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부
빨간색 투스카니 스포츠카가 진우의 집 앞에 미끄러지듯 선다. 차에서
윤미가 내리면 진우가 밖으로 나온다. 진우의 표정은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윤미는 그런 진우의 표정을 무시하고 웃으며 차 문을 열어준다.
진우가 차에 오르자 윤미가 다시 운전석에 오르고 음악을 켠다.
-그거 아니?
윤미가 시동을 걸며 묻자 진우가 표정없는 얼굴로 안전벨트를 매며 말없이
힐끔 쳐다본다.
-내가 널 많이 참아주고 있다는 거 말야....이윤미는 원래 잘 참지 못하거든.
윤미의 말에 진우는 대꾸조차 하기 싫다. 고개를 돌려 차창밖을 쳐다본다.
차가 출발하고 윤미는 앞만 보며 말한다.
-언제까지 참고만 있을지 나두 잘 몰라, 그러니까..한계를 느끼게 만들지
말라구....
윤미가 힐끔 백미러를 보고 속도를 낸다. 진우는 표정없이 밖을 보고 있다.
-심청이가 따로 없네....
윤미가 비아냥 거리며 진우 속을 긁는다.
-오백만원에 팔렸니? 인당수에 빠진 것처럼 죽은 척 무시하지 말라구.
차라리...화를 내거나, 투덜대거나, 따지기라도 하란 말야...왜 무시하니?
윤미가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진우를 본다.
-앞을 봐, 앞을 봐야 운전할 거 아냐.
진우가 보지 않고 낮게 중얼거리자 윤미는 그런 진우를 물끄러미보다
고개를 돌린다.
-뭐 먹구 싶어?
-내 의사가 너한테 중요한 건 아니잖아...니 맘대루해.
윤미의 말에 진우가 심드렁하게 내뱉자 윤미가 어이없게 피식 웃는다.
-성진우...너 웃기는 거 아니? 니 월급으로 오백만원 채워서 나한테 갚어,
그러면 벗어날 수 있는데 무슨 고민이야? 근데 너...그렇게두 안하고 있는
거 아니? 그렇게라도 나한테서 벗어나고 싶을텐데 말야.
그제서야 진우가 고개를 돌려 윤미를 본다.
-너한테서 벗어난다고 해도....돌아갈 곳이 없어져 버렸어, 내가 어떻게
이제와서 수정이한테 다시 가냐?
진우의 말에 윤미가 잠깐동안 말을 하지 않고 앞만 본다. 그러다 한숨을
짧게 내쉬며 말한다.
-어렵다, 내 얼굴 한 번 보게 만드는 일이 무지 힘들다구...돌아갈 곳이
없다? 성진우...넌 돌아갈 곳이 있어두, 내가 보내지 않을 거야.
내가 너 보내구 싶을 때 보낼 거니까, 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
진우는 윤미를 보다 한숨을 내쉬며 짜증난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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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덜 깬 술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은 표정으로 수정이
헛구역질을 참아내며 태희의 뒤를 졸졸 따라간다. 걷다가 태희가
수정을 돌아본다.
-빨리 좀 걸어.
짜증을 내며 태희가 투덜대자 수정이 속이 아픈지 인상을 쓰며 흘겨
본다.
-차라리 날 죽여라.....도대체 어딜 가는 건데?
-다 왔어.
태희를 따라 걸어 들어간 곳은 한식집이다. 그다지 크진 않지만, 그럴듯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수정은 태희를 따라 들어가 안내되는 방으로
들어가 앉는다. 여직원에게 태희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 직원이 알았다는
듯 목례를 하고 나간다.
-이 집에 해장국이 얼마나 죽이는지 모르지? 아마 먹구 나면 속이 다
확 풀릴거다...야, 니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자상하지 않냐?
태희가 물티슈에 손을 닦으며 말하자 수정이 짜증난다는 듯 흘겨본다.
-해장국 먹으려구 전철타구, 삼십분이나 걸은 거야?...우리 집 밑에두
해장국 집은 얼마든지 있어. 안그래두 머리가 빠개지려구 그러는데...
