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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 6

장진수 |2004.06.23 23:36
조회 1,510 |추천 0

원두커피 한잔을 시켰다.

 

진우는 지금 로비 커피숍에서 대본을 점검 중이다.

오전에 메일로 날리기는 했지만, 그는 넘겨준 후에도 매번 체크를 한다.

명우와의 첫 대면에서부터 그녀를 골탕 먹이기는 했지만,

그녀가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 준 덕에

한번의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사고를 낸 것이었다.

 

지난번 프로그램에서는 DJ가 항상 자신의 원고를 자기 마음대로 편집해서

방송 때마다 사고를 일으켰다.

말 장난 일색이었고, 초대 손님들 역시 농담 따먹기로 일관했다.

마음에 들지 가 않았다.

그저 인기 가수랍시고 마이크를 잡고 있는 모습이

영 거슬렸다.

 

마침 JBC FM의 작가 모집이야기를 김 선배로부터 듣고는

당장 그날부터 유 명우라는 여자DJ가 진행하는

[기억으로 남는 그리움]프로를 듣게 되었다.

차분하고 잔잔한 목소리도 듣기 좋았고 프로그램의 성격도 좋아서

작가 모집에 힘을 써달라고 김 선배에게 술까지 샀다.

물론 명우에게는 거짓말을 조금 하기는 했지만…^^

 

사실 어제 낮에는 스치듯 지나가면서 명우의 얼굴을 제대로 보진 않았다.

순간적으로 아줌마란 말을 내뱉고 ,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해 버리고 차를 출발시켜 버린 것이었다.

오후 방송국에서 DJ를 소개 시켜줄 테니,

서로 통 성명 하고 앞으론 사고 없이 방송 진행을

잘 하라고 신신 당부를 해서 신촌으로 나간 길이었다.

 

가게에 도착해서 명우를 찾고 처음 본 순간 진우는 피식 웃음이 나와 버렸다.

아침에 자기가 놀린 그 사람 아닌가… 유 명우가 이 사람이라니…

도무지 자기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진우가 생각한 상상속의 명우는 긴 생머리의 단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왠걸 카운터에서 마주한 명우의 모습은 어디로 튈지 모를 공 같았다.

색깔이 조금 빠진 바람 머리에 흰색 니트, 면바지…

자기의 턱까지 오는 키에...

명우는 지금 막 튀어온 고등학생 같았다.

 

보통 진우가 관심을 보이면 으례 여자들이 반응은 OK였다.

오히려 여자들이 더 안달이었다.

그런데 명우는 달랐다.

쉽게 생각하고 다가섰는데, 가시 돋힌 장미같다.

조금의 빈틈도 보이질 않았다.

 

노선 수정이 필요하다는 걸 진우는 머릿 속에 입력 중이다

 

“유 명우가 올때가 됐는데…”

시간을 보니 곧 도착할 것 같다.

 

잠시 후 진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하 진우입니다.”

“유 명우예요”

“어디에요?”

“지금 로비예요”

“SINI알죠? 로비에 끝에 SINI 거기 있습니다.”

“네 지금 거기로 가죠”

 

로비 중앙을 가로 질러 SINI로 향했다.

저기 하 진우가 보인다.

명우는 잠시 서서 진우를 쳐다 보았다.

어제 저녁에는 진우의 얼굴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그냥 아주 버릇없는 놈이라는 생각에 시선도 거의 마주치지 않았던 것이다.

 

SINI도착해서 진우를 향해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명우씨 왔네요.  일단 앉아요.  차 뭐 마실래요?”

“여기 페퍼민트 있나요?”

“손님 죄송합니다.  페퍼민트는 없는데요.”

“그럼 원두커피 연하게 주세요”

“아메리칸 스타일로요?”

“네”

 

“페퍼민트 마셔요?”

“네”

“내가 묻는 말에 그렇게 단답 형에요?”

“네”

 

 진우가 원두커피를 한 모금 넘긴다.

“주기로 한 엽서가 어떤거죠?”

“대본은 검토해 봤나요?”

“그럼요.  아까 말씀한대로 오늘 읽을 부분이 좀 많을 것 같더 라구요”

“일 이야기를 해야만 명우씨와 길게 이야기 할 수 있어요?”

“네?”

 

진우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퍼진다.

“그럼 앞으로 일부러라도 자주 만나자 그래야 겠군. 

그래야 명우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

“네?”

“암튼 우리가 좀 더 친해지면 그땐 정말 말 놓았으면 좋겠군요. 

이런 말투가 나에겐 영 어색해서..,

그래야 일도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진우는 일부러 일을 강조해서 이야기 했다.

 

“커피 나왔습니다”

“엽서 주시겠어요?”

“일단 나온 차부터 마시지 그래요.”

명우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를 반쯤 먹다 말고,

“먼저 엽서 주세요.”

“자요”

“언제 방송하면 되죠?”

“제일 마지막에 넣어줘요”

“그럼 저 먼저 일어 날께요  가서 대본 연습을 좀 해야 될 것 같아서요”

“토요일에 시간 있어요?”

“토요일 요?”

명우는 잠시 생각했다. 

