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 등이 온 도시를 밝혀주지만, 그 빛이 미처 닿지 않는 어느 빌딩의 지하 주차장에서 지금, 이정아는 초조하게 누구인가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가자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이정아에게 서류봉투를 건 내 주었다. 두 사람은 이미 낯이 익은 관계처럼 보였다.
“이건 뭐 하려고 찾는 거죠?”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요?”
“괜한걸 물었나? 아무튼 비밀은 유지해야 하는 거 알죠?”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요.”
건 내 받은 물건을 확인한 이정아는 곧 돈이 든 것으로 보여지는 봉투를 건네고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이철사건의 담당 형사인 최호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있었다. 그리고 30분쯤 후 또 한 사람이 어두운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접선자가 나타나자 최호는 이정아에게 건네준 것과 같은 서류봉투를 그 사람에게도 전달했다.
“틀림 없겠지?”
“어디 이런 장사 한 두 번 합니까?”
“알았어.”
그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최호에게 돈을 뭉치채로 건네 주었다. 그리고 최호는 그 돈을 받아 챙기며 말했다.
“그런데, 사립탐정이라는 거 할만 한 겁니까? 선배님.”
“경찰 내에 자네 같은 후배가 있으니… 할만 한 거 아닌가?”
“선배님도 참…”
“그나 저나…이 정보는 몇 명한테나 판 거야?”
“네?”
최호는 놀란 눈으로 선배라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담배꽁초…”
“…”
최호 형사의 발 밑에는 기다리면서 그가 피워댄 초조함이 가득한 담배가 이미 여러 개 버려져 있었다.
“다음 사람을 또 만나려거든… 그 담배부터 끊어야겠군… 그럼 수고하게…”
“젠장… 현장에 있을 때 보다 더 예리하시군요… 쳇…”
그렇게 전직 경찰인 사립탐정 문여상이 자리를 뜨자, 최호 형사는 바닥에 흩어진 담배를 얼른 치웠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서 또 누구인가를 기다리는 듯 계속 시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젠장… 자살사건에 왜 이리 관심들이 많지…?”
다음날 아침 일찍, 성윤기는 이정아에게서 건 내 받은 현장사진을 들고는 자신의 미스터리 동호회 ‘이드’의 모임에 참석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 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틀림없는 밀실이야. 만약, 여기서 한 애기가 밖으로 새 나간다면, 그 사람은 동호회 강제탈퇴를 감수해야 할 거야.”
“도대체 뭘 풀어 놓으려고 이렇게 긴장되어 있는 거야?”
성윤기는 밀실에 모인 동호회원들에게 자신이 해킹해서 빼낸 국회 전산실의 동영상과 이정아에게서 받은 경찰의 ‘이철 자살사건’ 현장사진과 증거물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자 곧 밀실은 짙게 무거운 공기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철이 다시 한번 모두에게 상기시켰다.
“…지금 이 밀실을 나갈 사람은 나가도 돼!”
“이제 와서 그런 애기 소용 없잖아.”
회원중 누군가 이렇게 말하자, 성윤기는 곧 토론을 시작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와 새로이 수집한 자료로서 또 다시 시작 된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그림자 살인’ 사건에 깊이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역시, 이 사람… 죽기 전 행동 치고는 너무 어색한데?”
“내가 보기에는… 이 사람은 허리를 굽혀서 바닥을 내려다 보고 있어. 아무리 죽을 작정이었다지만, 바닥을 그대로 노려보며 뛰어 내리다니… 믿기지가 않는걸?”
“그래, 내가 직접 시연을 해 보았지만, 역시 ‘이철’이라는 사람은 자살하려고 옥상에 올라간 게 아냐…”
“그리고 이 사람은… 죽기 전에… 동쪽 방향을 한참 주시하고 있는데… 이것도 좀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라면 강가를 바라보거나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을 것 같은데…”
“신발과 양말은 벗었으면서, 다른 소지품은 왜 그대로 소지하고 있던 거지? 뭔가 행동에 일관성이 없어.”
“그런데, 경찰이 이런 이상한 점을 전혀 눈치 못 챘을까?”
“그럴 수도 있어. 경찰은 지금 ‘그림자 살인’ 사건에 노이로제가 걸려 있거든… 모든 사망사건을 가능하면 그것과 연관시키지 않으려 하고 있어.”
“그… 강재우 반장이라는 사람도 그럴까?”
