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1살 경기도 시흥 살다가 안산 쪽으로 이사온 그냥 평범한 남자입니다.
VJ특공대 "연말 취객 천태만상" 재방송을 보다가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했던 막장짓이 떠올라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여러분은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자기 전에 불현듯 생각나는 쪽팔린 기억들……. 전 오늘 그 일 중 몇 가지를 말해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한 달에 한 번도 안 마실 때가 부지기수),
작년까지만 해도 정말 독하게 마셨습니다.
술 먹고 실수를 하는 편은 아닌데 저도 인간인지라 개처럼 마신 날은 개 같은 실수를 하더라고요... (술 자체는 잘 마시는 편인데 게임을 해서 마신다던가 페이스 유지 못하고 연달아 마시면 필름이 위태롭더라고요. 그래서 전 게임으로는 절대 술 마시지 않습니다. 산통 깨도 어쩔 수 없어요. )
서론이 길었네여^^;;
아무튼 서론보다 긴 본론 시작합니다.
1. 지못미 짝사랑
시간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학생 신분에 부끄러운 짓이지만) 술을 고2 때 처음 마셨습니다. 한 번 술맛을 알고 보니 걸리면 안 된다는 스릴까지 겹쳐서 한동안 정말 미친듯이 술을 마시곤 했습니다. 이 동네 저 동네 슈퍼를 헤매면서요.
그러던 어느날 제게도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제가 평소에 짝사랑하던 여자아이와 술을 마실 기회가 온 것이죠! 구실은 반 단합이었고요. 제가 좀 괴상한 수줍음이 있어서 친구들이 모여 있는 친구 방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물론, 바지가 힙합바지라서 밑단을 접고 있다는 핑계를 댔지만요.)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들어간 방, 와우~ 평소에 짝사랑을 하던 그 여자애가 여덟 명 사이에서 단연 빛납니다. 화장에 목걸이에 하늘하늘한 옷차림까지! 올레~~~~! 전 그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죠. 그런데 눈치 빠른 제 친구 하나가 그 친구 옆자리를 탁탁 치면서 여기 앉으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냅다 앉았으면 좋았겠지만, 전 괴상하게 수줍은 남자가 아닙니까?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맞은편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렇게 술잔이 돌아가고 알딸딸하게 취했을 무렵에 문제가 빵 하고 터졌습니다.
친척집에 갔다던 친구네 부모님이 돌아오신다고 연락을 하신 거죠!
그래서 7명의 아이들(집 주인 빼고)은 집에서 나와서 의견조율을 하다가 여자아이들은 집으로 가고 남자아이들은 술을 조금 더 마시기로 하고 인근 중학교를 향합니다. 학교는 완전 적막강산! 우리는 신났죠!
다시 돈을 거둬서 겉늙은 친구가 술을 사러 간 사이 어떤 모범생(성적이 좋았음) 친구가 학교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자기는 강한 남자라서 술을 달리면서 깬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게 효과가 좋냐니까 좋다대요. 그래서 저도 달렸습니다. 술 취하니까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속도도 더 잘 나는 느낌이었어요. (술 마시고 뭔들 재미 없었겠습니까만은……) 결국 전 운동장을 한 다섯 바퀴 돌고 앉아서 쉬다가 스탠드 앞에 배수구에 토악질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집에 간다고 사라졌던 제 짝사랑이 돌아온 겁니다. 심지어 토하는 절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 어쨌든 호흡을 고르며 심지어 씨익 웃으며 그 친구에게 다가갔습니다. 제 검은색 티셔츠가 토사물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요....아........ㅅㅂ...
▲ 당시 그 여자아이의 표정
2. 인생은.....
제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전설로 통하는 사건입니다. 제가 고3 때 일입니다. 짝사랑하던 여자애랑은 엉망이 되고, 시험은 끝나고, 성적은 중간이나 조금 넘기는 수준이어서 성질이 났습니다. 몇몇 악마들의 유혹이 있었지요. 내일은 놀토이니 술을 마시잔 것이었습니다. 전 고3인데도 술을 마셨습니다. 네, 제가 이렇습니다. 흑흑.
아무튼 그날 술을 정말 왕창 마셨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토요일 오후에 집에서 가채점한 시험지 틀린 문제를 풀어보고 있는데 제 가장 친한 친구 'J'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실업계를 다니는 녀석이었는데 같은 반 '조군'과 함께 술을 마시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는 가채점한 오답만 대충 풀고 약속을 잡습니다.
