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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에게 기대해선 안될 두 가지 - 8

Lovepool |2004.08.02 19:59
조회 15,449 |추천 0



*동거녀에게 기대해선 안될 두 가지 - 8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언제부턴가 너무나 익숙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나의 귀를 파고든다.





"현민이 잘 자네~"





그리곤 방안은 침묵이다.

잠시후 방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난 그때서야 눈을 뜬다.고개 옆에 한 장의 종이쪽지가 놓여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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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곤히 자는것 같아 안깨웠어.

새벽에 나 끌고 오느라 고생많았지?미안미안.

다신 술 쳐먹고 너한테 주정 안부릴께..;;

나 미워하지 않기야.응?

아침은 차려놨으니까 잘 챙겨 먹어

그리고 오늘 5시쯤에 xx대학교 앞으로 나올래?

내가 그랬잖아.내 친구 소개시켜준다고.

그럼 전화해~

---------------------------------------------





피식 웃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렇게 종이 쪽지 한장으로 새벽에 있었던 일들을 무마시키려는

지나의 행동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농담-










"야.그만 가자."


"응?왜에?"




술에 취했는지 눈이 완전히 풀린 지나였다-_-;

난 지나의 어깨를 쥐어잡고 소리쳤다.




"이게 정말!너 지금 어디 앞이라고 술 주정 부리는거야!?"


"난 네 누나야.히히"



완전히 맛이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여자 붙잡고 어떤 얘길 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새벽 4시네.야 얼른가자."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나는 날 지그시 쳐다보았고.

난 순간적인 지나의 눈빛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나는 날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나..업어줘~ "


"하하하.푸하하하.와.어이없다.하하."



정말 어이가 없었다.아무리 술에 취해도 그렇지 벼랑끝-_-;에

서있는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다니..있을수가 없는 일이였다.

지나는 피식 웃으며 나의 등뒤로 몸을 움직였고.

나의 목을 감싸안으며 소리쳤다.



"업어줘.업어줘!"


"아,하하.그,근데 파,팔좀;"



지나가 목을 너무 쎄게 조르고 있었던지라 숨이 막혀 죽을것 같았다.



"업어주는 거지?응?"



날 조르고 있던 지나의 팔이 느슨해지는게 느껴진다.



"아니,그런데.."


"켁;"



지나의 팔은 다시 나의 목을 조여오기 시작한다-_-;

이건 술에 취한게 아니다.아주 미친거다.

그동안 나한테 쌓였던 울분을 술 취했다는 핑계로;

마음껏 풀고 있는 거란 말이다!



"확실하게 말해!"


"알았어.어,업어주면 되잖아.씨팔;"


"씨팔?"



날 더욱더 조여오는 지나의 힘에 두손을 들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아,아냐.업어준다고!"



그때서야 지나는 알수없는 웃음소릴 내며 팔을 풀어주었고.

난 재빨리 살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내 뒤에 있는 지나를 힘껏 밀어버렸다.

가 나와야 정상인데-_-;;


왜 나는 다시 지나의 팔에 잡혀 버린걸까?



"현민아~"


"으,응-_ㅜ"


"내가 말 안했니?"


"응?"


"나 운동신경이 엄청 좋거든."


"응;;"


"농담아니라 정말 업어줘~ 나 술 많이 취해서 그래."




술 취한 뇬이 이렇게 예리하게 머리까지 쓰가며

나의 목을 가지고 노냐?




"알았어.정말 업어줄께.약속."


"그래.고마워."




지나는 다시 한번 자신의 팔을 풀어주었고.

난 더이상 반항해봤자 이길수 있을것 같지도 않았기에;

지나를 향해 업히라는 자세를 취했다.




"......."


"뭐해.어서 업히지 않구?"


"......."


"야.뭐하냐고?"




난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지나를 쳐다보았고.

나의 두 눈엔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는 지나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 사람도 나 술 마시면 항상 업어줬었는데.."




순간 할말을 잃었다가 침착을 되찾으면서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난 너의 사랑이야기 따윈 듣고 싶지 않거든?"


"너 들으라고 한 얘기가 아냐.하고 싶어서 한 얘기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그냥 나온 얘기야."


"........."



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지나는 그런 날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나 힘낼꺼야!그 사람 이제 제대할때 다 됐으니까."



지나가 좋아한다는 사람은 아마도 군인 이였나보다.

갑자기 군복을 입은 내 모습이 상상되었다.





"야.너 업힐꺼야?말꺼야?"


"응.미안.업힐께."





난 지나를 업고는 그렇게 백사장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을 생각해보건데 지금 이 광경은 상상도 할수 없는 광경이다.




