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사위 미운정 고운정..
오늘 아침 남편은 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의논을 하다 대화 도중
"우리끼리 갈끼가?" 라고 물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럼?" 이라 묻고..
내가 그럼 이라고 묻는 말속에는 남편 직장동료와 이제는 같이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깔린 말이었다. 결혼 11년 동안 여름 휴가가 되면 남편은 직장동료 가족들과 동행을
하곤 했는데 여러가족이 어울려 정을 나누는 좋은 점도 있지만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다른 가족과 같이 가는 것보다 우리 꼬맹이 들이랑 자유롭게 보내는 휴식이
갖고 싶기 때문.. 그런데 남편이 아침에 묻는 말에는 나의 친정부모님과 같이 가자는
뜻으로 한 것임을 나중에 알았다.
12년전 남편과 나의 부모님 첫 만남에서 어머니는 남편을 달가워 하지 않으셨다.
당시 남편은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시고 집도 절도 없을 뿐더러 외모도 볼품이 없는
총각이라 어머니는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그래도 딸인 나의 의사를 받아들여 결혼을 하고 부모님이 안계신 남편은 장인장모님께
친부모님처럼 편안하게 생각하고 정성스레 잘해 지금은 인정을 받는 사위가 됐다.
그런데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가족들과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기분좋게 술도 한잔하고..
그렇게 친정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비롯한 사위들이 12시가 넘도록 술을 마시며
술자리는 파할 줄을 몰랐다.
친정집은 연세 많은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늦도륵 시끄럽게 떠들고 놀면 할머니께서
잠을 못 주무실뿐더러 나머지 가족도 편히 쉴수가 없어 드디어 어머니는 화가 단단히
나셨다. 사위들은 단체로 자신의 부모님께도 듣지 못한 걱정을 장모님께 들어야 했다.
그리고 분위가가 머쓱해 졌는데..
남편은 그 후로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처갓집을 드나들고 이번 여름 휴가를 장인
장모님 모시고 갈려고 마음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결혼 12년을 며칠 앞두고 무뚝뚝하고 억센 경상도 사나이 만나 서로 상처도 많이 주고
받았는데 남편은 표현과 달리 속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나의 결혼과 더불어 미운정
고운정 나누고 살아온 장모님과 사위는 서로를 알뜰히 챙긴다.
남편은 결혼후 무더운 삼복 더위를 한번도 빠짐없이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물놀이를
다니는 등 우리 형제보다 더 나의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 만큼은 부부지만 참
고맙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딸이 없는 나는 어쩌남? 미운정 고운정 주거니 받거니 할 사위가 없을 거니..
오늘밤 딸 다섯 둔 친정어머니가 부러운 밤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사위는 처갓집
머슴이라고 딸 다섯 덕분에 든든한 머슴 아니 사위가 다섯이나 되는..!!
Stoney - Lo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