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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 정해져 있는 거야? 그런 거야?

나만 노력... |2004.08.14 11:33
조회 11,499 |추천 0

고등학교 3학년 때 반에서 아니 전교에서 제일 재수없는

뇬이 하나 있었다.

1,2학년 땐 그 뇬 소문만 들었지...같은 반이 된 건 처음이었다.

싸가지가 밥맛인 건 기본이고...주위 사람들을 참으로 짜증나게 만드는 건

유일한 재능(?)이었는데.......

 

아버지가...무슨...의원(국회의원은 아님)인가...정치일을 하시는 분이셨고...

어머니가 상당한 재력가의 딸이고...암튼...빵빵한 집안의 딸이었는데........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건지...자기 맘에 내키는대로...말하고....행동하고.....

수업시간,쉬는 시간 거의 구분없고.....애들은 물론이고....선생님들도 거의

두손 두발 다든...실제로...그 뇬 때문에 열받아서 뒤로 넘어간 선생님들도 2~3분 계셨다.

 

그 뇬과 같은 중학교를 나온 한 친구가 말하길....

중학교 3년 내내 " All 가"였단다...절대 인문계 올 성적 아니었단다.

(지금도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우리 땐 성적표에 '수우미양가'가 찍혔다.)

하지만...자기 아버지가 남들보기 창피해서라도 절대 실업계는 못 보내겠다 했단다.

처음엔.....사립 고등학교를 알아봤는데...사립에서도 이런 애는 못 받겠다 해서

몇몇 학교를 알아보다가...공립이지만....워낙 돈을 좋아라하는 우리 학교 교장 덕택으로

(울 교장...건물 증축한다고 돈 받고는 달랑 교실 두 개 더 짓고..비리가 굉장히 많은 교장이었다.)

울 학교에 입학했단다....

띠발...나는 중학교 내내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성적인데도 그냥 실업계 가서

취직이나 빨리 하라는 소리만 들었는데...내가 조르고 졸라서 인문계 가긴 했지만.....

 

암튼...빽이 좋은 건지.....돈이 좋은 건지.....

야자 한번 안 하고 보충수업 한번 안 받고(빨리 가 주는 게 도와주는 거지만...)

맨날 나이트만 다니면서 하루에 수십만원,수백만원씩 수표로 뿌리고

미성년자라서 걸려도 처벌 받는 거 한 번도 못 봤고...

돈보고 따라다니는 놈 차값과 맞먹는 오토바이 사주고 

그 놈 애 임신했어도 퇴학이나 정학은 커녕 학교에선 오히려 그 사실 숨겨주느라 바쁘고...

매일매일이 내 세상인 애였다...

 

그런 그 뇬이 한 말 중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옷 입고(교복) 똑같은 책으로 똑같은 선생한테 수업받고 있으니깐

전부 다 똑같은 인간으로 보이느냐고....착각하지 말라고...

졸업만 하면 갈 길이 다르다고...나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겠지만(알긴 아네?)

보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안 그래도 재수없다고 생각했는데 참으로 싸가지 만땅이라고 욕해댔었다.

 

하지만...울 엄마는 그 뇬 고마워해야 한단다...

나 고 3때...울 집 굉장히 어려웠다...등록금을 제때 못내 매일 담임한테 불려가고

서무실로 불려가는 날들이 있었다.

오죽하면...울 아부지...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해 보다가...정 안 되면....

휴학하란다...고등학교가 무슨 대학인가? 휴학하고...복학하고.......ㅡ.ㅡ

짜증의 연속인 날들이었는데...하루는 담임이 불러서 갔더니만

등록금 납부 영수증을 건내준다...내 이름으로 된.......

울 반 애들 중 한 명의 엄마가 학교로 찾아와서 애들 간식거리나 사 주라고

맡긴 돈인데...니 사정 얘기하고 이 돈 여기에 쓰면 안 되겠냐고 하니

그러라고 하셔서 내 등록금 냈단다....