나에게 업혀있던 지나는 술이 많이 된건지,아니면 많이 피곤 했던건지.

자신의 고개를 내 어깨에 힘없이 내려놓았다.

그리곤 숨을 쉬기 시작했다..

지나의 숨소리는 내 머릿속을 비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현민아."


"힘들어.말 시키지마."




이쁘게 말해줄수도 있었는데 그러긴 싫었다.

지나에게 점점 무너져 가는 내 자신이 너무나 추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는 내 이름을 다시 불렀다.




"현민아."


"바닷가에 그냥 던져버린다?"




그건 나의 진심이였다.

지나가 한번만 더 지껄이면 정말 바닷속으로 던져버릴 생각이였다.

하지만 지나는 나의 그런 생각를 비웃고 있었던것일까?




"현민아."


"아.빌어먹을;기집애가 왜 이렇게 독해?"


"혀민아.나."


"뭐?"


"아직 미워?"


"뭐라구?"


"나 아직 밉냐구."


"어."


"내가 어떻게 하면 네 마음에 들까?"





니가 내 마음에 드는 일은 절대 없을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 부터 난 결심했다.

아버지와 관련된 여자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꺼라고.

절대 따뜻한 눈길로 쳐다봐주지 않을꺼라고.



설령 그 여자가 천사일지라도..

나에겐 천사와 악마를 식별할수 있는 감정따윈 죽어버렸으니까.





"그럴일은 없을꺼야."


"......."


"설령 니가 내 마음에 든다고 해도 난 너를 받아줄수 없어."


"왜?"


"어머니가 아직 내 가슴에 있어.너희 가족 그 누구도 받아줄수 없어."




그리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파도 소리와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올뿐.

지나는 이대로 끝낼수 없다는듯 다시 입을 열었다.




"빈 공간이 조금도 없니?"


"없어."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


"........"


"내가 도와줄께.니가 우릴 받아들일수 있도록 내가 최선을 다할께."




피식 웃음시 새어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웃으면 나쁜 새끼겠지만 웃음이 안나올수가 없었다.




"딱.."




지나는 나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소릴 질렀다;




"왜 웃어?!"


"아니,한가지 방법이 생각나긴 했는데..풋."


"무슨 방법인데 자꾸 웃어?어서 말해봐.최선을 다할께."




난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 나랑 사귀자."


"으,응?"


"나랑 사귀자고.그럼 생각해볼께."


"......."


"......."


"현민아.그건.."


"푸하하.야.농담이야."


"아니,현민아."


"야.왜 이래?농담이라니까."


"아니,들어봐."


"뭘 들어.농담이야.그만해."


"아냐.이건 확실히 해야해.너 그런 농담은 하지마.

아니,그런 생각은 해서도 안돼.알지?"




무안했던건지,아니면 부끄러웠던건지 난 소릴 질렀다.




"됐어.그만해!몇번 말해야 알아듣겠어?농담이라고!!"


"응."






그런 농담은 장난이라도 꺼내면 안되는 얘기였을까?

아니,지나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던 걸까?



난 정말 농담 이였을뿐인데..

지나는 나의 그런 농담까지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날 새벽..

우린 집에 들어가기 까지 한마디의 대화도 없었다.












-소개팅-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아니,안나가려 했었다.

하지만 날 그 자리로 이끌게 만든건 변화 때문이였다.

난 정말 변하고 싶었다.

언제까지 여자란 존재를 두려워해서도 안되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을 보며 나름대로 이쁘게 꾸미고 학교 앞으로 나갔다.

여긴 xx대학교 앞.

우리의 꼴통;박지나가 다니는 대학교다.



핸드폰을 열어 지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나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들려온다.




"여보세요?"


"여보세요가 나오지?5시 넘었는데 왜 안와?죽을래?"


"현민아.학교 앞이지?"




훗.화제를 돌리시겠다?그건 안되지.




"응.;"




이젠 이런 내 성격이 짜증나다 못해 포기 상태로 접어들었다.




"오른쪽 쳐다보면 지나사랑 커피숍 보이니?"


"응.보,보이기는 한데."


"응."


"커피숍 이름이 왜 저따위야?서,설정인가?-_-;"


"덜컥;"




핸드폰은 이미 끊겨있었다.

지나가 도대체 뭘 믿고 갈수록 뻔뻔 스러워 지는건지

분명히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커피숍 문을 열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오른쪽 테이블에서 지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민아.여기."




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나가 날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고.

지나 옆엔 친구로 보이는 한 여자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는 날 향해 고갤 숙이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그러세요?전 지나한테 그쪽 이름 밖에 못들었어요."




그러자 민영이라는 친구는 지나를 쳐다본다.

