을 째려보는 은주의 눈에도 기상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이 손놔. 당신도 혜진이 좋아하잖아요. 그럼 둘이 갈라놓아야지 이게 무슨짓이야"

 

은주는 악을 쓰면 소리쳤다. 그래도 기상은 은주의 손를 놓아주지 않았다.

 

"혜진을 좋아하지만 당신처럼은 아니야"

"사랑하면 잡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거야"

 

기상을 째려보는 은주의 눈은 분노로 타올라 있었다.

 

"맞아. 사랑하면 잡고 싶은게 당연하지. 혜진이 내 여자로 만들 기회는 많았어. 5년동안 같이 지냈으니까? 그러나 강제로 내 여자로 만든다고 해서 혜진이가 나에게 올까? 아니 나에게 올 아이가 아니지. 난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동생, 혜진이 원하는 오빠로 남은거야. 사랑한다고 해서 다 이성으로써 같이 있는건 아니잖아"

"공자님 같은 말따위 당신이나해. 이 손못놔"

 

기상은 더욱 은주의 손목을 잡았다.

 

"이거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개판처럼 많이 놀았어. 여자도 많이 알았고, 여자도 많이 울렸지. 그러나  그 아이만은 지켜주고 싶더라구. 당신도 그만 포기하는게 좋을거야"

"싫어. 절대로 포기 안해. 당신이나 포기해"

"당신은 아직 멀었어"

 

은주의 귀가에 울리는  기상의 목소리가 은주의 떨림을 멈추게 했다.  기상은 은주만 남겨두고 그 곳을 떠났다. 한때 정말 강제로라도 혜진을 갖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강제로 내가 어떻게 하다고해도 혜진은 나에게 올 애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강한 아이라는걸,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사랑을 지킬 줄 아는 아이라는 걸 난 알고 있었다. 정략결혼으로 도망하다시피 파리유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젠 나를 기다리는 그 여자에게로 돌아갈 생각이다. 혜진이가 날 이렇게 변화게 만들었다. 나도 사랑이라는걸 할 줄 아는 놈으로 만들었다. 그런 혜진에게 멋진 오빠로 남아주고 싶었다. 미련없이... 아무튼 난 멋진 놈이라니까?

기상이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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