아...골 흔들려.
수정이 머리를 짚으며 기운없이 내뱉자 태희가 물티슈를 내려 놓고 말한다.
-그러게 작작 좀 마시지, 누가 너더러 그렇게 퍼마시라구 등 떠밀었냐?
너는 어떻게 생긴 거 하구 똑같이 노냐?
-아침부터 얘가 또 긁네?
수정이 흘겨보자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셋팅을 하고 음식들을 내려
놓고 나가자 태희가 수저를 먼저 든다.
-냄새는 그럴 듯 하네.
수정이 중얼거리며 수저를 든다. 국을 떠서 먹는 수정이 놀란 눈으로
태희를 보자 태희는 마치 자신이 만든 음식처럼 어깨를 펴고 의기
양양하게 수정을 본다.
-거봐, 죽인다 그랬지 내가?
참 단순한 놈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수정이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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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며 먹는 현숙의 머리는 여전히 까치집을 잔뜩
지고 있었다. 세수도 안하고 김치에다 라면을 먹던 현숙이 혼자서
궁시렁 거린다.
-그래, 니들끼리 잘 먹구 잘 살어라....드러워서 안 논다 내가...
한 놈 떨어져 나가더니, 그새 또 한 놈이 붙어서는...그런데 나는 왜
이십오년 평생 그 한 놈도 없냐고...지지리 남자 복두 많은 년...그래,
너 다해라...그래봤자, 돈두 없는 놈들인데...니만 고생하지, 내가
고생하냐? 나는...꼭 백마탄 왕자 만날거니까 너는 평생 마부나
만나면서 잘 먹구 잘 살아봐...
그러더니 혼자서 키득키득 웃으며 라면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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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집에 앉아 있는 윤미와 진우. 윤미는 맛있게 먹는 진우 앞에서
기가 막힌다는 듯 쳐다보고 앉아 있다. 물만 마시는 윤미를 진우는 상관
않고 먹는다. 윤미가 그런 진우를 화난 표정으로 보다 실내를 둘러본다.
냄새부터가 정말 싫다. 물잔을 들고 물만 마시는 윤미.
-안 먹어?
그제서야 진우가 먹으며 윤미를 본다.
-내가 정말 이걸 먹길 바라니?
-못 먹는 음식 아냐, 사람들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야...먹기 싫음 말어.
진우가 무시하고 윤미 앞에 놓인 국밥 그릇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그릇에
덜어 먹는다. 윤미는 그런 진우 때문에 화가 난다.
-먹구 나와.
윤미가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자 진우는 그제서야 윤미의 뒷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보다가 수저를 놓는다. 그리곤 티슈로 입가를 닦고
물을 마신다.
밖에 나와 서 있는 윤미는 생각할수록 불쾌한 기분만 든다.
주차되어 있는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 진우는 상관않고 차를 몰고
사라져 버린다. 진우가 그런 윤미를 문 앞에서 보고 서 있다가
문을 열고 나온다. 그리곤 한숨을 깊게 내쉬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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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난 수정은 정말 태희말처럼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수정이 카운터 앞을 지나치다가 뒤를 힐끔 돌아본다. 태희는 화장실에
갔는지 보이지 않자 수정이 냉큼 카운터 앞에 놓인 박하사탕을 하나
집어서 제 입에 쏙 넣고는 이쑤시개까지 챙겨 나간다. 그리곤 혹시라도
태희가 나올까봐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보며 이를 쑤신다.
-잘 먹었다.
수정은 기분 좋은 듯 거울을 가방 안에 넣고 태희를 기다리며 서 있다.
잠시후에 태희가 문을 열고 나오자 뒤따라 나오던 여직원이 인사를 한다.
-너무 부담스럽게 친철한 거 아냐?
수정이 그런 여직원을 힐끔 거리다 태희 옆에 바짝 붙어서 걷는다.
-근데 좀 비쌀 것 같던데....얼마나 나왔어?
수정이 태희를 올려다 보며 살갑게 묻자 태희가 수정을 한심하게 내려다 본다.
-입이나 닦어.