아무튼 저녁에 우리는 인근 초등학교를 향합니다. 치킨과 맥주와 소주를 한아름 싸안고요. 마침 날도 따뜻했고 손전등까지 들고 남자 셋이서 신나서 놀았죠. 그러다가 아마 친구 한 명이 더 왔을 겁니다. 우리의 음주는 뉴페이스의 난입과 함께 더욱 무르익고 이제 'J'네 집에가서 마저 마실 작정으로 초등학교에서의 술판을 정리합니다. (쓰레기는 치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J'네 집에 아버지(부자가정)가 계신 겁니다. 결국 남자 넷은 인근 놀이터에서 술판 이어갑니다. 그런데 너무 딜레이를 두고 술을 마셔서인지 술판 분위기는 금새 사그라들고 맙니다. 남은 건 소주 한 병. 네 그렇습니다. 제가 불었습니다.
이튿날 제가 깨어난 곳은 'J'네 집이었습니다. 옷도 웬 처음보는 팬티만 하나 입고 있었지요. 감기에 걸렸는지 몸은 으슬으슬 떨리고 속은 울렁거리고 예감도 좋지 않았죠. 제가 거실로 나와 물을 마시고 있자 'J'네 아버님께서 방문을 열고 나오십니다.
"일어나셨어요?"
제가 꾸벅 인사를 했더니,
"학생놈의 새X가 술을 퍼마셔?"
라고 호통을 치십니다. 전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연신 죄송하다고 굽신거렸지요. 그런데 느닷없이 인자한 목소리로,
"힘든 일이 있어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라고 말씀을 덧대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 정말 대인배인 아버님이시구나. 전 경탄했습니다. 그런데 힘든 일? 전 전혀 그런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잠에서 깬 친구들의 증언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병나발을 분 저는 그 다음부터 머리를 양쪽으로 갸웃갸웃 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여자는~" "성적은~" "공부는~" "사회는~" "돈은~" 식의 뻘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혼자 자기 감정에 취해서 세상 다 산 노인네 같은 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잠들었다고 하더군요. 친구들은 의식을 잃은 저를 저희 집에 데려다 놓으려고 했지만, 아뿔싸 저희 집에 아버지가 계시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곳이 'J'네 집이었던 것이죠.
'J'네 집에 도착한 저는 화장실로 달려가 토악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 옷은 이미 토사물로 더러워져 있고, 친구들은 절 홀땃 벗겨서 샤워기로 그것도 찬물을 뿌려댔습니다. 전 마치 영화 <쇼생크 탈출>의 교도소 입소장면처럼 찬물을 맞으며 변기를 붙잡고 토악질을 했습니다. 이윽고 제 존재의 소리를 들으신 'J'네 아버지님께서 잠에서 깨어납니다.
"뭐야! OO이 이 놈 술 마셨어?"
방에서 나온 J네 아버지께서 불호령을 치시고, 친구들은 쫄아서 가만히 서 있었죠.
그런데 돌연, 제가 갑자기 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체로)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더니 'J' 아버지 앞에 넙죽 엎드리면서
"OO이 아버지 인생이 족(足)같습니다."(긁으세요)
라고 연창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반복해서....
상상해보세요. 홀딱 벗고. 아..........ㅅㅂ......
그 뒤로 한동안 "OO이 인생은 족같다."라는 꼬리가 따라다녔습니다.
▲ 당시 J아버지의 표정
3. 안돼!!!
제가 스무살 때였을 겁니다. 오히려 고교 졸업 이후부터는 술을 잘 찾게 되지 않더군요. 아무튼 당시에 저는 어떤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성분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 (막 젓가락인지 이미진지 나발인지 ㅡㅡ)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옵니다. 사실 더 있고 싶었는데 더 있으면 (그때 당시 저는 술을 마시면 무너지는 인간이었습니다ㅠㅠ) 실수를 할 게 뻔해 보여서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아온 거죠.
집에 도착한 저는 거실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그 여자랑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고 막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었죠. 그런데 문득 깨어나니 그 여자가 제 옆에 누워 있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여자를 껴안았습니다.
"XX야 어떻게 여깄어~~~ 나 보러 온거야?"
막 개소리를 늘어놨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을요. (술기운이 아니라 잠기운이라고 했어야 맞을 겁니다. 전 꿈인 줄 알았으니까요.)
이윽고 여자가 말 합니다.
"오빠 나 동생이야..."
!!!
▲ MNET을 보던 제 여동생의 표정
4. 맺으며
사실 몇 가지 더 있는데 그냥 이정도에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몇 개 더 올릴게요 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고딩 때부터 술을 접한 것은 분명히 옳지 못한 행동인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여러분께 웃음을 드리고자 쓴 글이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셨었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