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사 이야기 에피소드 3 연재를 드디어 시작합니다.
이번달은 꼭 에피소드 4까지 연재를 완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있구요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형사 이야기 episode3 악연의 시[惡緣의 詩]
“여보 미안해요. 정말........”
월넛 색깔의 고풍스런 침대 위 민호는 잘 피워대지 않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방금 전까지의 기대 때문인지 뛰는 심장만큼이나 바르르 거리는 손가락 끝으로
민호는 어느 바에서 받아온 300원짜리 싸구려 라이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채연은 그런 남편의 채 식지 않은 등을 껴안은 채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만을
되뇌이고 있었다.
남편의 등은 여전히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아니 난 괜찮아. 당신 잘못 아니야”
남편은 등을 돌린 채 여전히 잘 점화 되지 않은 싸구려 라이터의 부싯돌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세차게 돌려대고 있었다.
“좀 붙어라. 붙어”
결혼 3년차! 너무나 성실하고 가정적인 소방관인 남편이 못내
자랑스러운 채연과 그리고 그런 그의 부인을 너무나 사랑하는 민호는 주위사람들의
눈에는 둘도 없는 완벽한 부부였다.
아니 채연 조차도 자신들이 아주 어울리는 인연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단 하나
3년 동안 섹스가 없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민호는 불 같았다. 이제 20대 후반 한참의 나이를 자랑하는
그는 언제나 침대 위로 채연을 이끌고 갔다.
그리고 늘 그렇듯 자신이 제압해왔던 불들을 가슴에라도 품은 냥
그는 뜨거운 몸과 마음으로 채연에게 다가왔고
그럴 때마다 그녀 역시 자신의 몸을 너무나 사랑하는 민호를 위해 열어두고자
했지만 언제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존재하는 그 어두운 거부감은
사랑하는 남편의 손길조차 악마처럼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민호는 지난 3년 동안 단 한번도 채연을 원망하지 않았다.
때론 남성의 욕구를 어딘가 빨간 조명아래서 산 값싼 육체를 통해
풀 수도 있으련만 민호는 아내에 대한 정조를 스스로 지켜왔다.
그런 남편을 알기에
채연은 오늘 더욱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썰물처럼 밀려왔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남편의 등 뒤에 왼쪽 어깨서부터 아래까지 내려온 짙은 화상자국을
손끝으로 어루만져주며 그의 상처에 조용히 얼굴을 갖다 대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남편의 화상자국사이로 채연의 소리 낼 수 없는 미안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선배님 그 놈 김 도형이 아닙니까?”
“여 김 경장! 이 놈 조서 꾸미고 어서 편안한 안전요원이 있는
큰 집 안 방으로 집어 넣고 웰빙 영양식인 검은 콩밥 좀 먹이라고“
남 형사는 양손에 수갑을 채운 180cm 정도의 키에 머리를 올백으로 빗어넘긴
말쑥하게 생긴 청년을 김 경장의 책 상위에 앉히며 말했다.
“이름?”
“아 알면서 멀 또 묻수 그냥 대충 대충 쓰면되지. 한 두 번도 아니고 쪽팔리게......”
청년은 이미 몇 번의 경험이 있는 듯 너무나 익숙하게
조서를 꾸미기 위해 질문을 해대는 김 경장에게 농담을 던지고 있었다.
“참나 이자식이....... 그나저나 너 임마! 2개월 전에 시의원집 털고 일본에
밀항했다는 놈이 어떻게 또 남 선배님 손에 잡혔나?“
“밀항은 무슨 먹고 살 돈도 없는데........ 아 시발 진짜 무슨 악연인지
저 영감 손에 맨날 잡힌다니까”
“참나 진짜 너 남 선배랑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어디보자 고등학교 때부터 절도로 소년원에 가기 시작한거부터 폭행으로 한번
사기로 한번 이번에 절도로 한번 까지
이야 너의 전과기록의 검거 형사가 전부 남 선배님이네.
너가 남 선배의 형사 생활의 살아있는 기록이구나 기록!“
“아 시발 놀리지 마쇼. 저런 영감탱이에게 이번에도 잡힌 게 아주 수치스러우니까”
“이자식이 멀 잘했다고 큰 소리야 큰 소리는.......”
“탁”
김 경장은 조서를 꾸미기 위해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다 말고는 마우스 옆에
놓여둔 업무일지 파일을 들어 아주 상투적인 형사 드라마처럼
모서리로 절도범 김 도형의 머리를 한대 내리쳤다.
