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견문이 일천하여 몰라 뵈었습니다. 노선배께서 어떤 가르침을 주시려 오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하하하하... 가르침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를.. 내 자네 소문을 듣고 그냥한번 보고 싶어서 찾은게지. 정말 자네의 사문에 대하여 내게 말하지 않으려나?”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음......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네만....”
“자네 무공의 기초가 불문에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확인 해보고 싶어서 그랬네..”
“네, 불문과 현문 두루 배우긴 했습니다.”
“옛날에 아주 무서운 피바람이 분 적이 있지...... 그때의 기억이 무림인의 뇌리에선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깊은 상흔으로 남아있고 그로 인하여 아직까지 삼성 사제의 은둔과 구파일방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야...”
“전 그이야기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항이 없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이야기 해주려 하지 않아서..”
“그랬을 거네..... 누구라도 이야기 하려 하지 않았을 걸세.”
“그건 그렇다 치고 자네에 대한 소문에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서 그러는데 자네 얼굴을 본사람이 거의 없더군.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거의 가려서 눈빛만 보인다던데 실제로 그렇군. 무슨 연유가 있는가?”
“제 얼굴에 대해 그렇게 궁금하답니까? 제 얼굴은 사람얼굴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괴물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지요. 그래서 가린 것이고... ”
“흠...또 자네 무공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높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건 제 경험의 문제입니다. 무공을 배웠어도 운용을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그런데 제가 무공을 배우고도 운용을 해본 경험이 없으니 차이가 많을 수밖에요.”
“오늘 내가 시험해보니 오히려 나보다 내력이 강한 것 같던데....”
“그건 좀 과찬의 말씀이시고.. 사실 어려서부터 할 수 있는 건 연공뿐이라 연공만 해왔는데 그에 따른 것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자네 정말 대단하네.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우리 이참에 의형제나 할까?”
“당치 않으십니다. 연배가 있는데 의형제라니요?”
“어허, 이사람 그럼 내가 자네 형이 될 자격이 없어서 그러는 겐가?”
“아닙니다. 절대...”
“그럼 뭐란 말인가?”
“제가 노선배님으로 예우하면.... ”
“이사람 참 내가 그렇게 늙었는가? 이것 참..”
“아휴, 그럼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역정 그만 내시고 오늘은 술이나 드시지요.”
“그렇지, 그래야 내 체면이 살고 그래야 내 아우지. 어쨌거나 이 거지 형을 안 것으로 자네는 오늘부터 눈과 귀가 활짝 열린 것이니 이참에 아주 결정하겠네. 오늘부터 우래 개방의 전 제자는 내 아우인 주효연의 일에 대해서라면 대의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 협력하고 죽음으로 내 아우의 안전을 보살핀다. 알겠느냐?”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알겠습니다.” 하는 대답소리가 들렸다. 연아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데 항취개가 “신경 쓰지 말고 이제부터 다시 술만 마시는 거야.” 한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연아는 어려운 술잔을 계속 비울 밖에..........
여아홍의 달콤하고 독한 기운에 서서히 젖어 들어가는 항취개와 연아는 열병이나 되는 여아홍의 바닥을 보고나서야 일어섰다. 항취개는 “그럼 다음에 또 보세.”하며 슬며시 사라지는데 연아가 잡을 수 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혼자 남은 연아는 다시 객방으로 들어와 운기로 숙취기를 태워버리고 정신을 차렸다. 잠시 쉰 후 연아는 외경편을 꺼내어 완벽하게 암기를 하고 삼매진화를 이용하여 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운용법과 변식의 연결을 연상훈련하고 잠을 청하였다.
얕은 잠 속에서 인기척을 느낀 연아는 조용히 문가에 다가서 밖의 동향을 살폈다. 갑자기 후다닥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신음소리 그리고 “쿵”제법 무거운 짐이 떨어지는 충격을 느끼고 창밖으로 몸을 빼내어 지붕위로 올라 동정을 살피는데 멀리서 남루한 옷차림의 사내가 도망가고 그 뒤를 한인영이 쫒고 있다. 연아는 급히 그 인영의 뒤를 쫒는데 눈치를 못 챘는지 좀 멀어지자 앞의 인영을 향해 암기를 투사한다. “이놈 섯거라. 거지 놈이 남의 장사를 방해해?” 앞선 거지의 행동이 뒤따르는 자에 비하여 떨어지지는 않지만 암기를 던지자 당황하여 피하려하다가 거리가 좁혀진다. 그러자 도망가던 거지가 돌아서며 대나무 지팡이를 휘둘러 공격하는데 완전히 개 때리는 수법이다. “헛” 뒤따르던 인영이 갑작스런 지팡이 공격에 뒷걸음 치며 검을 뽑아 드는데 검로가 눈에 익다. 연아는 조용히 서서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일진일퇴의 공격과 방어를 보며 괴인영의 수법이 유혼교도임을 확인한 연아는 인영을 향해 무영장을 쏘아냈다. 소리 없이 다가들어 때리는 무영장에 한대 맞은 유혼교도는 휘청하며 비틀거리는데 그때를 맞추어 죽장이 날아들어 마치 복날 개 패듯 패는데 정신없이 얻어터진 괴인영이 쓰러진다. 연아가 날아들어 거지의 손을 멈추게 하고 유혼교도의 맥문을 거머쥐었다. “이놈, 사실대로 말 안하면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아픔을 맛보게 될것이다.”