태희가 무안을 주며 냉큼 걸어가자 수정이 놀라서 제 손으로 입을 가린다.
그리곤 거울을 꺼내 본다.
-아이씨....아무 것도 안 묻었는데.....야, 거기 안 서?
태희가 놀린 걸 알자 수정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 간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태희의 고모의 의상실인 조은뷰띠끄 앞이다.
수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택시에서 내려 태희를 본다.
-여긴 왜 왔냐?
수정이 묻자 태희가 말없이 수정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얼결에 끌려 들어가는 수정. 안으로 들어오자 커피를 마시던 성희가
태희를 보고 반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태희가 수정의 손을
놓고 두 팔을 벌리며 성희에게 다가간다.
-하니, 잘 있었어?
태희가 장난하며 성희를 덥썩 안자 수정이 놀라 쳐다보다 고개를 홱
돌리며 궁시렁 거린다.
-뭐야..하니?..쟤가 미쳤나봐, 다 늙은 여자랑?
수정이 놀란 눈으로 다시 둘을 쳐다 본다.
-그럼, 자기 기다리다 목 빠졌지.....목이 좀 길어졌지?
-그러셨어?
서로 농담을 주고 받다가 성희가 수정을 힐끔 본다.
-누구야?
그제서야 태희가 힐끔 수정을 돌아보다 성희를 보고 피식 웃는다.
-여자친구?
-미쳤냐?...나는 자기 밖에 없다니까.
-그만해, 니 여자친구 눈 튀어나올려구 한단 말야 지금.
성희가 웃으며 태희를 지나쳐 수정이 앞에 선다. 그리곤 손을 내민다.
-어서와요, 나 태희 고모에요..놀랬죠? 우리가 원래 농담을 좀 진하게 해요.
그제서야 수정이 놀란 눈을 풀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성희의 손을 덥썩 잡는다.
-아...네에....수정이라고 합니다...성이 황보에요.
-황보수정? 이름 이쁘다...이름만큼 얼굴도 이쁘네...앉아요.
성희가 자리를 권하자 태희가 막아서며 말한다.
-아니, 앉을 건 없구...얘한테 어울릴만한 옷 좀 줘.
태희의 말에 수정이 놀란 눈으로 태희를 보는데, 성희 역시 놀란 눈으로 태희를
본다. 태희는 느긋하게 쇼파에 기대어 앉는다.
-내가 원래 여자 옷을 잘 모르잖아, 고모가 적당한 걸루 좀 골라줘.
-그래....그러자 그럼.
성희가 놀라서 얼결에 대답을 하고 수정을 본다. 수정은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표정으로 정신이 없다.
-명지야, 여기 이 분 옷 좀 골라 드려.
-네.
명지가 다가와 수정을 보며 웃는다.
-이층으로 올라가시죠.
명지의 말에 수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태희를 돌아본다. 태희는 올라가라는 듯
고개짓을 하고 수정은 엉겹결에 명지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간다. 성희가
수정을 보다 태희 앞에 앉는다.
-너 정말 무슨 일이야?
-뭐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너 여자 데리고 가게에 온 적은 첨이다, 거기다
옷까지.....적응 안돼 나 지금.
-소원이래.
-어?
태희의 말에 성희는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하게 보자 태희가 웃는다.
-그런게 있어....근데, 내 차는 어쩔 거냐구?
-그럼 너 지금 차 없이 다니니?
-쪽팔리게....전철 타구, 택시 타구 다닌다....멀쩡한 차 놔두고 이게 뭐냐구.
-내가 사면, 넌 뭐해줄건데?
성희가 웃으며 팔짱을 끼고 쇼파에 기댄다.
-조카한테 뭘 바래? 나 월급쟁이야....어디가서 내가 월급 쟁이라구 해봐,
누가 믿어? 울 영감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늬 아버지 별난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구....얘기 들어보니까 너
제주도로 간다 그러던데, 굳이 차를 바꿀 필요 있니?
-내 말이 그거라니까....그러니까 고모가 아버지한테 잘 얘기 좀 해줘.
저러다 골동품 되고 말지...