지나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_-;

지나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자 둘이 이렇게 처음 만났는데 정식으로 소개 한번 하지?"





그러자 민영과 난 동시에 소릴 질렀다.




"내가 미쳤니?니가 하라는데로 하게?"




지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걸로 보아 놀란게 분명했고.

민영도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두,둘이 처음 부터 장난이 아닌걸?"




지나의 그말에 민영은 수줍게 웃었고.

난 그때서야 제대로 민영의 얼굴을 쳐다볼수 있었는데.

그래.분명히 이쁜 얼굴인건 확실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점이 지나보다 괜찮다는건지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저기,현민씨?"


"네?"


"동갑이니까 말 노,놓을께?"


"이미 놓고 계시네요."


"응.내가 답답한 분위기는 좀 싫어해서.^^;;"


"어.그럼 나도 말 놓는다."


"그래.그럼 나부터 정식으로 소개 할께.난 주민영이야."


"응."


"그래."


"에?그게 끝이야?;"




민영은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럼 뭐 유치하게 취미나 특기,가족사항 같은것도 말해?"


"아,아니 그런건 아니고.그래.난 성현민이라고 해."


"응."



민영과 난 동시에 지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지나는 무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하하.눈치주기는~ 안그래도 나갈려고 그랬어.^^;;"



그러자 민영이 당황하며 지나를 붙잡는다.



"아니,가지마."



나도 민영을 거들었다.



"그래.그냥 있어라."



지나는 다시 한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 그렇게 눈치 없는 애 아냐.^^;그럼 간다.둘이 잘해봐."





그때 나도 모르게 소릴 질러버렸다.



"박지나!가지 말라고!"



지나는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민영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내가 왜 그랬던걸까?;;




"그,그냥 내가 숫기가 좀 없어서-_-;"


"........"


"나 화장실 좀."



난 도저히 그 분위기를 견딜수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잽싸게 도망쳤다;;

그리곤 화장실 앞에 있는 거울을 쳐다보았다.




남자들이 검은 정장을 입으면 제법 멋져 보일만도 한데.-_-;

거울을 쳐다보고 있으니 알수 없는 한숨이 새어나온다.

하지만 난 내 자신을 피하지 않았다.






"현민아."


"......."




그를 불렀지만 그는 대답이 없다.




"우리 이러지 말자.제발."




거울속의 그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채

날 바라만 보며 서있다.






"지나는.."






거울은 마치 깨져버릴것만 같다.






"지나는 니가 싫대잖아.이 병신아.."











화장실을 나와 원래 자리로 걸어갔다.

자리에 도착하니 민영이라는 그 친구는 어디간데 없고.

지나만 고개를 푹 숙인채 앉아 있는게 아닌가?



지나는 내가 온것도 모르는것일까?

아무 미동도 없다.




"야.뭐해?"


"........"


"친구는 어디갔어?"


"........"





난 이상하다 싶어 지나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너 더위 먹었냐?고개좀 들어봐."




지나는 그때서야 힙겹게 고개를 든다.

그리곤 날 향해 힘없이 미소를 짓는다.




"친구는?"


"응.갔어."


"........"





친구가 왜 갔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내가 아무리 여자 경험이 없는 녀석이라지만,

이 정도 상황쯤은 눈치 챌수 있다.




씁쓸한 미소가 내 입가에 지어진다.






'병신같은 새끼.역시 여자따윈 만나는게 아니였어.'






난 지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됐다.집에 가자."


"........."


"뭐해?안일어나구?"




그때였다.

지나의 손을 잡고 있던 나의 손등위로,

또 다른 그녀의 손이 나의 손등을 감싸 안는다.



소리 없는 지나의 그 행동은 ..

나의 씁쓸한 마음을 따스하게 덮어주려 하고 있었다.





지나는 나의 손등을 감싸쥐며 날 올려다 보았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안해.아프게 해서.."






그 말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나의 얘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친구가 남자 보는 눈이 없나봐.

내 눈엔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현민인데.."







무너졌다.그리고 사라져버렸다.





지금껏 여자들에 대한 편견,증오심.

그리고 차갑고 냉정함으로 쌓아올린 그 벽.

절대 흔들리지 않을줄 알았던 그 벽이.

지금 한 여자로 인해 모두 무너져 내려버렸다.




난 항상 벽이 무너져 내릴까봐 두려웠다.

벽이 무너져 내리면 모든게 끝이라 생각했다.

난 산산조각 무너져 저 하늘 멀리 사라져버릴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였다.

나는 벽이 무너지는게 두려웠던게 아니라,

벽이 무너지고 난 후가 두려웠던 것이니라.





갑자기 눈이 부셨다.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를 따스한 빛줄기가

나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Written by Lovepool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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