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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지 말고 재혼하지 말라.

재혼정보 ... |2004.07.02 21:17
조회 2,422 |추천 0

영화 ‘디제스터’를 보면 삼혼, 입양아, 동성애 가정 등 다소 유별난 가족 형태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가족 개념을 단지 영화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다양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 다양성이 아직은 현상으로만 그칠 뿐 우리 인식의 저변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혼율 2위라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치관은 아직 이혼에 대한 빗장을 풀어놓지 않은 상태다. 하루 400쌍 가량이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봉건적 가족 제도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부부+자녀’의 가족 구성 이외에는 터부시하는 것이다.

올해 서른여덟 살의 이혼녀 H씨. 결혼한 지 1년 만에 이혼한 후 8년 동안 재혼과 독신의 기로에서 고민해 왔다. 어엿한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한 그녀가 결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주위의 시선도 그렇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컸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이혼자들은 H씨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의 이혼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이혼을 후회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8.6%,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들조차도 자녀 문제, 외로움, 경제적인 어려움, 주위의 차가운 시선, 자기 혐오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이혼하겠다는 사람이 34%에 이른다는 최근 여성개발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이혼을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위안보다 우리 사회가 아직 이혼을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혼이 급증,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이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이혼을 포장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이혼을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겪는지, 그 후유증은 또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기 때문에 쉽사리 이혼을 권하지 못한다. 이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게 하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낳는다.

이혼을 하면 배우자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마음 먹은대로 인생이 풀릴 것이라는 생각은 안타깝게도 착각에 불과하다. 이혼으로 자신의 조건은 첫 결혼 때보다 더 나빠졌음에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까다롭게 상대를 고르게 된다. 재혼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혼자로 살기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한다.

이혼을 좀 더 나은 삶의 선택으로 받아들인다면 차라리 이혼하지 말아야 한다. 이혼은 큰 후유증과 희생을 각오한 차선책일 뿐이다. 인식의 변화를 원한다면 우선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이혼자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당당해져야 한다. 결혼은 삶의 한 방식일 뿐 결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설령 이혼을 몇 번 했더라도 세상에 대해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주눅들 이유가 없다.

이혼의 증가는 재혼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재혼을 통한 가족 재구성은 이혼 급증의 현실에서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다. 하지만 삼혼, 사혼까지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재혼이 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초혼 실패의 원인이 고쳐지지 않았다면 재혼하지 않는 것이 낫다. 재혼은 이혼의 상처, 자녀 문제 등 이미 시작부터 많은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초혼 때의 문제까지 안고 있다면 그 가정의 앞날은 낙관할 수 없다.

재혼 부부 가운데 법적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가 많다는 것도 또 한번의 실패 가능성을 의미한다. 법적으로 자유로우니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느슨할 수밖에 없다. 혼인신고는 가정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서구가 부부 중심의 가정이라면 우리의 경우 가정의 핵심적인 요소는 가족이다. 더러는 이런 한국적인 가정의 특성이 부부의 대화 단절로 이어져 이혼의 한 배경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부부 사이에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가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혼자 스스로의 인식 변화, 그리고 우리 사회가 시대의 흐름을 읽어 이혼이나 재혼도 초혼만큼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건강한’ 이혼과 재혼이 가능해진다.

이웅진 / 결혼정보업체 ‘선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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