“그나저나 남 선배님 이 놈 대체 어떻게 잡으신 겁니까?
이번에 밀항했다고 정보가 입수되어 한동안 국내에 없을 줄 알았는데?“
“아. 점심 먹고 잠이 슬 오길래. 왜 사거리 스타 경마 오락장에
말이나 한 마리 보러 갔잖오. 아 근데 옆에서 어떤 놈이 고래고래 돈 잃었니
사기니 하며 소리를 지르는 거야.
보니까 저 놈이 버젓이 위에 절도범 전단지가 떡 붙여있는 오락기 아래서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니까.
나 잡아가슈 하고 그래서 내가 살며시 모셔왔지
“
남형사는 능청스럽게 하품을 하며 오른 손을 노란색 상의 아래로 넣고 선
살짝 튀어나온 아랫배를 긁고 서있었다.
“아 시발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업무시간에
사행성 도박 오락이나 하고 있어두 되는 거유? 이거 업무태만으로
고발해야 하는 거 아냐.
김 경장님 나 저 영감탱이 고발하게 고발서 좀 주쇼. 작성 좀 합시다.“
“어이구 이 자식아. 매를 벌어라 매를 벌어”
김 경장은 다시금 업무일지 파일로 김 도형의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이 순경 이분 조서 다 꾸몄으니 잠시 유치장에 좀 모셔다 드려
귀하신 분이니까 살살 모셔드려“
이 순경은 절도범 김 도형의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경찰서안 한쪽 벽면에 놓여있는 유치장으로 그를 밀어넣은 후
유치장의 철문을 찰칵하고 잠겄다.
절도범 김 도형은 유치장의 철문을 부여잡고
마치 성난 고릴라 마냥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어이 거기 영감탱이. 두고 보라고
내 다음번엔 절대 당신에게 안 잡힐 테니.
이번까지는 재수 없어서 당신에게 잡혔는데 말야
담부턴 당신은 내 그림자만 밟게 될 거라고 알아? 알아들었냐고? 퉤!“
남 형사는 여전히 배를 긁으며 김 도형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유치장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곤 갑자기 손살같이 창살 안으로 손을 넣어 도형의 오른쪽 귀를 잡은 후
자신의 입쪽으로 끌어당겼다.
“아! 아! 안놔 영감탱이 이거 안놔? 죽을래?”
“이봐 도형이 그냥 우리 다섯 번 채우자고 내 자네 나올 때까지 형사 계속 할테니까
우리 사이좋게 딱 한번만 더 채우자고
살다보면 왜 악연도 소중한 인연이 될 때도 있는 거야
쪼옥“
도형의 협박성 발언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남 형사는 도형의
귓에 대고 귓속말을 한 후 창살 사이로 삐져나온 도형의 오른쪽 뺨에
살며시 징그러운 키스를 해대었다.
“하하 완전 한 쌍의 아름다운 연인인데요.
참 남 선배님 어서 민원상담실로 가보세요. 왠 미모의 아가씨가
남 선배님을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던 데요“
“응? 미모의 아가씨?
나 요즘 단란주점 간 기억 없는데.......“
“저기 남 형우 형사님 맞으시죠?”
“네 저기 제가 남 형우가 맞긴 한데 누구신지?”
남 형사는 지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민원실에서 미모의 아가씨가
기다린다는 소식에 오긴 했지만 지금
민원상담 좌석에 앉아 있는 이 아가씨는
당최 본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남 형사가 아는 20대 아가씨라고 해봐야
어쩌다 가끔 가는 단란주점의 도우미 아가씨가 아니면
소매치기 등의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는 철없는 아가씨들이 고작인데
지금 남 형사의 앞에 앉아있는 이 아가씨는
너무나 기품 있는 자태와 나긋하게 깔리는 화법을 가진
아주 제대로 된 아름다운 아가씨였기 때문이다.
“저 정말 모르시겠어요?”
아가씨의 말에 남 형사는 오른쪽 손가락으로 턱을 괸 채 다시 한번 천천히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하얀 피부와 아름답게 뻗은 콧 선 그리고 적당히 발그레한 뺨.
꾹 다문 입술, 다시 한번 봐도 역시 기품 있는 제대로 된 아가씨다.
단 그 커다란 눈동자의 속에
검디 검은 그녀의 동공보다 더 어두워 보이는 슬픔이 비춰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근데 저런 눈빛 어디선가 본 듯 하다.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