“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유혼교도의 얼굴이 이지러지며 금방 시퍼렇게 물들어간다. 입안에 독을 넣고 있다가 깨물어 버린 것이다. 미리 막지 못한 연아가 자책을 하고 있을 때 거지가 다가와 “주소협이 십니까?”
“제가 성은 주가요만... 소협이란 소린 좀 ...”
“장로님의 명에 의하여 멀리서 호위하고 있는데 이놈들이 암수를 쓰려하기에 막은 게 소협의 심기를 흐리게 하여서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앞으로는 그리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고, 그런 말씀하시면 소인들 갈 곳이 없습니다. 장로님 성질에 소인들 뼈도 안 남게 부서질 것입니다. 어쨌거나 노리는 놈들이 꽤 되는 것 같으니 조심하시고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신호만 하십시요. 언제는 마다않고 처리할 것입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항취개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저희들이야 그분의 행방에 대하여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곧 돌아오신다고 했으니 오실겝니다.”
“그래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시 객방으로 돌아와 쉬려는데 이번에는 객점 앞이 소란하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연아는 얼른 방에서 나와 객점 앞으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말괄량이 선아가 말에 탄채로 점원과 실갱이를 하고 있었다. 방이 없다는 점원의 말에 방을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중 이었다. “선아야! 여기 어쩐 일이냐?”
“하아, 요기 숨어있었네. 어디 또 도망 가보시지?”
“도망이라니.. 내가 왜 도망을 쳐?”
“그럼 그게 도망이 아니고 뭐예요? 무공 가르쳐 준다 하구선 그냥가면 그게 도망이지!”
“에그, 언제 철들려고 그러냐?”
“오빤 내가 언제 철없는 일 하는 것 봤어요?”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이 바로 철없는 짓이다.”
“호오, 그럼 약속어기고 도망가는 건 뭐라 설명하실 건가요?”
“난 약속 어긴 일 없다. 네가 배워야 할 건 다 가르쳤고 지금부터는 너 스스로가 해야 할 것이기에 떠났지.”
“그래도 간다는 말이나 하고 가면 어다 뭐 덧나나요?”
“그래 알았다 내 잘못했으니 그만하고, 그런데 여긴 웬일이냐? 장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
“무슨 일은... 내가 화나서 쫒아온 거지 뭐 별일 없어요.”
“말씀은 드리고 나왔느냐?”
“할아버지께 말씀 드렸는데 오빠 잘 보살피라 시던데요.”
“누가 누굴 보살 피냐? 난 지금 위험한 상태다 그러니 제발 돌아갔다가 사태가 좀 안정되면 그때 만나자. 응? 제발이다.”
“그때까지 언제 기다려요? 맨 날 따라 다닐 테니까 어디 또 도망 가보셔”
“하여간 밤이 늦었으니 우선 내방에라도 가자. 난 친구가 기다리니 만나로 가야 하니까 네가 대신 그 방을 쓰면 되겠다.” 연아는 선아를 데리고 객방으로 가면서 점원에게 부탁을 하였다. 말을 돌보고 차와 더운물을 좀 가져다 주라하였다. 선아를 객방으로 들여보낸 뒤 개방에 신호하여 돌보아 주라고 부탁을 하고는 홍루에 다시 갔다. 만만하게 한잔 할 수 있고 또 이미 술값을 지불 해 놓았기에 편안하게 가서 술이나 마시며 밤을 지새우려는 것이다.
매일 밤 연아 옆에서 술 시중들던 아이가 오늘도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들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오던 연아가 혼자 와서 술을 청하니 주모가 그 아이만 방으로 보내고 사람들 근접을 막았다. 연아가 술을 마시는데 오늘따라 어린기녀가 아양이 심하다. 묻지도 않은 이름을 소홍이라 불러 달라하고 바싹 붙어 술을 따르는데 묘하게 몸을 부딪쳐온다. 아마도 주모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아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과 같이 라면 하는 척 이라도 하겠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분위기에서 어찌 적응할 수 있겠는가?
연아의 기색이 변하면서 “그만 하거라!” 단호하게 말하는데 서릿발이 날카롭다. 깜짝 놀란 소홍이가 울상을 지으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네가 소홍 이라고 했지? 괜찮다. 그냥 옆에서 술시중이나 하고 그러면 된다. 내게 불필요한 대접은 필요가 없으니까.”
얼굴이 빨개져서 울먹이는 소홍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 연아가 좀 부드럽게 이야기 하였다. 그러자 겨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다른 아가씨를 불러 드릴까요?” 묻는다.
“아니다. 됐으니 그만 하고 술시중이나 들면 그만이다.” 그러는데 밖에서 “공자님 누가 좀 뵙자는데요.”
“누가 날 찾는단 말이요?” 주모가 안으로 들며 우리 만홍루의 루주께서 한번 뵙기를 청하셨습니다.“
“그래요? 그럼 이리 드시게 하시지요.”
“아닙니다. 내실에서 방문해 주시기를 기다리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