-알았어, 얘기해볼께...하지만, 너무 기대는 마라.
태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간다. 성희가 그런 태희를 보다
정말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며 따라 올라간다.
수정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거울을 본다. 이쁘긴 한데 어쩐지
너무 비싼 옷 같다. 누가 보나 안보나 힐끔 거리다 가격표를 보고는
수정의 입이 쩍 벌어진다.
-이게.....도대체 얼마야?...동그라미가...몇개나 돼?..미쳤어, 미쳤어.
수정이 옷을 입고 나오자 태희와 성희가 서서 쳐다본다. 태희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정을 본다.
-잘 어울린다.
성희가 먼저 입을 떼자 태희가 위아래로 쭉 훑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볼만하네...사람이 저렇게 달라지냐?
태희의 말에 수정이 열 받지만 꾹 참고 애써 웃어 보인다.
-몇 벌 더 입어보구, 니가 맘에 드는 걸루 골라.
태희의 말에 수정이 성희의 눈치를 보다가 태희에게 살며시 손짓을 한다.
-잠깐만 나 좀 볼래?
수정이 애써 웃으며 낮게 말하자 태희가 성큼성큼 다가와 선다.
-뭐?
-이게 대체 얼마나 되는 줄 알어?....정말 이거 살 돈 있어 너?
수정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가 보다. 속닥속닥 속삭이듯 묻자
태희가 수정이 귀에 가까이 대고 말한다.
-공짜니까 맘대루 골라...됐냐?
그렇게 말하고 태희가 돌아서자 수정의 표정이 점점 환해진다.
-공짜?
이게 왠 횡재냐 하는 표정으로 진열 되어 있는 옷을 고르며 들뜬다.
-이거 주시구요...저것두...주세요....그리고....저건 현숙이한테 잘 어울리겠다.
저것두....주시면...고맙구요.
수정이 헤헤 거리며 명지에게 말하자 명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챙겨
꺼낸다. 보고 서 있던 성희가 수정의 행동에 웃음이 나고 태희를 돌아본다.
-너 여자 취향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나도 내가 이런 취향인 줄 몰랐지...아직 거기까진 아냐. 더 두고 볼
여자야...좀 특이하긴 해?
태희가 웃으며 성희에게 말하자 성희는 자꾸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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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새초롬하게 앉아서 있는 내숭, 없는 내숭 떨고 있는 혜지.
맞선 자리인만큼 새어머니가 시킨대로 얌전하게 앉아 맞은 편에 있는
남자에게 가끔 눈웃음을 날린다.
-혜지씬 참 말이 없으시군요?
-원래...제가 말주변이 좀 없어서요...시끄러운 것두 싫어하구...
재영씬, 어떠세요? 저 같은 여자, 너무 재미 없죠?
-아닙니다, 너무 수다스러운 여자보단 낫죠....주말엔 보통 뭐하세요?
-그냥....집에서 독서를 하거나, 음악회를 가거나..가끔 영화도 보곤 하죠.
자주 외출을 하는 건 아니구요...아주, 가끔.
혜지의 표정은 되도록 이쁘게, 우아하게 꾸밀려구 노력한다.
-그럼, 혹시 앙드레 가뇽의 피아노 곡을 들어보셨나요?
-앙...앙...누구요? 아...앙드레 가...용? 네...한 번 국내에서 음악회를
가졌었던?
-네.
혜지는 앙드레 가뇽이 누군지 도통 모른다. 그냥 찍었는데 맞아 떨어진 것이다.
-도대체 앙드렌가...하는 놈이 누구야....앙드레 김 동생인가?...아이씨..
혜지는 혼자서 궁시렁 거리며 애써 웃음을 날리고 앉아 있다.
멀찌기서 새어머니가 혜지를 흡족하게 바라보고 서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구요,
낼 다시 올릴게요...이것두 눈치 보믄서 작업한 것이라...
드디어 비가 쏟아지네요^^
더위가 한 풀 꺾였어요~
아직 점심을 못 먹었거든요, 이제 먹어야겠습니다.
항상 감사하구요, 오늘도 굿데이 되시구..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