“그 사람이 오히려 더 허점이 많아. 단순히 생각해 보면, 너무 뻔한 자살사건에 신경을 쓸 틈이 없는 거지? 이 사건을 한 꺼풀 벗겨 볼 여유가 없어 지금 그 사람한테는…”
“맞아, 더군다나 재판도 불리한 상황이니까… 이대로라면 김채연이 석방될게 뻔하거든…”
“사실 우리 모두는 법정에서 강재우 반장의 주장과 그의 추리를 보고 모두 그에게 감동 받았었어. 하지만 정작 우리가 감동 받은 것은 김채연 인지도 몰라…”
“일리 있는 애기야… 김채연… 이라…”
김채연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들 잠시 침묵해 버렸다.
“이 사진 말이야… 목에 이 상처… 좀 이상하지 않아?”
“그래, 나도 계속 그게 마음에 걸렸어.”
“이 사람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어. 그리고 여기 그 사진도 있어.”
“이건… 아무리 보아도 남자 목걸이 치고는 디자인이 이상한데… 그리고 너무 작잖아.”
“여성용이야. 이사람… 이철은 덩치가 큰 사람이야. 목도 굵고 이런 작은 목걸이를 하고… 상당히 불편했을 텐데… 왜 하고 있었을까…? 남자가 죽기 전에 여자 목걸이를…”
“동성애자는 아니었을까?”
“아니, 그는 아내와 자식이 있어.”
“가정이 있는 동성애자는 많아.”
“그것보다 그가 정말 자살했다면 그 동기는 뭘까?”
“이철은 우리 같은 매니아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꾀 인기 있는 추리소설 작가였지만, 최근에 슬럼프야. 그래서…”
“그게 이유라면 그가 거기 간 이유는 2가지 일거야. 비관자살 이던가? 아니면 거기에 재기를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던 거야.”
“우리가 지금 쫓고 있는 이 미스터리라면… 재기는 따 논 당상이었겠지만…”
“그럼, 그는 이 미스터리 사건을 증명할 수 있는 무엇인가에 접근했다는 애긴데…”
“그래서 살해 당한 거고…”
“그렇다면… 김채연이 공헌한 ‘2기’에 해당하는 첫번째 살인이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그건 말이야… 범인은 아마 누군가가 이 사건의 비밀에 접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오호. 이거 왠지, 오싹해 지는걸…”
“그 말대로라면… 우리는 이미 범인의 목록에 포함된 거잖아?”
“아니…아직은 아냐! 우리는 아직 범인에 대해 아무것에도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어.”
“이철은 도대체 무엇을 밝혀낸 걸까?”
모두 생각에 잠기자 토론은 잠시 중단되었고, 길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이철은 혹시 옥상에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있었던 게 아닐까?”
“지시?”
“그래, 이철에게 거절할 수 없는 미끼를 제공하겠다고 해서, 그를 유인한 다음…”
“그렇다면 이철이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손에 넣으려 했던 그 미끼가 이 사건의 열쇠를 담은 것이라는 애긴데…”
“그러니까… 김채연의 공범. 강재우반장의 주장대로라면 김필우는… 이 사건의 모든 증거품을 보관하고 있다는 애긴가?”
“너무 지나친 비약인 것 같은데…”
“그래… 맞아. 그 증거라는 것은 곧 자신도 살인범으로 만드는 자충수 아냐?!”
“그렇기는 하지만…”
또 다시 침묵…
“아까 말한 거 말야… 이철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는 거…”
“이철은 죽기 직전에 휴대폰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영상을 보면 전혀 사용하지는 않았어…”
“그래서 생각한 건데… 이철은 죽기 직전에 한참동안 동쪽방향을 바라보고 있었잖아”
“응…”
“그걸 이용한 것 아닐까?”
“국회 도서관에서 동쪽이면… 그래. 그럴 가능성이 커. 그런 수법은 추리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간단한 트릭이라고…”
“맞아. 틀림없어 그렇게 해서 이철에게 아래를 내려다 보라고 지시한 다음에…”
“맞아, 그렇다면 이 목의 선명한 목걸이 자국도 증명이 되…”
“맞아… 틀림없어…”
그때, 성윤기가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왜, 이런 간파 당하기 쉬운 방법을 사용했을까?”
그의 이 한마디에 갑자기 모두 침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다시 말했다.
“상황설정이 아닐까?”
“상황… 설정이라면…”
“그러니까… 무엇인가와 동일한… 동성애자로 의심 받을 수 있는 상황과 자살… 그리고 우박이 내리는 날이었다는 것도… 왠지 마음에 걸려… 무엇인가에 대한 치밀한 연출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어.”
“설마… 날씨까지 범인의 설정이었을까?”
“그건… 좀 지나치지 않아?”
“아무튼, 범인은 흔적을 남기고 있어… 그리고 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어…”
“…다음 희생자로… 말인가?”
“빌어먹을…”
모든 회원은 침묵했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두려움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