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에 들어서자 탁자의 찻잔에 차를 따라 연아에게 내어주며 한잔 들라 한다. 연아는 말없이 받아들고 마시는데 “어제 무례했던 걸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제가 백독불침이라 했는데 어찌 중독 되었었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용독한게 아니라 산공분과 강한 술이었기에 그런 것이지요. 앞으로 강호 생활을 할 때에도 이런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술과 미약, 음약, 그리고 산공분은 독이 아니므로 누구에게나 효력이 있으니 그 점 명심하시길 바래요.”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을 전부 편지에 써 주셨는데 어찌 대가를 바라지 않으신 것인지요?”
“호호호.... 그럴만한 연유가 있으면 그냥이라도 알려드린다고 했던 걸로 아는데... 그사이 잊으셨나요?”
“잊을리야 있겠습니까마는....... 루주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알 때가 아닌지 모르지요. 하지만 때가 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소협이 이곳에서 보름 정도 체류 하셔야 할 텐데 그러실 수 있으신가요?”
“이유가 있다면 그럴 수 있겠지요. 어떤 이유에서 그러시는지요?”
“소협의 얼굴 때문입니다.”
“제 얼굴에 대하여 왜 관심을 보이십니까?”
“동병상린이지요. 저 또한 한때 그렇게 훼손된 채로 살아왔었기에...”
“한번 망가진 외모를 어찌 복구할 수 있겠습니까? 괘념치 마십시오.”
“자신이 없으면 말 안하지요. 그리고 내게는 꼭 그래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문제는 소협이 저를 믿고 따라주시는가에 달렸지요.”
“저 또한 외모에 관심은 없으나 어려서부터 들어온 괴물이라는 소리만 안 듣는다 해도 더 할 수 없는 좋은 일이긴 한데...”
“그럼 됐네요. 예서 한 보름 정도만 있으면 되니”
“제가 이곳에 온 것은 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 하세요. 그리고 모든 것은 소협의 외모를 고치고 나서 제가 알려드릴 터이니.”
“그래도 제가 그 이유를 알아야.......”
“제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주시면 좋겠네요. 소협과 저에겐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거 같은데......”
“이제 무족신의라는 분이 이곳에 오실 것 입니다. 그 분이 소협의 얼굴을 완벽하게 고쳐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더 이상 추면이란 말은 안 들어도 되겠지요.”
“제 일행에게 통보를 하여야 할텐데요.”
“소협의 결심이 섰다면 제가 알아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외모가 중요한건 아니지만 고치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이니...”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루주가 밖으로 나가며 말한다. 연아는 루주가 말한 밀접한 인과관계란 말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과연 무슨 인과관계가 있어서 나에게 이런 관심을 보이고 또 얼굴을 복원해주겠다고 까지 하는지?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기에 눈을 돌리니 의자에 앉은 채 들어오는 노인과 루주가 보였다. 엉겁결에 일어서는데 노인의 눈빛이 번뜩이는 걸로 보아 범상한 노인은 아닌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와서 “자네가 효연이란 친구인가?” 묻는데 갑작스런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젊은 사람이 어찌 그리 소심한가? 네, 아니오면 될 것을 대답도 못하고 머뭇거리는가?”
“아!.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나봅니다. 제가 주효연이 맞습니다.”
“어디 내가 진맥을 해보아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하며 소매를 걷어 올리고 팔을 내밀었다.
“내가 진맥 하겠다는 건 전신의 맥을 보겠다는 것이지..... ”
“루주, 조용한곳에 침상을 준비해 주시겠소?”
“네, 이리 따라오시지요.”하며 인도하는 곳으로 가니 루주가 주렴의 한 부분을 당겼다.
그러자 “기익 끼이익” 기관이 작동하며 벽에 통로가 보인다. 아랫방향으로 연결되어있으니 지하에 밀실이 있었던 모양이다. 노인은 의자와 같이 움직이는데 의자에 바뀌가 달려있는지 미끌어지듯 움직였으나 이곳은 계단인지라 어떻게 내려갈 수 있을까. 연아가 뒤따르며 보았다. 노인의 무공이 고절한지 의자와 같이 움직이는데 마치 평지를 미끌어지듯 계단을 내려가는 게 아닌가. 마치 자신의 사부가 다리 없이도 잘 움직이는 것처럼.......