첨엔 반장엄마가 왔나? 하고 생각했다....하지만....울 엄마가 담임한테 고마운 인사라도

해야겠다고 그 집 전화번호 물어온 걸 보니....그 뇬 집이었다.

그렇다....난 그 뇬 엄마 덕분에 무사히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참...돈이 좋긴 좋은 건가 보더라......

고등학교도 돈으로 왔으니 대학도 돈으로 가더군....

서울에 있는...그것도...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아는...사립대학을....입학하더군.....

잔디 깔아주고 건물 몇 개 지어주겠다는 조건이었다나 어쨌다나?

암튼...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그 뇬은 나의 머리 속에서 지워졌었다.

 

나도 대학엘 들어왔지...내 성적 맞춰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대한민국은 돈없고 빽없으면 살기 힘들다는 말을 최근에야 느꼈다.

 

4년 내내 장학금 받아가며 학점 관리 했고 토익점수도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받고

컴퓨터 자격증 및 기타 여러 자격증도 따곤 했지만 빽 앞에선 그 무엇도 아니더라....

부모 빽으로 공단 들어가고....공사 들어가고......괜찮은 회사 좋은 조건으로 입사하고......

나보다 8점,9점 점수가 낮아도 국가유공자 자녀라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

같이 학교생활이나 공부할 때도 나는 책값이나 용돈 버느라 늘 알바하기 바빴는데.....

집에서 주는 돈으로 학교생활만 잼나게 하고 공부에만 매진한 친구들......

그래도 실력은 내가 나은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면접에서 떨어질까 4학년 땐 외모에도 꾸준히 신경 써 줬건만......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르지.....

지금이라도 한 달에 60~70정도 받는 일자리나...공장의 생산직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어쩌면 취업이 쉽게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더 좋은 조건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그래서....10평 될까말까한 이 좁아터진 집에서 하루라도 빨리 독립하기 위해

그렇게 미친듯이 공부해왔건만.......

 

친척들.....어렸을 때부터 항상 나에게 말했다....

집이 가난해도....부모가 잘나지 않아도...너만 잘하면 된다고....

너만 열심히 공부하면......꼭 잘 될 거라고........

순진하게도 난 그 말을 믿었다.....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은 짓이지......

 

누구 말처럼 그냥 태어난대로 주어진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위에서 말한 고3때 같은 반이었던 재수없던 그 뇬....

난 그 뇬을 부러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정말이다....

돈을 주니깐 아빠,엄마라고 불러주지...안 그러면 그렇게 부르지도 않을 거라는

그 뇬을 참으로 불쌍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지금은 솔직히 부러운 생각도 조금은 든다.....

그 뇬은 이런 고민 안 하겠지...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너무너무 부럽다.......

이런 생각한다는 걸 울 엄마 아빠가 아시면 굉장히 서운해 하시겠지만

가끔씩은 태어났을 때 간호사의 실수로 병원에서 부잣집 애랑 바뀌어졌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봤다...난...절대...효녀는 되지 못할 것 같다...ㅜ.ㅜ

 

아빠 말대로 실업계 가서(아빠 말씀이...내 성적으론 고등학교 3년 장학금 받고 들어갈 수 있다고...허..)

경리직이나 사무보조일 구해서 몇 년 일하다 돈 모아서 시집이나 가야했나?싶기도 하고...

(경리직이나 사무보조를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요즘은 실력있는 경리들도 많이 있다는 걸...

규모가 있는 회사의 경리부나 경리과 들어가는 것도 힘든 줄 알고 있습니다.)

 

있는 집 자식은 있는 집 자식대로...없는 집 자식은 없는 집 자식대로...

갈 길이 다 정해져 있는 건지......

너무 높은 곳을 바라본 것도...신데렐라가 되길 꿈꾼 것도 아닌데...

그냥...남들 사는 만큼만 살길 바랬을 뿐인데...그랬을 뿐인데...

 

돈 있고 빽만 있음 뭐든 다 되는 현실이.......

반대로......돈 없고 빽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세상이......

너무나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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