이 사람이 토요일에 만나자는 이유가 뭐지?

‘토요일…토요일…  부산 가기로 한 날인데..’

“미안해요.  토요일 선약이 있어서요.  그럼 먼저 일어 날께요”

 

진우는 호주머니 안에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저 여자를 어떤 식으로 공략해야 하지?”

 

 

아직 몇 사람 오지 않은 것 같다.

바에 도착하니 거울 앞에서 몇 명 베이직을 연습하고 있고, 홀에는 아직 사람이 없다.

구두를 갈아 신고 진하는 거울 앞에서 베이직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살사를 시작한지 이제 삼년 차

그래도 기본인 베이직은 항상 어렵다.

30여분을 거울과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땀으로 등이 젖기 시작했다.

 

“어…미카엘 오랜만에 나왔네.”

“응..안녕…케빈…아직 몇 명 없네”

동호회에서 진하의 닉네임은 미카엘이다.

어차피 자기가 정하는 닉네임인지라 진하는 고민끝에 천사장의 이름인 미카엘을 정했다.

 

동호회에서는 룰이 있었다.

처음 들어오면 준회원, 그 위에는 정회원

그러나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멋진 실력으로 다른 회원들앞에서 공연을 해야 만 했다.

서른 셋의 준하는 삼년 내도록 정회원 신고식을 미루고 있었다.

 

“형 도대체 신고식 언제 하는 거에요?”

“운명의 여인이 생기면 그 사람이랑 파트너 해서 멋지게 신고식 할꺼야”

“아직 못 만났으면 없는 거 아닐까?”

“아주 악담을 해라…”

“그냥 다른 사람이랑 해요.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사람들도 신고식 하는데,

형은 무슨 지극 정성이에요? 형의 신고식은 올해 안에도 못 보는건가…에휴”

“하하하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12시

진하는 동호회 뒷 풀이를 마치고 거리가 먼 몇몇 회원들을 태워 주고 있다.

“은석아, 사진 찍고 가자”

“또 한강 고수부지 가서 사진 찍자고?”

“응”

“너의 셀카도 알아줘야 한다.”

“야경을 담고 싶어서…”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있었다.

 

병원 책상위로 햇살이 쏟아지듯 들어온다.

“원장님, 우편물 왔는데요.  어머… 이거 방송국에서 온거네”

“그래요?”

“방송국에서 왠 우편물이에요?”

“뭐지?”

 

봉투를 칼로 조심스럽게 베어냈다.

“뭐예요?”

“공개방송 초대권이네요”

“어머…무슨 프로그램이에요?”

“아~ 기억으로 남는 그리움이라고 전에 글 보낸 게 때문에…”

“도대체 원장님은 못 하는게 뭐예요? 요리면 요리, 춤이면 춤, 글이면 글, 얼굴이면 얼굴

세상은 불 공평한게 맞다니까요”

“대신 노래는 못하잖아요.”

“하하하 맞아요.  우리 원장님 노래는 알아주죠.  그건 공평한 거 같아요”

“노력중이에요.  언젠가는 잘 부르게 될 거에요”

 

김 간호사가 나가고 진하는 서랍 속으로 밀어 두었던 방청권을 다시 꺼내어 보았다.

[기억으로 남는 그리움 : 특집 공개방송 / 2004/4/21 / 이튬 극장]

 

“가만있자… 담 주 수요일이네…”

 

책상 달력을 끄집어 빨간 볼펜으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유 명우라는 DJ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명우는 컴퓨터부터 켰다.

컴퓨터가 부팅 되는 동안 옷을 벗어 빨래 통에 넣고 고무줄로 짧은 머리를 동여 맸다.

아직 짧은 머리라 묶은 머리 밑으로 귀밑머리가 흘러 내렸다.

 

게시판부터 들어갔다.

별다른 내용은 없다.

메일을 확인하고 다른 내용이 없자 워드를 켜고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 정말 아무 일 없는 하루다.

다른 날과 변함없이 시간은 갔고, 나는 또 하루를 살았다.

내 나이 서른…

어느새 서른의 사월 중반으로 가고 있다.

서른이면 뭔가가 완성되어 있을 것만 같았는데 너무 추상적인 생각같다.

내가 뭘 원하고 뭘 좋아하는지도 잊어버리는 것 같다.

공부를 시작해 볼까?

취미 활동을 해 볼까?

다시 사랑을 해 볼까?

아~~~ 나의 막연한 삼십대여…]

 

저장 버튼을 누르고 컴퓨터를 껐다.

“아~ 뭔가가 허전해”

 

씻기도 귀찮아 도둑 고양이 세수하듯 씻고는 명우는 침대로 향했다.

옷을 팽개치듯이 훌훌 벗고는 맨 속살 그대로 침대 안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는 이내 잠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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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중에도 일하는 중에도 퇴근하는 중에도

제 머릿속은 항상 스토리와의 전쟁입니다.

내일도 무사히 7편이 나와야 할텐데...^^

기도하는 심정입니다.  ^^

그래도 많이 리플 달아주시고, 추천해 주시고...

힘 많이 많이 얻어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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