계단의 끝에 닿자 자그만 석실이었고 내부에는 침상과 탁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그 곳에서 연아에게 침상에 누우라 하였다. 누우며 전면을 보니 한 쌍의 남녀가 서있는 영웅도가 한폭 걸려있었다. 남자는 짙은 검미에 꾹다문 입술과 조화를 이루는 코 그리고 내쏘는듯한 눈빛 긴 머리를 한가닥 영웅건으로 질끈 묶어 강인하게 보였으며 여인은 마치 천상의 선녀가 하강이라도 한 것 같이 아름다웠다. 잠시 바라보다가 노인의 지시에 따라 연아는 도리 없이 침상에 누웠는데 노인은 연아의 각 대혈과 중요혈맥을 차근차근 짚어나가며 맥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지난 후 노인이 루주와 연아에게 동시에 이야기 하였다. 현재 연아는 시술을 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연아는 실망감이 무척이나 컷기에 아무 말을 못하였고 루주가 다급하게 되물었다.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는지요?”
“나쁘다기 보다는 이 아이의 맥 속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잠력이 숨어있어 그 잠력을 풀어내야만 시술이 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나까지 위험할 수 있소.”
“시술자까지 위험하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 잠력의 힘에 반탄지력까지 느껴지기에 그런 말을 한 것 이지요.”
“그럼 그 잠력을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운기를 할때 제가 금침으로 과혈과 보사를 하여 조정하면 풀 수 있을 것이나 위험 부담도 있습니다. 실패할 경우에는 최소 살아있으나 죽은 사람이 될 가능이 있으니까.”
“아니면 무공이 강한 조력자 한 두명이 있으면 금침과 추나를 동시에 시술하여 위험 부담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럼 제가 추나를 해 볼까요?” 루주가 이야기 했다.
“먼저 시험해 봅시다. 이 아이의 영인을 잡은 후 이아이의 반탄지력을 이겨낼 수 있어야 가능하오.”
“먼저 자네가 운공을 하도록 하게. 연후에 내가 신호를 하면 이아이의 영인을 잡고 진기로 이 아이의 운공을 방해 하시오. 그때 발생되는 반탄지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하오.”
노인이 시키는 대로 연아는 운공에 들어갔고 연이어 루주가 영인을 잡고 진기로 방해하기 시작하였다. 잠깐이었지만 연아와 루주는 내력으로 대결을 하는 듯 안색이 변하고 떨고 땀을 흘리는 등 아주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이제 그만 하시오.” 노인의 지시에 따라 둘 다 진력을 줄여 나갔다. 두 사람의 자세는 연아의 목을 루주가 감아쥐고 목을 졸라 죽이려는 듯 한 자세였으니....
“루주의 내력이 상당한 경지셨군요. 정말 깜쪽 같이 속이셨소.”
“천첩이 살려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속았다고 생각하신다면 사죄하지요.”
“허허, 노부한테 사죄할 것 까지는 없지만 그동안 정말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다는데 대하여는 감탄을 금치 못하겠군요....”
“송구합니다.”
“어쨌거나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럼 준비를 하지요.” 연아는 영문도 모르는 채 이들이 침과 약액을 늘어놓고 차분히 앉아 운기 조식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눈을 뜬 노인이 “시작하겠습니다. 자네도 지금부터 마음 독하게 먹고 운공하여 자네의 몸속에있는 잠력을 전부 풀어내어 본신진기와 융화되도록 전력을 다하여야 하니 단단히 마음먹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연아가 연공에 들어가자 노인은 연아의 혈맥을 제어하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루주에게 추나할 혈맥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삼초, 통천, 용천, 족삼리, 삼음교....... 이들 셋이 전부 비오듯 땀을 흘리며 운공요상을 하는데 연아는 극심한 고통에 쌓여있었다. 중단전에서 막히는 듯한 진기가 용틀임하자 연아는 내부가 팽창하여 터질 것 같다는 두려움에 쌓이기도 하고 중단전을 겨우 빠져나온 진기가 하단전과 상단전으로 나뉘어 질 때에는 전신이 갈갈이 찢겨 나간다는 느낌이 들만큼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새어나오는 신음은 막을 수가 없었고 이를 악물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른다. 상단과 하단전으로 나뉘었던 진기가 다시 중단전으로 모이기 시작하다가 다시 나뉘어 질 때에는 그냥 죽어버리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연아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노인과 루주의 진력도 거의 고갈되어 가고 있을 정도로 시술의 강도가 거세었다. “휴우.... 잠시 쉬도록 합시다.”
노인의 지시에 따라 전부 진력을 회수하는데 연아에게는 마치 천사의 노래인양 달콤하기까지 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사람의 심정이 이러할까?
루주가 안쓰러운지 연아의 입술에 흐르는 피를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잠시 쉰 다음 다시 시작한다는 소리는 정말 연아에게 지옥사자의 전달 같다. 하지만 전에부터 들어왔던 소리와 같은 내용이라서 반드시 풀어내야겠다는 결심이기에 다시 이를 악물며 이겨내리라고 다짐했다.
재미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딴에는 영심히 쓰고는있는데 여러분들의 반응이 어떠한지 모르겠고
어짜피 시작한 것이니 끝장을 보도록하여 빨리 탈고하겠습니다 따뜻한 성원 바랍니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